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 푸나카, 조용히 그러나 곧게

2017-07-11     차민경
푸나카 Punakha
 
분지인 푸나카는 푸근한 기온이 감도는 온화한 땅이었다. 널찍히 흐르는 강을 끼고서 길은 이쪽저쪽으로 둥글게 휘어졌다. 팀푸 이전 옛 수도였던 푸나카는 예전의 명성을 드러내 자랑하지는 않았지만,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법했다.
 
푸나카종과 어머니강. 푸나카종은 부탄 내 20여 개 종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종으로 꼽힌다
 
활쏘기를 즐기는부탄 사람들. 정적 가운데서 활이 날아가고 점수판이 넘어간다
푸나카종의 다리를 건너가는 노승의 뒷모습 
 
●삽화인 듯, 푸나카는 아름다워

이것은 엽서가 아니지만, 혹 푸나카종(Punakha Dzong)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엽서로 보내도 좋다. 어머니강(모추·Mo Chhu)과 아버지강(포추·Pho Chhu)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잡은 푸나카종은 부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종으로 손꼽힌다. 현재 부탄의 국왕 부부가 2011년 결혼식을 올린 장소이기도 하다. 1955년 팀푸로 수도가 옮겨지기 전까지 부탄의 수도였던 곳이 푸나카로, 덕분에 종 또한 크고 화려하게 만들어졌다. 부탄을 건국한 샵뚱 나왕 남갤의 등신불이 모셔져 있는 곳이기도 한데, 개방되진 않는다. 

푸나카종을 지을 당시, 샵뚱이 지어놓은 종을 파괴했던 푸나카의 신, 나가를 위한 사당도 찾을 수 있다. 여자의 상반신과 뱀의 하반신을 한 나가는 샵뚱이 허락 없이 건물을 짓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몇 번이나 만들어진 건물을 부쉈다고. 협상 끝에 사당을 만들어 그녀의 공간을 마련해 줬다는 것이다. 사당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았지만, 나가의 존재감은 컸다. 초상화를 보고서는 무서워 눈을 돌리고 말았다니까. 그러고 보면 거대한 종이 만들어지기엔 위험한 위치다. 양쪽으로 강이 흐르는 삼각지일 뿐만 아니라 아래로는 지하수가 흐른단다. 샵뚱과     나가의 극적 타결은 역사적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푸나카는 여유로운 사람에게 여유로운 풍경을 내어 준다. 숨겨진 나가의 사당을 보는 것도, 수행자의 조용한 발걸음을 바라볼 수 있는 것도 바삐 움직이지 않을 때라야 가능하다. 푸나카종의 바로 옆 공터에서는 활쏘기가 한창이다. 부탄의 국기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스포츠란다. 동네 사람들은 물론이고 푸나카의 승려들도 높은 삼나무 밑에 나란히 앉아 활쏘기를 관전한다. 마주보게 설계된 경기장은 각 팀이 한 세트씩 화살을 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오색으로 꾸민 경기복을 입은 선수들은 설렁설렁 잡담을 하다가도 활시위를 당길 때만큼은 진지하다. 궤적도 보이지 않는 화살은 쉭 하는 소리와 함께 140m 너머의 건너편 과녁에 꽂힌다. 과녁은 동그라미 하나. 그 밖으로 화살이 떨어지면 들썩들썩 춤을 추며 놀리는 상대팀의 조롱을 견뎌야 한다. 축구장만큼 넓은 평지에 듬성듬성 앉아 관전하는 경기라 그런 것인지, 스포츠 경기장에서 흔히 보는 열기는 찾을 수 없다. 궤적을 찾아 움직이는 눈동자와 활시위를 당기는 선수를 바라보는 고요한 응원의 눈빛뿐. 홀랑홀랑 넘어가는 점수판만 혼자 긴장의 연속이다.
 
