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너머의 타이완 진먼다오

진먼다오 역사유적 탐방

2018-07-10     김성래

진먼다오는 타이완에 속한 
땅이지만 중국 본토의 샤먼시에서 
직선으로 불과 10km로 
중국과 오히려 더 가깝다. 
진먼다오 곳곳에서는 
중국과 얽힌 전쟁의 역사와 상처,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진먼다오의

 

●‘금문’이 익숙한 이유 


타이완 쑹산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곳의 습도나 더위에 대해 숱하게 들었지만, 며칠 전까지 베트남의 불볕더위를 겪어 본 터라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가혹했다. 입국장을 벗어나 바깥 세상으로 통하는 문을 열자마자 뜨거운 물기를 흠뻑 머금은 수건을 온몸에 한 겹 덧댄 느낌이랄까? 숨이 턱 막혔다. 한동안 화젯거리가 될 타이완의 첫인상이었다. 아직 도착 여정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다시 한 번의 기차를 타고, 쌍발 프로펠러 항공기로 한 시간 여를 더 날아 마침내 진먼다오(금문도, 金門島)에 도착했다. 

 

면적이 약 150km2인 진먼다오는 타이완 서쪽에 위치한 섬이다. 동서 방향으로 넓고, 중앙부로 갈수록 폭이 좁아지는데, 그 때문인지 나비를 닮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타이완에 속한 땅이지만 중국 본토의 샤먼시와 직선으로 불과 10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을 만큼 거리는 중국과 오히려 가깝다. 그래서인지 진먼다오 곳곳에서 중국과 얽힌 전쟁의 역사와 상처,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도 전쟁보다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니, 바로 술이다. 

사산포진지에서

 

애주가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금문 고량주는 진먼다오의 대표적인 특산품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금문 고량주의 역사도 중국과의 관계로 설명할 수 있다. 금문 고량주의 유래에 당시 금문의 방어를 책임지던 방위 사령관 후롄 장군이 있기 때문이다. 후롄은 ‘금문의 현대판 은주공’이라 불릴 만큼 진먼다오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그는 단순히 고량주를 생산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주식인 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으며 진먼다오의 환경 개선에도 애를 썼다. 이런 노력은 곧 품질 좋은 고량주를 생산하는 토대가 되었다. 진먼다오 주둔군에게 공급되는 술은 금문 고량주라는 이름을 달고 타이완 본토에서도 판매되자 금문의 지역 경제도 발전해 전후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힘이 되었다. 

금문주조공장에

 


●세 가지 우연이 만든 기적


한가롭고 한적한 섬이구나 생각했던 타이완 속 또 다른 작은 섬, 진먼다오. 한 걸음 걸어 들어가 본 평온한 섬의 일상 속에는 불과 십수년 전 치열하게 벌어졌던 전쟁의 상처와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산후민속문화촌

 

1949년 10월25일 새벽 2시경, 중국 인민해방군 주둔군 1만9,000여 명 중 9,000여 명이 진먼다오 북쪽 상륙전에 투입된다. 구닝토우 전투로 불리는 이 전투는 단 57시간 만에 종료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전투는 격렬했고 중국군의 상륙은 실패로 돌아간다. 중국군 가운데 포로로 잡힌 인원이 7,000여 명, 사살된 병력이 2,0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결과는, 타이완의 대승이었다. 이런 타이완의 승리 뒤에는 무려 세 가지 우연이 겹쳤다는데, 아마도 승리의 여신이 타이완의 손을 들어 주고 싶었나 보다.

옮기자면 이렇다. 중국군 상륙정이 계절풍으로 인해 의도했던 곳으로 들어오지 못한 것이 첫 번째 우연이고, 원래는 타이완군 탱크들이 항구들 빠져나간 상태를 노렸던 것인데, 일부 고장난 탱크의 수리를 위해 그대로 해안가에 배치되어 있었던 것이 두 번째 우연, 마지막은 새벽에 화장실 가던 타이완 병사가 있어서 침투하던 중국군을 운 좋게 발각하게 된 우연이다. 여기에 더해서 중국군의 방심이 무시할 수 없는 이유였던 모양이다. 진먼다오 점령을 쉽게 생각했던 중국군들은 승리를 거둔 후 사용할 목적으로 중국 화폐를 들고 오는 것도 모자라 승리 축하 파티를 위해 돼지까지 실어 왔을 정도였다고.

