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나해에서 꿈을 만나다

2018-01-03     박준
지난 가을 어느날 크루즈를 타고 있었다. 
아시아 최초의 럭셔리 크루즈라는 15만톤급 월드 드림호(World Dream)를 타고 3일간 남지나해를 가로지르는 여정이었다. 홍콩 인근의 공해상 어딘가에서 월드 드림호가 떠 있었고, 그 배 안의 조디악 극장에서 나는 연기 자욱한 뉴욕의 뒷골목을 떠올리게 됐다. 두 개의 낯선 세계가 그렇게 연결됐다. 
 
세계 10대 클럽 중 하나인 주크 클럽이 월드 드림호에 ‘주크 비치’ 클럽을 열었다
 팝 아트로 꾸며진 월드 드림호는 작년 11월에 첫 운항을 개시했다
 
●‘크루즈’란 낯선 세계

크루즈에 입문한 것은 2017년 11월17일이다. 2년 전 중국 양쯔강에서 3박 4일간의 리버 크루즈를 경험한 바 있지만 이번엔 스케일부터 다르다. 15만톤급 선박이라고 하니,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승무원 2,016명과 승객 3,376명이 탄다는 말에 그제야 감이 온다. 19개 데크에 특급호텔 같은 객실만 1,686개다. 배의 길이는 335m, 너비는 40m다. 여의도 63빌딩(249m)보다 훨씬 크다. 월드 드림호 길이에 50m만 더하면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높이다. 이 거대한 배 안에 수영장은 물론이고 티파니와 불가리 같은 명품매장이 입점한 면세점, 35개의 레스토랑, 극장, 스파 등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부대시설을 갖췄다. 크루즈란 세계다! 
 
●크루즈에 ‘입문’한다는 것

유독 크루즈 여행에만 ‘입문한다’는 표현을 쓴다. 배낭여행에도, 자유여행에도 입문한다는 표현은 없는데 말이다. 앞서 말했듯 크루즈 여행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데다 이를 즐기려면 어느 정도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크루즈 여행에 대해 잘 몰랐으니 한 번쯤 배워 볼 이유는 충분하다. 
 
여행자의 종착지에 입문하기
 
크루즈 여행은 종종 모든 여행자의 마지막 종착지라고 인용된다. 이제껏 내게 크루즈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 이는 손가락으로 꼽힌다. 낯설지만 크루즈 하면 일단 지중해나 카리브, 북유럽이나 알래스카의 크루즈가 떠오른다. 호화롭고 비쌀 테니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여겼다. 여행을 제법 했다는 이들조차 크루즈 여행은 버킷 리스트에 담아 놓기만 한다. 그만큼 크루즈는 생소하다. 이를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크루즈’란 말은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다. 크루즈를 검색하니 제일 먼저 자동차 크루즈가 나오고, 그 다음에는 크루즈 미사일이 나온다. 영어 ‘크루즈(Crusie)’는 유람선 여행이란 뜻이다. 동사로서 ‘쉬다, 어울려 놀다’라는 뜻도 있다. 당연히, 우리나라에서는 대충 커다란 배를 타고 대양을 누비는 여행이란 의미로 통용된다. 

한번은 그리스 아테네에서 키오스섬으로 가느라 밤새 여객선, 니쏘스 사모스(Nissos Samos)호를 탄 적 있다. 월드 드림호 정도는 아니어도 배는 제법 거대했다. 하지만 크루즈선과는 완전히 달랐다. 니쏘스 사모스호는 말 그대로 장거리 이동을 위한 여객선이다. 크루즈선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큰 배를 타고 바다를 누비는 여행이란 식으로 크루즈 여행을 대충 정리하는 게 불가한 이유다. 더욱이 크루즈 여행에는 등급이란 게 있다. 크루즈선마다 캐주얼, 프리미엄, 럭셔리 등의 클래스가 있어서 크루즈를 한 번 타 보았다고 이를 보편화해 얘기할 수는 없다.

