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랑 승무원 어때요?

2018-05-09     김선주
“가야금부터 마술까지…모두 고객을 위해서죠!”
 
누군가의 열정이 버무려진 뒤에야 하나의 여행상품이 겨우 만들어진다. 그 야무진 열정에 여행객은 미소 짓는다. 내나라 곳곳을 누비고 살핀 수고스러움 쯤이야, 그 미소 앞에서는 대수롭지 않다. 현장에서 내나라 여행을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해랑 조수민 승무원
 
“처음에는 흔들리는 객실에서 잠을 설치기도 했는데요, 이제는 오히려 흔들리지 않으면 잠을 설쳐요.”

여정 내내 손님들을 향했던 조수민 승무원의 맑은 미소와 반듯한 자세는 인터뷰 때도 변함이 없었다. 2007년 KTX 승무원으로 입사한 뒤 2009년부터 현재까지 <해랑>과 함께 했다. 해랑은 ‘레일 크루즈’라 불리는 우리나라의 유일무이한 럭셔리 침대열차다. 태양(해)과 함께(랑) 아름다운 우리나라 금수강산을 여행하자는 뜻을 지녔단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응원단 수송용으로 만들어졌다가 육로 이동이 무산되면서 럭셔리 관광열차로 재탄생했어요.” 조 승무원은 해랑 승무원 중 최고참이다. 2018년 10주년을 맞은 해랑의 산증인이나 다름없다.  

해랑 승무원은 단 아홉 명, 이 얼마나 희소성이 크단 말인가!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일곱 명은 500~600명에 이르는 KTX 승무원 중 선발됐고 나머지 두 명은 해랑 승무원 특채 과정을 거쳐 뽑혔다. “해랑 승무원은 모두 ‘1인 1장기’를 자랑합니다. 가야금부터  해금, 플롯까지 연주하고요, 성악과 노래, 춤은 물론 마술도 부려요!” 모두 해랑 손님을 위한 장기이자 특기이기 때문에 연습에도 소홀하지 않다. 매월 정기교육 때마다 단체공연 연습을 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아이디어 회의를 연다. 그래서 ‘난타’ 공연 때 그렇게 멤버들 간 호흡이 척척 맞았구나…. 4~5년 경력을 지닌 프로 승무원들이 맹연습까지 하니 당연한 일이다. 기차 밖에서는 전문 여행 인솔자로서, 또 가이드로서 제 역할을 척척 한다. 그야말로 만능 재주꾼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애환이 없지는 않을 터, “주중에 출발하는 2박3일 상품은 효도관광 오신 어르신들이 많으세요. 아무래도 거동이 불편하실 수도 있어서 신경을 더 많이 써야하지요. 여정 중에 병원에 모셔다 드린 적도 있었어요. 매일 밤 당직 승무원이 잠을 자지 않고 대기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어르신들만을 위한 서비스는 아니겠지만, 열차 안에 발마사지기와 어깨마사지기를 놓자는 아이디어도 어르신들을 배려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한다.

가장 큰 즐거움은 역시 고객과의 만남이다. “고객들을 통해서 오히려 제가 배우고 힐링을 느껴요.” 그동안 수많은 고객과 만나고 그들에게 소중한 여행을 선사했다는 게 가장 큰 보람이다. 그러니 해랑 상품을 14번이나 이용하고 승무원 결혼식에도 참석한 일본인 고객이 있었을 게다. 꼬마 고객이 나중에 해랑 승무원이 되는 게 자기 꿈이라고 할 때면 사명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해랑 승무원으로서 조 승무원의 꿈은 무엇일까? “글쎄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우리나라 응원단을 싣고 육로로 베이징까지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루지 못한 해랑의 꿈을 이루는 게 조 승무원을 꿈이었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