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RBNB] 플래그스태프에서 아침을 맞다

2018-01-03     유호상
글로벌화의 부작용이랄까. 언젠가부터 여행을 가도 비슷한 패스트푸드점만 눈에 보이고, 맛있는 현지 음식을 맛보기가 어려워졌다. 그렇게 한국 음식을 캐리어에 넣고 다니는 게 습관이 될 무렵이었다. 플래그스태프에서 주인장이 직접 차려 준 정성스러운 아침을 먹으며 우리는 잊고 있었던 여행의 의미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맞이한 미국식 아침상
 
흔히 에어비앤비 숙소는 호텔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다소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오해다. 사실 에어비앤비보다 더 저렴하고 깔끔한 호텔도 많다. 우리가 여행한 애리조나 지역은 특히 그랬다. 금액을 더 지불하면서까지 에어비앤비를 고수해야 하나 살짝 고민이 됐다. 그러나 미국적인 분위기와 문화의 체험이 우리 여행의 목적이었던 만큼 더 이상의 주저함은 없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귀중한 경험을 선사했다.
 
아메리칸 드림이란 말이 저절로 연상되는 집
 
아침밥 때문에 선택한 숙소라니

그랜드캐니언을 포함한 광대한 미 서부지역을 도는 ‘그랜드 서클 여행’이었다. 어린 아이까지 있는 가족여행인 만큼 프라이버시는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그러면서도 아이가 호스트와 교류하며 현지의 문화를 느껴 보기를 바랐다. 그런 조건에서 눈에 들어온 곳이 마이클과 크리스가 호스트인 플래그스태프Flagstaff의 숙소였다. 집의 위치와 분위기는 마음에 들었지만 사실 다른 조건들이 그렇게 완벽한 건 아니었다. 침실, 욕실 외에는 부엌이나 거실을 호스트와 함께 쓰는 ‘개인실’ 숙소인 데다 방도 하나의 큰 방이 아닌 두 개로 나뉘어 있어 세 식구가 한 방에서 잘 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결국 이곳을 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아침식사였다. 여러 후기에서도 호스트가 해 주는 아침식사는 단연 화두였다. 꼭 그 아침을 먹어 보고 싶었다.
 
천편일률적인 호텔방은 결코 줄 수 없는 현지인의 생활 체험
오믈렛, 잘 먹겠습니다  
 
이틀간 맛본 미국의 아침

아담한 규모의 도시인 플래그스태프의 마이클 & 크리스의 집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산 아래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했다. 어둑어둑해질 무렵 도착한 우리를 그들은 환한 미소로 반겼다. 도착하자마자 장을 보러 가려는데 그들 역시 다른 일정이 있어 집을 비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놀랍게도 마이클은 “문은 잠그지 않아도 돼요. 그냥 잘 닫고 나가세요”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안전한 마을이라지만 현관문도 안 잠그다니….

다음날 마침내 고대하던 아침을 맞이하게 됐다. 마이클은 코스 요리급의 거한 아침상을 직접 차려 주었다. 신선한 과일 요거트로 시작해 이제껏 맛보지 못한 스타일의 그래놀라가 들어간 샐러드, 마지막으로 팬케이크까지. 그가 상차림에 들인 시간과 노력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과연 내일 아침 메뉴는 무엇일지가 궁금해지기까지 했다. 부푼 기대감 속에 접한 다음날 아침식사는 그의 부인 크리스의 오믈렛이었다. 그날 우리는 미국인들이 단순히 시리얼과 샌드위치만 먹는 게 아니라는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고양이 외출 전 일부러 데리고 와서 아이에게 보여 주는 마이클
1 전용 출입문으로 슬그머니 외출 중인 고양이 2 고양이 문이 마냥 신기하다
 
고양이와 새가 있는 드림하우스

굵직한 나무들이 정원 곳곳에 있는 마이클과 크리스의 집은 우리에겐 그야말로 ‘드림하우스’였다. 이 집에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었는데 우리 아이가 무척이나 좋아했다. 고양이가 밖에 있는데 마이클이 현관을 닫기에 물었더니, 부엌 뒤쪽에 고양이 전용 출입문이 있다며 보여 줬다. 고양이의 작은 편의까지 생각하는 그들의 여유로움에 감탄했다. 또한 마이클은 새를 좋아해 집안 곳곳을 새와 관련된 인테리어 소품들로 꾸며 놓았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부엌 창문에 붙여 놓은 새 모이 받침대였다. 요리를 하면서도 벌새를 볼 수 있게 해놓은 것이라고 했다. 

저녁엔 서로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이런 집에 사는 미국인들에 질투 난다는 우리의 말에 그들은 물론 미국인 모두가 이런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독립한 그들의 자녀들을 포함해서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이런 정도의 주거지를 유지하기가 재정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이틀 후 우리는 아쉬움을 머금은 채 플래그스태프를 떠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렇지만 그 짧은 이틀은 우리에게 긴 여운을 남겨 주었다. 내게는 아담하지만 실용적이고 낭만적인 집을 짓고 말겠다는 결의를, 아내에게는 집에서 새로운 레시피로 요리를 즐기는 생활의 꿈을, 그리고 아들에게는 그 집에 고양이 출입문을 만들어 주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게 해주었다. 역시 이번에도 여행 숙소는 우리에게 단순히 잠자는 곳이 아니었다. 그 이상의 의미를 주었다.  
 
에어비앤비 플래그스태프 숙소 정보
주소: Bird’s Eye View of Mt. Elden in FLG
호스트 | 마이클 Michael & 크리스 Kris 
유형 | 단독 주택, 게스트용 침실 2개(침대 2개) 
기타 | 무선 인터넷, 반려동물 입실 가능, 주차 가능
위치: Flagstaff, Arizona, USA(코코니노 국유림 끝 쪽에 위치)
홈페이지: www.airbnb.co.kr/rooms/4746417
 
글·사진 유호상  에디터 강수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