솔직히 말하면 ‘싸다’   
 
해수부에 따르면 2015년 국내 크루즈 관광객은 3만명 정도다. 국제크루즈선사협회(Cruise Line International Association) 통계로 유추해 보면 한국인 중 크루즈 여행을 경험한 이들은 0.03%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1%도 아니고 0.03%다. 역시나 크루즈는 극소수 부자들의 전유물 같다. 그런데 월드 드림호를 타며 깜짝 놀랐다. 직접 경험한 럭셔리 크루즈 가격은 뜻밖에도, 합리적이다. 엉뚱하게 들리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싸다’고도 느껴졌다. 절대적 가격이 싸다는 말은 아니다. 크루즈에서 누리는 서비스의 수준에 비해 싸게 느껴졌다는 말이다. 같은 돈을 쓴다고 가정하고 크루즈 여행을 패키지여행이나 자유여행과 비교할 때 얘기다. 이조차도 크루즈 여행은 매우 비쌀 거라는 절대적 선입견 때문에 상대적 만족감이 더 큰 것일지도 모르지만 허황되고 부풀려진 가격은 절대 아니다. 

게으르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캐주얼 크루즈이건 럭셔리 크루즈이건 크루즈 여행은 선실에 한 번 짐을 풀면서 시작하고, 마지막에 한번 짐을 싸는 것으로 끝난다. 매일 커다란 캐리어를 풀고, 다시 싸고, 이동할 수고를 던다. 크루즈 여행은 한곳에 머무는 여행이 아니다. 내가 가는 게 아니라 여행지가 다가온다. 나는 가만히 있어도 매일 아침 새로운 곳에 다다르니 게으른 여행이다. 배 안에 머무는 듯 보이지만 늘 움직이는 역동적인 여행이다. 지루할 틈이 없다. 크루즈선은 바다를 항해하는 특급호텔이다. 누군가는 크루즈를 하나의 도시에 비교한다.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걸 즐길 수 있다는 말이다. 대양 위의 도시다. 휴양지에서 시티 라이프를 즐긴다. 망망대해에서 누리는 시티 라이프는 그 자체로 호사다. 
 
최고의 호사였던 수영장. 기회를 잘 노리면 홀로 즐길 수도 있다
월드 드림호에서 남지나해를 바라보며 자쿠지를 즐긴다  
 
●그때 그 배는 화물선이었어! 

크루즈 여행의 매력은 제일 먼저 크루즈선 자체에서 찾을 수 있다. 목적지만큼이나 수단이 중요한 여행이다. 순전히 여행을 위해 만들어진 배라는 점에선 낭만적이지만 크루즈선을 만드는 데는 천문학적인 건조비가 들어간다. 대충 주워듣기로 월드 드림호를 만드는 데 1조 원쯤 들었을 거라고 한다. 1조 원이라…, 그러니까 9,999억원쯤 들었다는 말이다. 1조짜리 배에 몸을 싣는 기분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상상을 초월하는 건조비가 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온갖 기술력이 집약되기 때문이다.
 
‘조선업의 꽃’이라는 크루즈 건조는 유럽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2016년 통계를 보면 크루즈선 건조 수주 순위의 2, 3, 4등은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다. 1등은 중국이지만 자국 선사가 발주한 물량을 수주한 경우이니 1등이라고 하기엔 좀 애매하다. 

크루즈선 건조는 상선을 만들듯 선체 자체를 튼튼하게 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특급호텔 수준의 건축 기술과 디자인 역량이 어우러지는 조선업의 종합예술이다. 전 세계 크루즈선의 80% 이상을 유럽국가가 독식하고, 아예 전 세계에서 크루즈선을 건조할 수 있는 나라가 몇 안 되는 이유다. 우리나라 조선소에서는 크루즈를 수주한다 해도 수익을 맞추기 어렵다. 크루즈 선에 들어가는 자재가 워낙 고가인데 이를 전량 수입해야 하는 식의 문제 때문이다. 조선업의 세계적 불황 속에서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이는 게 크루즈 건조라는데 우리는 부럽기만 한 저들만의 리그다. 

월드 드림호 역시 독일 파펜부르크의 마이어 베르프트(Meyer Werft) 조선소에서 만들어졌다. 1700년대부터 배를 만들기 시작한 마이어 베르프트는 호화 크루즈선을 만드는 세계 3대 건조소 중 하나다.

