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개골개골’ 인사드려요

2018-02-28     천소현
길진 않았지만 꽤 쏠쏠했던 설 명절도 지나고 나니 더 이상 ‘올해 계획’을 유예할 핑계가 사라졌습니다. 책을 내 볼까 했습니다. “여행보다 글이 좋았다!” 뭐 이런 내용으로요. 거짓말 같지만 진심입니다. 슬그머니 여행 기록의 중요성을 설파해 보고도 싶었습니다. 기록하지 않는 여행은 쉬이 휘발되는 법이니까요. 그러나 믿었던 출판사 후배에게 정곡을 찔렸습니다. “언니, 여행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아. 언니 주변에만 많은 거라고!”

생각해 보니 그가 옳습니다. 여행작가, 여행기자, 여행업 종사자 등등 제 주변에는 온통 여행 많이 한 사람과 여행 많이 하고 싶은 사람뿐이니까요. 말하자면 여행 참 많이 한 우물 안 개구리가 저였습니다. 근데 어쩝니까. 이 개구리들이 좋은 것을요. 고백컨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보다, 여행을 기록하려는 사람들이 더 좋습니다. 

평창올림픽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다른 인종, 문화, 국가에 대한 편견과 무지가 얼마나 폭력적이 될 수 있는지를요. 여행하는 개구리들의 장점은 적어도 ‘자신이 우물 안에 살고 있음’을 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록하고 싶은 것이겠지요. 자신이 경험하고 온 또 다른 우물을 알고, 기억하고, 알리고 싶은 거죠. 그러면서 티와 검불이 골라질 겁니다. 팩트가 아닌 것, 왜곡된 것, 치우친 것, 과장된 것을 까부르는 반복된 키질이 결국 좋은 기록이 됩니다. 

여행이 기지개를 펴는 춘삼월입니다. 우물 안이 시끌시끌합니다. 여행하는 개구리들도 도약하는 시절이 왔습니다. 저희 집도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여행 계획을 짰지요. 경칩 전에 항공권을 예매해 볼 생각입니다. 스타 셰프들도, 스타 에디터들도 모두 좋아하는 오사카가 어떨지 생각 중입니다. 혹시 오사카의 어느 맛집에서 마주친다면 ‘개골개골’ 인사해 주세요. <트래비> 독자는 정중히 모시겠습니다. 

P.S. 출판 계획은 보류 중입니다. 후배는 여행 말고 일상 에세이를 써 달라고 했습니다. 일상 에세이라니, 그게 뭘까요? 그래서 요즘 일상이라는 우물을 파는 중입니다. 격하게 삽질 중입니다. 

<트래비> 팀장 천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