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싶다면,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2016-11-09     트래비
 
 
여행을 하면서 비로소 깨달았다.
우린 서로 다르지만, 사랑이란 공통된 감정을 간직하고 있다는 걸.
굳이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같은 기억을 안고 돌아왔다.
사랑의 나라 슬로베니아에서 보낸 달콤했던 한때.
 
트래비아카데미 원정대 7탄
A Lovely Moment in SLOVENIA
슬로베니아에서 보낸 사랑스런 한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도시
Ljubljana 류블랴나
 
이름에 사랑(Love)을 품은 나라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는 슬로베니아어로 ‘사랑스러운(Beloved)’이라는 뜻이다. 사랑의 나라에서 사랑의 도시라니, 사랑에 푹 빠지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곳이다. 류블랴나에선 복잡한 지도도 필요 없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면, 골목골목 숨어 있는 소박한 매력에 곧 마음이 동하게 될지니.
 
류블랴니차강의 오묘한 빛깔이 류블랴나의 매력을 더욱 돋운다
 
 
강을 타고 흐르는 이야기

류블랴나는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낭만적인 이야기, 슬픈 이야기, 설레는 이야기. 도시 이곳저곳에 숨은 사랑 이야기만 따라 거닐어도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류블랴나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류블랴니차강(Ljubljanica River)을 기준으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뉜다. 구시가지에는 류블랴나성(Ljubljana Castle)을 둘러싼 중세 건물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고, 신시가지에는 류블랴나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프레셰렌 광장(Prešerenov Trg)이 자리하고 있다.
 
프레셰렌 광장은 슬로베니아 낭만주의를 이끈 민족시인 프란체 프레셰렌(France Preseren, 1800~1849년)의 이름을 붙인 곳으로, 광장 한가운데 프레셰렌의 동상이 서 있다. 그의 시 ‘축배(Zdravljica)’가 1992년 슬로베니아 독립 당시 국가가 되었고, 그의 기일인 2월8일이 국경일이니 슬로베니아에서 프레셰렌은 그야말로 국민적인 영웅이다.
 
그러나 이 영웅에게는 누구보다 애절한 러브 스토리가 있었다. 그는 당시 부유한 상인의 딸이었던 율리아(Julija Primic)를 사랑했지만, 신분차이로 인해 끝내 그녀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했다. 죽는 순간까지 ‘단 한순간도 그녀를 잊은 적이 없었다’는 말을 남겼던 프레셰렌.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는 저만치 떨어진 율리아의 조각상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그녀의 이름을 딴 노래를 지을 만큼 절절했던 그의 사랑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프레셰렌 광장에서 류블랴니차강 쪽으로 돌아 왼편으로 걷다 보면 2010년 개통한 현대식 다리, 부처스 브릿지(Mesarski Most, Butcher’s Bridge)에 다다른다. 과거 류블랴나 중앙시장(Central Market)의 정육점(Butcher)들이 모여 있던 장소에 놓여 있어 이름 붙여진 부처스 브릿지는 ‘사랑의 다리(Love Bridge)’라고도 불리는데, 다리 양옆으로 자물쇠들이 잔뜩 채워져 있다.
 
연인이 함께 자물쇠를 걸어 잠그고 그 열쇠를 흐르는 강물에 던지면 그 사랑은 영원하다고. 그래서인지 유독 이 다리 위에는 거리악사들이 연주하는 달콤한 멜로디가 끊이지 않고 흐른다. 안타깝거나 풋풋한, 혹은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가 강을 타고 유유히 흐르는 류블랴나처럼.
 
신시가지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프레셰렌 광장. 류블랴나 사람들의 마음에도 프레셰렌 시인은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책 모양으로 창문을 낸 국립 & 대학 도서관 건물
크리잔케 야외극장의 한 편에 자리한 요제 플레츠니크의 두상
크리잔케 야외극장. 요제 플레츠니크는 이제 없지만 그의 손길은 곳곳에서 묻어난다
신시가지에서 구시가지로 통하는 세 갈래의 다리, 트리플 브릿지
 
 
도시 곳곳에서 그를 만나다

프레셰렌 광장 바로 앞에 위치한 다리는 그 모양새가 독특하다. 하나도 둘도 아닌 세 갈래로 나뉜 이 다리는 아니나 다를까 ‘트리플 브릿지(Tromostovje, Triple Bridge)’라 불린다. 1280년 원래 평범한 목조 다리로 건설되었던 트리플 브릿지는 광장에서 구시가지로 통하는 유일한 다리였다.
 
