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 가을로의 초대

2017-10-12     방창숙
부스스 눈을 뜨고 테라스에서 내려다본 뒷마당은 어느새 가을 파티가 열려 있었다. 헤어짐을 앞두고 마지막 격정을 불태우듯, 찬찬히 오래 들여다보아야겠다. 익어 가고 사라져 가는 소중한 내 사랑의 시간들을.   
 

서울 인왕산 자락, 아파트 테라스에서 내려다본 가을 

뒤에야 

고요히 앉아 본 뒤에야 
평상시의 마음이 경박했음을 알았네. 
침묵을 지킨 뒤에야 
지난날의 언어가 소란스러웠음을 알았네.
일을 돌아본 뒤에야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냈음을 알았네.              
문을 닫아 건 뒤에야 
앞서의 사귐이 지나쳤음을 알았네.
욕심을 줄인 뒤에야 
이전의 잘못이 많았음을 알았네.
마음을 쏟은 뒤에야 
평소에 마음씀이 각박했음을 알았네.
 
-진계유
*진계유(陳繼儒) | 중국 명나라의 문인. 1558~1639년
 
 
가을은 나를 비워 내는 계절이다. 상암동 월드컵공원의 산책길.       
 
 
 
춤추는 가을 랩소디
카메라를 사고 처음 맞이했던 가을, 마음이 마냥 들떴다. 집에서 멀지 않은 월드컵공원에는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고 파란 가을하늘과 황금색 나뭇잎이 랩소디를 연주하고 있었다.
 
 
단풍이 전하는 가을엽서
단풍으로 유명한 교토의 난젠지로 들어서니 알록달록하게 치장한 단풍나무들이 인파에 둘러싸여 있었다. 가지런하게 놓인 돌멩이들 위로 떨어진 나뭇잎 하나가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떨어질 때를 기다렸다는 듯 후드득 내려앉았을 나뭇잎. 홀로 남은 그 나무 잎새는 모든 관계 속에서 비로소 자유로워졌을 것이다.
 
그녀의 가을
떠나고 싶을 때 훌쩍 떠나자. 무르익는 가을, 두 손 벌려 당신의 가을하늘을 가득 안아 보자. 인천대공원. 
 
낭만 다람쥐
다람쥐야~ 너도 가을 단풍이 예쁜 거니? 홍천 은행나무 숲에서. 
 
 
기쁜 우리 젊은 날은 해피엔딩이기를
가을이 오면 커플사진을 위해 모여든 연인들로 남이섬이 분주하다. 대학시절엔 통기타를 둘러맨 채 경춘선을 타고 MT를 떠났던 장소였지만, 지금은 외국인 관광객, 연인과 가족이 대부분이다. 그 무리 속에서 환한 미소가 아름다웠던 연인의 뒷모습을 살짝 담았다. 그리고 축복했다. 마음껏, 아낌없이 사랑하기를.
 
 
내려앉은 가을
초가지붕과 장독대로 모여든 낙엽이 가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여름동안 무성했던 남이섬의 녹음이 잔잔하게 내려앉은 듯했다. 때가 되면 스러질 줄 아는 몸가짐이 고아하다.
 
 
오늘은 감 따는 날
충남 당진의 왜목마을로 들어서자 주렁주렁 달린 홍시가 가을의 절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홍시 맛이 궁금하기도 하고 호기심도 발동하여 아저씨 뒤에서 불쑥 말을 붙였다. 속내를 안다는 듯 그는 “한 개 드셔 봐요”라며 감 한 개를 건넸다. 정이 담겨진 홍시라서 그랬을까? 달콤함이 오래도록 남았다. 
 
 
글·사진 방창숙  에디터 트래비 

*방창숙씨는 여행과 일상의 희로애락을 렌즈 속에 담고 있다. 훗날 딸에게 엄마의 이야기를 담은 사진집을 남겨 주는 것이 소망이다. changsuk.b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