월드 드림호가 ‘럭셔리 크루즈’란 말을 여행 전에 듣긴 했다. 하지만 실은 큰 기대가 없었다. 크루즈 여행은 아시아 문화가 아니다. 카리브나 지중해에 가서 해야 할 것 같았다. 이렇게 생각하니 아시아에서 하는 크루즈는 B급처럼 느껴졌다. 우스운 편견이자 완전한 오해였다. 어디서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배를 타느냐가 중요했던 것. 월드 드림호는 크루즈선 자체로 완벽했다. 월드 드림호에서 보낸 3일은 즐겁고, 유쾌하고, 짜릿하고, 편안했다. 더욱이 요즘 말로 하자면, 월드 드림호는 ‘럭셔리 신상’이다. 선체 외관은 재키 사이(Jacky Tsai)라는 팝 아티스트의 그림으로 장식됐다. 크루즈선에서 과거의 영광이나 빈티지한 분위기를 찾는 이에게는 지나치게 화려하게 느껴지겠지만, 세련미를 좋아하는 이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모던하다. 문득 평택에서 중국 산둥성 르자오를 갈 때 1박 2일 동안 승선했던 페리가 떠올랐다. 5,000km를 18시간 동안 항해하는 여정이었다. 로열 룸이었고 침대, TV, 냉장고까지 있어서 무엇 하나 부족하지 않았다.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여행자는 간사하다. 월드 드림호를 경험하고 나니 예전 그 배는 거친 화물선처럼 느껴진다. 
 
크루즈는 개인 선실의 고요함과 나이트 라이프의 뜨거움이 공존한다
뷔페 중 하나인 드림 다이닝 로우어룸. 뷔페 식당은 전부 무료
창이 열리지 않는 오션뷰룸(문을 열고 나가고 싶다면 발코니룸을 추천) 
월드 드림호의 리셉션은 부티크 호텔과 다를 바 없다
 
●처녀 출항의 순간을 놓쳤지만 

월드 드림호 승선이 특별했던 데는 오션 럭셔리 크루즈가 처음이란 이유 말고도 다른 이유가 더 있다. 월드 드림호가 진수식을 하고, 첫 승객들을 싣고, 바다에 첫발을 내딛는 그 자리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그 어떤 크루즈선이라도 단 한 번밖에 가질 수 없는 영광의 순간이 진수식이고 처녀 출항이다. 홍콩 카이 탁 크루즈 터미널(Kai Tak Cruise Terminal)에 정박한 월드 드림호에서 있었던 진수식에는 지난해 홍콩 수반으로 당선된 ‘캐리 람(Carrie Lam)’ 장관 등 홍콩의 정재계 거물들이 참석했다.
 
15만톤급 크루즈 진수식의 의미가 어떤지를 보여 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진수식을 마치고 월드 드림호가 출항하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사실 배가 막 터미널을 출발하던 그 찰나의 순간을 나는 놓쳐 버렸다. 어떤 미동도 느끼지 못한 탓이다. 유료 레스토랑 핫 팟(Hot Pot)에서 홍콩의 고층빌딩을 바라보며 매콤한 중국식 샤브샤브, 훠궈를 호호거리며 먹다 불현듯 육지 풍경이 움직이는 걸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아, 배가 출항했구나…. 

월드 드림호가 건조된 마이어 베르프트 조선소에 관한 글을 찾다 보니 한 대학생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유럽 여행 중 대중교통이 여의치 않은 이곳을 찾은 그는 이렇게 썼다. 

“유럽에서 단 한 곳만 갈 수 있다면 
나는 이곳에 가고 싶었다.” 

그의 블로그에 그가 찍은 크루즈선이 한 척 보인다. 선수에 원색으로 그려진 우주인 모습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바로 월드 드림호였다. 월드 드림호는 우주인과 인어의 랑데부를 콘셉트로 외부를 장식했다. 그가 멀찍이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했던 배에 나는 처녀 승선해 바다를 가로지른다. 만약 그가 이 자리에 있으면 얼마나 환호했을까? 이 글을 통해서나마 그 영광스러운 순간을 그와 함께 나누고 싶다.
 
‘드림 팰리스’라 불리는 스위트룸 승객들은 그들만을 위한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다
최고의 쿠바 시가가 있는 라운지. 소믈리에가 시가에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한다 
유료 식당은 가격이 합리적이다. 파인 다이닝을 경험해 보길
 
