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동의 섹시한 호텔] 일본의 이상하지 않은 ‘이상한 호텔’

2017-04-17     트래비
 
2016년 6월 일본 나가사키의 하우스텐보스에 로봇호텔인 헨나호텔(変なホテル·이상한 호텔)이 오픈 했다. 헨나호텔의 우스꽝스러운 프런트 로봇 사진 등을 접하고는 그저 ‘애쓴다’ 또는 ‘일본답다’하고 애당초 관심 두기를 포기했다.  1년도 안 되어서 최근 도쿄 디즈니랜드 초입인 마이하마 지역에 2호점을 오픈 한다는 소식을 듣고 뭔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느꼈다. 호텔운영 성과를 확인하기에는 이른 시기에 2호점을 오픈 한다는 것은 잘 짜인 마스터플랜이 준비돼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헨나호텔’은 우리말로 ‘이상한 호텔’이다. 고객입장에서 보면 분명 이상한 호텔이다. 1호점인 하우스텐보스의 헨나호텔을 예약 하고 프런트에 도착하면 ‘미라이쿤’이라는 이름의 공룡이 프런트 업무를 담당한다. 공룡 직원이 맘에 안 들면 ‘유메코짱’이라는 이름의 여성 로봇에게 체크인을 부탁하면 된다. 험악한 얼굴의 우스꽝스러운 공룡 프런트 ‘클락’도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안내가 가능하다. 엄밀히 말하면 로봇 보다는 프런트 데스크에 부착된 키오스크가 업무를 수행하는데, 키오스크는 고객의 안면인식기능을 통해 객실 키 없이도 객실 문의 개폐가 가능하게끔 키리스(Keyless) 시스템을 구현했다. 짐은 ‘포터’ 로봇이 운반해주고 1층 수화물 보관소의 로봇은 손님이 맡긴 무거운 여행가방을 척척 분류해 정해진 창고에 보관·반출해 준다. 객실로 들어서면 ‘츄리’라는 이름의 인형 로봇이 사이드 테이블 위에 앉아 고객의 명령을 받아 조명을 제어하고 알람과 일기예보를 전달한다. 외관의 유리 청소나 복도의 카펫청소 역시 사람이 아닌 로봇이 담당한다. 

2호점인 ‘헨나호텔 마이하마 도쿄 베이’는 1호점 보다 좀 더 진화된 모습이다. 가족 고객을 고려해 안면 인식 기능인 Keyless 시스템을 제외했지만 움직이는 쓰레기통 로봇을 로비에 배치하고 객실 내에는 타피아(Tapia)라는 컨시어지 인공지능 로봇이 있다. 고객과 대화하며 TV, 조명 등을 제어하고, 고객과 가위바위보 게임을 해주기도 한다. 한국에서 한참 광고에 열을 올리는 KT ‘기가 지니’ 기능과 구조가 흡사하다. 

헨나호텔을 들여다보니 단순히 로봇호텔이라는 특징만 보이는 게 아니다. 헨나 호텔은 7명의 종업원과 140대의 로봇이 한 팀으로 100개 객실을 운영한다. 놀랄 만큼의 인건비 절약형 호텔로 높은 가동률과 ADR을 보이는 주변 기존 호텔들이 ‘헉’ 하고 놀랄 정도로 공격성을 보인다. 청소인력과 청소서비스를 과감히 줄이고 대신 객실료를 1만엔 대로 낮춰 가족고객들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이 숨어있다. 1호점인 하우스텐보스도, 2호점인 마이하마 도쿄 베이도 주변 어트렉션을 지렛대로 시장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이 보인다. 결코 만만한 호텔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얼핏 보면 우스꽝스러운 이상한 호텔 ‘헨나호텔’은 소름 끼치는 야망의 산물이다. 헨나호텔의 탄생을 주도한 곳은 놀랍게도 우리 관광산업에서도 익숙한 일본 최대급 여행사 HIS다. 그것도 그 유명한 HIS의 창업자 사와다 히데오 회장이 직접 주도하여 HIS계열사인 HIS 호텔 홀딩스를 창립하고 ‘헨나호텔’의 사업계획을 실현에 옮겼다. 가용 노동인력이 줄어드는 일본의 현실과 높아져가는 로봇기술력을 활용하여 기존 호텔 운영의 고정비를 1/5에서 1/8까지 줄일 수 있다는 계산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 했다. 향후 사람의 손에 의해 제공되던 호텔의 서비스 중 90%를 로봇 서비스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표방한다.

호텔의 운영비용을 줄이는 기본 구조는 로봇만은 아니다. 광열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호텔의 건축설계를 비즈니스 모델로 상정하고 방사 패널의 사용이나 건물과 건물 사이의 통풍 구조를 구성해 에어컨 없이도 쾌적한 공간을 구현했다. 호텔 건물을 컨테이너 형으로 구축해 단기간 저비용으로 호텔건축이 가능한 방법들을 구현하여 신 개념 저비용 호텔을 완성했다. 호텔의 브랜드뿐만 아닌 호텔 운영과 건설의 노하우를 수익화 하겠다는 사업 목표를 명확히 하고 있다. 실제 일본의 국내 뿐 아니라 타이완, 중국 등에 진출계획을 진행하고 있고 5년 내 일본 국내외 호텔과 여관 등에 1,000건의 기술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투숙객의 안전 문제, 인적 서비스를 통한 고객 만족 등 기존의 호텔이 지향하던 방향 점이 일순간에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노동집약적인 서비스 산업인 호텔업이 이제 로봇에게 일자리를 내어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과 과연 이것이 옳은 방향인가 하는 혼란이 밀려든다. 

일본의 호텔 산업은 어느 시점부터 틀림없이 진화하고 있다. 아직 그 보폭이 넓지 않은 한국 호텔업과 비교하면 내심의 부러움을 감출 수 없게 된다. 사와다 히데오 회장은 ‘헨나호텔’의 헨(變)은 이상한 호텔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호텔의 의미이고 이러한 호텔 산업의 변화를 직접 이끌어 내겠다고 강조한다. 일본의 이상한 호텔인 ‘헨나호텔’은 4차 산업혁명이 일상으로 화제가 되는 지금 시대에 절대 이상한 호텔이 아니다. 그 움직임과 결과는 지켜볼 가치가 있다.
 
유경동
유가기획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