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아의 노르웨이, 오만 무산담 반도

2017-09-05     트래비
Oman Musandam Peninsula
중동 지역에 피오르(Fjord)가 있다는 말은 금시초문이었다. 
두바이에서 단 몇 시간만 차로 달리면 볼 수 있다고 하니 직접 확인해 보자. 
 
 
오만으로 국경을 넘기 전 눈길을 끄는 아랍에미리트 선전물들
사막은 온데 간데없고 황량한 암벽산과 모스크가 풍경을 압도한다
 

아랍에미리트에 오만이 있는 이유?
아랍 지역은 17~18세기 유럽 열강간의 세력다툼에 휘말렸다가 20세기에 이르러 완전한 독립을 이루었다. 7개의 토후국들이 모여 결성된 아랍에미리트. 이 지역을 하나의 나라로 만들어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영국의 의도와는 달리 일부 지역은 다른 나라로의 복속을 원했다. 무산담의 경우는 각 지역별 토후국간의 정치적,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얽힌 신경전 끝에 오만이 얻어 낸 결과물이다. 

●사막 너머 피오르를 닮은 풍경 

무산담 반도(Musandam Peninsula)라는 생소한 이름과 마주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두바이의 호텔 로비에서 무심코 여행상품이 소개된 팸플릿을 보게 되었다. 그중 이웃나라 오만으로 가는 무산담 반도 투어가 눈길을 끌었다. 부랴부랴 검색해 보니 무산담은 아랍에미리트의 북동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반도였다. 마치 페르시아만(Persian Gulf)을 막아버리겠다는 듯, 이란 쪽으로 삐져나온 반도가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오만에 속한 영토지만, 정작 오만 본토와는 뚝 떨어져 마치 아랍에미리트 내에 섬처럼 위치하고 있었다. 무산담뿐이 아니었다. 무산담에서 오만으로 이르는 지역에는 마드하(Madha)라는 오만 영토 역시 섬처럼 존재했다. 이들 지역이 어떠한 연유로 이렇게 자리 잡고 있는지가 문득 궁금해졌다. 

다음날 아침, 숙소 주변을 지나는 E611번 고속도로를 타고 오만 국경으로 차를 몰았다. 잘 정비된 고속도로 덕분에 아랍에미리트의 주요 도시 중 하나인 라스 알 카이마(Ras Al-Khaimah)까지는 금방이었다. 국경에 가까워지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도로에는 승용차보다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화물트럭들이 많아졌고, 무엇보다 온통 사막뿐이던 풍경에 변화가 생겼다. 거친 산악 지형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마침내 도착한 아랍에미리트-오만 국경. 붐비는 것도 아니건만 국경 통과는 시간을 꽤나 잡아먹는 절차였다. 우선 아랍에미리트 측 사무소를 통과해 출국을 한 상태로 중립 지대에서 필요한 절차를 마친 후 다시 오만 측의 입국 심사를 받아야 했다. 이때, 오만 영토에서 필요한 차량 보험을 가입해야 했는데, 체류 기간에 관계없이 최소 보험 기간이 일주일이었다. 고작 반나절의 여정을 계획한지라 금액을 떠나 억울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뭐든 남들과 다른 것을 하려면 대가가 필요한 법. 자유를 누리려면 이 정도쯤은 감수하기로 했다. 

모든 절차를 마치고 마침내 오만 영토에 들어섰다. 무산담 반도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하사브(Khasab)로 향했다. 길을 잃을 걱정은 없었다. 험한 지형이라 길은 해안을 따라 만들어진 것 단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편하게 차를 타고 무산담으로 향할 수 있게 된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라고 했다. 이전에는 오직 배편으로 바다를 통해서만 다닐 수 있었다. 도로가 생기면서 아랍에미리트로부터의 접근이 쉬워졌고, 덕분에 무산담은 두바이 사람들에게 인기 주말 여행지로 부상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산들이 병풍마냥 서 있는 해안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니 묘한 기시감이 느껴졌다. 아이슬란드에서 해안 도로를 달렸던 기억이었다. 깊은 피오르를 따라 끊임없이 굴곡진 바로 그 해안도로의 모습이었다. 과연 ‘아라비아의 노르웨이’라 불릴 만했다. 시각적으로는 신기하리만큼 비슷하지만 사실 형성된 원인은 완전히 다르다. 북유럽의 피오르가 빙하가 깎아 낸 침식 지형인 반면, 이곳은 지각운동, 즉 아라비아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해 생긴 지층의 융기 현상으로 만들어진 지형이다. 과연 드러난 절벽 면에는 지층의 라인이 그대로 살아있다. 가까이 다가가 손으로 건드리면 화석이 우수수 쏟아져 나올 것만 같다.   
 
