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 달린 초록 주머니를 찾아서

우리가 싱가포르를 그리는 방식

2018-07-12     김예지

●싱가포르의 주머니를 찾아서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한 계기가 있었다. 동식물 애호가, 환경보호 컨설턴트, 자연 투어가이드, 환경 교육가. 타이틀도 여러 개인 수바라즈(Subaraj Rajathurai)를 만났다. 약속 장소는 보타닉 가든(Singapore Botanic Garden). 흰 수염을 길게 기른 수바라즈의 첫인상은 지금 생각해도 인상적이었다.

싱가포르의

 

싱가포르의 자연을 비유하던 ‘Pocket’이라는 그의 표현도 첫인상만큼이나 강렬하게 박혔던 것이다. “싱가포르는 국가가 곧 도시잖아요. 사람들의 숨가쁜 일상을 달래 줄 만한 곳곳의 주머니들이 필요해요.” 수바라즈는 그중 가장 아끼는 주머니를 소개했다. “풀라우 우빈에 꼭 가 보세요. 도심과 조금 멀긴 해도, 싱가포르에서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우림과 습지가 잘 보존된 곳이거든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거늘. 아주 처음으로 싱가포르를 초록색으로 연상했다. 그리고 다음 주머니는 정해졌다.

 

싱가포르 보타닉 가든
주소: 1 Cluny Rd, Singapore 259569
전화: +65 6471 7138
홈페이지: sbg.org.sg

 

Chinese Druggists Association
주소: 119 Tyrwhitt Rd, Singapore 207547
오픈: 월~목요일 16:00~24:00, 금~토요일 16:00~02:00, 일요일 14:00~22:00

 

●시간과 온도를 넘나드는
호화로운 사치


수바라즈의 말대로 도시와는 거리가 있었다. 도심에서 차를 타고 40분가량 이동해 창이 포인트 페리 터미널(Chagi Point Ferry Terminal)에 도착했다. 최대 정원이 12명인 통통배를 타고 10분 정도 섬으로 들어갔다.

 

풀라우 우빈(Pulau Ubin)의 시간은 1960년대에 멈췄다. 싱가포르가 정책적으로 보호 구역으로 지정해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섬 안의 사람들은 여전히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래도 섬 안을 다닐 수 있는 교통수단은 있다. 우버(Uber)나 그랩(Grab) 같은 21세기형 택시 시스템이 작동할 리는 만무하고, 세일즈맨 겸 드라이버들이 섬 입구에서 호객 행위를 해 왔다. 자전거를 빌려 탈 수도 있었지만 감히 엄두가 나질 않는 습도였다. 돌돌, 차 안에서 돌아가는 선풍기마저 60년대에 살고 있는 택시를 탔다. 


더 이상 차가 들어갈 수 없는 지점에서 내렸다. 걸어서 곧 이어지는 바다의 물속이 훤히 내다보였다. 단언컨대, 이 풍경의 사진을 찍어 보냈을 때 싱가포르라 짐작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경험에 의하면) 어딘가 염전, 태국 시골마을 정도로 추측한다면 모를까. 맹그로브 숲으로 향하는 바닷길을 따라 걷는 동안 물속에서는 산호가 산들거렸다. 톡, 톡. 어느 생명체의 숨 쉬는 소리가 슈팅스타처럼 터졌다. 5차 산업혁명 정도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종이책에도 영상과 소리를 싣는 일이. 물론 이 섬에서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이지만 말이다.


설사 5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온다 해도 온도만은 전하고 싶지가 않다. 해가 특히나 쨍했던 이날은 어느 때보다 무더웠다. 다시 도심으로 돌아온 우리는 곧장 숙소로 향했다. “울창한 자연과 5성급 호텔 서비스가 공존한다는 게 싱가포르가 가진 장점이기도 하죠.” 수바라즈는 자연 보호를 주장하지만, 무조건적으로 개발을 반대하는 극단주의자는 아니었다. “도시와 자연의 균형(Balance)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숲속에 있다가도, 1시간 안에 샤워를 하고 에어컨을 쐬면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호사요(웃음).” 5성급 호텔이 아니란 것만 빼곤 나머지 호사는 다 누렸다. 그래, 이런 게 밸런스지 뭐냐.

사진은

 

창이 포인트 페리 터미널
주소: 51 Lor Bekukong, Singapore 499172
요금: 풀라우 우빈으로 들어가는 배 3SGD(편도)


●해 질 녘, 
최소한으로 확신할 수 있는 것


전날은 일몰을 보러 머라이언 파크(Merlion Park)에 갔었다. 세차게 물을 뿜는 사자상과 그 옆에서 그 물을 받아먹는 각도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 때가 되자 마리나 베이 샌즈(Marina Bay Sands)에서 뿜어져 나오는 레이저 빛이 어둑한 공기를 뚫었다. 기대했던 밤이었다.

 

저수지에서 운명을 만난 것은 기대 밖이었다. 다음날 늦은 오후, 마리나 배라지(Marina Barrage)의 옥상에서는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OST인 ‘My Destiny’ 노래에 맞춰 사람들이 체조를 하고 있었다. 저수지를 루프 톱으로 만든 이 기발한 아이디어라니. 마리나 배라지는 물 공급과 홍수 조절이라는 댐의 기본적인 기능을 예술적으로 뛰어넘었다. 도시가 훤히 내다보이는 스카이라인(Central Courtyard)을 분수와 함께 설치했고, 댐 수로에서 멀리 바다까지 뻗은 다리(Marina Bridge)를 놓았다. 3층 건물을 지어 정수시설과 갤러리 등으로 사용하고 옥상에는 잔디를 심었다. 피크닉을 나온 가족들이 이렇게 오순도순 돗자리를 깔기 좋게끔. 아이들은 연을 띄우려 이리저리 뛰어다니는데, 멀끔하게 차려 입은 젊은이들이 풍선을 들고서 한 커플 주위로 몰려든다. 아마도 프러포즈를 하려는 모양이다. 


