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밧드가 여행을 할 때

2018-08-01     이상진

 

어릴적 한 번쯤 읽어 봤을 세계 명작 동화 <신밧드의 모험>.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 찬찬히 읽어 보면 잔혹하고 슬픈 한 가정사 같기도 하다. 


어린아이가 감내하기에는 너무 큰 사건들과 무서운 사람들의 이야기. 지금의 제작 기술과 판타지 감성를 더한다면 <해리 포터> 시리즈와 견주어도 될 만큼 상상력과 긴장감을 자극할 것 같다. 


그런데 왜 신밧드는 여행이 아닌 ‘모험’을 떠났을까?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모험冒險, Adventure은 ‘위험을 무릅쓰고 어떠한 일을 함’이라 정의돼 있고 여행旅行, Travel은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이라고 한다. 
배를 타고 미지의 곳으로 떠나는 신밧드는 모험, 비행기를 타고 낯선 곳으로 떠나는 우리는 여행을 하는 것이다.


<신밧드의 모험>이 나왔던 시기를 고려하면 떠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두려움, 어쩌면 목숨을 건 도전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과 웹Web 4.0시대를 논하는 지금은 어떨까?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순간을 제외하곤 SNS와 메신저로 전 세계와 소통하며 지금 이 순간, 같은 장소에 있는 사람을 찾을 수도 있다. 
스마트 폰을 들고 길을 잃는다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 되었고, 간단한 앱 하나면 어디에 있는 그 누구와도 대화가 가능하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세상이 시끌벅적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어떤 이는 높은 인건비를 고민하고, 어떤 이는 저녁이 있는 삶이 아닌 저녁을 굶는 삶을 걱정한다. 
어떤 이는 갑작스레 생긴 잉여 시간이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과거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할 때 논란과 충돌에 맞섰던 우리는 학습효과를 통해 주 52시간 근무에 보다 빠르게 적응할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직장인의 삶과 개인의 삶이 더 명확히 구분될 것이고, 이제는 온전히 내 삶을 위한 고민을 해야 할 때다. 
직장인의 삶이란 결국 개인의 삶을 위한 수단이 아닌가? 자신의 막연한 정체성에 집중할 때다. 


진정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위해서라면 신밧드의 여행을 떠나야 한다. 
신밧드의 도전 정신과 이 시대의 기술을 이용해 두려움 따위는 내던지자. 번아웃Burnout이 되도록 일하고 쓰러지기 전 잠깐의 힐링을 위한 여행이 아니다. ‘여행을 위해 일한다’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리고 누구나 여행할 권리를 맘껏 누릴 수 있다면, 여행할 기회조차 없는 주변 이들을 위한 자선적 책임에도 
동참해 보면 좋겠다. 공평한 권리를 넘어, 모두가 진정한 삶의 해방을 맞는 그날까지. 

 

글 이상진(하나투어문화재단 디렉터) 에디터 김예지 기자

*글을 쓴 이상진 하나투어문화재단 디렉터는 여행업계의 사회공헌 사업을 선도하는 창의적인 마케터이자 크리에이터다. 하나투어에서 업계 최초로 만들어진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팀을 이끌며 ‘아주 특별한 허니문’, ‘가족애 재발견’, ‘지구별 여행학교’, ‘사랑하랑’, ‘에코희망여행’, ‘K-Dream’ 등 주목 받는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 왔다.  지난해 5월부터 하나투어문화재단을 이끌고 있다. www.hanatourfoundatio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