[EDITOR'S LETTER] 아는 것도 병

2016-08-30     김기남
 
‘아는 것도 병’이라더니 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설픈 지식과 반쪽짜리 선입견이 온전한 실상을 가려 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제게는 8월 초에 다녀 온 캄보디아가 그랬습니다. 이제까지 알고 있던 캄보디아의 이미지는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앙코르와트의 신비보다는 덥고 습한 날씨, 1인당 연간 국민소득 130만원의 가난, 부패한 관료가 먼저 그리고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도착 비자를 받을 때 공항 공무원들이 1달러 팁을 요구하면 어떻게 대처하라는 외교부 안내를 기사로 다뤘던 기억도 떠올랐습니다. 
 
그랬던 캄보디아로 여름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우려 속에 다녀온 캄보디아는 기대가 적었던 탓인지 좋은 기억이 더 많았습니다. 매의 눈으로 지켜봤지만 1달러를 요구하는 공무원은 없었고 툭툭(택시 역할을 하는 캄보디아 대중교통) 기사에게 바가지도 당하지 않았습니다. ‘쓰러질 수 있겠다’ 싶을 만큼 뜨거운 한낮의 태양만 피하면 더위도 견딜 만했습니다. 호텔서 먹고 자는 관광객 입장에서는 에어컨을 상전처럼 모셔야 하는 서울보다 시원했습니다. 하루는 일출 보고 쉬고 하루는 쉬다가 일몰 보는 식으로 움직이니 저절로 관광과 휴양이 적절히 배분된 일정도 만들어졌습니다. 많은 숙소가 겨울 대비 60~70% 할인 중이라 그렇지 않아도 훌륭한 가성비는 더욱 빛을 발했습니다. 호텔에서 2명이 와인 한 병을 곁들인 든든한 저녁식사를 하고 총 34달러를 냈으니 호사가 따로 없습니다.   
  
앙코르 유적의 재발견도 수확입니다. 제가 있는 동안 앙코르 유적 입장권 가격 인상이 발표 됐습니다. 내년 2월부터 현재 20달러(2만2,000원)인 앙코르 유적 일일 입장권이 37달러로, 40달러인 3일짜리 입장권은 62달러로 인상됩니다. 뉴스로만 접했다면 ‘2배 대폭 인상’이라는 제목에 격하게 동의했겠지만 막상 보고 나니 인상된 금액도 납득이 갑니다. 앙코르 유적은 앙코르와트가 전부가 아닙니다.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한 <툼레이더>의 촬영지로 유명한 타프롬을 비롯해 앙코르톰 등 수많은 유적이 시엠립 인근에 산재돼 있습니다. 입장권 한 장으로 앙코르와트를 포함해 앙코르 유적 전부를 볼 수 있습니다. 입장료만 5유로를 받는 성당도 많은 유럽과 비교하면 터무니없는 가격이 아닙니다. 나라가 가난하다고 세계문화유산 자체가 헐값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러고 보면 제법 다녔다 싶지만 아직도 멀었습니다. 엉터리 색안경을 끼고 있는 줄도 모른 채 얕잡아 본 국가와 무심코 깎아내린 그들의 문화가 여전히 많습니다. 인도라고 하면 고개를 내저었는데 이번 호 델리 기사를 보면서 인도를 다시 가 봐야 하나 생각하게 됩니다. 10인의 원정대가 기록한 ‘먹방’은 제가 알고 있는 방콕이 얼마나 좁았는지도 알려줬습니다. 계속 여행하고 조금 더 경험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트래비> 편집국장 김기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