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뚱어의 힘을 받아 순천을 걸어 볼까

2018-02-06     김진
“쉐리 쉐리 레이디~”. 어디선가 들려오는 80년대 디스코 음악. 검은 교복을 입고 여고시절로 돌아간 중년여성 셋은 아침부터 고고장에서 디스코를 추고 있었다. 1960~80년대 달동네, 음악실, 극장, 사진관, 양복점 등 옛 모습을 모두 재현해 낸 순천 드라마 촬영장이다.
 
 
순천 드라마 촬영장은 60~80년대 분위기를 재현해 놓아 누구라도 시간여행을 즐길 수 있다
달동네를 재현한 순천 드라마 촬영장
 
이곳에 들어서면 과거로 떠나는 여행이 시작된다. 여기서는 중년들의 목소리가 한층 달떠 있다. “이런 데서 연탄을 갈고 밥을 해 먹었다.” 아버지는 고등학생 딸에게 설명했다. 아주머니들은 “옛날 생각나네. 다시 이런 데서 살아 보고 싶다”며 탄성을 내질렀다. <사랑과 야망>, <제빵왕 김탁구>, <빛과 그림자> 등 8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다수 촬영되기도 했다.
 
얼큰하고 걸쭉한 짱뚱어탕은 순천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산책을 마쳤으니 배를 채울 시간. 짱뚱어탕 전문점으로 들어갔다. 짱뚱어, 어찌나 발음이 방정맞은지. 대체 어떻게 생긴 생물일까 궁금했다. 망둑엇과의 짱뚱어는 망둥이보다 훨씬 기괴하게 생겼다. 검은 구슬 같은 두 눈은 사람으로 치자면 정수리 쪽에 붙어 있는데, 눈알이 얼마나 튀어나왔는지, 요 놈이 갯벌에서 펄쩍펄쩍 뛸 때면 눈알이 툭 떨어질 것만 같다. 힘이 무척 세고 움직임도 민첩하다. 잡힌 뒤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한 달 이상 살 수 있다는데, 괜히 스태미너로 유명한 게 아니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맛도 고소해서 ‘갯벌의 쇠고기’라 불린다고. 하여간 사람이든 물고기든 생김새로 판단하면 안 된다. 짱뚱어탕은 추어탕처럼 뼈째 끓여 체에 거른 후 된장, 시래기, 토란대 등을 넣어 걸쭉하게 끓여 먹는데 진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찬으로 나온 짱뚱어 구이는 짭조름하고 쫄깃하다. 순천만 국가정원 부근과 별양면 사무소 주변에는 짱뚱어탕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촌이 형성돼 있다.
 
홍학 떼가 노니는 순천만 국가정원 내 물새놀이터

짱뚱어의 힘으로 이제 좀 걸어야 할 차례. 순천만 국가정원은 아무리 걸어도 끝이 없다. 축구장 100개 크기라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좀 더 효율적으로 다녔을 텐데. 1, 2, 4시간짜리 코스가 있다. 평지라 천천히 거니는 것도 좋지만 관람차인 스카이큐브를 타고 돌아보는 것도 방법. 순천만 국가정원은 순천만이 늘어나는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게 되자, 순천 도심과 순천만 습지 사이에 완충을 목적으로 조성됐다. 한국을 포함해 네덜란드, 스페인, 태국, 일본, 중국 등 11개 국가의 전통 정원을 재현했는데, 수준과 규모 면에서 웬만한 국제 가드닝 페어 못지않다. 눈에 띄는 것은 순천 지형을 형상화한 언덕과 호수로, 한눈에 순천의 축소판을 조망하는 매력이 있다. 
 
순천만 갈대밭은 바람에 넘실넘실 춤을 춰 황홀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순천의 백미는 뭐니뭐니 해도 순천만 습지다.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은 순천만 대대포구 일대를 묘사한 것이라고. 어슴푸레 해가 질 무렵, 무진교에는 황홀한 갈대밭이 안개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갈대밭은 태양을 등지고 바라보면 금빛으로, 태양을 마주서서 보면 은빛으로 흔들렸다. 철새들은 점이 됐다, 선을 이뤘다를 반복하며 하늘에 흔적을 남겼다. 갈대가 바람에 휘이휘이 소리를 내며 넘실거렸다.
 
글·사진 김진  에디팅 강수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