구닝토우 전사관(古寧頭戰史館)은 타이완의 이 기적적인 대승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는데, 전사관이 위치한 곳이 바로 전투에서 승리한 장소였다. 안에는 당시 전투의 상황을 묘사한 대형 그림들이 시간 순서대로 걸려 있고, 실제 사용했던 차량 등도 전시되어 있다. 

 


●낮에는 등소평, 밤엔 등려군 


마산관측소(馬山觀測所)에서 근처에 또 하나의 전쟁 유적인 사산포진지(獅山砲陣地)가 있다. 화강암 동굴을 뚫어 구축한 사산포진지는 타이완에서 유일한 갱도식 곡사포진지로, 823포전에서 큰 역할을 담당했던 8인치 곡사포가 주로 배치되어 있다.

사산포진지

823포전이란 1958년 8월23일부터 10월5일까지 벌어진 타이완과 중국의 전투를 일컫는데, 44일간 무려 47만여 발의 포탄이 진먼다오를 향해 날아들었다고 한다. 이런 무시무시한 포격이 있었음에도 진지 내부의 설비는 여전히 제대로 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강도가 단단한 화강암 동굴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희미한 불빛을 따라 진지 안으로 들어가다가 어느 8인치 곡사포 앞에 다다랐을 무렵 한 무리의 군인들이 나타났다. 정해진 시간에 행해지는 대포 조작 시연을 준비하는 이들이었다. 위치를 잡은 군인들이 리더의 호각과 구령에 맞춰 일사분란하게 포격 시범을 준비했다.

관객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다음 벌어질 일을 기대하며 집중했다. 우렁찬 대포 소리를 상상하면서. “따닥!” 이게 끝이야? 마치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콩알탄 고작 몇 개를 손에 뭉쳐 쥐고 던졌을 때 들었던 소리와  비슷했다. 그렇게 시연은 끝이 났다. 하긴 중국 땅이 저리 가까운데 자칫 소리까지 컸더라면 오해를 받을 수도 있으려나? 애써 이해해 보려 했지만 어쨌든 허무한 마무리였다.

 

구강호 남동쪽에는 적산갱도(자이산 터널, 翟山坑道)라 부르는 터널이 하나 있다. 1961년 착공에 들어가 5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길이 100m, 폭 6m, 높이 3.5m의 갱도와, 길이 357m, 넓이 11.5m, 높이 8m의 A자형 수로를 만들었다. 소형이라고는 해도 무려 42척의 배가 출입할 수 있을 정도로 당시에는 대규모 공사였다. 지금은 군사 시설로는 사용하지 않으며 매년 10월 31일 터널 내부에서 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다. 예매가 개시되면 10분 만에 매진이 될 정도로 인기 이벤트다. 여행자들에게 이 터널을 추천하고 싶은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터널 안에 있는 동안 바깥의 찌는 듯한 더위와 잠시 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몇 개의 불빛이 어두컴컴한 내부를 밝히고 있는데, 투박하게 깎아 낸 화강암 벽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갱도를 나와 해안가로 가면 바다 쪽으로 튀어나온 갱도의 외부를 볼 수 있는데, 스산하기까지 한 내부와 달리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적산갱도

