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쑤저우 걷기여행

2016-10-05     트래비
Deep Green Inside
항저우, 쑤저우 걷기여행
 
호수의 도시 항저우(항주, 杭州), 
정원의 도시 쑤저우(소주, 蘇州). 
중국 강남에 이 두 도시만큼 걷기 좋은 곳이 또 있을까. 
녹음의 향기가 짙던 지난 여름날, 
옛 시인이 노래한 풍경 속을 타박타박 걷고 왔다. 
 
쑤저우의 대표적인 정원 중 하나인 류원. 중국 정원에서 문은 창이고, 창은 하나의 화폭이다
시인묵객이 노래한 항저우 서호의 풍경
 
●항저우 걷기 코스
 
서호西湖 ▶ 롱징차 마을龙井村 ▶ 후파오천 공원虎跑泉公园 ▶ 류허탑六和塔
 
중국이 G20 정상회담을 항저우에서 개최했다는 사실은 한 가지만큼은 분명하게 시사한다. 이 나라가 세계에 자랑하고 싶은 최고의 도시는 베이징도 상하이도 아닌 항저우라는 것. 항저우는 세련된 도시 미관, 편리한 교통 그리고 예부터 명성이 자자한 아름다운 풍광을 지녔다. 마르코 폴로(Marco Polo)는 일찍이 <동방견문록>에서 항저우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도시’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호수의 물아지랑이와 녹차밭의 짙은 녹음 속을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르코 폴로의 문장에 동화되고 만다.
 

녹차향 가득 퍼지는 다원길
롱징차 마을 (1.7km)

청나라 건륭황제가 즐겨 마셨다는 롱징차는 중국 녹차의 대표적인 품종이다. 롱징차라는 이름은 ‘롱징(龙井)’이라는 우물에서 유래한 것이다. 전설에 의하면 신이 실수로 떨어뜨린 찻잔이 땅속으로 들어가 훗날 이 우물이 되었다고 한다. 신의 찻잔에서 솟아나기 때문일까, 롱징 우물은 사시사철 물맛이 달다. 롱징 옆에 롱징사(龙井寺)라는 절이 생기고 스님이 차를 재배하면서 롱징차라는 품종이 생겨났고, 현재는 롱징사 근처 롱징마을(龙井村)에서 차를 재배한다. 버스나 택시를 타고 롱징사에서 내리면 절과 함께 롱징마을 다원, 중국차엽박물관 솽펑관(中國茶葉博物館 双峰馆)을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2015년 문을 연 중국차엽박물관 솽펑관은 야트막한 산 위에 자리하는데, 정상 전망대에서 주변 다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에 있는 청동으로 만든 거문고 모양 탁자와 찻잔이 운치를 더한다. 
 
 
 
천년 역사의 제방 산책길
서호의 쑤티 (2.8km)

서호(西湖)는 항저우와 동의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성에 비하면 사실 이 호수의 규모는 둘레 15km 남짓으로 작은 편이다. 하지만 호수 주변에 유서 깊은 제방과 정원, 탑, 서원 등 100여 개의 명승지가 모여 있고, 계절별 풍경도 무척 다채롭다. 시인묵객들은 봄에는 연꽃 정원, 겨울에는 눈 덮인 다리, 가을에는 호수에 비친 보름달을 서호의 진풍경으로 꼽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서호의 풍경 10가지를 ‘서호10경’이라고 부른다. 서호에서 걷기 코스로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은 호수를 양분하는 ‘쑤티(苏堤)’다. 북송시대의 시인 소동파(苏东坡)가 만든 2.8km의 제방으로, 1089년 그가 항저우 자사로 있을 때 준설했다. 버드나무가 하늘하늘 손짓하는 제방 위를 걸어도 좋고, 자전거를 빌려 가로질러도 좋다. 여기서 서호 한가운데 섬, 삼담인월(三潭印月)로 가는 유람선도 있다. 
 
 
삼림욕과 탑돌이를 즐기는 길
후파오천 공원~류허탑 (1.8km)

신선이 호랑이 두 마리를 시켜 팠다는 후파오천(虎跑泉)은 중국의 3대 샘물로 최고의 물맛을 자랑한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항저우 사람들이 매일 이곳에 와서 물을 길어 가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또 후파오천의 물로 우린 롱징차는 항저우의 차 중에서도 으뜸으로 여겨져, 전통 찻집에 가면 다른 메뉴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다. 후파오천 주변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실제 샘물은 가장 안쪽에 자리한다. 후파오천으로 가는 동안 약수물도 마시고, 삼나무 숲에서 삼림욕하는 재미도 톡톡하다. 후파오천 공원 앞 가로수길을 따라 남쪽으로 1.8km 정도 걸으면, 첸탄강변(錢塘江)에 위치한 류허탑(六和塔)이 보인다. 970년 북송 시대에 건립된 7층탑으로, 언덕 위에 있어 더 거대해 보인다. 강이 범람하지 않길 기원하며 만든 탑인데, 나선형 계단을 통해 꼭대기 층까지 올라가면 강 건너 멀리까지 탁 트인 전망을 볼 수 있다. 첸탄강은 이제 넉넉한 물길로 평온하고 아늑한 풍경을 선물하고 있다. 
 
