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책] "노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2016-11-30     트래비
 
내 인생이 잠시 길 위에 멈춰 버린 것 같은 때가 있었다. 다시 시동을 걸고 나아가기에는 나는 너무 힘이 빠져 있었다. 무기력에 빠진 것이었다. 거울 속 내 모습은 어둡고 초조해 보였으며, 나는 서서히 웃음을 잃어 갔다. 어떤 것을 해도 안 될 것만 같은 부정적 생각들이 나를 휘어잡고 있었다.

스틸사진 속 누군가의 모습은 언제나 더없이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삶은 멋진 포즈를 잡고 찍는 스틸사진이 아니라 매일매일 이어지는 동영상인 것이다. 즐겁고 행복할 때뿐만 아니라 슬프고 아픈 순간에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녹화되는 동영상. 

아마도 나는 그때 아팠던 것이다. 청춘들만 아픈 것이 아니라 어른들도 종종 아프다. 어쩌면 짊어지고 갈 인생의 무게가 더 무거운 만큼 어른들의 아픔은 그 깊이가 더 깊을지도 모르겠다. 매일매일 살아내기 위해서 그때 나는 내면적으로 안간힘을 써야 했다. 수시로 괴롭히는 잡생각을 떨치기 위해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 책이나 읽어댔는데 그중에 내 마음을 붙들어 매는 독특한 책이 있었다.  
김정운 교수의 <노는 만큼 성공한다>라는 책이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면, 나는 놈 위에는 노는 놈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 한마디로 신나고 재미나게 놀라는 충고였다. 

“21세기에는 그저 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창의력은 ‘재미’를 적극적으로 추구할 때 개발된다.…20세기는 부지런하게 뛰는 근면 성실한 사람이 성공했지만 21세기에는 잘 노는 사람이 성공한다.” 

한 장 두 장 책장을 넘기다 보니 어느새 작가의 시각에 맞장구치며 호응하고 있는 내 자신을 느꼈다. 그동안 나는 ‘노는 것=지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나보다 잘 나가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종종걸음으로 쫓아가려다 보니 제풀에 지쳐 버린 것이었다.

“삶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내가 행복해 하고 재미있어 하는 일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우리는 평생 주어진 의무를 다하며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견디는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멈춰 버린 자동차를 다시 달리게 하기 위해선 기름을 재충전해야 했다. 나를 신나게 만들 그 어떤 ‘사소한 재미’는 무엇일까? 어느날 블로그를 한다는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문득 나도 ‘블로그나 한번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에 무작정 네이버에 블로그를 개설해 버렸다. 마침 그 무렵 주말농장을 시작하면서 틈틈이 찍어 둔 사진들이 있었다. 블로그에 올릴 사진을 고르고 글을 쓰는 일에 나는 완전히 몰입되었다. 옆에서 남편이 아무리 TV를 크게 켜 놓고 혼자 킬킬대면서 웃어도 신기하게도 내 손은 방해받지 않고 자판 위를 날아다니는 것이 아닌가!

바보같이 그동안 알면서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글을 쓸 때 행복해진다는 것을.
김정운 교수는 말한다.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에 지쳐 있을 때 나를 구원해 줄 수 있는 것은 바로 나만이 할 수 있는 사소한 재미뿐이다. 재미가 전공인 사람이 21세기 주인이다’라고. 
 
글 Traviest 최영미 에디터 천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