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와 롤스로이스가 공존하는 두바이

2018-07-09     김진

에메랄드 빛 바다와 이국적인 풍경에 대한 갈증은 우리를 여행하게 한다. 두바이엔 사막과 바다, 이슬람 전통과 글로벌 문화, 향신료와 불가리, 낙타와 롤스로이스가 공존한다. 생각보다 아름답고 생각보다 할 것이 넘쳤다. 다시 오고 싶은 여행지 1순위에 넣었다. 

라마단

 


라마단(Ramadan) 기간이었다. 이슬람 문화가 우리에게 워낙 낯설기도 하지만 라마단은 더욱 생소하다. 공항에서부터 ‘라마단 카림(Ramadan Kareem)’이라는 문구를 만났다. 카림(Kareem)은 정확히 해석하긴 어렵지만 ‘Happy New Year’의 Happy나 ‘Merry X-mas’의 Merry처럼 라마단을 기념하는 단어라고 이해하면 된다. 두바이엔 라마단 분위기가 퍼져 있었다. 다소 엄숙하고 차분했다.

한낮 온도는 40도를 훌쩍 넘을 만큼 뜨거웠다. 라마단은 아랍어로 ‘무더운 달’이라는 뜻이다. 6월의 두바이는 무더위와 라마단으로 가득했다. 하필 왜 그 기간에 두바이 여행을 가느냐며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나는 결론적으로 라마단을 200% 누리고 왔다. 걱정은커녕 결론적으로 여행지로서 장점이 훨씬 많았다. 


두바이는 대체로 물가가 비싼 도시다. 그러나 라마단 기간에는 1박에 100만원에 육박하는 럭셔리 5성급 호텔을 3분의 1 정도의 가격에 누릴 수 있다. 관공서도 일찍 문을 닫으니 낮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주요 관광지와 쇼핑몰을 찾는 사람도 팍 줄어든다. 덕분에 줄을 서는 시간 낭비도 없다. 바깥은 더위가 기승이지만 쇼핑몰이나 실내에 들어가면 카디건을 걸칠 정도로 서늘해서 오히려 감기가 걱정이다. 완벽한 조건의 여행이 어디 있으랴.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면 더 큰 보상이 있다. 라마단 기간의 두바이 여행이 그렇다. 여행에 별점을 매기자면 망설임 없이 두바이에 별 다섯 개를 주겠다. 

알세르칼

 

●좀더 특별한 에메랄드 빛 바다
주메이라 비치(Jumeirah Beach)

두바이를 두 단어로 이야기한다면 바다와 사막. 나는 바다부터 만났다. 주메이라 비치(Jumeirah Beach). 세계적으로 아름답다는 비치를 수없이 봤지만 주메이라 비치는 좀 더 특별했다. 사막의 황량함을 바다로 보상받으려는 듯 유난히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워낙 럭셔리해서 7성급이라 칭하는 호텔, 버즈 알 아랍(Burj Al Arab)이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풍경은 뭔가 비현실적이다. 주메이라 비치는 신이 두바이에 주신 선물인가 싶다.


이 선물을 가만히 두지 못한 두바이는 바다 위에 섬을 만들고 집과 호텔을 지어 국토를 넓히고 있다. 전 세계 부호와 셀럽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고급 빌라를 사들였다. 영롱한 바다는 넘실거리고 고운 모래 위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여행자들이 헐벗은 채로 일광욕과 수영을 즐긴다. 해변은 맨발로 딛기 힘들 만큼 뜨거웠는데 사람들은 잘도 견딘다. 


주메이라 비치를 마주하고 수변 마을처럼 꾸며진 리조트는 무척 이국적이다. 주메이라 알 카스르(Jumeirah Al Qasr). 초록빛 인공 호수는 빌라와 호텔 사이로 유유히 흐르고 상아빛 건물들은 아랍 분위기가 가득하다. 베네치아처럼 여행자들은 인공 호수 위로 배를 타고 유유자적했다. 절제가 미덕인 라마단 기간이라 리조트 안에서는 음악을 틀지 않았다. 대신 재잘대는 새소리에 귀가 즐거웠다.  


카메라가 뜨거워져서 마치 고장이라도 날 것 같은 기분에 도망치듯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벌겋게 익은 얼굴의 열기를 차가운 물수건으로 내리니 눈앞에 해산물 요리가 펼쳐졌다. 두바이는 외국인 비율이 80%가 넘고 200여 개국의 사람이 모여 사는 글로벌한 도시다. 메트로폴리탄은 고유 음식보다 퓨전 음식에 강한 법. 두바이도 그랬다. 레바논, 인도, 이집트, 태국, 멕시코, 모로코, 스페인 등 우리가 쉽게 접하기 힘든 나라의 요리를 두바이에선 쉽게 찾을 수 있다. 


셰프도 수준급. “한국과 두바이의 유명 셰프들이 펼친 요리대결에서 두바이 셰프가 간단한 재료만으로도 승리했다”라는 설명을 들었다. 맛있는 두바이로 하루가 시작됐다.  

