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꿈, 대한민국 은하수 기행

2017-08-02     트래비
별이 가득한 밤하늘 아래 서 있으면 어느새 우주 안에서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신화에 나온 이야기를 기억해 내려 애쓰게 된다. 별은 오랜 세월 바닷사람들에겐 길잡이었고, 신화의 등장인물이 되어 이야기를 풀어 가는 소재가 되기도 했다. 그동안 직접 다녀 본 우리나라의 은하수 명소들을 소개한다. 


*은하수 | 우리말로는 ‘미리내’, 영어로는 헤라(헤라클레스의 어머니, 제우스의 아내)의 젖줄기라는 뜻에서 밀키웨이(Milky Way)라고 부른다. 과학적으로 은하수는 우리 은하계의 단면이다. 태양계는 우리 은하계의 중심에서 3만 광년 떨어진 외곽인데, 봄부터 가을까지 볼 수 있는 남쪽의 전갈자리, 궁수자리 방향이 우리 은하계의 중심 방향이다. 
 
 
충북 보은 마로면 원정리
은하수를 찍을 수 있는 곳 중 접근성이 좋기로 손에 꼽히는 곳이 원정리다. 이곳의 주요 피사체는 논 한가운데 자리한 느티나무다. 긴 세월 마을의 수호신으로 자리했을 느티나무를 배경으로 은하수를 찍을 수도 있지만 이곳은 일출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5월 말에 모내기가 시작되면?무논에 비친 나무의 반영과 은하수 파노라마가 극적으로 보인다. 
 
 
경상남도 합천 황매산
5월의 황매산해발 1,108m은 사진가들로 붐빈다. 정상에 철쭉 밭이 있기 때문. 해발 800m 지점에 오토캠핑장이 있어 차로 올라갈 수도 있다. 또한 은하수와 함께 찍기 좋은 아름다운 피사체들이 여럿 있는데 가장 인기 있는 것이 너른 황매평전 위에 우뚝 서 있는 황매산성이다. 산성터가 2개인데, 모산재에 있는 산성터 보다는 영화촬영을 위해 세트장으로 만든 산성이 촬영에서는 더 인기가 있다. 철쭉이 피는 5월이라면 꽃과 함께 은하수를 담아 보자. 
 
 
경기도 양평 벗고개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고, 장소가 넓어서 사진 동호회들이 단체 출사를 많이 하는 곳이다. 벗고개에서 가장 많이 찍게 되는 사진은 터널 안 은하수 풍경이다. 차들이 통행하는 길이지만 밤에는 거의 통행이 없어서 한적하다. 도로와 맞닿은 길 위로 뜬 은하수를 담고 싶다면 가볼만한 곳이다. 
 
 
전남 보성다원
보성에 있는 대한다원은 봄이면 녹차 밭을 타고 흐르는 운해와 일출을 함께 찍을 수 있는 곳이다. 다원은 원래 밤에 출입이 통제되는 곳이라 그 안에서 별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지난봄에 좋은 기회가 생겨 녹차밭의 은하수를 담을 수 있었다. 
 
 
강원도 화천군 조경철 천문대
광덕산에 위치한 이 천문대는 ‘아폴로박사’라는 별칭으로 더 친근한 천문학자 조경철 박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14년 화천군이 건립했다. 주차장에서 바로 별을 감상할 수 있어 별을 관측하거나 촬영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다. 가족들과 함께 천문대 견학도 하고 밤하늘의 별 구경도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추천한다. 정규 운영시간은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다. 
 
 
전북 무주 덕유산
덕유산해발 1,614m은 ‘덕이 많은 너그러운 모산’이라 해서 덕유라는 이름이 붙었다. 무주 리조트의 곤돌라를 이용해 설천봉까지 이동할 수 있고, 이곳에서 향적봉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의 산행만 하면 된다. 향적봉 대피소를 미리 예약해 두고 곤돌라 운행 시간 안에 숙소에 도착하면 되므로, 무거운 장비를 메고 힘든 산행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크다. 또 봉수대가 있어서 심심하지 않은 은하수 파노라마를 찍을 수 있다. 
 
