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건강할 권리, 슬로바키아 온천

2016-10-12     천소현
 
●Piešťany​ 피에스타니
Spa Island
 
건강을 위한 권리장전 

핀란드에 사우나가 있다면 슬로바키아에는 온천이 있다. 오랜 역사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놀랄 만큼 대중적이다. 우선 역사로 말할 것 같으면 슬로바키아의 온천은 2,000년 전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헝가리와 합스부르크 시대에는 이미 제국 차원의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자부심의 근거는 오랜 역사에만 있지 않다. 몇 번의 경험으로 이야기하자면 슬로바키아의 온천은, 본질적으로 훌륭하다. 물 자체의 탁월한 효능은 이미 수천년 동안 검증된 것이다. 의술도 없고, 약도 모르던 시절, 온천장은 아픈 이들을 위한 소중한 ‘비빌 언덕’이었고 많은 ‘기적’의 무대였다. 
 
온천욕의 대중화를 이끈 온천 호텔들
피에스타니는 합스부르크 가문의 마지막 왕후 엘리자베스의 단골 온천이었다. 그녀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에서 여유로운 식사를 즐겼다
 

그런 슬로바키아의 온천이 획기적으로 대중화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주의 시스템 덕이었다. 1960~1980년 사이 대부분의 국가공인 온천장(현재 27곳)에 기능성과 규모를 강조한 소비에트 양식의 대형 온천욕장 겸 숙박시설이 들어섰다. 귀족이나 부자들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건강할 권리’의 터전이 된 것이다. 물론 최고급 시설과 다양한 서비스를 갖춘 럭셔리 온천장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슬로바키아에서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미용과 다이어트 등 웰빙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유명한 온천휴양지인 피에스타니의 단골 중에는 합스부르크 가문의 엘리자베스 왕후*와 베토벤도 있다. 지하 2,000m에서 용출되는 온천수는 1리터당 1,500mg 이상의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다. 류머티즘을 포함해 각종 퇴행성 질환뿐 아니라 사고나 수술 후유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어서 로마 병사들도 치료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온천욕 외에도 화산지질에서 나오는 유황성분 머드팩의 효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입구에 세워진 목발을 부러뜨리는 남성(Crutch Breaker)의 동상이 말 없이 그 효험을 웅변하고 있다. 

바(Vah) 강변에 자리잡은 피에스타니가 본격적인 스파리조트로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1820년대부터였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규모가 크지 않은 바로크 혹은 아르누보 스타일의 온천 호텔들이 있었다가 사회주의 체제 아래 대규모 온천장과 숙박시설이 들어서면서부터는 수영장, 골프장, 테니스장 등의 스포츠 레저시설과 녹지 공원을 갖춘 ‘스파 아일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강변에서는 수상스키, 요트 세일링까지 가능하다. 그런 곳에서 우리가 즐긴 것은 짧은 산책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몸이 가뿐해지고 건강해지는 것 같은 기분은 착각이 아니라고 했다. 미네랄은 물에만 녹아 있는 것이 아니라 공기 속에도 있으므로. 녹음 속의 산책은 언제나 마음을 치유하므로. 
 
의사의 요양 진단이 있으면 온천에도 의료보험이 적용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병원이다
스파 아일랜드 피에스타니의 입구. 목발을 부러뜨리는 조각상이 상징적이다
바로 마실 수 없을 만큼 뜨거운 온천수가 수도꼭지만 틀면 콸콸 쏟아져 나온다
 
 
*엘리자베스 왕후 | 비운에 찬 그녀의 일생은 극의 소재가 되어 유럽에서 20년 넘게 <엘리자벳>이라는 뮤지컬로 공연되고 있는데 몇년 전에는 한국에도 진출하여 많은 호응을 얻었다. 
 
Piešťany Spa Island
주소: Trnavský kraj, okres Piešťany, Piešťany
전화: +421 33 771 9621 
 
 
글 천소현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이승무 취재협조 슬로바키아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