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책] "그 서점을 찾아갔다"

2016-10-04     트래비
 
어쩌면 독서를 여행에 관한 또 다른 사랑의 표현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책을 읽고 나면 그 자리엔 껍데기만이 형상으로 남아 있을 뿐 나를 휘감았던 생각의 알맹이는 종이 위 어딘가로 간데없다. 지금까지 해온 여행 중 열의 여덟이 바로 그곳에서 시작됐다. 독서를 통해 어떤 관념 위로 여행이라는 생각이 닻을 내리면 그 항해는 기어이 현실에서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지속되었다. 마치 어찌할 수 없는 사랑에 이끌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한창 직장 생활에 함몰되어 반투명한 인간으로 살아갈 때 서점이야말로 나에겐 공항과도 같은 자유를 주는 곳이었다. 꽂혀 있는 책들 사이로 사뿐히 발걸음을 옮기며 그들이 말을 거는 소리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오늘은 어떤 인생을 살아 볼지, 어떤 장소로 여행을 떠나 볼지. 적어도 그곳에서의 선택은 온전히 내 몫이었다. 
 
그렇다면 책을 위한 여행을 떠나 보는 건 어떨까. 이것은 어느 날 시미즈 레이나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라는 책에 내린 닻이었다. 그런데 보통의 경우와는 그 호기심의 색조가 달랐다. 구체적인 장소에 대한 꿈이 아니라 오로지 책을 위한 여행이 그 목적이었다. 이 책의 저자가 그리스, 영국, 이탈리아, 미국, 타이완, 일본 등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독특하게도 서점만을 위주로 여행했듯이, 나도 그런 여행을 한 번 떠나 보고 싶었다. 
 
작가 시미즈 레이나는 사람들이 서점을 사랑하는 그 이유가 궁금해서 책으로 기획했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이 책에 담겨 있는 전 세계 20곳의 서점들을 보고 있자면 마치 마술을 사랑하는 아이가 호그와트를 실제로 구경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현실 어딘가에 이런 장소가 존재한다는 자체가 마냥 신기하다. 이 독서 이후 나는 저자의 모티프를 빌려 여행하는 곳마다 서점을 일정에 넣게 되었다.
 
가깝게는 서울 서촌을 시작으로, 멀게는 미국 중부 소도시의 이름 모를 동네 책방에 이르기까지. 벌써 10곳이 넘는 ‘나만의 서점’ 을 방문하여 그곳에서 책과 사람들을 만나 인연을 쌓았다. 그리고 서점마다 한 권의 책이라도 일종의 전리품을 챙겨 오는 마음으로 품에 끌어안고 당당히 돌아왔다. 언젠가 그곳을 다시 찾기 위함이다. 
 
항해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건 아마도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앞으로만 나아갈 여정이 되지 않을까. 아니, 적어도 가보지 못한 아름다운 서점이 남아 있는 한, 이 여행은 마침표를 찍지 않으리라. 오늘도 나는 여행을 떠나려고 서점을 걷는다. 여기저기 고향에 대해서 소곤대는 책들 사이에. 나의 다음 여행지가 이곳 어딘가에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시미즈 레이나 저 / 학산 문화사
 
글 Traviest 이고은  에디터 천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