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13월이 올까요?

2018-05-02     천소현
 
올해도 4부 능선쯤 왔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절반이지만 이쯤에서 살짝 쉬어 갈 법도 하죠. 예전 같으면 계곡에 발 담그고 맥주 한 캔 딸 법도 했을 텐데, 3월부터 국립·도립·군립공원에서 음주는 불법이 되었습니다. ‘등산애주가’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라 (벌금) 5만원짜리 막걸리를 그냥 마시겠다는 사람, 성급하게 ‘금주’가 아닌 ‘하산’을 결정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소확행’을 빼앗긴 어른들의 이야깁니다. 

13주년을 맞은 <트래비>도 어느 때보다 열심히 여행자의 행복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너무나 원하지만, 감히 할 수 없는 그 일이 무엇인지를 찾았죠. 멀리 갈 것도 없이 이왕이면 오래, 깊이 여행하고 싶은 마음들이 편집실에도 가득했습니다. 우리가 반한 그곳에서 단 며칠만 머문다는 것은 가성비도, 가심비도 배반하는 일이죠. 그래서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당신에게 선물 같은 한 달이 있다면 어디로 가고 싶은가요? 

질문은 <트래비> 식구들에게도 그대로 되돌아왔습니다. 분명 업무였지만 ‘13월의 여행’을 상상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찾고, 나의 답을 결정하면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동참해 준 여행작가들과 트래비스트들도 그러했다지요. 우리의 ‘리틀 포레스트’는 여행을 꿈꾸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숲속 시원한 계곡에 발 담그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도란거리는 기분이었죠. 

그러나 과연 13월(Undecimber)이 오겠느냐고요? 실제로 달력에 13월이 있다는 에티오피아에 살지 않는 이상 어렵겠지요. 찾아보니 13월에 대한 정의가 흥미롭습니다. ‘필요에 의해 실존하지만 필요로 인해 존재를 부정당해 실존하지 않는 전설의 달’이라네요. 그러나 <트래비> 5월호에는 분명 13월이 실존합니다. 심야영화관에 가면 26시55분. 27시15분에 상영하는 영화가 있고, 관객들은 어김없이 딱 그 시간에 찾아가서 영화를 보고 오잖아요. 우리가 당신의 13월을 여기에 적어 두었습니다. 어김없이 찾아가 꼭 누리고 오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리틀 포레스트’를요. 

<트래비> 팀장 천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