●데크 16의 수영장 옆 자쿠지에서

크루즈 여행은 내 이름이 쓰인 아이디카드를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선실(Stateroom)’이라 불리는 방문을 열 때도, 밥을 먹으러 갈 때도, 극장에 갈 때도, 골프 퍼팅을 할 때도 아이디카드가 필요하다. 내 방은 11630호. 엘리베이터를 타고 데크 11(11층)에서 내려 복도 왼편으로 걷다 보면 나오는 ‘발코니 딜럭스룸’이다. 22m2(6.7평) 정도인데 발코니 밖으로 망망대해가 보인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딱 도심에 있는 호텔방 같다. 발코니로 나가면 바로 태평양이다. 칠흑 같은 밤이건, 어스름한 새벽이건, 무더운 한낮이건, 언제라도 홀로 바다를 마주하는 곳이다. 4,000~5,000명이 탄 크루즈선에서 절대적으로 나 홀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다. 크루즈에서 지내는 동안 내가 유난히 좋아했던 곳이 또 있다. 바로 데크 16의 수영장 옆 자쿠지다. 이른 아침, 아무도 없는 자쿠지의 뜨거운 물속에 몸을 담그면 마치 바다 위에서 온천욕을 하는 것 같다. 태평양에서 즐기는 온천욕이다. 그 다음으로 나를 열광시킨 건 매일 밤 열렸던 조디악 극장의 공연이다. 

999명까지 수용 가능한 조디악 극장에서 첫날 본 <두 개의 꿈 이야기(A Tale of Two Dreams)>는 나를 꿈꾸게 하고, 꿈 속 세상으로 거침없이 이끌고 들어갔다. ‘다양한 연기, 곡예, 춤, 음악, 노래가 어우러지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공연’이라고 쓰자니 참 맥이 없다. 직접 보지 않고는 느끼기 어려운 초현실적인 장면이 한 시간 내내 펼쳐지는데 그 세계 속으로 당장 빨려 들어갈 것 같다. 월드 드림호 선체에 그려진 그림에 등장하는 요소들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공연이다.

둘째 날 공연 <어떤 사람은 화끈한 걸 좋아해(Some Like It Hot)>은 첫날 공연과 완전히 다르다. 타이틀 그대로 화끈하고 뜨거웠던 1950년대, 60년대 정신에 현대적 요소를 더해 춤과 음악으로 재현한다. 색소폰, 트럼펫 등 밴드의 관능적인 연주와 함께 댄서들은 왈츠를 추고, 맘보를 춘다. 어두운 밤, 지하에서 피어오르는 허연 수증기 사이를 걸어 50~60년대 뉴욕 맨해튼의 나이트클럽에 온 것 같다. 홍콩 인근 공해상 어딘가에 떠 있을 월드 드림호의 조디악 극장에서 나는 오래 전 처음 걸었던 연기 자욱한 뉴욕의 뒷골목으로 돌아왔다. 크루즈에서 만난 또 다른 세상이다.  
 
우주인과 인어의 랑데부를 콘셉트로 크루즈를 장식했다 
매일 밤 열리는 조디악 극장의 공연
 
●20퍼센트만 누릴 수는 없잖아

발코니가, 자쿠지가, 공연이 좋았다고 말했지만 이는 크루즈 서비스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크루즈에서 누릴 수 있는 특급호텔 수준의 서비스, 편의시설, 엔터테인먼트는 너무 많다. 나는 9개의 야외퍼팅 코스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퍼팅 자체야 뭐가 특별하겠는가. 그것이 태평양 위에서 하는 퍼팅이었기에 특별한 호사처럼 느껴졌다. 

월드 드림호에는 주크 비치(Zouk Beach) 클럽도 있다. 주크는 전 세계 10대 클럽 중 하나라는 전설적인 싱가포르의 클럽이다. 주크 비치는 바다 위에 만들어진 최초의 주크 클럽이다. 이처럼 태평양 바다 위에 떠 있기에 클럽이, 퍼팅 연습장이, 수영장이, 면세점이, 스파가 저마다 특별해진다. 

크루즈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크루즈 요금에 자고 먹고 즐기고 하는 모든 경비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지만 승객 대부분은 크루즈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20% 정도만 겨우 누린다. ‘올 인클루시브(All Inclusive)’ 여행이지만 알아야 즐길 수 있고 누릴 수 있다.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다. 예약을 하고 줄을 서야 한다. 매일 저녁 배달되는 ‘선상신문’을 통해 다음날 어떤 행사와 이벤트가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 뷔페식당에서 밥을 먹어 보고 알았다. 무심코 아침 8시 반쯤 식당에 갔더니 앉을 자리가 없다는 걸. 다음날은 오전 7시쯤 식당에 갔다. 크루즈선 규모가 크다고 무작정 좋은 크루즈가 아니다. 승객의 수가 많을수록 서비스 질은 떨어지기 쉽다.

