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m 고원 위 봄의 도시, 달랏

2018-02-07     정태겸
Dalat
하노이에서 달랏까지는 다시 비행기로 이동해야 했다. 달랏으로 이동하는 동안 차곡차곡 쌓아 둔 정보들은 제법 솔깃했다. 베트남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여행지. 그래서 신혼여행지로 각광받는 곳. 그 이유는 서늘한 이곳의 기후 때문이다. 해발 1,500m 고지에 세워진 도시는 연중 평균 기온이 18℃를 넘나든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럼비엔 고원의 축복받은 땅. 그래서 달랏에 붙은 별칭이 ‘봄의 도시’다.
 
케이블카를 타고 달랏의 고지대로 오르면 베트남의 파리라 불리는 달랏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을 처음 개발한 장본인은 알렉산드르 예르산이라는 인물이다. 프랑스의 화학자 루이 파스퇴르의 제자인 그는 당대의 유명한 박테리아 학자였다. 1890년대 이 지역을 탐사한 루이 파스퇴르와 알렉산드르 예르산은 베트남의 다른 지역과 확연히 달랐던 이곳의 매력을 알아봤고, 프랑스 식민정부에 개발을 요청했다.
 
푹푹 찌는 베트남의 더위를 피할 거점을 확보할 기회인데, 마다할 이유가 있었을까. 프랑스 식민정부는 망설이지 않았다. 1907년 첫 번째 호텔이 지어졌고, 그렇게 달랏이라는 도시가 태동했다. 지금도 꽤나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는 도시의 설계는 어니스트 에브라가 맡았다.
 
쉴 새 없이 개발이 이어졌고, 그럴싸한 빌라와 리조트들이 이곳에 세워졌다. 우리가 보는 도시의 아름다움은 그 시기의 산물이다. 도시는 전반적으로 매우 깔끔하고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은 적잖은 부분을 근사한 꽃들에게 의지한다. 눈 돌리는 곳마다 꽃들이 있다. 달랏은 꽃을 키우기 좋은 기후 조건이고, 자연스럽게 화훼로 이름을 날릴 수 있게 됐다. 
 
바오다이 왕을 기록한 사진
바오다이 궁 내부에는 베트남의 마지막 왕인 바오다이의 유품들이 전시돼 있다 

고원의 도시 달랏에서도 산기슭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야 만나게 되는 바오 다이 궁은 베트남의 마지막 왕 바오 다이가 소유했던 3개의 별장 중 여름별장으로, 유일하게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입구에서부터 전기 카트를 타고 이동하면 25개의 방이 있다는 제법 화려한 유럽식 건물을 마주하게 된다. 내부에는 바오 다이 왕이 생전에 활동했던 사진들과 각각의 공간이 가진 기능들을 충실하게 재연해 놨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달랏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산의 정상으로 오를 수 있다. 
 
달랏의 야시장은 달랏의 소박한 매력을 엿볼 수 있는 여행지다

달랏의 추억은 무엇보다 야시장의 풍경으로 각인된다. 지인은 십수년 동안 열정을 쏟아 부어 온 일을 내려놔야만 했을 때, 달랏으로 떠났다고 했다. 당시 그의 사정을 어렴풋이 알기에 그가 얼마나 절망 가득한 심정으로 이곳에 몸을 의탁했을지 더듬어 볼 수 있었다.
 
그를 치유해 준 건 달랏의 야시장이었다. 그가 앉았을 그 자리 어디쯤에서 그가 먹었던 그 음식과 술을 시켰다. 야시장의 들썩거리는 분위기가, 그곳에서 홀로 기울이는 술 한 잔이, 무심코 툭 내려놓고 돌아서지만 수북하게 쌓인 한 접시로, 달랏이라는 도시는 말도 통하지 않는 이방인을 위로했으리라. 그가 보내 온 문자 메시지에는 달랏의 야시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짙은 향기로 글자마다 쿡쿡 배어 있었다. 
 
 
 
글·사진 정태겸  에디터 천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