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노 금손 남친이 되다

2018-08-02     천소현
평소

 

영상의 시대다. 
그 시대에 가장 어울리는 콘텐츠는 여행! 
경쟁이 치열한 여행 영상 크리에이터 중에서 
가장 핫한 이름은 ‘경식스KYUNG6’다. 
‘금손 남친’의 대명사로도 알려진 
김경식 작가는 2월부터 국립발레단을 그만두고, 
본격적인 영상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인생의
체코

 

19년차 발레리노의 변신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여행 영상이 있다. 제목은 좀 그렇지만 ‘여자 친구분이 열일한 역대급오사카 여행영상(feat. 금손 남친)’이다. 여행 커뮤니티 ‘여행에 미치다’에 업로딩 되면서 단기간에 기록적인 조회수를 기록했고, 지금도 국내 채널에서 누적 조회수 500만 뷰를 돌파해 계속 늘고 있는 중이다. 이 영상은 김경식 작가에게 인생 터닝 포인트가 됐다. 


올해 2월, 그는 20년 가까이 해 왔던 발레를 그만두고 경식스 필름(KHYUNG6 FILM)이라는 1인 프로덕션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한 무용을, 어렵게 들어간 국립발레단을 그만두는 것이 어려운 선택은 아니었을까. 


“사실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발레를 그만둘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결정을 내리게 됐어요. 그만큼 영상이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뭔가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서 보여 주고 싶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는데, 영상 작업을 하면서 그 욕구가 채워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발레를 그만둔 것은 두 가지 일을 병행할 수 없을 만큼 바빠졌기 때문이다. 고민은 깊었지만 길지는 않았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영상에 올인 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진을 시작하게 된 것은 동생의 영향이 컸다. 동생의 카메라를 빌려서 만지작거리다 무용 사진과 영상을 찍게 되었고, 편집까지 독학하면서 푹 빠져 버린 것이다. 


“제가 무용을 하니까 유리한 측면이 많았어요. 무용수만이 알 수 있는 앵글이 있기도 하고, 음악도 많이 들으니까 영상과 잘 맞출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무용을 하면서 훈련했던 감각적 감수성, 음악적 감수성이 영상 작업에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 줄은 그도 잘 몰랐었다. 게다가 무용수로서 추구해 왔던 완성도에 대한 집착은 영상 작가에게는 꼭 필요한 덕목이었다. 무용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아들 둘을 무용수로 키워낸 부모님도 그의 선택을 지지해 주셨다. 무용만큼이나 사진 재능도 대단한 동생 김윤식씨는 지난해 체코 국립발레단에 데미솔리스트로 입단해 무대 활동과 사진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항상 뭔가를 만들어서 보여 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해 보니 영상 작업이 저한테 잘 맞았어요. 영상과 음악이 딱 맞아져야 마음이 편한데,
무용을 하면서 훈련했던 감각들도 있고, 완성도에 대한 욕심이 큰 것 같아요.” 

 

이 운명의 시작, 여행친구 

빼놓을 수 없는 1등 공신은 물론 여자 친구 김보라씨다. 슈퍼모델 출신의 그녀가 아니었다면 오사카 영상이 이렇게까지 성공했을까. 여자 친구의 생각은 어떨까? 모르긴 몰라도 서로에게 공을 돌리고 있을 것 같다. 애정 가득한 ‘금손’의 활약이 없었다면 영상은 태어나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영상미와 음악, 완급이 잘 조절된 편집 등등 많은 부분에서 찬사를 들었지만 특히 카메라 앵글이 빠르게 돌아가면서 장소가 바뀌는 트렌지션 효과에서 감탄들이 쏟아졌다. 타이완 케이블 채널에도 소개되어 300만 뷰 이상의 호응을 얻었다.


“그냥 여자 친구와 여행하면서 제가 봤을 때 예쁜 것을 찍었어요. 어떤 것을 크게 쓰고, 어떤 것을 작게 쓸지를 조금 더 생각하긴 했죠. 여행을 시작하는 것부터, 끝날 때까지 실제로 여행하는 느낌이 가득하죠. 사실 그 영상은 지금 다시 봐도 뭉클뭉클해요.” 


오사카 영상 이후 후속 작업도 대부분 큰 호응을 얻어 내면서 김경식 작가는 수많은 금손들을 제치고 당당히 ‘금손 남친’의 대명사가 됐다. 지금 김경식 작가는 1인 콘텐츠 크리에이터 사이에는 롤모델이자 워너비고 김보라씨는 여성들 사이에서 워너비 모델이다. 최근 모 여행사가 주최했던 여행박람회에서 그는 ‘커플여행에서 필요한 것’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는데, 100명 정원의 강의에 700~800명이 몰려서 추첨을 통해 수강기회를 주어야 했다고.  


“어떤 장비를 쓰는지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아요. 오사카 영상은 소니 카메라와 렌즈 2개, 액션캠으로 찍었어요. 크고 무거운 장비는 불편하니까요. 시나리오는 미리 준비하지는 않아요. 그냥 느낌대로 가는 편이예요. 음악의 효과, 날씨의 효과, 모델의 효과 등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있는데, 멀리서 찍는 와이드샷과 가까이서 찍는 인샷을 적절히 촬영해 두면 유리하죠. 보통 여행하면서 찍는 영상보다 조금 더 찍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2017

 

따로 또 같이, 프로답게 

 

현재 김경식 작가의 유튜브 팔로우 수가 4만6,000명. 전업 영상 작가로의 출발은 나쁘지 않다. 여행업계에서는 가장 모시고 싶은 여행 영상 작가로 승전 중이다. 모델, 촬영, 편집뿐 아니라 노출까지, 단 두 사람의 재능과 영향력이 막강하다. 그가 찍으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불패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덕분에 여행뿐 아니라 제품 영상, 기업체 브랜드 영상으로 활동의 폭도 넓혀 가고 있다. 최근에는 도요타 코리아의 의뢰로 여자 친구와 함께 일본 중부 지방을 여행하는 CF 영상에 출연하기도 했다. 강연 요청도 늘어나고 있다. 


“영화 작업도 해 보고 싶어요. 딸이 자신이 무용하는 모습을 기억할 수 있는 나이까지는 무대에 서고 싶다는 발레리나 윤혜진씨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서 <발레리나>라는 제목의 단편 영화도 만들어 상영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의미 있는 작업들도 시도해 보려고요.”


모델의 길을 걷고 있는 여자 친구와는 지금처럼 따로, 또 같이 각자 선택한 꿈을 향해 전진 중이다. SNS에 별로 관심이 없던 보라씨에게 적극적인 활동을 권유했고, 이제 그녀의 인스타그램 팔로우는 23만5,000여 명에 이른다고.

최근에는 남자 친구의 ‘금손’을 빌리지 않고 혼자서 브이로그를 시작했다. 함께하면서 시너지가 늘어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연인 관계이기에 더 많이 배려하고 조심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여행 영상 제작이 직업이 되면서 아쉬운 점 하나는, 여행의 즐거움을 온전히 누릴 수 없게 되었다는 것. 여행을 일로 하는 사람들이 흔히 겪는, 여라밸(여행과 일의 밸런스)의 조화가 깨지려 하는 것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다가오는 가을에 오랜만에 타이완과 홍콩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다. 그리고 아직은 비밀이지만, <트래비>와도 특별한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다. 개봉 박두! 

교토의

*영상작가 김경식
전직 발레이노이자 요즘 제일 핫한 여행 영상작가. 1년 전 여자 친구와 함께 다녀온 오사카 영상이 소셜 미디어에서 기록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kyung6film

 

글 천소현 기자  사진 강화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