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로의 초대 코타 마나도

2016-12-06     트래비
순수로의 초대
코타 마나도 (Kota Manado)
 
뜨거운 태양 따위는 문제 되지 않았다. 바다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초록과 파랑을 보여 주고 있었다. 온몸을 불처럼 활활 태웠다. 꽃밭처럼 펼쳐진 아름다운 물속에서. 눈 감으니 청량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사랑받고 자란 아이들이 내는 행복한 음악이다. 여기는 마나도다.
 
물빛이 특히나 아름답기로 소문난 리하가섬
데칼코마니가 되어 버린 마나도의 하늘과 바다
마나도는 섬이 아니라, 술라웨시에 있는 자그마한 도시다
어디에서나 환한 웃음을 보여 주는 마나도 주민들. 뒤에 보이는 파란색 봉고차는 마나도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이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마나도 어린이들.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에 마음이 환해진다

●마나도에 대한 오해들
 
인도네시아 지도를 펼쳐 보자. 인도네시아는 수마트라와 자바, 깔리만탄, 술라웨시, 파푸아까지 5개의 큰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점처럼 찍혀 있는 섬이 1만7,000여 개가 넘는다. 이제 코타 마나도(Kota Manado)를 한 번 찾아 보자. 알파벳 K자 모양의 술라웨시 저쪽 끝에 위치해 있다. 지도에서 마나도라는 지명을 찾는 순간 좀 놀랄지도 모르겠다. “섬이 아니었어?”라며. 마나도는 섬이 아니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의 미나하사 반도 끝에 위치한 자그마한 도시Kota다. 그렇다고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마나도에는 여느 섬보다도 더 아름다운 자연과 순수한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

마나도가 의외인 건 이뿐만이 아니다. 인도네시아를 생각하면 당연히 이슬람교가 먼저 떠오르겠지만, 마나도에서 정작 히잡 쓴 여인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인도네시아 전체 인구 중 87%가 이슬람을 믿는 것을 생각하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뜻밖에도 마나도 주민의 80~90%는 기독교인이다. 대부분의 마나도 사람들은 이슬람의 복장을 입는 대신, 주일마다 골목골목에 있는 교회에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올린다. 
 
바나나보트를 타며 즐거워하는 사람들. 마나도의 바다는 오감으로 즐겨야 한다
그저 탄성과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는 리하가섬
리하가섬의 야자수 주위에 앉아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진다
 

●바다가 줄 수 있는 즐거움의 끝
 
마나도의 가장 큰 매력은 푸른 바다에 있다. 눈길 가는 모든 곳이 파랑으로 반짝인다. 더없이 화창하게 내리쬐는 햇살과 콤비를 이루며, 자연이 보여 줄 수 있는 화려함을 최대한 보여 준다. 

마나도에서 물색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리하가섬(Lihaga Island)에 닿기 위해 숙소 까사바이오 파라다이스 리조트(Casabaio Paradise Resort) 앞에서 보트를 탔다. 한 시간쯤 달렸을까, 사람들의 나지막한 탄성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에메랄드부터 코발트블루까지 오묘한 색이 섞인 바닷물 한가운데 작은 섬 하나가 오롯이 떠 있었다. 사람 없는 고요한 섬에 내려, 밀가루처럼 부드러운 해변을 걸었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모래를 만지작거리고, 해변으로 쓸린 산호들을 한참이나 구경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섬의 고즈넉함에만 집중했던, 그 순간만큼은 마음 저 깊숙한 곳까지 영롱하게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마나도의 바다를 눈으로만 즐기는 건 반칙이다. 스노클링을 비롯해 플라잉카이트와 제트스키, 바나나보트 등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하는 액티비티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 다이빙을 좋아한다면 마나도만 한 여행지가 없다. 마나도의 부나켄 국립해양공원(Bunaken National Marine Park)은 세계 스쿠버다이버들의 성지 같은, 그야말로 다이버들의 낙원이다. 인도양과 태평양 남부의 해양생물 중 70%, 세계 산호초의 20%가 이곳에 살고 있고 니모(Nemo)로 잘 알려진 클라운피시(Clownfish), 나폴레옹 래스(Napoleon Wrasse), 자이언트 트레발리(Giant Trevally), 이글레이(Eagleray) 등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들이 서식하고 있다. 간단하게 스노클링 마스크만 쓰고 물에 들어가도 형형색색의 바다 속을 누빌 수 있다. 바다 속에 숨겨진 꽃밭을 마주한 순간, 당신은 비로소 깨달을 것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감정은 바다가 줄 수 있는 즐거움의 아주 일부에 불과했다는 것을.
 