라마단

 

●두바이는 역시 쇼핑
수크(Souk) 그리고 돈 쓰는 재미

“마디낫 쑥, 플리즈.” 아랍의 전통 배인 아브라(Abra)를 타고 마디낫 수크(Souk Madinat)로 향했다. ‘수크’는 아랍어로 ‘시장’이라는 뜻인데 정확한 발음은 ‘쑥’에 가깝다. 아랍 문화를 가까이에서 이해하려면 수크를 반드시 들러 보는 것이 좋다. 리조트 안에서 아브라 운영을 담당하는 직원은 펜디 로고가 새겨진 칸두라(Kandura)를 입고 있었다. 세계적인 명품브랜드들이 아랍 전통 의상인 칸두라나 아바야를 디자인해 판매한다고는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 꽤 흥미롭다. 

저렴한

 

아브라를 타고 호수를 한 바퀴 둘러보고 나서야 마디낫 수크에 도착했다. 마디낫 수크는 전통시장인데도 실내라서 시원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진주 액세서리 가게에 발길이 머물렀다. 가공을 전혀 하지 않아 울퉁불퉁하고 땅콩만한 크기의 진주 귀걸이를 하나 골랐다. 흥정을 하니 우리 돈으로 9만원.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두바이에서는 지갑이 쉽게 열린다. 이것저것 사고 싶은 게 널렸다. 액세서리, 패브릭, 향신료, 소소한 기념품 등 아랍문화가 배어 있는 물건들은 다시 올 날을 기약하지 못하는 여행자에게 지갑을 자꾸 열게 하는 마력이 있다. 두바이 도착 첫날 여행경비를 탕진하고 만 나는, “두바이는 탕진잼 도시다”라고 결론지었다. 쇼핑도 여행의 한 부분이라 즐거우면 그만. 흥정의 묘미와 더불어 돈 쓰기의 즐거움을 두바이에서 깨달았다. 

알록달록

 

진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지금은 ‘잘사는 도시’ 두바이가 한때는 가난에 허덕였던 작은 어촌 마을이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렵다. 
“석유가 발견되기 전까지 두바이 사람들은 대추야자나 진주조개 잡이로 생계를 이어 왔어요. 이르면 12살부터 일을 했고, 코를 막고 바다에 내려가 진주를 채취해야 했어요. 채취 과정이 워낙 힘들어서 진주의 가격도 무척 비쌌는데, 커다란 진주 한 알이 6억원에 거래됐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하지만 두바이의 진주조개 잡이는 일본이 진주조개를 양식화하면서 급격히 사양길로 들어섰지요.” 가이드 고다는 조금 서글픈 말투로 두바이 역사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아랍에미리트는 또 다른 엄청난 흑진주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지금의 두바이를 만든 원동력, 석유다. 


어촌 마을이었던 두바이의 옛 풍경은 두바이 크릭(Creek)에서 오래된 아브라를 타고 만나 볼 수 있었다. 크릭은 두바이를 가로지르는 수로로 과거 주변국에서 건너온 상인들의 물건을 사고팔던 교역중심지였다. 그러나 이젠 무역의 활기는 아예 없고 관광객들만이 오가는 전통시장으로 남았다. 골드 수크, 스파이스 수크, 직물 수크 등 종류별로 구획이 되어 있는데 그중 황금과 금제품을 파는 골드 수크는 특히나 흥미롭다. 세상에서 가장 크다는 금반지는 전기밥솥만 해서 눈길을 끈다.  


●이슬람 문화가 모더니즘을 입다
알세르칼 애비뉴 (Alserkal Avenue)

두바이에서 생각지도 못한 힙한 공간을 만났다. 알세르칼 애비뉴(Alserkal Avenue)는 원래 공장과 물류창고, 카센터가 밀집했던 공업지역이었다. 2007년 버려질 뻔했던 회색 컨테이너들은 갤러리, 카페, 핸드메이드 숍, 아트센터, 공연장 등으로 변모해 예술가 거리를 형성했다.

 

알세르칼
알세르칼

 

“일 년에 한 번 전 세계 예술가들에게 레지던스를 빌려드립니다.” 큐레이터의 설명에 귀가 번쩍. 글, 그림, 사진, 춤, 음식 등 예술과 관련된 이라면 누구든지 이곳을 임대받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정말이지 기회만 주어진다면 일 년 정도 살아 보고 싶었다.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면서. 내년에 도전해 봐야지. 