남근을 형상화한 기념품과 벽화가 한 가득인 치미마을. 벽화는 황당하고 우스울 정도로 노골적이다
대나무를 엮어 만든 지게에 비료를 담고 논밭을 지나는 아낙들
 
●생을 잇는 사람들

푸나카에 들어서면 건물 외벽에 그려진 그림에 놀랄 수 있다. 남근을 사방팔방 크고 작게 그려 놓은 건물이 많기 때문이다. 치미마을은 푸나카의 남근 숭배 배경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치미마을에 들어서면 눈을 크게 떠야, 아니 눈을 둘 곳이 없다. 외벽 한가득 적나라한 남근 벽화가 빽빽하고 주렁주렁 남근 조각을 기념품으로 팔고 있다. 

전해지는 설화는 기괴하다. 15세기 하룻밤 잠자리로 설법을 했다는 둑파퀸리(Drukpa Kunley)라는 스님이 이 마을에 당도해 마을의 사람들을 괴롭히던 미친개를 잡아 사원을 만들어 봉인하고 마을에 자리를 잡았다. 둑파퀸리는 입적하면서 자신의 성기를 잘라 후대에 남기게 했고, 이 성기는 나무로 봉인돼 지금까지 전해진다. 하룻밤이 설법의 방식이자, 무려 5,000여 명의 여성과 잠자리를 했다던 둑파퀸리의 대단한(?) 정력은 다산의 의미로 이어져 남근을 숭배하는 모습으로 남은 것이다. 

치미라캉(Chimi Lhakhang)에서는 지금도 둑파퀸리가 남긴 남근을 볼 수 있다. 나무로 봉인된 남근은 크고 단단하다. 아이가 없는 사람이 치미라캉에서 둑파퀸리의 남근을 머리에 대고, 상반신만 한 나무 남근상을 들고 사원을 세 바퀴를 돌면 아이를 얻을 수 있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실제 효험도 있단다. 아이가 안 생겨 고민하던 부부에게 아이가 생기거나, 스님에게 제자가 생겼다는 이야기다. 효험을 본 사람들은 다시 치미라캉을 찾아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고. 

마을 주민들은 남사스러운 벽화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다. 관광 또한 중요한 수입원이긴 하지만, 농사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마을 양옆으로 펼쳐진 논을 일구느라 하루 종일 바쁘다. 모계 사회라는 부탄은 남성보다 여성의 바깥 노동이 많다. 그래서 상속에 있어서도 딸의 비중이 높고, 한 여자가 여러 남자와 결혼하는 일처다부제도 여전히 찾아볼 수 있단다. 이런 줄 알았더라면 이번 생 윤회를 결정할 때 부탄을 고려했을 것을. 그러나 사는 것이 이곳이라고 다르랴. 이들에게도 노동은 고달프다. 치미마을의 아낙들은 대나무로 엮은 몸통만 한 바구니에 비료를 꾹꾹 눌러 담아 줄을 지어 성큼성큼 대지로 나간다. 뙤약볕에 그늘 한 조각 없는 길을 몇 번이고 왕복한다. 멀리 선 외지인의 코끝에도 비료 냄새가 찡하다. 
 
푸나카종으로 건너가는 다리
 

▶travel  info
 
 
ACTIVITY
푸나카 래프팅

푸나카에는 어머니강으로 불리는 모추와, 아버지강으로 불리는 포추가 흐른다. 모추는 보다 부드럽고 잔잔하며, 포추는 상대적으로 역동적인 것이 특징이다. 두 강에서는 각각 래프팅을 즐길 수 있다. 모추에서의 래프팅은 약 45분 내외로, 잔잔한 덕분에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고 강 한가운데 솟은 모래 언덕에서 잠시 쉬기도 한다. 
 
 
ACCOMMODATION
메리 푸엔섬 리조트(Meri Punensum Resort)
푸나카에 자리한 리조트로, 언덕에 위치해 고지대의 트인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시설 자체는 다소 아쉬운 점이 남지만 너그러이 보면 크게 마음 쓰이지 않는 정도다. 개인적으로 필요한 비품은 미리 챙겨 가는 것을 추천한다. 
주소: Post Box Number: 135 Woolakha, Punakha Bhutan
홈페이지: meripuensum.bt
전화: +975 2 584237
 
 
글 차민경 기자  사진 정태겸  취재협조 부탄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