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은빛 도시, 멕시코 과나후아토

협곡 위에 세우고 또 세우다 Guanajuato 과나후아토

2018-06-19     이동미

 

산 미겔에서 3박 4일을 보내고 과나후아토로 향했다. 산 미겔에서 96km, 차로 1시간 정도 가는 거리다. 과나후아토는 두 협곡 사이에 폭 안긴 것처럼 자리해 있다. 지금은 도시가 워낙 커져서 그 느낌이 덜하지만, 도시가 만들어질 당시의 구조를 보면 더 확연히 알 수 있다. 협곡 사이에서 은광이 발견된 과나후아토는 큰 홍수를 여러 번 겪으며 침수됐고, 그 위에 계속 도시가 새로 지어지며 현재 모습이 되었다. 지금도 땅 속에 1,700여  채의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붕괴위험이 있어 건들지는 못하고 있다고. 

과나후아토 역시 16세기 금광과 은광이 발견되면서 도시가 크게 발전했다. 18세기 무렵까지 약 250년 동안 세계 최대의 은 생산지였고, 지금도 도시 곳곳에는 광산의 흔적이 남아 있다. 웅장하고 화려한 바로크 양식과 신고전주의 건축물도 많은데, 모두 이 부유한 시대에 지어진 것들이다. 유럽풍 광장을 포함한 중세 도시가 그대로 남은 과나후아토는 산 미겔보다 앞선 1988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시내로 들어가기 전 피필라 언덕(El Pipila)에 먼저 섰다. 멕시코 독립전쟁의 첫 전투를 승리로 이끈 광부 피필라의 이름을 따서 만든 피필라 언덕에는 그의 거대한 석상이 세워져 있다. 언덕의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도시는 어마어마했다. 산등성이 아래로 알록달록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은 것이, 거대한 영화 세트장 같았다. 산 미겔에서 본 컬러보다도 더 선명하고 화려했다. 바실리카 성당의 노오란 색감과 과나후아토 대학의 100개가 넘는 계단까지 세세하게 보였다.  지금껏 많은 곳을 다녀봤지만 한 번도 이런 색을, 이런 도시를 본 적이 없었다. 

이제는 내려와 도시 속으로 들어갈 차례. 자연의 거친 지형 위에 자생적으로 생겨난 도시는 좁은 골목과 색색의 집들을 끊임없이 드러낸다. 지하에는 광산 때문에 지어진 지하 터널들이 미로처럼 뚫려 있는데, 그 속으로 차도 사람도 다닌다.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볼 수 없는 과나후아토만의 유산이다.

“과나후아토에서 캔 금과 은을 멕시코시티로 보내던 유럽인들은 광부들과 한 도시에서 살기 싫어했었어. 그래서 선택한 도시가 산 미겔이고. 정작 시민들은 산 미겔 시내에 살지 못하게 됐고, 은퇴한 미국인들까지 들어오면서 미국적인 분위기도 많이 생겨났지. 그에 비하면 과나후아토는 훨씬 멕시코 현지 느낌이 살아있는 것 같아. 주민들이 도시 안에 살고 있고, 밤거리는 활기차. 에너지가 넘친다니까.”

산 미겔의 마법에 걸린 내가 계속 그 도시의 아름다움을 찬미할 때, 그웬은 계속 과나후아토를 외쳤었다. 산 미겔이 처음이었던 나는 무엇이 ‘미국적’인지 잘 느끼지 못했지만, 밤은 한적했다. 9시만 넘으면 거리에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으니까. 그에 비해 과나후아토의 밤은 정말 사람들로 가득했다. 잘 차려 입은 젊은이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왔고, 밤늦도록 레스토랑에는 빈자리가 없었다. 웅장한 후아레스 극장 앞에선 전통 의상을 입은 학생 악단이 공연을 하며 밤마다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카예호네아다(Callejoneada)’라 불리는 이들은 밤마다 그룹을 지어 도시를 돌며 역사와 풍경을 설명해 준다. 워킹투어를 신청하라고 호객 행위를 하면서. 

그웬은 저녁을 먹다 말고, 그 워킹투어를 너무 가고 싶어 했지만 일정이 늦어진 탓에 결국 포기해야 했다. 대신 우리는 바 호핑을 하며 과나후아토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멕시코 전통술인 메스칼(Mezcal)을 들이켠 후, 메뚜기볶음과 오렌지를 먹었다. 술이 취하지 않는 그웬은 여전히 투어에 못 간 것을 아쉬워했다. 
“그웬, 뭔가 하나쯤은 이 도시에 남겨 둬야 돼. 그래야 다시 찾아올 이유가 되지.” 

