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동의 섹시한 호텔] Service Ritual의 경지를 이루어 낸다는 것

2016-10-31     트래비
 
호텔 침대의 푹신한 베개에 파묻혀 머리는 산발이 되어 널브러져 자고 있는데 누군가 발목을 잡고 조심스레 흔들어 깨운다. 고개를 들자 눈에 마주친 것은 환한 미소가 가득한 호텔의 웨이터였다. “좋은 아침입니다. 편히 주무셨습니까? 어제 부탁하신 6시 모닝커피를 준비했습니다.” 룸 서비스의 웨이터는 자연스럽고 정중한 자세로 TV에서만 보던 은도금 쟁반에 커피 포트를 멋지게 들고 와서는 사이드 테이블에 노리다케 커피잔을 올리고 향기가 가득한 커피를 따른다. 마치 성공한 인생이 찾아온 듯한 짜릿함과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이 서비스는 그랜드 하얏트 후쿠오카 호텔이 멤버서비스로 제공하던 서비스다. 지금은 베드&브랙퍼스트라는 패키지로 진화되어 있다.
 
귀족의 저택에서나 갖춰져 있을 것 같은 명품 본차이나와 각종 차(tea)들이 티 소믈리에에 의해 다양하게 준비되고 핑거푸드와 쿠키들이 우아하게 테이블을 장식한다. 호텔 라운지에서 오후의 여유로움을 한껏 즐기게 하려는 애프터눈 티 프로그램은 스타우드 계열의 럭셔리 브랜드 세인트레지스의 대표적인 서비스 의식(Service Ritual)으로 알려져 있다. 세인트레지스 모스크바, 피렌체, 그리고 뭄바이에서도 세인트레지스 호텔의 창시자인 존 에이콥 에스터 4세의 어머니인 캐롤라인 애스터가 맨해튼 자택에서 해오던 사교활동에서부터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왔다는 설명을 동일하게 펼치는 것을 보면 세인트레지스는 마치 이 프로그램을 의식처럼 행하고 있는 듯하다. 
 
37층에 위치한 호텔 스파에서 내려다보는 도쿄의 야경은 나만을 위한 거대한 파노라마 작품처럼 사방을 감싼다. 하늘에 자리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세심한 마사지 서비스를 받고 있자면 이런 특별한 삶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하게 된다. 고객의 편안함만을 배려하는 직원들의 조심스러운 몸동작과 조신한 목소리 톤들이 몸에 스밀 때쯤 고객은 잠깐의 기분 좋은 졸음에 빠진다. 고객을 깨우는 그들의 방식은 아시아 어딘가에서 구해왔다는 신비한 모양의 금속을 부딪치는 일이다. 잔잔히 청아하게 울리는 악기 같은 금속을 손에 들고 고객의 먼 발치에서 마치 의식을 행하듯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며 조심스럽게 잠을 깨우는 만다린 오리엔탈 토쿄 ‘The Spa’의 서비스는 그들 스스로도 ‘의식’이라고 표현하며 긴 여운을 준다.
 
위에 열거한 서비스를 흉내 내서 시도해 볼 수는 있겠지만 그 서비스를 경험하는 고객들을 만족시킨다는 것은 서비스를 시도한다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고객의 오감에 연결된 세포들을 깨우고 만족시킬 수 있는 총체적인 준비가 되어있어야만 비로소 고객은 서비스의 의미를 이해하고 감동하며 그 기억을 인생에서 행복한 순간으로 간직할 수 있다.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기대에 가득 차 찾아간 호텔이건만 뭔가 딱 꼬집어 얘기 할 수는 없는 엉성함에 찝찝한 경우가 있다. 대리석도 웅장하고 잘 맞춰진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도 딱히 책잡을 행동을 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감정도 느끼지 못한다. 무대와 배우들은 갖춰졌지만 베껴 온 대본과 아마추어 연출자가 배우를 이끌며 끊임없이 흉내내기에 여념이 없다. 당연히 관객은 감동을 받지 못하고 화가 난 연출자는 배우들의 미숙함을 탓한다. 
서비스로 명성이 높은 호텔이나 전통이 깊은 레스토랑들을 보면 켜켜이 쌓인 그들의 오랜 철학과 문화적인 수준,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브랜드의 메시지를 철저하고 반복적인 수련의 과정을 거쳐 비로서 서비스란 형태로 표현하게 된다. 서비스 의식은 고급 서비스 형태를 의식의 수준까지 끌어 올린 극상의 서비스를 의미하는데 유럽의 대저택과 같은 귀족 문화가 자리한 나라에서는 쉽게 그 얘를 찾을 수 있다. 우리의 호텔들도 서비스 매뉴얼이나 표준 서비스와 같은 형식적 서비스 수준을 뛰어넘어 우리 스타일의 명품 서비스를 구축해야 하지 않을까?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서울의 고가호텔과 저가 호텔이 과잉 공급되고 중가격 호텔의 공급부족이 예상되니 중가격 호텔을 선제적으로 확충하고 서비스 품질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2020년 방한 외래객이 2,320만명을 넘을 경우 중가격 호텔이 부족할 것이라는 당연한 우려도 함께 강조했다. 숙박시설 수급분석의 단초를 보니 ‘제7차 투자활성화 대책’과 7월에 있었던 ‘서비스 경제 발전전략’의 후속 조치라고 한다. 부동산 투자와 경제 활성화를 관광산업과 연계해 애쓰고 있는 문관부의 노력을 평가 절하하고 싶진 않지만 싸구려 시장으로 전락하는 현실을 탈피하기 위한 고급 방한객 유치 전략과 그를 위한 고급 서비스 인재양성 프로그램 같은 것들은 누구와 같이 고민해야 하는지 먹먹하다. 서비스 의식 프로그램이 멋지게 자리한 명품 호텔들을 논하고 준비하는 것은 아직은 우리 이야기가 아닌 것인지 어디에다 좀 물어보고 싶다.
 
유경동
유가기획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