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맞은 아이와 가기 좋은 옹기 만들기 체험여행

2017-12-21     김예지
 
고운 흙을 빚어 물레 위에 올리고 모양을 잡는다. 단단해지도록, 더 예뻐지도록 수없이 치댄다. 잿물에 담갔다가 1,200도씨를 넘나드는 불구덩이에 집어넣는다. 수차례의 고행을 반복하고 나서야 비로소 영롱한 빛과 유려한 자태의 옹기가 탄생한다. 플라스틱 그릇과 스테인리스 텀블러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도 장인들이 흙에 그들의 숨결을 불어넣는 이유다.
 
  
어릴 적 살던 집 안마당에는 검붉은 옹기 여러 기가 늘어서 있었다. 몇 기는 텃밭 한구석에 묻어두기도 했던 것 같다. 된장이나 간장, 젓갈 등의 조미료, 김치가 들어있던 옹기도 있었다. 그 무거운 옹기들을 옮기기라도 할라치면 집에 있던 장정 여럿이 나서야 했고, 어린 나이에 힘을 보태겠다고 나서다 혼이 난 기억도 있다. 친구들과 공놀이를 하다가 깨 먹은 뚜껑만 해도 네댓 개쯤은 되었을 터. 그래서인지 어머니는 일주일에 한 번쯤 우리 동네를 찾았던 옹기 상인에게 종종 뚜껑을 구매하곤 했다. 지금에야 김치냉장고가 옹기들을 대신한다지만 여전히 어머니는 옹기를 버리지 못하셨다. 그래도 간장을 담그기에는 제일 좋다면서. 
 

14번 국도를 따라 온양읍에 들어서면, 문 앞에 옹기 수십 기를 진열해 놓은 상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전통 옹기의 명성이 옛날 같지 않다지만, 이곳에서는 여전히 많은 이들이 옹기를 빚어 판매한다. 마을 전체가 옹기를 전문으로 하는 매장이자 갤러리인 셈이다. 국내 유일의 옹기 집산촌인 외고산 옹기마을이다. 울산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큰 옹기 생산지로 꼽히는 곳이다. 전국 옹기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이곳 외고산 옹기마을에서 나올 정도라니 그 규모가 상당하다.
 

  
●외고산 옹기마을의 시작
 
때는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덕 지역에서 옹기점을 운영했던 허덕만 선생이 외고산 일대에 옹기를 굽기 위한 가마를 만든 것이 마을의 시작이다. 당시 개량형 가마(칸 가마)를 개발해 보급하는 데 앞장섰던 허덕만 선생이 외고산 일대를 둘러보고는 가마를 짓는 데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외고산의 경사와 함께 이 지역에서 나는 흙의 높은 내화성(높은 온도를 견디는 성질, 열에 대한 저항성)이 주된 이유였다고. 온양(溫陽)이라는 지명답게 따뜻한 기후와 높은 일조량이 한몫했던 것은 물론이다. 
 

허덕만 선생이 외고산 일대에 자리를 잡은 이후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옹기 생산이 이루어졌다. 마침 6·25전쟁의 여파로 집에 가재도구를 버려둔 채 부산으로 내려와 살았던 이들에게 옹기는 필수품이었다. 근처에 있는 남창역, 울산의 주요 포구 등은 옹기를 실어 나르는 데 적합하기도 했다. 이 마을에서 생산된 옹기는 남창역을 통해 전국으로, 해안에 자리한 포구를 통해 해외로도 퍼져 나갔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는 외고산 옹기마을의 전성기이기도 했다. 전국 각지에서 350여 명의 옹기 장인과 도공이 이곳에 모여들었을 정도. 1980년대에 이르러서는 해외의 도예가들이 방문해 기술을 배우기도 했단다. 플라스틱 그릇 등의 보급으로 예전과 같은 전성기는 아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자신의 작품에 영혼을 불어넣고 있다. 현재 7명의 옹기 장인과 40여 명의 도공이 이곳에서 옹기를 생산하고 있다. 
 