쑤저우의 대표적인 운하 거리인 산탕제. 해질녘 홍등이 켜지면 더욱 아름답다

●쑤저우 걷기 코스
 
후치우 공원虎丘公园 ▶ 산탕제山塘街 ▶ 졸정원拙政園
 
“하늘에 천당이 있다면 땅에는 쑤저우, 항저우가 있다”는 옛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산과 호수로 이뤄진 항저우에 비해 평지와 정원, 운하로 이뤄진 쑤저우는 좀 더 중국인들의 이상향에 가깝다. 특히 쑤저우는 얼마 전 중국사회과학원이 꼽은 ‘살기 좋은 도시 연구보고서’에서 강남 도시 중 유일하게 10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쑤저우 올드시티를 여행하고 나면 이 도시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동양의 피사탑과 합려의 전설
후치우 공원 (높이 35.3m)

송나라의 시인 소동파는 ‘쑤저우에서 후치우탑(虎丘塔)을 보지 않으면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후치우 공원은 이 탑이 자리 잡은 언덕 아니, ‘무덤’이다. 기원전 496년 오나라 왕 합려를 이곳에 매장할 때 백호가 나타나 ‘호랑이 언덕’이라는 뜻을 지니게 됐다. 후치우공원은 완만한 언덕이라 정상인 후치우탑까지 오르는 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합려가 죽을 때 명검 3,000개와 인부 1,000명을 죽여 붉은 빛을 띠게 되었다는 ‘천인석’, 합려가 명검을 시험하기 위해 갈랐다는 바위 ‘시검석’ 등 가는 길에 쉬엄쉬엄 볼거리도 많다. 정상에 올라 후치우탑을 마주하면 탄성부터 나온다. 7층 규모의 거대한 탑신과 각층마다 정교하게 얹은 처마는 16세기 건축 기술이라곤 믿기 힘들다. 게다가 이 탑은 기우뚱한 모습으로 ‘동양의 피사탑’이라 불리는데, 실제 창건 연대는 피사의 사탑보다 100년 정도 앞선다고 한다. 걸어서 오르내리기 싫다면 후치우 공원 입구에서 관광용 마차를 타는 것도 방법이다. 편안히 앉아 타닥타닥 말발굽 소리를 들으며 숲길을 오를 수 있다.  
 
 
가장 쑤저우다운 풍경
산탕제 운하 (3.8km)

후치우 공원에서 가까운 천변에는 유람선 타는 곳이 있다. 쑤저우의 운하를 제대로 감상하고 싶다면 여기서 배를 타면 된다. 운하를 따라 발달한 운하거리를 ‘산탕제(山塘街)’라 부르는데, 총 3.8km에 이른다. 배를 타고 가는 동안 수상 가옥과 그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창문 아래, 대문 앞에 흐르는 운하에서 빨래도 하고 담소도 나누는 주민들의 모습이 푸근하다. 예로부터 쑤저우는 수나라 때 개통된 대운하로 유명했고, 쑤저우란 이름도 이때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운하야말로 가장 쑤저우다운 풍경을 보여 주는 것이다. 30분 정도 지나면 종점인 광지루(广济路) 다리 밑에 이른다. 여기서부터는 산탕제 번화가로, 천변을 따라 카페와 바, 기념품 숍이 모여 있다. 저녁이면 집집마다 홍등에 불을 밝히는데 수면 위로 어른거리는 붉은 물그림자가 오래된 석교, 수상가옥과 어우러져 낭만을 더한다.
 
 
중국 정원의 진수
졸정원 (면적 51.950m2)

쑤저우는 운하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정원도 함께 끼고 있다. 산탕제에서 3.5km 정도 떨어진 올드시티 중심의 졸정원이 이러한 쑤저우의 특징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예다. 이 정원은 16세기에 건립돼 중국에서 가장 완벽하게 보존된 개인 정원으로, 베이징에 있는 서태후의 별장 ‘이화원(颐和园)’과 함께 중국 4대 정원 중 하나로 꼽힌다. 졸정원의 면적은 5만 평방미터가 넘을 만큼 광활해 제대로 둘러보려면 넉넉하게 2시간은 잡아야 한다. 정원 안 전통찻집으로 들어가면, 쑤저우 특산 바이차(白茶)와 함께 우리나라 판소리와 비슷한 쑤저우의 민간 전승음악인 ‘핑단(评弹)'도 감상할 수 있다. 졸정원 바로 옆에는 쑤저우박물관(蘇州博物館)이 있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를 디자인한 이오밍 페이(Ieoh Ming Pei)가 설계했고, 중국 정원과 모더니즘 건축의 단순함을 접목시켰다. 무료로 입장 가능하지만 대기열이 항상 길기 때문에 홈페이지에서 미리 관람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졸정원에서 5분 정도 더 걸어가면 약 1.6km 거리의 핑장루(平江路)가 있다. 천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거리지만 우리나라의 삼청동과 비슷하게 세련된 숍과 카페가 많다. 사이사이 곁가지처럼 뻗어 있는 작은 골목들도 매력적이다.   
 
