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도, 살아 있네!

2017-05-09     변윤석
 
대청도의 식당에서 옆 자리 해병장교들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백령도도 좋지만 대청도에 이외의 볼거리가 많아서 놀랐습니다.” 대한민국 인천에서 북서쪽으로 202km.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황해도에서 19km 떨어진 대한민국 땅 대청도. 그 매력이 궁금하다.
 

대청도 1박 2일 추천 코스
Day 1 | 옥죽동 해안사구→농여 해변 트레킹→수리봉 전망대 및 지두리 해변→모래울 해변
Day 2 | 대청도에서 인천으로 가는 배 시간에 맞춰 삼서 트레킹 코스
 
봄이 오지 않은 서풍받이는 거친 느낌이다
배를 보고 있으면 가끔 뱃사람들과 손 흔들며 인사할 기회가 있다
조각바위언덕 전망대 뒤, 여름이면 무성한 갈대가 자란다고
 
 
●걷는 재미보다 구경하는 재미

대청도에는 삼서 트레킹*이 있다. 삼각산-기름항아리-마당바위-서풍받이-정자각으로 이어지는 코스의 총 길이는 약 7km 정도. 소요시간 약 2시간.

코스에는 많은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비탈진 면에 있는 굵은 나뭇가지는 오랜 기간 사람들의 손잡이 역할을 해서 표면이 반들반들 하고, 바다를 볼 수 있는 전망대 근처의 나뭇가지에는 산악회에서 매단 끈들이 아직 안 나온 나뭇잎을 대신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대청도는 내륙보다 봄이 약 20일에서 30일 정도 늦게 온다. 때문에 봄이면 벚꽃 구경을 한 번 더 하고 싶은 사람들이 종종 이곳을 방문한다. 일반 벚나무보다 색이 더 짙은 산 벚나무가 많아 봄이면 산에, 길에 짙은 분홍색 꽃눈이 날린다. 

풍경을 보며 걷다 보니 도착한 하늘전망대. 삼서 트레킹 코스에 하늘전망대는 총 두 개, 짧은 코스에는 한 개만 있다. 대청도는 작은 섬치고는 지형이 울퉁불퉁하고 높은 편이다. 대청도에서 제일 높은 삼각산은 높이 343m로 옆에 있는, 전국에서 8번째로 큰 섬인 백령도의 업죽산184m보다 높다. 하늘전망대까지의 여정은 평소에 운동을 안 한 사람이라면 조금 힘들 수도 있다. 힘들게 헉헉거리며 하늘전망대에 도착하니 시원한 바람이 몸의 열기를 식혀 준다. 전망대 앞바다에는 대갑죽도가 있다. 모양은 사람이 입을 벌린 옆모습과 흡사하다. 하늘을 향해 어민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모습인 대갑죽도는 주민의 90%가 어민인 이곳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섬이라고 한다.

얼마나 걸었을까, 짧은 트레킹 코스의 반환점이자 대청도 최고의 경관을 자랑한다는 조각바위언덕 전망대에 도착했다. 전망대를 기준으로 오른쪽엔 서풍받이, 왼쪽엔 조각바위 언덕의 정상, 뒤로는 넓은 갈대밭과 둑바위 해안으로 이어지는 아담한 길이 있다. 카메라를 들고 뷰파인더로 이곳저곳 들여다봐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좋은 카메라도 눈에 보이는 것만큼 멋진 풍경을 담아내진 못했다. 눈으로 오래 보면 기억할 수 있을까, 그곳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짧은 코스는 갈대밭으로 난 길을 제외하고는 같은 길로 돌아온다. 다음 일정을 위해 출발지점에 도착하니 약 두 시간이 흐른 뒤였다.
 
*삼서 트레킹 | ‘삼각산’부터 ‘서풍받이’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라 앞 글자를 따서 ‘삼서’ 트레킹이라고 부른다.  
 
 
해안사구에 있는 모형 낙타 2마리
옥죽동 사구와 붙어 있는 소나무보호림
사구의 모래입자는 무척 부드럽다  

●사라지면 안 돼!

해안사구가 있는 마을 옥죽동은 북쪽에서 부는 세찬 바람을 맞는다고 북풍받이란 별명이 생겼다. 그곳에 있는 길이 1.6km, 폭 600m, 높이 80m의 해안사구도 바람에 의해 만들어졌다. 차를 타고 해안사구로 가는 길, 도로가에 줄지어 서 있는 큰 고무 통들이 인상적이다. 원래는 까나리 액젓을 담는 용도였던 통은 수시로 도로를 없애 버리는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세워 놓은 것이라고 한다. 통 안팎으로 까나리 액젓 대신 모래가 한가득이다.

고무 통들을 지나면 소나무들이 서 있고 갈 곳 잃은 모래들이 바람을 타고 방황하고 있다. 만약 옥죽동에 주민들이 살지 않았다면 해안사구의 크기는 지금보다 훨씬 컸을 것이다. 80년대, 해안사구를 형성하는 모래바람은 사람들의 골칫덩어리였다. 눈, 코, 입은 물론 집까지 들어와 같이 살자고 하는 모래들을 막기 위해 내놓은 대안은 소나무. 그렇게 하나 둘 심은 소나무가 이제는 엄청난 숲을 이루고 있다.