코타 마나도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축복받은 예수상.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도시를 수호하고 있다
고산지대에 자리한 토모혼. 좁은 골목마다 기분 좋게 반기는 아기자기한 꽃들이 사랑스럽다

●축복과 꽃, 평화의 도시 
 
바다를 즐긴 후에는 마나도의 랜드마크를 찾아 떠났다. 시트라랜드 레지덴셜 에스테이트(Citraland Residential Estate) 언덕 위에 서 있는 축복 받은 예수상(Monumen Tu Han Yeses Memberkati). 50m 높이의 규모지만, 언덕 위에 있어서인지 훨씬 더 높아 보였다. 16세기경, 인도네시아가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의 지배를 받았던 당시 기독교 선교사들이 이곳에 학교와 병원을 짓고 주민들에게 문화와 기술을 전파했다. 그렇게 기독교는 점차 지역 전체로 퍼지기 시작해 급기야 오늘날의 마나도가 ‘1,000개 교회의 도시’라는 별명까지 얻게 될 정도로 대중적인 종교로 자리 잡았다.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온 도시를 수호하고 있는 예수상은 마나도 주민 한 명 한 명의 축복을 빌어 주고 있는 듯했다.

예수상을 뒤로하고 다음으로 향한 곳은 부킷 템보안(Bukit Temboan)이다. 끝없이 펼쳐진 톤다노 호수(Danau Tondano)와 우거진 정글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다. 부킷 템보안은 토모혼(Tomohon)이라는 고산지대에 자리하고 있는데, 토모혼은 꽃과 꽃처럼 아리따운 미인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꽃 모양의 가로등과 집집마다 알록달록한 꽃을 가득 심어 놓은 모습에, 그저 골목을 거니는 것만으로 기분이 향긋해졌다. 부킷 템보안에도 거대한 십자가가 하나 우뚝 서 있었다. 십자가 옆으로 히잡을 쓴 아가씨들이 보였다. 싱그러운 웃음을 끊임없이 터뜨리며 즐거워하는 그들의 모습이 문득 낯설었지만 조화로웠다. 십자가와 히잡이라니. 절대 어울릴 수 없는, 날 선 대립으로만 여겼던 이슬람교와 기독교가 이곳 순수의 땅 마나도에서만큼은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탕코코 국립공원 입구
탕코코 국립공원에 사는 안경원숭이. 야행성이라 만나기 쉽지 않으니 전문가이드와 동행하는 것이 좋다  

●야자수 물결을 뚫고 
눈을 마주치다
 
마나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녀석이다. 안경원숭이(Tarsius). 필리핀 보홀섬(Bohol Island)의 아이콘으로 유명하지만, 마나도에서의 인기 역시 만만치 않다. 인기스타를 만나는 일은 당연히 어려운 법. 안경원숭이가 산다는 탕코코 국립공원(Tangkoko Taman Nasional)에 가기 위해 꼬불꼬불한 산길을 따라 무려 2시간을 달렸다. 차창 밖으로 길쭉길쭉한 야자수들이 바람에 거세게 흔들리고 있었다. 안경원숭이의 정체가 몹시 궁금했던 탓일까, 이들의 헤드뱅잉은 꼭 공원 가는 길을 격하게 반기는 환영인사처럼 보였다.

야자수들의 인사가 점점 시들해질 무렵, 탕코코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탕코코 국립공원은 600여 종의 식물과 220여 종의 동물이 살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다. 새를 좋아하는 이들이 특히나 열광하는 곳으로, 새벽에는 열대우림에 사는 코뿔새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일행이 애타게 찾는 안경원숭이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평균 길이 12cm에 몸무게 80g으로 몸집이 워낙 작은데다가, 색깔도 진한 흑갈색이라 나무에 앉아 있으면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얼굴의 거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부리부리한 눈과 딱 마주쳤다. 그제야 왜 이 녀석을 찾아 사람들이 이곳까지 오는지 알 것 같았다. 이런 희귀한 생명체가 지구에 함께 살고 있다니. 작은 기척에도 깜짝깜짝 예민하게 반응하는 안경원숭이는 지금껏 본 원숭이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얇고 아담한 귀에 사람의 손가락처럼 길쭉하게 뻗은 손발로 나무를 꼭 붙잡고 있던 녀석. 수많은 야자수들을 뚫고 이곳까지 달려온 게 아깝지 않을 정도로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리노우 호수 주변 곳곳에선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난다
화산 아래 넓게 펼쳐진 리노우 호수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없어선 안 될 휴식처다

●마나도에서의 파노라마
 
시베리아의 바이칼 호수, 하늘 호수라 불리는 남체 호수, 남미의 티티카카 호수 등 유명하다는 호수 여러 곳을 돌아다녔지만, 이리도 독특한 호수는 처음이었다. 연기를 내뿜는 화산 아래 넓게 펼쳐진 리노우 호수(Danau Linow). 이곳에선 과거와 현재, 잠자고 있는 것들과 살아 있는 생명이 모두 함께 숨 쉬고 있는 것 같았다. 

