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열매,코코 드 메르가 있는 세이셸 프랄린 섬

2017-05-11     트래비
인도양의 섬나라에서 보낸 며칠②Praslin 프랄린
 
●이런 열매 보신 적 있나요

라디그를 출발한 페리는 약 15분 후 프랄린섬에 닻을 내렸다. 관광청 직원 주니아 주버트(Junia Joubet)씨와 그녀의 아들 가엘이 마중을 나왔다. 프랄린 태생의 그녀는 자신이 10살 때도 있었다는,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레스토랑부터 안내했다.
 
세이셸을 대표하는 맥주인 세이브루. 맛이 준수하다
프랄린의 해변 레스토랑에서 맛본 새우구이와 문어카레. 세이셸 음식에는 카레를 비롯해 우리에게
도 익숙한 향신료들이 많이 들어간다
 
 
섬 북서쪽의 앙스 라지오(Anse Lazio) 해변에 자리한 전망 좋은 식당이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 맥주로 목을 축였다. 세이셸에는 세이브루(Seybrew)와 에쿠(Eku)라는 이름의 두 가지 맥주가 있는데, 매번 일행의 선택을 받은 쪽은 세이브루였다.
 
에쿠보다 맛이 조금 더 진하다. 오늘의 메뉴인 문어카레를 비롯해 역시 카레와 코코넛밀크에 버무린 크랩, 갈릭버터를 곁들인 새우구이, 해산물파스타 등이 속속 테이블에 올랐다. 주버트씨는 문어카레가 너무 맵다며 연신 입술을 훔쳤지만 매운맛에 이력이 난 한국인에게는 만만했다.
 
크레올 음식은 우리에게도 잘 맞는다. 카레를 비롯해 고추, 후추, 생강, 마늘 등을 잘 쓰기 때문이다. 쌀을 주식으로 하며 생선 요리를 즐긴다는 점도 익숙하다. 빵나무(Breadfruit), 카사바, 고구마 등이 쌀을 대신하기도 하는데 특히 굽고, 튀기고, 찌고, 볶는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할 수 있는 빵나무 열매가 효자 식재료다. 빵나무를 먹으면 세이셸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생김새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열매로 일컬어지는 코코 드 메르
발레드 메이 국립공원에서 마주친 작은 도마뱀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발레 드 메이
 

앙스 수스 다정이 라디그를 찾는 목적이라면 프랄린이 준비한 최고의 흡인력은 발레 드 메이(Valee de Mai)다. 우리말로 풀면 5월의 계곡.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문화유산이자 국립공원인 발레 드 메이에는 6,000여 그루의 코코 드 메르(Coco de Mer, 바다의 코코넛) 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오직 세이셸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코코 드 메르는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열매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다. 믿기지 않지만 25kg에 육박한다.
 
모양 또한 범상치 않다. 수나무 열매는 남자의 바깥 생식기관을, 암나무 열매는 여자의 엉덩이를 닮았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열매’라는 별칭이 붙었다. 그렇다고 열매만 볼 일은 아니다.
 
1억5,000만년 전부터 존재했다는, 나무의 높이가 24~35m에 달하는 원시림의 위용이 대단하다. 숲의 최초 발견자인 영국의 고든 장군은 지상낙원 에덴동산이 바로 이곳이 아닐까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국립공원에는 코코 드 메르 이외에 6가지의 다른 야자수가 존재하며, 다양한 조류와 파충류도 발견할 수 있다.

발레 드 메이의 정상까지 다녀오려면 3시간 30분가량이 걸린다는데, 마헤로 돌아가는 배 시간을 맞추기 위해 중간쯤에서 산책을 마치고 출입구로 되돌아왔다. 아쉬움은 프랄린섬 선착장 매점에서 60세이셸루피(한화 약 5,000원)를 지불한 맥주 한 병으로 달랬다.
 
바닷길을 한 시간여 달려 마헤섬의 인터 아일랜드 부두(Inter Island Quay)에 도착하니 이날 아침 이미 안면을 튼 택시 기사가 대기 중이었다. 그의 이름은 말론 파나가리(Marlon Panagary). 아버지도, 형도 택시를 운전하는 이른바 교통 가족이다.
 
파나가리씨에 따르면 세이셸에는 개인택시밖에 없다. 저녁 8시 이후 버스가 끊겨 관광객 입장에서 택시는 마헤섬에서 가장 유용하고 실질적인 교통수단이다. 참고로 마헤에는 단 3개의 신호등이 설치돼 있다. 실적과 평판이 좋은 개인택시 기사 중에는 파나가리씨처럼 관광청과 계약을 맺고 일하는 이도 있다. 부지런하고 해박한 그는 마헤섬에 체류하는 동안 우리 일행의 성실한 눈과 귀가 되어 주었다. 덕분에 짧은 기간이었지만 세이셸의 속살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었다.
 
 
프랄린을 찾는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인 앙스라지오 해변
 

지난해 세이셸을 방문한 사람은 약 30만명이다. 그중 한국인은 1,900여 명. 신혼여행지로 서서히 부상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까지는 유럽인들이 방문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그중에는 영국의 윌리엄 왕세손과 데이비드 베컴 부부 같은 화제의 인물들도 있다.
 
베컴 부부는 파나가리씨와도 인연이 있다. 3년 전 결혼한 그의 아내가 여행사에 근무할 당시 베컴 부부의 예약을 맡아서 처리한 적이 있다.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해 매번 성(姓)을 바꿔 리조트 등을 예약했다고 한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파나가리씨의 조국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은 은근하면서도 명확했다.
 
“언젠가 모리셔스가 최고의 여행지라는 광고를 본 적이 있어요. 이런 말이 좀 그렇지만 세이셸 해변이 한 수 위죠. 프라이버시 보장만 해도 차이가 납니다. 세이셸의 인구는 고작 9만3,000여 명인데, 모리셔스는 400만명이나 되거든요.”
 
글·사진 Travie writer 노중훈   에디터 천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