 
강원도 강릉시 안반데기 
고루포기산 능선에 자리 잡고 있는 안반데기해발 1,100m 마을은 한국 최대의 고랭지?배추 산지다. 안반덕은 원래 떡을 치는 도구를 일컫는 강원도 사투리인데, 이곳의 땅 모양이 우묵하게 들어가 있어서 안반데기로 불리게 되었다. 1967년 화전민이 들어와 척박한 땅을 개간했고, 감자나 채소를 심기 시작하면서 마을이 형성됐다. 강원도 고지대는 강풍이 불어서 풍력 발전기를 설치한 곳이 많은데, 이 풍력 발전기와 구릉이 은하수 촬영에 있어 좋은 배경이 되어 준다. 특히 7월이 되면 알이 굵어진 배추가 중요한 피사체가 되어 주기도 한다. 누각으로 지어진 멍에 전망대도 은하수와 함께 담기 좋다. 
 
 
강원도 정선군 함백산
함백산해발 1,572m은 강원도 정선과 태백 사이에 솟아 있는 비교적 높은 산이지만 중턱까지 차로 접근 할 수 있다. 철쭉과 일출지로도 각광을 받는 곳인데, 남쪽으로는 태백산이 웅장하게 산 그리메를 펼치고 있어서 그 풍광이 가히 선계라 칭할 만큼 아름답다. 함백산의 주요 피사체는 산 정상에 있는 봉수대다. 봉수대 위로 솟아오른 은하수가 잘 어우러진다. 길가에 차를 주차하고 임도를 따라 30분 정도 등산하면 닿을 수 있는 함백산 정상은 한여름에도 추울 수 있으니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은하수를 만나는 방법
 
은하수를 봐야 은하수를 찍지 
봄, 가을이 은하수를 관측하기 좋은 때다. 은하수가 잘 보이는 장소는 광해가 없고 습도가 높지 않은 곳이다. 구름이 없는 맑은 날을 골라야 하는 것은 물론, 달의 크기와 함께 달이 지는 시간도 참고해야 할 중요 사항이다. 음력으로 초승달이 뜨는 월초와 달이 지는 월말이 은하수를 찍기에 유리하다. 은하수가 뜨는 시간에 달이 져서 없다면 달의 영향을 받지 않고 은하수를 찍을 수 있다. 여름에는 습도가 높아서 관측이 어려워지지만 가을이 되면 다시 적기가 돌아온다. 겨울철엔 희미해서 육안으로는 관측 자체가 어렵다. 

은하수의 시간은 따로 있다 
한국에서 첫 은하수를 찍을 수 있는 시기는 3월이다. 은하수를 촬영할 때 사진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궁수자리와 전갈자리 사이에 있는 암흑대인데, 이 암흑대가 뜨는 시간이 사진가들에겐 곧 은하수가 뜨는 시간이 된다. 3월에는 새벽 4시 경에 동남쪽 하늘에서 은하수를 발견할 수가 있다. 하지만 한 시간 뒤면 여명이 시작되기 때문에 은하수가 희미해져 버린다. 그래서 3월에는 은하수를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 지구는 자전을 통해 한 시간에 15도씩 이동하기 때문에 은하수가 뜨는 시간은 한 달에 2시간씩 빨라지게 된다. 4월이 되면 2시경에 전갈자리의 암흑대가 떠오른다. 같은 이치로 5월에는 12시경에 은하수를 볼 수 있다. 
 
글·사진 송주희
 
*무수한 은하수를 담아 낸 송주희씨는 여행사진 작가. 우연히 밤하늘에 빛나는 별의 매력에 빠진 이후, 지난 3년 간 여름 시즌이 되면 낮과 밤이 바뀌어 버릴 정도로 대한민국의 은하수를 쫓아다녔다. 해외 여행지의 기준도 별이 잘 보이는, 광공해가 없는 지역이 최우선이다. 그렇다보니 몽골이나 키르기스스탄 같은 오지를 주로 여행하고 있다.   
 sygu3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