양안(兩岸)의 관계는 정치적 해법에 따라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고 있지만, 첨예한 대립으로부터 멀어지는 방향성은 분명해 보인다. 최근 남북한의 관계가 개선되자 휴전선 근처에서 철거된 시설이 하나 있다. 대북 방송용 확성기 시설이다. 진먼다오에도 비슷한 설비가 있다. 마산관측소가 바로 그곳이다. 진먼다오의 최북단에 있는 마산관측소는 건너편 중국 푸젠성에서, 가장 가까운 곳의 거리가 불과 2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을 만큼 인접한 위치다. 중국과 대치하던 전시에 적군의 동정을 관찰하고 선전 활동을 위해 최전선에 설치한 것이다. ‘첨밀밀’이라는 노래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타이완 출신의 가수 등려군도 이 선전 활동에 참여했다고 한다. 등려군은 당시 중국 내에서도 인기가 높았는데 ‘낮에는 등소평의 말을 듣고, 밤에는 등려군의 노래를 듣는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라고. 

사산포진지

 

전쟁의 격전지에서 ‘평화의 섬’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진먼다오의 변화는 한반도의 DMZ 혹은 백령도의 미래와 쉽게 오버랩 된다. 그래서 이 여행의 여운은 꽤 길 것 같다.  

▼travel  info

AIRLINE
진먼다오는 위치상 타이베이보다는 중국 본토와 가깝다. 우통 마터우(샤먼항)에서 진먼다오 쉐이터우 상항까지는 배로 30분 정도면 도착하다. 타이베이에서는 비행기를 타고 1시간 정도 걸린다. 타이베이에서 진먼다오까지는 50~55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타이중, 가오슝, 타이난 등지의 공항에서 이륙한다.  

Places 
타이완 본토


국립 타이완 역사 박물관(National Museum of Taiwan History) 
20ha의 대지 위에 총 4층으로 구성된 박물관. 4~9세 아동을 위한 시간 여행, 타이완의 자연 등을 테마로 한 1층을 비롯, 타이완과 타이완 사람들이 쌓아 온 역사를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 주는 2층, 특별전시관으로 구성된 4층까지 다양한 주제와 함께 체험형 시설도 갖추고 있다.
주소: 70946臺南市安南區長和路一段250號 
오픈: 09:00~17:00

 

 

유천안(柳川岸)
타이중에 새롭게 조성된 하천 산책로. 첫인상은 마치 서울의 청계천을 떠오르게 할 만큼 닮았다. 낮이면 물 속에서 유영하는 잉어를 볼 수도 있고, 밤이면 산책로 곳곳에 설치된 조명으로 한가로운 분위기를 만끽하기 좋다. 
주소: 400台中市中區柳川西路三段 인근

 

진먼다오


금합이강도공장(진허리강다오, 金合利鋼刀廠)
칼을 만드는 공장이다. 재료가 독특하다. 중국과 타이완이 벌인 전쟁으로 버려지고 남은 포탄을 이용해 칼을 만든다. 포탄 하나면 족히 60개의 칼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 파편을 알맞게 잘라 내고, 불에 달구어 낸다. 모든 과정이 약 30분 정도면 끝이 나는데, 과연 포탄에서 탄생한 칼이 맞나 싶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주소: 892金門縣金寧鄉伯玉路二段297號
오픈: 09:00~18:00

 

산후민속문화촌(山后民俗文化村) 
1900년 왕씨 성을 가진 부자 화교가 건축한 실제 가족 거주지였다. 일반 가옥을 포함해 학교나 사당 등 총 18 개 동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18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집의 지붕 끝이 뾰족하게 솟아 있으면 시험에 붙어 관직을 얻은 집안. 또 건물 내부의 바닥 무늬가 육각형이면 손님이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이고, 사각형이면 가족들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한단다.  
주소: 金門縣金沙鎮山后村中堡 
오픈: 08:00~17:00

 

금문주조공장 
애주가들에게 ‘금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고량주다. 1952년 ‘구룡강’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했다가 현재 금문주조공장으로 이름을 바꾸어 품질 좋은 고량주를 생산하고 있다. 공장견학이 가능하다. 
주소: 892金門縣金寧鄉桃園路1號
오픈: 09:00~17:00
홈페이지: www.kkl.com.tw 

 

글·사진 김성래  에디터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타이완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