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담은 캐나다 알버타

2017-12-07     고서령
그림 그리는 사람, 사진 찍는 사람, 글 쓰는 사람. 
이렇게 셋이서 캐나다의 대자연을 대표하는 알버타를 여행했다. 
특별한 추억으로 가득한 알버타를 그리워하며,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글을 썼다.
 
7,500만년 전 퇴적물이 쌓인 지층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배드랜드의 지형
티라노사우루스의 뼈가 검게 산화된 ‘블랙뷰티(Black Beauty)’. 로열 티렐 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화석이다
 
로얄 티렐 박물관은 제대로 둘러보려면 이틀이 필요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드럼헬러 Drumheller
1 hour 30 min. 
drive from Calgary to Drumheller

7,000만년 전의 세계를 마주하다
로열 티렐 박물관
 
하늘은 색종이처럼 파랗고 햇살은 벽난로처럼 포근한 날이었다. 설레는 여행의 시작. 한껏 신이 난 우리는 악동뮤지션의 노래 ‘다이노소어(Dinosaur)’를 크게 따라 부르며 캘거리(Calgary)에서 드럼헬러(Drumheller)로 차를 달렸다. 그 가사엔 은유적인 의미가 많다지만 그날 우리에겐 “다이노소어!”라고 외치는 후렴 구절만이 중요했다. 말 그대로 ‘공룡’을 보러 가는 길이었으니까.

캐나다 알버타주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공룡주립공원(Dinosaur Provincial Park)이 있을 정도로 공룡 화석이 많다. 특히 중생대* 백악기* 화석의 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수평선처럼 이어지는 지평선을 1시간여 달려 드럼헬러에 가까워지자 불쑥 이색적인 풍경이 나타났다. 겹겹이 쌓인 지층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언덕들이 모여 협곡을 이루고 있었다. 꼭 모노톤의 무지개떡이 뭉텅뭉텅 놓여 있는 것 같았다. 드럼헬러 주변으로 이러한 지형이 걸쳐 있는 곳을 ‘배드랜드(Badlands)’라고 부르는데, 유럽의 탐험가들이 처음 말과 마차를 타고 이곳에 왔을 때 협곡을 건너가느라 엄청난 고생을 해 그렇게 이름 붙였단다. 하지만 방대한 양의 화석과 석탄자원이 묻혀 있는 곳이니 지금에 와선 배드랜드보단 굿랜드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드럼헬러 로열 티렐 박물관(Royal Tyrrell Museum)에 가면 지금까지 알버타에서 발굴된 주요 공룡 화석들을 직접 볼 수 있다. 경이로울 정도로 완벽히 보존된 거대한 공룡 뼈부터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고대 곤충까지, 웬만한 것은 다 7,000만년 전 혹은 그보다 전의 것이다. 7,000만년이라니, 그 어마어마한 시간의 길이가 감히 가늠되지 않았다. 사람이 한 번의 생 동안 매번 100살까지 살고 다시 태어난다고 가정해도 70만 번을 태어나고 죽었을 시간이다. 그렇게라도 애써 생각해 보지만, 실은 70만이라는 숫자조차 잘 와 닿지 않는다.

지금의 배드랜드는 나무 한 그루 제대로 자랄 수 없을 정도로 메마른 땅이지만, 7,000만년 전 이곳은 기후가 아마존처럼 덥고 습했고, 바다가 있었고 큰 강이 흘렀고 야자나무와 양치식물이 가득했었다고 한다. 그 시절 여기에 살았던 거대한 공룡들이 죽어 층층이 퇴적물로 쌓이고, 바위가 되고 화석이 되어 지금 이렇게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오늘, 그 시절엔 존재하지 않았던 인간들이 박물관에 와서 7,000만년 전의 공룡 화석을 신기한 눈으로 관람하고 있다. 이 어마어마한 지구의 시간 중에서 내가 살아 있는 시간은 얼마나 짧은 것인지, 그래서 그 시간이 얼마나 특별하고 소중한 것인지, 문득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로열 티렐 박물관의 전시품들을 하나하나 다 보려면 이틀은 족히 걸릴 정도로 그 규모가 크다. 박물관 에듀케이터와 함께 1시간 동안 가볍게 트레킹하며 배드랜드의 지형과 고생물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는 투어 프로그램도 있다. 화석이 많이 남아 있는 곳으로 나가 직접 화석 발굴을 체험해 보는 프로그램은 어린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다.
 
