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피라미드로 시작한 고대 이집트 여행

이집트를 거슬러, 나일강 크루즈

2018-08-06     이동미
피라미드를

 

“카이로에서 남쪽의 아스완으로 이동해 
나일강 크루즈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올 예정입니다.  
이집트 대부분의 도시는 나일강변을 따라 
발달했기 때문에, 유명한 유적들이 많이 모여 있거든요.”
“그럼, 배에서는 며칠 동안 묵게 되나요?”
“총 4박 5일 동안 배에서 묵으며 고대 유적지를 
둘러보는 일정이 될 겁니다.”
이번 출장의 담당자와 통화를 나누며 이집트 여행에 
대한 기대치는 이미 최고조에 달했다.
가슴속에서 매 순간 꿈꿔 왔던 나의 이집트, 
더군다나 나일강 크루즈라니.
“이집트에 올 수 있었던 건 올해 최고의 행운이었어요.”
여행이 끝나갈 무렵 일행에게 몇 번이고 말했듯이, 
이집트는 우연히 내게 찾아온 운명 같은 여행지였다.

수많은

기자 피라미드로 시작한 고대 이집트 여행 


먼저 고대 이집트의 대표 유적인 피라미드를 비롯해 나일강 주변에 남아 있는 신전과 왕의 무덤을 둘러볼 심산이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40여 분, 도시 밖으로 나서니 피라미드가 나타난다. 기자(Giza) 고원의 사막에 있어 흔히 ‘기자 피라미드’라 부른다.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에 거대하게 서 있으리라 생각했던 피라미드는 주거단지를 지나치니 곧바로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좀 실망스러웠다. ‘그새 여기까지 개발이 된 건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피라미드는 꽤나 멀리 있었다. 단지 크기가 워낙 거대하다 보니, 도시 뒤에 있는 것처럼 보인 것뿐. 3개의 피라미드 바로 앞에 도착했을 때 나는 그대로 압도당하고 말았다. 상상을 뛰어넘는 피라미드의 크기와 규모에.

피라미드

연달아 만날 유적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대 이집트의 역사를 알아야만 했다. 고대 이집트의 신들과 스스로 신의 아들이라 칭했던 파라오들, 신화와 고대왕국의 역사를 알지 못하면 아무리 가이드가 설명을 잘 해주어도 이해하기가 힘들다.


이집트를 여행하며 만나게 되는 유적 대부분은 BC 3,000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5,000년 전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고대 이집트 역사의 시작을 보통 BC 3,000년 전으로 보는데, BC 30년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전까지 30개의 왕조가 번성했다. 이중 피라미드가 만들어진 건 3왕조 때, 대규모 피라미드가 건설된 시기도 바로 3~4왕조 때다. 특히 4왕조의 파라오인 쿠푸(Khufu)왕과 카프라(Khafra), 멘카우라(Menkaura)왕 시대에 지어진 피라미드는 대부분 기자 고원의 사막에 모여 있다. 이집트에서 발견된 피라미드 70여 개 중 역사적으로 기자 피라미드를 가장 빼어난 것으로 손꼽는다. 

기자

피라미드는 파라오의 무덤으로 잘 알려져 있다. 왕이 하늘로 오를 수 있는 계단 역할을 했다는 가설이 있는 반면 왕의 무덤이 아닐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가장 큰 쿠푸 피라미드의 현재 높이는 137m다. 원래는 147m였는데 위의 7단이 무너져 내려 현재의 높이가 되었단다. 가까이서 마주한 피라미드는 커다란 직사각형의 돌을 쌓아 올린 형태로, 돌의 크기가 50cm에서 2m가 넘는 것까지 일정하지 않다. 이런 돌을 무려 230만개 사용해 210단이나 쌓아 올렸으며, 완성하기까지는 20년이 넘게 걸렸다.

매끈할 줄 알았던 피라미드의 표면은 무척 거칠었다. 과거에는 돌을 쌓아 올린 후 외장석을 붙여 매끈하고 번쩍이게 만들었지만 욕심 많은 이들이 값비싼 화강암을 다 떼어 가 버렸단다. 현재는 떼어 내기 힘든 꼭대기 부분에만 조금 남아 있을 뿐, 외장석은 거의 다 벗겨진 상태다. 과거 매끈하고 거대한 자태로 빛났던 피라미드를 상상해 봤다. 마치 사막 속 보석처럼 눈부신 자태를 뽐냈을 테다.  

​쿠푸

 

피라미드를 둘러본 뒤, 쿠푸의 피라미드와 동쪽 마스타바(직사각형 형태의 초기 1, 2왕조 시대의 분묘) 사이에서 발견된 헤테페레스(쿠푸의 어머니) 1세의 무덤으로 향했다. 이곳을 내려가는 길은 뒤로 돌아 내려가는 것이 안전할 만큼 경사가 매우 가파르다. 한 발씩 조심히 발걸음을 옮겨 헤테페레스 1세의 무덤에 도착했다. 텅 빈 공간이었다. 가이드가 열심히 여왕의 시신이 어떻게 놓여 있었는지 설명을 덧붙였지만, 석관도, 보석도, 유물도 없이 휑한 공간은 그저 작고 초라해 보일 뿐이었다. 

세 개의 피라미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 올라 한 번 더 이집트의 우주를 내려다본 후, 일행은 스핑크스가 있는 곳으로 차를 타고 이동했다. 피라미드를 지키는 역할, 그러니까 지금의 보디가드쯤인 스핑크스는 높이만 20m에 달하는 거구다. 가까이는 들어갈 수 없다. 그저 내 얼굴만 하게 잡히는 스핑크스를 배경 삼아 사진 몇 장 찍을 수 있을 뿐. 현재 유일하게 남은 스핑크스는 코가 잘리고 수염이 사라져 있다. 오랜 세월 든든하게 피라미드를 지켜 오던 이집트의 보디가드마저 세월 앞에서는 장사가 없었다. 스핑크스를 마주하고 있는 광장에는 하얀 철제의자들이 빼곡히 놓여 있다. 야간에 펼쳐지는 빛의 쇼를 보기 위한 자리다. 1798년 이집트 원정을 나섰던 나폴레옹은 피라미드를 보고 ‘차마 말할 수 없는 것’을 보았다며 평생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밝히지 않았다. 220년이 지난 지금, 무수한 여행객들이 피라미드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말할 수 없는 것은 여전하다. 4,0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불가사의한 존재니 말이다. 

 

글·사진 이동미  에디터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이집트관광청 Egypt.travel/en, 02 2263 2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