초콜릿

 

노란색 스쿨버스가 도착한 곳은 어린이들을 위한 아트센터였고, 오래된 클래식 카가 서 있는 곳은 클래식카 전문매장이었다. 오가닉 푸드 카페는 겉모습부터 신선했고, 나무나 금속, 패브릭으로 만든 작은 액세서리에 맘을 뺏겨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아랍권 예술가들의 그림은 색달랐다. 대놓고 트럼프를 비판하는가 하면 전쟁으로 파괴된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 쉽게 접할 수 없는 예술작품은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았다. 그중 발길을 가장 오래 붙들어 놓은 곳은 초콜릿 팩토리. 수제 초콜릿이 탄생하는 모습을 모두 관찰할 수 있다. 달콤하고 쌉싸래한 초콜릿을 하나 물고 컨테이너 사잇길을 하염없이 걷고 구경했다. 런던에 쇼디치, 뉴욕에는 브루클린이 있다면 두바이엔 알 세르칼 애비뉴가 있다. 

유기농
초콜릿

 


●두바이에 다시 와야 할 이유
사막의 로맨스

정말이지 나는 두바이에 반드시 다시 와야겠다고 맘먹었다. 두바이의 사막 그리고 석양 때문이었다. 지난달 나는 태평양 한가운데서 바다 한가운데로 뚝 떨어지는 석양에 완전히 매료됐었다. 하지만 사막의 석양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작열하던 태양은 모래바람에 휩쓸리듯 사라져 가며 뜨거웠던 사랑의 흔적처럼 땅과 하늘과 우리 눈에 온통 붉은 빛을 남겼다. 사막 한가운데 자리잡은 리조트는 더없이 로맨틱하다. 수영장 모서리에 몸을 기대고 팔을 뻗으면 사막의 모래가 손끝에 닿는다. 가끔씩 커다란 새들만이 하늘을 날고 저 멀리 낙타 몇 마리가 주인의 손에 이끌려 터덜터덜 걷는 풍경은 너무나 낯설어서 맘을 뺏겼다.   

끝없이

 

일정이 빠듯해, 그 좋다는 사막투어는 하지 못했다. 또 다른 이프타르 만찬에 초대받아 성대한 저녁식사를 즐기며 말타기 쇼를 보고, 사막 모래를 맨발로 밟아 보고, 낙타 등에 올라 100m쯤을 걸었을 뿐인데 그저 사막이 좋았다. 낙타는 뒷발이 같은 쪽 앞발을 툭 치듯이 걷는다. 표현하기 힘든 이상한 엇박자다. 낙타는 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자동적으로 관광객을 태우고 사막 한 바퀴를 걷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공격성을 없애기 위해 플라스틱 판으로 눈을 가린 커다란 새는 기념사진을 위해 사람들의 팔 위에 잠시 앉는 용도로 전락해 버렸다. 애처로웠지만 그조차 이국적이었다. 

관광객의

 

그래, 생각해 보니 두바이는 본래 사막의 도시가 아닌가. 사막에 와서야 두바이의 날것을 본 것 같았다. 사막에 오래 머물지 못한 아쉬움은 반드시 다시 가야 할 여행지 1위에 두바이를 새기게 했다. 다음엔 모래언덕에 누워 쏟아지는 별도 보고, 눈코입에 모래가 다 들어가도록 모래에서 뒹굴어도 보고, 장작을 피워 음식도 구워 먹어 봐야지. 황량한 땅에서 날것을 깊게 느끼고 싶어졌다. 그러고 보니 나는 두바이에서 내가 좋아하는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다. 그런데 사막에서는 왠지 취기가 오르는 기분. 사막의 석양은 술 없이도 나를 몽롱하게 했고 그날의 옅은 그리움이 한국까지 따라왔다.  

 

▼travel  info

Airlines
에미레이트항공과 대한항공이 한국-두바이 직항 편을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약 10시간. 에미레이트항공을 이용하면 대한항공 제휴사 마일리지 적립이 가능하다. 

에미레이트항공(Emirates Airline) 세계에서 가장 많은 A380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동 제1의 항공사이자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항공사로 알려져 있다. A380은 세계 최고의 비행기를 만들어 내는 에어버스사의 차세대 친환경 항공기. 2층 구조로 되어있어 한 번에 500명 이상을 태울 수 있으며 하이브리드 자동차보다 높은 연료 효율을 자랑한다. 모든 좌석에 기내 엔터테인먼트 ICE 시스템이 장착돼 있고 터치스크린이라 무척 편리하다. 기내 무료 와이파이(2시간, 20MB)가 제공된다. 비즈니스석 이상의 경우 기내 라운지 바를 언제든지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이슬람 문화권 항공사답게 돼지고기 요리는 제공되지 않지만 한국스타일 요리와 각국의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다.  www.emirates.com

 

About
통화 디르함AED을 쓰며 1디르함은 300원 정도다. 
전기 두바이는 한국과 같은 220V지만 헤르츠가 달라(한국은 60Hz, 두바이는 50Hz) 영국과 같은 모양의 플러그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시차 우리나라보다 5시간이 느리다.
기후 아랍에미리트는 고온 다습한 사막지대로 한여름에는 체감온도가 50도에 육박한다. 습도가 가장 높은 시기는 6~8월, 여행하기 가장 좋은 계절은 11~3월이다. 

글·사진 김진  에디터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두바이관광청 www.visitduba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