*중생대│46억년 전 지구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지질시대는 하데스, 선캄브리아대,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5가지로 구분된다. 그중 공룡은 중생대에 등장해 살아갔다.

*백악기│중생대는 다시 트라이아스기, 쥐라기, 백악기로 나뉜다. 가장 강한 육식공룡으로 알려진 티라노사우루스는 백악기 후기에 생존했다.
 
로열 티렐 박물관
주소: 1500 N Dinosaur Trail, Drumheller, Alberta, Canada
입장료│성인 1인 기준, 18CAD
프로그램│Seven Wonders of the Badlands 투어, 1인당 5CAD
홈페이지: tyrrellmuseum.com 
 

Drumheller Badlands
죽음의 땅.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지난 오랜 시간의 이야기들을 천연색의 지층으로 숨김없이 보여 주는 그곳은 현재 우리에게는 생명의 땅이다. 또한 남녀노소 발길 닿는 누구에게는 상상 속 공룡과 조우하게 해 주는 아찔하도록 고결한 환상의 땅이다. 
 
광부들이 살았던 집. 한 사람이 살기에도 작은 단칸방에 한 가족이 살았다고 한다
방문객들은 이 헬멧을 쓰고 직접 탄광의 지하 갱도로 들어가 보는 체험을 한다
지하 갱도로 이어지는 나무 터널
 
남아 있는 것들의 온기
아틀라스 콜 마인 히스토릭 사이트
 
배드랜드가 그 이름과 달리 부귀영화를 누리던 시절이 있었다. 석탄이 가장 주요한 연료로 사용되던 1950년대 전후. 북미대륙을 통틀어 가장 석탄 매장량이 높은(약 6,000만 톤) 배드랜드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 지역에만 총 139개의 탄광이 개발됐고, 각 탄광마다 200~300명의 광부들이 일을 했다. 이후 석유와 가스가 개발됨에 따라, 세상의 모든 탄광도시가 그렇듯, 이곳도 유령도시의 숙명을 맞았다. 그러나 탄광은 여전히 배드랜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야깃거리다. 수많은 광부들의 청춘과 눈물과 땀이 이곳에 묻혀 있다.

아틀라스 콜 마인 히스토릭 사이트(Atlas Coal Mine National Historic Site)에서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는 제이(Jay Russell) 할아버지도 그의 젊은 시절을 모두 배드랜드 탄광에서 보냈다. 그 자체가 배드랜드 탄광의 살아 있는 역사인 셈이다. 우리는 친절한 제이 할아버지가 들려 주는 살아 있는 역사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헬멧을 쓰고 탄광의 지하 갱도로 걸어 들어가 보고, 석탄을 나르는 데 썼던 기차를 타 보기도 했다. 과거 전 세계 곳곳에서 온 광부들이 이 지역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한동네에 30개의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기도 했었다고. 겨울에는 광부들이 해가 뜨기 전에 탄광으로 들어가 해가 지고 나서야 나왔기 때문에 몇 달 동안 해를 전혀 보지 못하기도 했단다. 결코 쉽지 않은 삶이었지만, 오늘이라도 탄광이 다시 열린다면 당장 들어가서 다시 일하고 싶을 정도로, 할아버지는 광부로서 살아온 자신의 삶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아틀라스 콜 마인은 1979년 마지막 채광을 끝으로 탄광으로서의 생명을 다했다. 그러나 이곳에 남은 사람들과 이야기는 지금도 여전히 따뜻한 온기를 이어 가고 있다.
 
아틀라스 콜 마인 히스토릭 사이트
주소: Box 521, 110 Century Dr. East Coulee, Alberta, Canada
터널 투어│1인당 25CAD, 한 가족당 75CAD
홈페이지: www.atlascoalmine.ab.ca
 

A Coal Miner
검은 것에서 빛을 캐는 사람을 만나다.
 

기획·글 고서령 기자  그림 김물길  사진 Photographer 전명진
취재협조 알버타관광청 www.travelalberta.co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