화재 이후 1657년 재건축되었고, 1842년 이탈리아 건축가 지오반니 피코(Giovanni Picco)에 의해 현재의 석조 다리 원형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넘나들며 병목현상이 심해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31년부터 1932년 봄에 이르기까지 슬로베니아의 대표 건축가인 요제 플레츠니크(Joze Plecnik)가 보행자 전용 다리를 양쪽에 추가해 비로소 현재와 같은 세 갈래 형태의 다리가 되었다.

건축가 요제 플레츠니크가 류블랴나에 미친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조금 과장하자면, 도시 전체가 그의 손길이 닿은 전시관 같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요제 플레츠니크의 뛰어난 감각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건물은 1941년 지어진 ‘국립 & 대학 도서관(National & University Library)’이다.
 
책 모양 창문에 회색 벽돌로 덧댄 모양의 건물 디자인은 1940년대 작품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세련미가 넘친다. 이외에도 부처스 브릿지, 코블러스 브릿지(Cevljarski Most, Cobbler's Bridge), 크리잔케(Krizanke) 야외극장 등, 걷다 보면 일부러 찾지 않아도 그의 작품들이 속속 등장한다. ‘바르셀로나에 가우디가 있다면 류블랴나에는 요제 플레츠니크가 있다’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닌 듯하다.
 
 
드래곤 브릿지 입구를 용맹하게 지키고 있는 용의 모습. 꼭 류블랴나의 보디가드 같다
 
 
알쏭달쏭한 용의 전설

지극히 동양적인 상징이라고 생각했던 용이 이곳에서 이토록 주목받는 동물이었다니?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서 용의 존재감은 그리 많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사방에서 쉽게 드러난다. 가까운 기념품 숍만 둘러봐도 용이 그려진 엽서나 용 모양의 인형들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확실한 증거는 드래곤 브릿지(Zmajski Most, Dragon Bridge)다.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날개를 한껏 치켜 올린 4마리의 용들이 용맹스러운 자태로 다리 앞을 떡하니 지키고 있다. 

용에 관한 전설은 무수하다. 그중 그리스 신화 속의 영웅인 이아손(Iason)이 류블랴나 근처 호수에 살던 용을 물리치면서 도시를 세웠다는 전설이 가장 흔하게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용은 물리쳐야만 했던 존재였는데 어째서 도시의 상징이 된 걸까? 류블랴나에서 용은 꼭 나쁜 상징만은 아니다. 힘과 용기, 대담함을 의미하기도 하며 때로는 좋은 기운을 뜻한다. 반면에 용은 사나운 성질 탓에 ‘시어머니(Mother in Law)’라 불리기도 한단다. 들으면 들을수록 알쏭달쏭하지만, 류블랴나 사람들에게 용은 좋기도 나쁘기도 하고, 당연하면서도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친환경 도시를 만나는 방법

류블랴나에서는 굳이 생수를 사 마실 필요가 없다. 류블랴나는 2016년 유러피안 그린 캐피탈(European Green Capital)*로 선정될 만큼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 도시 군데군데 마련된 음용분수대에서 언제든지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다.

류블랴나 사람들은 대부분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한다. 도시 정책에 따라 도심에는 오전 제한된 시간대에만 운송차량의 출입이 잠깐 허용될 뿐이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골프장 카트처럼 생긴 녹색 차량을 볼 수 있는데, 류블랴나시에서 운영하는 전기 차량 ‘KAVALIR’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지나가다가 녹색 차가 보이면 운전기사에게 손짓을 해 차를 세우고 목적지를 말하면 된다. 공해도 없고, 요금도 없다. 내국인 외국인 제한 없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니, 걷다가 지칠 때면 그저 멈춰 서서 손을 흔들기만 하면 된다.
 
*유러피안 그린 캐피탈 | 유럽연합 국가 중 도시의 녹지 비율이 높고 친환경적인 도시를 선정하는 어워드. 2010년부터 시작해 매년 시행해 오고 있다.
 
