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블랙 블루, 치앙라이 삼색 여행

은지와 인경이의 처음 만나는 치앙라이

2018-08-03     천소현
화이트

 

●우정은 무슨 색일까? 


은지와 인경은 윤회를 상징하는 곡선형 다리를 함께 건넜다. 여행을 함께 하며 거창하게 말하자면 생사고락을 함께 해 온 친구이니 나란히 이 다리를 건너는 것도 든든한 기분이다. 화이트 템플로 알려진 왓 롱 쿤(Wat Rong Khun)의 다리였다.

치앙라이에서 가장 유명한 사원에 드디어 도착했다. 태국을 대표하는 예술가인 찰름차이(Chalermchai Kositpipat) 작가가 1997년에 시작해 2070년을 완공 목표로 진행 중인 대 불사다. 시야를 가득 메운 백색은 부처의 순수를 표현하는 색이라고.

처음에는 그저 하얀 덩어리로 보였던 사원을 찬찬히 뜯어보니 코끼리, 나가, 백조, 사장 등 불교적 상징이 빼곡히 새겨져 있다. 다리 초입에는 지옥에서 올라온 것 같은 손바닥들이 팔을 뻗치고 있어서 괴기스럽기까지 했다. 새하얀 본당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작은 불당들은 다시 태국 사원 본연의 색, 황금빛이다. 그 황금색이 화장실까지 이어지고 있어서 명소라는데, 일부러 가 볼 필요까지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보다는 군데군데 재치 있게 그려진 벽화에 더 눈길이 갔다. 예쁜 것도 좋지만 정오의 열기 때문에 지칠 때로 지친 것이 사실. 사원 앞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하얀 것이 참 좋구나! 

윤회를

이번에는 검은 집이다. 반 담 뮤지엄(Baan Dam Museum)은 ‘검은 집’이라는 뜻이다. 40여 채가 넘는 건물들이 모두 세기말처럼 까맸다. 또 다른 태국의 국민예술가인 타완 다차니(Thawan Duchanee) 작가가 인간 내면의 어둠을 블랙으로 표현한 박물관이다. 곳곳에 버팔로 뿔, 악어 가죽, 뱀 가죽, 해골 등이 전시되어 있는 거대한 설치 미술 갤러리 같은 곳이다. 종교적, 제의적, 미래적인 요소들로 가득한 타완 작가의 모든 것이 여기 담겨 있다. 

검은

화이트 템플을 설계한 찰름차이 작가와 타완 작가는 친구 사이이기도 한데, 2014년 타완 작가가 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때론 경쟁자이고, 친구이면서도 때론 동행자였을 두 거장의 작품을 차례로 관람하는 기분이 묘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때론 서로가 흑과 백처럼 다르게 느껴지는 순간이 얼마나 많은가. 서로의 색깔을 인정하는 것이 우정의 비밀이라면 비밀이다. 

농담 같지만 치앙라이에는 블루 템플도 있다. 찰름차이 작가의 제자가 2005년 설계한 왓 롱 수아 텐(Wat Rong Suea Ten)이다. 사원에 도착하니 갑자기 컬러 TV를 산 느낌이다. 더위를 씻어 주는 푸른색의 청량감은 덤이었다. 창백하면서도 신비로운 푸른빛이 가득한 사원 안에 앉아 있으니 맑은 소리로 울려 퍼지는 불경 소리가 모든 잡념을 씻어 주었다. 그 평화로운 상태를 흔들어 놓은 것은 화이트 템플부터 동선이 겹친 채 움직이고 있는 과일 바지 남자들의 VR 카메라였다. 햇볕은 피할 있어도 그들의 360도 카메라를 피할 수가 없으니 불공평하다. 그 장소를 피하는 수밖에. 

블루

마지막으로 방문한 사원은, 가장 태국다웠다. 은지와 인경 모두 여행한 적이 있었던 방콕의 왓 프라 깨우(Wat Phra Kaew)와 이름이 같다. 거기 모셔진 국보급의 에메랄드 불상이 실은 이곳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1434년 사원에 있던 탑 하나가 번개를 맞아 부서지면서 그 안에 모셔졌던 에메랄드 불상이 비로소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이 사원은 ‘대나무가 울창한 사원’이라는 뜻으로 왓 빠 이아(Wat Pa Yia)로 불렸었는데, 그 대나무들은 지금도 울창하게 남아 있지만 불상은 방콕으로 가고 없다. 빛나는 보석보다 수수한 녹음이 더 오래 남아 있는 것이다. 


Wat Rong Khun(White Temple) 
오픈: 08:00~17:30
홈페이지: www.watrongkhun.org

Baan Dam Museum(Black House)
오픈: 09:00~17:00  
전화: +66 53 776 333 
홈페이지: www.thawan-duchanee.com

Wat Phra Kaew(Blue Temple)
전화: +66 53 711 385 

 

글 천소현 기자  사진 김정흠  
취재협조 태국관광청 www.visitthailan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