쑤저우박물관
주소: 204 Dongbei St, Gusu, Suzhou, Jiangsu, China
시간: 09:00~17:00  
홈페이지: www.szmuseum.com
 

▶travel info
 
Airline 
항저우 가는 길
아시아나항공과 중국국제항공에서 인천과 항저우를 오가는 직항 노선을 매일 2회씩 운행한다. 김포 또는 인천에서 출발하는 상하이 도착 항공편을 이용한 후, 기차로 항저우까지 이동하는 것도 방법이다. 상하이홍챠오기차역(虹桥火车站)에서 항저우동기차역(杭州东火车站)까지는 고속열차로 1시간 정도 소요되며 매일 수십 편 이상 운행된다. 
인천-항저우│인천 출발 매일 13:05/12:25 (2회), 항저우 출발 매일 12:05/18:10 (2회) 
인천-상하이 푸동│인천 출발 매일 08:35~21:05 (38회), 상하이 출발 매일 11:10~20:45 (38회)
 
쑤저우 가는 길
우리나라에서 쑤저우로 가는 직항편은 아직 없다. 김포 또는 인천에서 출발하는 상하이 도착 항공편을 이용한 후, 기차로 쑤저우까지 이동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상하이 홍챠오기차역(虹桥火车站)에서 쑤저우기차역(苏州火车站)까지 30분 정도 소요되는 고속열차가 매일 수십 편 이상 운행된다. 
인천-상하이 푸동│인천 출발 매일 08:35~21:05 (38회), 상하이 출발 매일 11:10~20:45 (38회)
 
Hotel
 
 

커플여행에 제격, 럭셔리 전통 리조트 

포시즌스 호텔 항저우 앳 웨스트 레이크
(Four Seasons Hotel Hangzhou at West Lake)
항저우의 명성에 걸맞는 건축 디자인과 서비스를 지닌 호텔이다. 서호 서북쪽 숲속에 자리해 속세와는 거리를 둔 듯한 초속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강남의 전통 정원 양식으로 지어져 지역 색을 물씬 풍긴다. 로비부터 레스토랑, 복도, 객실에 이르기까지 마치 중국 정원을 거니는 듯하다. 특히 독특한 모양의 창과 그 속으로 내다보이는 그림 같은 정원 풍경이 아름답다. 객실에서도 격자무늬 들창을 통해 정원을 감상할 수 있고, 전통 가구로 꾸민 테라스에서는 중국식 티타임을 즐길 수 있다. 포시즌스 호텔 항저우의 진정한 백미는 인피니티 수영장이다. 수영장이 호수 쪽으로 탁 트여 있어, 마치 동남아 리조트에라도 온 것 같은 기분이다. 총 78개의 객실, 2개의 레스토랑, 스파, 실내 수영장, 헬스클럽을 보유하고 있으며 객실에서 iPod 도킹 스테이션과 DVD 플레이어도 이용할 수 있다.
주소: 5 Lingyin Road Hangzhou  
전화: +86 571 8829 8888 
가격: 정원전망 딜럭스룸 50만원 후반부터  
홈페이지: www.fourseasons.com/hangzhou
 
 
호수 위에 뜬 완벽한 휴양 호텔
켐핀스키 쑤저우 호텔(Kempinski Hotel Suzhou)

켐핀스키 쑤저우 호텔은 올드시티에서 멀리 떨어진 진지호(金鸡湖)와 두슈호(独墅胡) 사이에 위치한다. 호텔 자체가 마치 두 호수 사이의 섬처럼 호젓하고 조용하다. 모든 객실에서 호수가 보이며 시설 역시 리조트에 버금간다. 넓은 산책로와 요트시설, 골프장을 갖추고 있고 호텔 안에는 3개의 레스토랑과 스파, 실내 수영장, 헬스클럽 등이 있다. 2층에 위치한 파울라너 브로하우스(Paulaner Brauhaus)에서는 독일 출신의 브루마스터(Brew Master)가 상주해 수준 높은 생맥주를 맛볼 수 있고, 여름에는 이곳에서 바비큐 맥주 파티도 열린다. 켐핀스키 호텔에서 택시로 10분 거리에 있는 진지호 북쪽은 쑤저우의 떠오르는 명소다. 신식 운하를 따라 고급 백화점과 식당가가 운집한 현대식 캐널시티(Canal City)로 올드시티와는 정반대의 쑤저우를 만날 수 있다. 
주소: 1 Guobin Rd, Suzhou Industrial Park Suzhou Jiangsu 
전화: +86 512 6289 7888 
가격: 호수전망 딜럭스룸 10만원 중반부터 
홈페이지:  www.kempinski.com/en/suzhou/hotel-suzhou
 
글·사진 Travie Writer 도선미  에디터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