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태국의 검은 리본

2016-11-30     김기남
9월에 개봉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음 침공은 어디?>라는 다큐멘터리를 뒤늦게 봤습니다. 침공이라고는 하지만 외계인이 나오거나 총성이 울리는 다큐멘터리는 아닙니다. 미국에 없는 외국의 장점을 따와 사회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마이클 무어식 벤치마킹이 골자입니다. 감독 특유의 날선 비판과 재치는 재미나지만 그의 고민 상당수가 우리나라와도 상통하기 때문에 마냥 편하지는 않습니다.
 
프랑스에서 훔쳐 와야 할 사례로 소개한 학교 급식을 볼까요? 프랑스 시골 공립초등학교의 급식은 고급 레스토랑이 부럽지 않습니다. 식판이 아니라 사기그릇에 3~4가지 코스 요리가 나오고 일일이 서빙을 해줍니다. 자연스레 식사 예절을 배우고 건강한 식습관을 기르도록 하는 엄연한 수업의 연장입니다. 감독이 미국 학생들의 급식 사진을 보여주자 셰프는 ‘먹을 음식이 아니다. 아이들이 불쌍하다’라고 동정을 합니다.  
 
바닥권이었던 국제학업성취도평가가 세계 정상급으로 올라 간 핀란드의 성공 비결은 숙제와 객관식 시험의 폐지에 있습니다. 교육부의 논리는 명쾌합니다. ‘아이들은 방과 후에도 바쁘다.’ 놀아야 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야 하고 음악이나 운동처럼 좋아하는 것도 해야 하는데 홈워크(Homework)라는 단어 자체가 구시대적이라는 주장입니다. 멋지지요? 
 
제게 선택권을 준다면 태국을 침공해 보고 싶습니다. 11월13일은 고(故)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이 서거한 지 한 달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태국 국민의 푸미폰 국왕 사랑은 각별합니다. 단순히 국왕이라서가 아니라 오랜 시간 국민을 존중해 온 푸미폰 국왕이기 때문입니다. 한 달이 지났지만 대다수 시민의 가슴에는 검은 리본이 여전합니다. 심지어 맥도날드 매장에도 국왕을 추모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습니다. 
 
‘대통령 퇴진’ 구호와 ‘이게 나라냐’는 탄식이 가득한 서울에 있다가 마주한 태국의 풍경은 신선했고 존경받는 지도자를 둔 그들이 부럽기까지 합니다. 곧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지켜봐야 하는 무어 감독도 머지않아 공감할지 모르겠습니다. 책임을 지지 않는 지도자의 불통에 온 나라가 심란한 12월입니다. 잘못은 빨리 바로 잡고 염치가 파렴치를 이기고 억지가 아닌 상식이 통하는 2017년을 고대합니다.
 
<트래비> 편집국장 김기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