  
●옹기와 마주하다
 
외고산 옹기마을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울산옹기박물관이다. 1천여 점의 옹기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이곳에서는 옹기의 역사와 제작 과정, 지역과 용도에 따라 달라지는 옹기의 모양 등을 살펴볼 수 있다. 1층의 상설전시관과 2층의 기획전시관이 운영되고 있는 곳. 문을 열고 들어서면 한눈에 쉬이 담기 어려운 크기의 초대형 옹기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세계 최대 크기의 옹기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제작 중이던 옹기에 금이 가거나 깨지기도 하고 가마 자체가 무너져 내린 적도 있었다. 5전 6기의 도전 끝에 지난 2010년 제작에 성공한 이 옹기에 외고산 옹기마을 장인들의 혼과 피땀 어린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단순히 항아리 정도로만 생각했다면 꽤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옹기의 쓰임도 확인할 수 있다. 음식 저장부터 발효와 숙성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나라의 음식 문화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화로나 문방 용품으로도 사용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지역별로 차이를 보이는 형태와 문양, 재료 등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최근 들어 실용성과 예술성을 모두 담아 제작하는 오르골이나 장식품 등도 눈에 띈다. 마을에 있는 옹기 장인들의 작품도 한쪽에 전시되어 있다. 
 
옹기장 허진규씨
  
●장인의 손길을 만나다
   
울산옹기박물관을 나와 마을을 둘러보았다.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에서는 방문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마을을 꾸며 놓은 작은 장식 하나하나까지도 전부 전통 방식으로 만든 옹기를 활용한 것들. 대형 가마 여러 기를 마을 구석구석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옹기를 빚고 있는 장인의 모습도 지켜볼 수 있다. 

작은 옹기 형태의 장식품이 항아리 사이에 진열된 모습을 볼 때마다 구매 욕구가 솟구쳤다. 카페에서는 아기자기한 형태의 옹기가 현대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옹기를 소재로 한 테마 공원을 거닐고 있는 듯했다. 옹기장마다 특징이나 작품 스타일 등에 따라 각기 다른 옹기의 모양새도 관람 포인트.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이면 옹기장의 시연을 관람할 수도 있단다. 
  
●직접 만드는 옹기

외고산 옹기마을에서는 옹기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마을에 있는 옹기 아카데미에서 아이들을 위한 흙놀이와 도예체험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옹기의 주된 재료인 흙으로 옹기를 빚어 제출하면 가마에 구워서 집으로 배송해주는 방식이다. 매년 5월 펼쳐지는 울산옹기축제에서는 기본 체험과 함께 옹기 장인들의 제작 시연, 옹기 물레 체험 등도 가능하다.
 
 
지난 10월에는 옹기가마 체험캠프도 있었다. ‘한국 옹기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진행된 캠프에서는 전통 가마로 옹기를 만드는 전 과정을 직접 체험하는 기회가 있었다. 그 밖에도 외고산 옹기마을에서는 전통 옹기가마 무료 소성, 옹기타렴학교 운영 등 전통 옹기를 알리기 위한 여러 활동을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외고산 옹기마을
위치: 울산광역시 울주군 온양읍 외고산 3길 36
문의전화: 052-237-7894(울산옹기박물관) / 052-237-7893(옹기아카데미)
웹사이트: http://onggi.ulju.ulsan.kr
박물관 관람시간: 09:00~18:00 (입장가능시간 17:20까지)
박물관 휴관일: 1월 1일 / 설날, 추석 당일 / 매주 월요일 / 공휴일 / 관리운영상 정하는 휴관일
박물관 관람요금: 무료
옹기 아카데미 체험 프로그램 요금: 1인 7,000원 (방문 전 전화 문의 및 예약 필수)
 

글 = 김정흠, 김예지 / 사진 = 김정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