사실 월드 드림호에서 크루즈 요금이 결코 비싸지 않다고 느낀 건 식당에서 밥을 먹은 후였다. 기대했던 것보다 음식의 질이 매우 좋았기 때문이다. 유료식당은 무료식당보다 당연히 좀 더 근사하다. 크루즈 여행업계에서는 흔히 ‘정찬식당’이라고 표현한다. 한두 번이라도 유료 식당, 그러니까 파인 다이닝(Fine-dining)을 경험해 본다면 또 다른 종류의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 뷔페식당과 달리 유료 식당을 이용할 때는 적절한 옷차림이 필요하다. 여성들을 위한 팁을 한 가지 드리면, 크루즈에선 클래식한 원피스가 잘 어울린다. 월드 드림호에는 한국인 직원의 서빙을 받으며 한국 음식도 먹을 수 있다. 아직은 일본식 테판야끼(철판요리) 콘셉트의 우미 우마(Umi Uma) 레스토랑의 메뉴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게 좀 아쉽긴 하지만. 
 
●페라가모 비누는 처음이야 

어느 기자는 한일간의 크루즈를 경험하고 “객실에서 신을 슬리퍼나 칫솔을 준비해야 한다”고 썼다. 절반만 맞다. 그가 탄 크루즈는 그랬지만 월드 드림호를 타기 전 내가 싱가포르에서 하룻밤 경험한 겐팅 드림호 욕실에는 페라가모에서 만든 어메니티가 구비돼 있었다. 페라가모 비누는 처음 봤다. 샴푸, 컨디셔너, 샤워젤, 바디로션, 비누까지 전부 페라가모다. 월드 드림호 또한 럭셔리 어메니티를 갖췄다. 

월드 드림호에 카지노가 많은 점은 좀 당황스럽다. 아시아의 첫 번째 럭셔리 크루즈를 자부하는 월드 드림호가 아직은 홍콩이나 중국을 주요 고객층으로 여기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나로선 카지노 말고도 즐길 거리가 충분히 많았다. 

3일간의 항해를 마치고 카이 탁 크루즈 터미널로 돌아올 무렵이 되니 그제야 월드 드림호의 전체적인 구조가 그려졌다. 아쉽다. 가격이 적당하다고 해서 한 번 가볼까 했던 ‘크리스털 라이프 스파’에도 가지 못했고, 주크 비치 클럽도 제대로 즐기지 못했고, 주크 비치 클럽에 있던 자쿠지에 몸을 담그고 태평양을 바라보지도 못했다. 데크 17에는 조깅트랙도 있다는데 구경도 못했다. 이래저래 경황이 없었다. 너무 대단한 배에 올랐고 3일 내내 어떤 흥분에 빠져 있던 탓이다. 단지 2박을 하는 짧은 크루즈인 탓에 기항지 투어가 없는 건 아쉬웠다. 크루즈에 입문했다고 하지만 절반의 입문인 셈이다. 다음 크루즈가 기대되는 이유다. 언젠가 월드 드림호에 다시 승선해 5박 6일간 베트남을, 필리핀을 여행하는 꿈을 꾼다.  

▶Tips for Cruise 
 
about Cabin 
크루즈에서 방을 선택할 때는 발코니가 관건이다. 크루즈선의 방은 크게 네 가지(창문 없는 방, 창문이 있지만 열 수 없는 방, 발코니가 있는 방, 스위트룸)으로 나뉜다. 창문 없는 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답답하지 않겠냐고?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경비를 고려했다고 하면 나는 개의치 않겠다. 겨우 며칠 동안 배에 머물 뿐이고, 어차피 방 안에서보다 방 밖에서 할 일이 많은 게 크루즈 여행이다. 
 
Dream Cruises 
직접 탑승했던 홍콩 공해 크루즈 3일 코스 외에도 월드 드림호는 홍콩과 광저우를 출발해 5박 6일간 나트랑과 호치민 또는 마닐라와 보라카이를 방문하는 코스를 운항한다. 크루즈 캐빈, 왕복항공료 등을 포함한 패키지는 2박 기준 약 120만원부터, 5박 기준 약 230만원부터다. 출항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덕분에 20%를 할인해 주는 조기예약 프로모션을 눈여겨볼 일이다. 
드림 크루즈 한국사무소  www.dreamcruises.co.kr   02 733 9033 

글 박준 사진 박준, 드림크루즈  에디터 천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