호수 근처로 다가가니, 유황 냄새가 났다. 수백 년 전 폭발한 마하우 화산 분화구에 남겨진 유황 때문이다. 익숙지 않은 냄새였지만, 그리 거슬리지는 않았다. 후각에 채 신경을 쓰지 못할 정도로 경이로운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셀 수 없는 종류의 초록 빛깔이 이리저리 뒤섞인 호수와 호수 주변을 가득 메운 무성한 나무들. 물에서 모락모락 올라오는 연기와 그 속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오리 떼. 천국의 어딘가는 아마도 이런 모습이 아닐까. 

리노우 호수를 떠나기 전, 예상치 못한 선물이 나타났다. 빨주노초파남보 반원의 무지개가 호수 위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마나도 사람들의 따뜻한 눈빛, 황홀한 바다, 아리따운 토모혼의 꽃, 안경원숭이의 커다란 눈까지 마나도에서의 모든 순간들이 영화 필름처럼 휙 스쳐 지나갔다. 하늘의 무지개는 금방 사라졌지만, 굳게 마음먹었다. 언젠가 마나도의 무지개를 찾아 이곳에 꼭 다시 오리라고.  
 
▶travel info
AIRLINE
한국에서 마나도까지 직항편은 아직 없다.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을 이용해 자카르타 혹은 발리를 경유해 들어가는 루트가 일반적인데 인천에서 자카르타까지 6시간, 자카르타에서 마나도까지는 3시간 정도 소요된다. 발리를 경유할 때도 자카르타를 경유할 때와 소요시간은 비슷하다. 현재 마나도 직항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2017년쯤엔 마나도로 가는 길이 훨씬 쉬어질 전망이다. 마나도 직항 항공편이 생기면, 인천에서 4시간만에 마나도에 도착할 수 있다. 
 www.garuda-indonesia.com

WEATHER
인도네시아는 열대몬순기후에 속한다. 건기와 우기, 두 계절이 있으며 11~4월은 우기, 5~10월은 건기에 속한다. 마나도는 대체적으로 햇살이 강하기 때문에 선글라스나 자외선 차단제가 필요하지만, 토모혼은 고산지대에 속해 날씨가 선선한 편이다.

TIME
넓은 영토를 가진 인도네시아는 국가 내에서도 시차가 있다. 마나도의 시간은 한국보다 1시간 늦고, 자카르타와 수마트라의 경우는 한국보다 2시간 늦다. 
 

Resort
카사바이오 파라다이스 리조트(Casabaio Paradise Resort)
리조트 안에서 모든 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리조트 전용 비치와 수영장은 물론 골프 애호가들을 위한 아름다운 골프코스도 마련돼 있다. 리조트 바로 앞에 위치한 액티비티 시설에서는 바나나보트와 제트스키,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으며 가족과 함께 워터파크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주소: Desa Maen East Likypang  
전화: +62 431 8941808  
홈페이지: www.casabaioparadise.com
 
머큐어 마나도 타텔리 비치 리조트
Mercure Manado Tateli Beach Resort 

세계적인 호텔 체인인 아코르 호텔 그룹 계열의 호텔로, 세련된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다. 부나켄 국립공원을 마주하고 있으며, 바다를 바라보며 수영을 즐길 수 있는 대형 수영장도 인상적이다. 마나도 도심과 가까운 것도 장점이다. 
주소: Jalan Raya Tanawangko Desa Tateli Kabupaten Minahasa 95121  
전화: +62 431 825888
홈페이지: www.mercure.com
 

RESTAURANT
가드니아(Gardenia)

가드니아 컨트리 인(Gardenia Country Inn)에 속해 있는 레스토랑으로, 인도네시아 특유의 현지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화려한 열대 꽃들이 각자의 미를 뽐내고 눈앞에는 하얀 연기를 내뿜는 로콘산(Mount Lokon)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로콘’은 하늘로 올라간다는 뜻으로, 로콘산은 북 술라웨시에서 유일한 활화산이다. 나무로 만들어져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의 가드니아에서는 사테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전통음식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주소: Kakaskasen II Tomohon, North Sulawesi
전화: +62-431-351282 
홈페이지: www.gardeniacountryinn.com

CURRENCY & VISA
인도네시아 화폐 단위는 루피아(Rupiah, IDR)다. 환율은 2016년 10월10일 기준 1USD에 1만2,933루피아다. 비자는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 2015년 6월9일부터 관광목적에 한해 30일 무비자 체류가 가능해졌다. 
 
전망 좋은 언덕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히잡 쓴 아가씨 일행

글·사진 Travie writer 채지형 에디터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