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선동에 자라난 식물

2016-11-30     트래비
 
좁다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저마다의 느낌을 간직한 카페들이 
옹기종기 모인 서울 익선동 거리.
그곳엔 온몸으로 햇살을 만끽하고 있는 
식물 한 줄기가 있다.
 
 
‘인간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산다’라고 한다

카페 ‘식물’의 담벼락에 적힌 글귀다. 주인 없이 텅 비어 있던 4채의 가옥의 벽을 허물어 만든 한옥카페, 식물은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들르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지난 2014년 오픈했다. 인간과 공간을 서로 연결하고 싶다는 생각은 인테리어에도 반영되었다. 거리와 바로 맞닿아 있는 식물의 공간은 안과 밖이 모호해서, 분명히 실내에 있는데도 야외에 있는 것 같다. 담벼락에 있는 문장처럼, 식물에 머무는 시간만큼은 오며가며 누군가와 마주칠 수밖에 없다.

‘식물’이라는 이름은 카페를 창업한 루이스 박 대표의 유년시절과 관련이 있다. 어린 시절 그는 곳곳에 꽃이 핀 길을 자주 지나다니곤 했는데, 유독 그때 그 감성이 마음에 깊숙이 남았다고. 그래서 카페 이름을 지을 때 ‘가장 나다운 단어’를 찾다가 주저 없이 ‘식물’을 택했단다. 식물에 영향을 준 건 유년의 기억만이 아니다. 30대에 그가 살던 영국 런던의 집은 아침이면 햇살이 스며드는 따뜻한 공간이었다. 어떤 장소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깨달음. 식물이 이토록 훈훈하고 정겨운 공간이 된 건 아마도 이 때문인가 보다. 

식물을 좀 더 알고 싶다면, 적어도 밤까지는 기다려 봐야 한다. 차분한 모습으로 한낮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다가도 꽃은 해 질 녘이 되면 알록달록한 조명과 함께 화려하게 피어나기 때문이다. 메뉴도 더 이상 커피에 그치지 않는다. 생맥주와 칵테일 등을 판매하는데, 특히 칵테일은 시즌마다 그 종류가 달라진다. 올 겨울 내놓는 칵테일 메뉴에는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쳇 베이커(Chet Baker) 등 좋아하는 인물들의 이름을 붙였다고. 다음엔 또 어떤 새로운 메뉴가 탄생할지, 식물을 더욱 깊숙이 알고 싶은 맘에 오늘 밤은 물론 내년 봄마저 열렬히 기다려진다. 
 

MENU
갓 구운 크루아상
버터, 딸기잼, 발사믹오일 3종 세트와 함께 제공되는 갓 구운 크루아상은 식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시그니처 메뉴(Signature Menu)다. 크루아상은 주문과 동시에 만들어지기 때문에 15분 정도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입 안에 퍼지는 그 맛은 달콤함 그 자체다.  
가격: 5,000원
 
 
소년 & 소녀
식물에 처음 오는 사람들이 실내 곳곳의 빈티지 소품과 자개상을 보고서 “이거 우리 할머니 집에 있는 건데”라며 소년, 소녀처럼 반가워하는 모습에 영감을 받아 식물의 또 다른 공동대표인 진일환 대표가 만들었다. 소년은 더치 아이스큐브(Dutch Ice Cube)에 베일리스(Bailey's)와 우유, 소녀는 에스프레소에 초콜릿, 베일리스와 우유를 넣은 로맨틱한 커피 칵테일이다.  
가격: 소년, 소녀 각각 7,000원

TIME & PLACE
주말의 시끌벅적한 분위기도 나름 매력이 있지만, 평일의 식물이 진정한 식물의 모습에 가깝다. 낮에는 한가한 오후 2시쯤, 저녁에는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하는 6~7시쯤이 방문하기에 좋다. 식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자리는 좌식 테이블이 놓여 있는 곳이다. 자개의 질감을 그대로 살린 테이블 앞에 앉으면 외할머니 집에 온 것처럼 마음이 푸근해진다.  
 

 
식물
오픈: 월~목·일요일 11:00~24:00, 금~토요일 11:00~01:00
주소: 서울 종로구 익선동 166-62  
전화: 02 747 4854
 
글·사진 Traviest 강신애  에디터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