해안사구는 소나무들에 둘러싸여 있고 나무들을 지나면 넓은 모래밭이 펼쳐져 있다. 모래 입자가 매우 곱다. 사구 앞 옥죽포 해안과 농여 해안의 모래들이 바람에 의해 마르고 그중 가볍고 작은 것들이 이곳으로 옮겨 온 것이다. 부드럽게 발을 감싸는 모래사장에 오니 신발과 양말은 잠시 벗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의 장점은 직접 들어가 모래를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충남 태안의 신두리 사구와는 달리 옥죽동 사구는 아직 출입이 제한되어 있지 않다. ‘한국의 사하라’라는 별명도 모래 언덕을 직접 밟아 볼 수 있어서 생긴 별명이 아닐까? 진짜 사막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에 온다면 정말 사막 한가운데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사구는 줄어들고 있다. 무분별하게 심어 놓은 소나무가 모래바람의 이동을 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다가 사구가 줄어드니 다른 곳에서 모래를 퍼 와 사구를 지키자는 탁상행정 때문에 도리어 고운 모래만 있던 사구에는 유리병 등 바람에 실려 올 수 없는 것들까지 섞여 들게 되었다고. 아무것도 없는 모래밭 같지만 사구 안에는 조류 90종, 포유류 6종, 곤충 74종 등 약 174종의 생명이 살고 있다. 그런데 사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몇년, 몇십년 뒤에는 아예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한다. 시간과 함께 사라지고 있는 사구 한가운데 서서 이곳이 오래도록 곱게 남아있기를 바랐다.
 
농여 해안의 고목나무바위
모래울 해변 뒤의 소나무 길. 밑에 있는 의자가 ‘솔집’이다
대청도엔 깨끗한 자연만큼 싱싱한 해산물들이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여름에 다시 오고픈 모래울 해변
 
 

●물도 깨끗, 모래도 깨끗

대청도는 서해에 위치하고 있지만 모래 해안이 많다. 그중 몇은 해안을 따라 트레킹 코스를 개발하거나 해수욕장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지두리 해안과 모래울 해안(원래 이름은 ‘사탄 해안’. 사탄이라는 단어가 거북해 모래울로 바꿨다)은 해수욕장으로, 농여, 미아 해변은 트레킹 코스로 유명하다. 물 빠진 농여, 미아 해변의 모래 바닥은 꽤 딱딱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기 제격이다. 또한 아름다운 풍경과 자연이 만든 천연 예술작품들이 있어 보면서 걸으면 목적지에 금방 도착한다. 농여 해변에는 유명한 고목나무바위가 있다. 바위 표면에 마치 나무껍질처럼 세로줄이 나 있는데 크고 예사롭지 않은 주름이 한동안 바위를 바라보게 만든다. 바람과 파도가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든 예술작품이다. 반대편인 미아 해변엔 주름바위가 있다. 모래의 물결치는 모양이 바위에도 새겨져 붙인 이름이다. 모래에 있는 주름이 부러워 똑같이 흉내를 낸 듯한 바위. 부드럽고 울퉁불퉁한 표면 위에는 굴 껍질들이 바짝 마른 채 붙어 있다. 이외에도 섬바지, 기암괴석 등 중요한 지질학적 자원이 되는 자연경관들이 많다. 하지만 최근, 해안 주변에 군 시설을 확충하면서 이러한 것들이 나날이 훼손되고 있다고 한다.

지두리, 모래울 해안은 해수욕장으로 유명한데 ‘지두리’라는 이름은 옛날 디귿 모양 경첩(문을 여닫을 수 있게 문틀에 달아 고정하는 철물)의 방언이라고 한다. 해변의 모양이 꼭 디귿자처럼 생겨 그렇게 부른다고. 두 해수욕장 모두 군사 요충지여서 그런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주변이 깨끗하다. 해변에는 무료 샤워시설, 탈의실까지 있어 이용객을 배려한다. 1km 모래울 해수욕장 뒤로 예쁜 소나무 길이 있다. ‘솔집’이라는 소나무 사이에 있는 의자에 앉아 한동안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이곳에 며칠 더 있고 싶은 충동이 절로 들었다.  
 
▶패스트푸드점 없어도
이곳에 편의점은 2개, 패스트푸드점은 없다. 하지만 대청도엔 식도락 여행을 와도 될 만큼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이 있다. 섬 식도락에 역시 해산물이 빠질 수 없다. 성게가 듬뿍 들어간 성게 칼국수, 싱싱한 회덮밥, 삭히지 않은 홍어회, 제철을 맞은 꽃게 등 5월의 대청도는 눈과 함께 입도 즐겁다.
 
 
선진식당
가격: 성게 칼국수 1만원
주소: 인천 옹진군 대청면 대청로 7번길 4-19
전화: 032 836 3664
 
바다식당
가격: 회덮밥 9,000원
주소: 인천 옹진군 대청면 대청로 13 바다식당
전화: 032 836 2476
 
 
글·사진 변윤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