이 정도 배경이라면 청혼에도 손색이 없겠다. 마리나 베이 샌즈 건물과 싱가포르 플라이어(Singapore Flyer),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의 수퍼트리(Super Tree)까지 온 도시가 발갛게 물들어 갔다.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 정작 기대했던 것을 추월하곤 한다. 어제보다 오늘의 일몰이 더 좋다. 슬슬 배가 고파 왔지만 한참 자리를 지켰다. 전날엔 없던 실 뭉치 같은 핑크빛 구름을 실컷 올려다보면서. 이토록 달달한 순간은 예상치 못했다는 듯 예비신부의 얼굴에 웃음이 잔뜩 걸렸다. 실이 맘 같지가 않은지 아이는 연과의 한 판 씨름 중이다.


해 질 녘, 확실한 것은 많지 않다. 오늘 저녁이 맛이 있을지 없을지조차. ‘이러다 밤이 오겠거니’, ‘언젠가 이 장면을 그리겠지’ 정도의 최소한의 확신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어김없이 해가 완전히 떨어졌을 때 우리는 또 한 번 여행의 끝에 다다라 버렸다. 마침내 연이 하늘에 떠올랐다. 앞을 알 수 없는 바람을 탄다. 최대한으로 길게, 이 밤을 날기를 바랐다.  

 

마리나 배라지
주소: 8 Marina Gardens Drive, Singapore 018951
오픈: 매일 00:00~24:00
전화: +65 6514 5959?
홈페이지: www.pub.gov.sg/marinabarrage

 

▶travel  info

AIRLINE
싱가포르항공,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인천-싱가포르 직항 노선을 운항한다. 소요시간은 약 6시간 20분 정도.

TIME & CLIMATE
싱가포르의 시간은 한국보다 1시간 빠르다. 기후는 섭씨 24~31도 온도로 연중 덥고 습하다. 6~9월이 본격적인 우기에 속하며 굵고 짧은 소나기가 내린다.

TRANSPORTATION
MRT 도심에서 공항까지도 철도로 잘 연결돼 있다. 이지링크EZ-Link 카드(12SGD, 보증금 5SGD 포함)를 충전해 사용할 수 있고, 일정에 따라 투어리스트 패스(1일권 10SGD, 2일권 16SGD, 3일권 20SGD, 각각 보증금 10SGD 포함)를 이용해도 좋다. 투어리스트 패스를 사면 MRT뿐만 아니라 버스도 자유롭게 탈 수 있다.

TAXI 그랩Grab 앱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하면 주변 차량을 호출해 주며 요금을 제시한다. 출퇴근 시간과 비 올 때 등 수요가 많을 때는 요금이 뛴다. 현금과 카드 결제 둘 다 가능하나 호출 취소 3번째부터는 제동이 걸려 무조건 카드를 등록해야 한다. 이때부터 수수료 6SDG가 붙으니 주의할 것. 우버Uber 싱가포르는 올해 5월 그랩과의 합병으로 더 이상 별도의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는다.

MUSEUM
싱가포르 국립박물관(National Museum of Singapore)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박물관으로 1887년 콜로니얼 건축 스타일로 지어졌다. 지하까지 총 4층에 걸친 웅장한 화이트 톤 건물 그 자체로 볼 만하다. 꽤 많은 상설 전시가 진행 중인데, ‘Story of the Forest’를 단연 우선순위로 권하고 싶다. 깜깜한 돔형 공간에 꽃이 흐드러지게 떨어지는 영상 아트를 누워서 감상할 수 있다.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지만, 일행 모두 ‘삼’장일치로 ‘마약영상’으로 기억한다. 

주소: 93 Stamford Road, Singapore 178897
오픈: 매일 10:00~19:00
입장료: 성인 15SGD, 학생 및 60세 이상 10SGD, 6세 이하 무료
홈페이지: nationalmuseum.sg

 

싱가포르 우표 박물관(Singapore Philatelic Museum)
우표는 비단 편지를 보내기 위한 수단만이 아니란 걸 알았다. 싱가포르를 비롯해 영국, 프랑스, 호주, 인도, 우리나라까지 전 세계 우표들은 그 시대의 이슈와 트렌드를 담고 있다. 소리가 들리거나 향기가 나는 우표 등 공감각적인 전시도 이색적이다. 엽서와 봉투, 스탬프, 우체통 등 요즘 보기 드문 소품들을 보고 있으면 편지가 쓰고 싶어진다. 그 마음을 어찌 알고, 올해 12월31일까지 박물관에서 바로 편지를 보낼 수 있는 우편 서비스를 운영한다.

주소: 23-B Coleman Street, Singapore 179807
오픈: 매일 10:00~19:00
입장료: 성인 8SGD, 3~12세 어린이·학생·60세 이상 6SGD, 2세 이하 무료
홈페이지: www.spm.org.sg

글 김예지 기자  사진 강화송 기자  그림 밥장
취재협조 싱가포르관광청 www.visitsingapo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