지층이 드러난 절벽과 만난 해변이 노을에 젖어들고 있다
아랍 스타일의 하사브 요새

●몰라서 좋았던, 알았다면 더 좋았을 

국경에서 1시간 정도의 운전 끝에 마침내 무산담 반도의 끄트머리인 하사브에 도착했다. 오늘날 하사브는 휴양지로 기능하고 있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지정학적 이점 때문에 무역과 보급지로서의 역할이 컸다. 17세기 초 해군력이 강했던 포르투갈은 물과 식량을 보급하는 중계 기지가 필요했는데, 이때 만들어진 곳이 바로 하사브다. 오늘날에도 지리적으로 이란과 가까이 마주하고 있어서 밀수를 포함한 무역이 성행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었다. 멋진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정작 ‘할 것’이 없었던 것이다. 중심 도시라 했기에 활기찬 분위기를 떠올리며 왔건만, 시즌이 아니어서인지 거리는 침묵에 잠겨 있었다. 그나마 찾아낸 여행사는 문을 닫은 상태였다. 그냥 와도 뭔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완전 오판이었다! 

원래 무산담 반도의 대표적인 여흥은 뱃놀이다. 바다로 떨어지는 해안의 석회암 절벽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배를 타고 나가 바다 쪽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스노클링과 다이빙으로도 인기가 높다. 잘 보존된 산호와 쥐가오리, 리프 상어 등 다양한 어종이 삭막해 보이는 지형의 푸른 바다 속에 은밀히 숨겨져 있기 때문. 특히, 전 세계에 알려진 80여 종의 돌고래 중 20여 종이 이 지역에 나타난다니 놀랍기만 하다. 알면 알수록 사전에 좀 더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했던 것이 한탄스러울 따름이었다. 그저 이곳에 다시 오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밖에.

당일치기 ‘깜짝 투어’는 여기까지였다. 어두워지기 전에 국경을 넘기 위해 두바이로의 ‘귀경길’을 서둘렀다. 불확실성이 드리워진 국경 통과는 은근히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아가는 길에서는 올 때 놓쳤던 풍경들이 또다시 우리의 발걸음을 잡았다. 마음은 바빴지만 도저히 차를 세우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 그중에서도 어느 이름 모를 해변에서 맞이한 아라비아 반도의 석양은 기대하지 않았던 무산담의 마지막 선물이었다.  
 

TIP
 
● Immigration | 자동차로 국경을 넘으려면 사전에 렌터카 회사에서 허가증을 받아서 국경 검문소에 제출해야 한다. 또한, 오만에서는 차량보험이 의무적인데, 국경에서 가입하면 된다. 단, 몇 시간만 머물더라도 최소 가입기간은 일주일이다.  

● Currency | 무산담은 오만 영토이지만 아랍에미리트 화폐인 디르함AED을 그대로 쓸 수 있다. 

● Activity | 하사브는 스쿠버다이빙, 스노클링, 뱃놀이 등의 액티비티가 발달한 곳이므로 사전에 알아보고 간다면 알찬 여정을 즐길 수 있다.

● Rent-a-Car | 식스트 렌터카Sixt Rent-a-car를 이용했다. 독일의 메이저 렌터카 업체로 가격대비 차량의 상태가 좋다. 두바이 공항 터미널에서도 차량 인수하는 곳의 위치가 편리하다. 예약할 때 국경을 넘을 계획이 있다고 알려 두면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준다. 
 
 
글·사진 Traviest 유호상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을 쓴 트래비스트 유호상은 두바이 여행 중에 우연히 무산담 반도라는 곳을 발견하고 렌터카 몰고 국경을 너머 여행을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