동화처럼
도시

 

Must Do in Guanajuato
과나후아토에서 꼭 해야 할 5가지

1. ATV Racing 
오프로드와 도시 탐험하기

ATV를 타고 울퉁불퉁한 산악지대의 능선을 타다가 마을로 내려와 지하 터널과 골목을 달리는 투어다. 산악지대로 들어서면 오프로드로 바뀌면서 모래먼지에 휩싸이고, 언덕 위에서는 과나후아토의 협곡을 마주할 수 있다. 미로 같은 지하 터널을 통과하면 알록달록한 집과 광장이 펼쳐진다. 3시간에 2,500페소.

과나후아토 얼터너티브 투어리즘(Turismo Alternativo Guanajuato) 
전화: +473 732 2591
홈페이지: www.turismoalternativoenguanajuato.com

2. El Pipila
피필라 언덕에서 인증 샷 남기기


스페인 독립전쟁의 첫 전투가 벌어졌던 과나후아토에서 승리를 가져다준 피필라 광부를 추모하는 피필라 언덕. 횃불을 들고 있는 그의 석상 아래로 동화 같은 마을이 펼쳐진다. 과나후아토에서 최고의 인증 샷을 남길 수 있다. 골목을 따라 걸어 올라가거나 푸니쿨라를 타고 갈 수도 있다. 야경도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 

3. Callejoneada
카예호네아다 투어 신청하기 


후아레스 극장 앞에서 시작하는 카예호네아다 투어는 전통의상을 입은 학생 악단과 함께 세레나데를 들으며 도시의 역사와 풍경을 즐기는 워킹투어다. 학생들은 대부분 영어를 잘 구사한다. 사전에 예약하면 되지만, 시작 전에 바로 현장에서 신청하고 참여할 수도 있다. 2시간 정도 투어에 100페소.  

4. Mezcal
데킬라 대신 메스칼 마시기 


멕시코 하면 데킬라가 유명하지만, 현지인들은 전통술인 메스칼을 더 많이 마신다. 속을 판 바가지에 메스칼을 붓고, 잘게 자른 메뚜기볶음과 오렌지를 곁들여 먹는다. 지역마다 고유의 재료로 메스칼을 만들어 종류가 다양한데, 도수가 센 것도 있고 끝 맛이 달달한 것도 있다. 과나후아토 시내 지하에 자리한 바, 로스 메스칼리토스Los Mezcalitos는 작지만 20가지 다른 풍미를 지닌 메스칼 메뉴를 선보인다. 메스칼 1잔에 단돈 40페소, 가격도 부담 없다.

로스 메스칼리토스  
주소: Callejon y 5 Col. Centro 36000, Del Truco 3, Zona Centro, Guanajuato, Gto., Mexico  
오픈: 화~토요일 20:00~01:00(일·월요일 휴무)

5. Casa Valadez
카사 발라데스에서 저녁 먹기 


카사 발라데스는 과나후아토에서 최고급 레스토랑 중 한 곳이다. 멕시코 사람들도 세비체를 많이 먹는데, 여행기간 중 이곳에서 먹은 세비체가 가장 훌륭했다. 멕시코의 인기요리와 퓨전서양요리를 두루 선보인다. 후아레스 극장과 광장이 내다보이는 창가 쪽 테이블은 지나가는 사람들도 구경할 수 있는 명당이다. 

카사 발라데스  
주소: Jdn. de la Union 3, Zona Centro, 36000 Guanajuato, Gto., Mexico
오픈: 09:00~23:00  
전화: +52 473 732 0311
홈페이지: casavaladez.com 


▼travel  info

AIRLINE
인천-멕시코시티 직항 노선을 아에로멕시코가 운행 중이다. 월·수·금·일요일 낮 12시25분에 출발해 같은 날 낮 12시51분에 멕시코시티에 도착하며, 비행시간은 약 14시간 정도다. 돌아오는 편은 멕시코시티에서 몬테레이를 경유해 인천으로 오는데, 몬테레이에서는 비행기를 갈아타지 않고 앉은 자리에서 2시간을 기다린다. 멕시코시티에서 밤 10시에 출발해 다음날 새벽 6시에 도착하는 스케줄이다. 

LOCAL TRANSPORTATION
멕시코시티에서 산 미겔이나 과나후아토까지는 차로 이동할 경우 4시간 정도 걸린다. 버스로는 5시간 가량 소요된다.   

 

글·사진 이동미  에디터 김예지 기자
취재협조 멕시코관광청 visitmexi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