 
 
●류블랴나 다르게 보기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파노라마 뷰
류블랴나성(Ljubljana Castle)

류블랴나 시내를 걸어서 충분히 돌아봤다면 구시가지 가장 높은 언덕에 자리한 류블랴나성(Ljubljana Castle)에 오르길 추천한다. 성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류블랴나 도시 전체를 조망하는 데 이만한 장소가 없다. 류블랴나성은 15~16세기에 주로 터키의 침략을 막는 요새로 사용되었고, 17~18세기에는 군사 병원 및 무기 저장고 역할을 했다. 지금은 슬로베니아 역사 전시관, 웨딩홀, 전망대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케이블카를 타고 90초 정도면 성 위에 오를 수 있다.
 
성의 꼭대기 전망대(Viewing Tower)에 올라서면 붉은색 지붕들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오밀조밀 모인 지붕 사이로 에메랄드 색 류블랴니차강이 흐르고, 그 위에 놓인 다리 위를 사람들이 여유롭게 오간다. 위에서 내려다본 류블랴나는 아래에서 마주한 류블랴나보다 더욱더 고요하고 더욱더 평온하다. 
 
주소: Grajska Planota 1, 1000 Ljubljana, Slovenia 
전화: +386 1 306 42 93
홈페이지:  www.ljubljanskigrad.si/en
요금: 케이블카 포함 왕복 성인 €10, 어린이 및 청소년(7~18세) €7  
 
 
 
강변을 따라 펼쳐지는 풍경
류블랴니차강 보트투어(Boat Tour on the Ljubljanica River)

강 위에서 류블랴나를 바라보면 이 도시가 또 다르게 보인다. 류블랴니차강에서 보트를 타면 강으로 섬처럼 둘러싸인 류블랴나 도시 전체를 한적하게 감상할 수 있다. 류블랴니차 보트투어는 류블랴나 시청(Town Hall) 앞 선착장에서 코스가 시작되며, 가이드 동행 여부에 따라 총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보트는 슬로베니아산 소나무로 만든 핸드메이드 보트로 직접 배를 모는 선장님이 스쳐 지나가는 도시 풍경들을 친절히 설명해 준다. 보트는 트리플 브릿지, 코블러스 브릿지 등 여러 다리들을 지나 드래곤 브릿지를 기점으로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온다. 미처 보지 못했던 건물들의 면면들은 물론 강변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 돗자리를 펴놓고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등, 류블랴니차강을 한껏 즐기는 류블랴나 사람들의 모습도 함께 엿볼 수 있다.

주소: Ribji Trg Pier, 1000 Ljubljana, Slovenia  
전화: +386 41 684 196
이메일: info@ladjica.si  
요금: 가이드 포함 | 성인 €10, 12세 이하 어린이 €5, 가이드 미포함 | 성인 €8, 12세 이하 어린이 €4
 
▶HOTEL
호텔 레브(Hotel Lev)
류블랴냐 도심까지 도보로 10분 정도 소요되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4성급 호텔. 최근 리노베이션을 해 전반적으로 깔끔한 분위기이다. 티볼리 공원(Tivoli Park)이 바로 근처에 있어 아침에 가벼운 산책을 다녀오기에도 좋은 위치다. 
주소: Vošnjakova Ulica 1, 1000 Ljubljana
전화: +386 1 308 70 00
홈페이지: www.union-hotels.eu/en/hotel-lev
 
▶RESTAURANT
고스틸나 나 그라두(Gostilna Na Gradu)
류블라냐성 위에 위치한 레스토랑. 세련되고 우아한 현대식 인테리어로 꾸며진 야외석은 보는 순간 앉고 싶은 맘이 절로 생길 정도로 로맨틱한 분위기가 감돈다. 음식의 플레이팅이 정갈해 눈이 우선 즐겁고, 신선한 빵과 식재료에 입도 역시 즐겁다. 슬로베니아 스타일로 요리한 고기, 생선 메인 요리를 슬로베니아산 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다. 스태프들의 서비스도 대체적으로 훌륭하다. 
주소: Grajska Planota 1, 1000 Ljubljana
가격: 브로콜리 크림 소스를 곁들은 농어요리 €14.80, 구운 벨라 크라이나 양고기 요리 €19.50
전화: +386 8 205 19 30
홈페이지: www.nagradu.si/en
 
에디터 김예지 기자 취재 트래비 슬로베니아 원정대(글 조미영 사진 김상준)
취재협조 슬로베니아관광청 www.sloveni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