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전 시간 너머로 떠나는 여행 - 캄보디아 씨엠립

2006-01-13     트래비

캄보디아 여행은 오묘하다. 신화에서부터 각종 법률까지 수많은 이야기가 담긴 부조로 가득 채워진 벽면과 커다란 돌덩이에 새겨진 여러 조각과 수천의 압살라의 형상,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밀림과 정교한 석조도시의 결합까지 너무도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게다가 이런 장엄한 문명의 중심에서 잔혹한 킬링필드라는 역사까지 함께 안고 있는 캄보디아는 여러모로 색다르고 특별한 여행지임이 분명하다.

 


 

 앙코르왓으로 대표되는 나라 캄보디아는 바로 그 앙코르왓 덕분에 여러 영광스러운 꼬리표가 붙곤 한다. 미국의 여행 잡지 에서 ‘일생에 꼭 가봐야 할 50’ 중 한곳으로 지정됐으며 영국 BBC에서 선정한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 50’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앙코르 유적의 신비는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함께 세계 7대 불가사의로도 꼽혔다. 많은 여행자들은 왜 아시아의 가난한 국가인 캄보디아의 앙코르 유적군을 보고 격한 감동에 가득 차 찬탄을 아끼지 않는 걸까. 수많은 앙코르 유적지 중 여행자에게 가장 인기가 있을 뿐만 아니라 영화배경으로도 소개된 앙코르왓과 타프롬을 통해 앙코르의 매력을 느껴 보자.

봉인된 시간-비밀을 간직한 앙코르왓

앙코르왓은 앙코르 유적 중 개별사원으로는 제일 규모가 큰 곳으로 크메르 예술의 극치로 평가받고 있다. 수리아바르만 2세(1112∼1152)에 의해 약 30년에 걸쳐 건축된 사원으로 힌두교의 비슈누 신에게 바쳐진 앙코르왓의 전체 크기는 동서로 1.5km, 남북으로는 1.3km에 달한다. 정글 한가운데 2m가 넘는 거대한 돌들을 수십 미터 높이로 쌓아올려 만든 앙코르왓의 뛰어난 예술성과 조형미, 거대함은 많은 의문을 남기고 있다. 거대한 돌들은 어디서, 어떻게 옮겨져 왔으며 어떤 건축법으로 축조된 걸까 하는 의문들은 앙코르를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만들었다.

앙코르왓의 구조는 힌두교의 우주관에 입각한 우주의 모형이다. 주사위의 눈처럼 이루어진 다섯 개의 탑 중에서 중앙의 높은 탑은 힌두교에서 말하는 천상의 산인 메루산의 봉우리를 상징한다. 성벽은 세상 끝을 둘러싼 산맥이고, 해자는 우주의 바다를 뜻한다. 중앙탑의 3층은 천상계, 2층은 인간계, 1층은 미물계를 나타낸다.

앙코르시대, 크메르인의 숨결 ‘생생’

‘왕의 길’을 따라 해자를 건너면 제1회랑이 나타난다. 한 변의 길이가 약 200m에 달하는 회랑 벽면에 크메르인이 믿었던 신과 우주를 그린 부조가 압권이다.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담은 라마야나 이야기, 힌두교를 대표하는 고대서사시 마하 바라타 이야기, 수리야바르만2세가 이끄는 군대의 행렬, 천국과 지옥도, 유해교반 등의 이야기가 새겨져 있다.

모든 벽화의 부조들은 금세 벽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이 생생하고 정교하며 역동적이다. 사람뿐 아니라 자연의 모습 또한 다양하고 흥미롭게 묘사돼 있다. 사방을 돌아가며 빼곡히 벽면을 가득히 메우고 있는 부조들은 신과 사람이 한데 어우러져 전쟁, 신화, 승리를 노래한다. 일부 벽면은 사람의 손때가 묻어 번들거리는데, 최근에는 사람이 만질 수 없도록 벽면 1m쯤 앞에 경계선을 만들어놓았다.


1. 앙코르왓을 수호하는 사자상 |2. 비슈누의 화신에 예을 갖추는 캄보디아인 | 3. 쿠르평원의 전투 부조 | 4. 경사 70도의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신의 영역에 도달한다 | 5. 서문입구에 세워진 비슈누의 화신 |6. 앙코르왓의 다리를 활보하는 승려들

가장 유명한 벽화는 동쪽회랑에 새겨진 ‘천지창조의 신화, 우유바다 젓기’. 선신과 악신들이 영원히 죽지 않는 불로장생약인 암리타를 만들기 위해 힘을 합쳐 머리가 여럿 달린 뱀의 몸통을 잡고 1천 년 동안 젖의 바다를 휘젓는다는 줄거리. 힘에 의해 만들어진 소용돌이 안에서 온갖 생명체들이 탄생한다. 그러나 점점 거세어진 소용돌이는 세상의 모든 것을 삼켜버리고 심판을 보던 비슈누신도 우유의 바다 안으로 들어가 잠을 잔다. 그때 비슈누의 배꼽 위 연꽃에서 탄생한 창조의 신 브라마가 다시 악신과 선신을 만들고, 그 신들은 다시 싸움을 벌인다는 순환의 고리. 끊임없이 죽어서 다시 태어나는 영원한 에너지와 생명력을 함축한다. 벽면 가득한 줄다리기 장면이 인상적이다.

자신을 낮추고 겸허히 다가가는 우주의 중심

미물계와 인간계를 지나 3층 신의 세계로 진입하는 65m 높이 중앙탑의 계단은 70도 경사에 계단의 폭도 매우 좁아 마치 절벽처럼 보인다. 모든 인간들은 왕(비슈누신)에게 접근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허리를 구부려야 한다. 마치 벽을 기어오르는 스파이더맨이라도 된 듯 관광객들은 가파른 계단을 조심조심 엉금엉금 기어오른다.

손과 발을 모두 쓰지 않으면 쉽사리 오르지 못할 계단을 우주의 중심으로 가려는 욕심으로 너도나도 열심히 오르내린다. 그 와중에 가파른 계단을 총총히 뛰어 내려오는 캄보디아 아이들이 관광객의 탄성과 박수갈채를 자아내는 풍경이 이색적이다. 우주로 향하려면 인간의 거만한 욕심과 자만심을 버리고 더없이 보잘것없는 존재가 되어 조심스럽고 경건한 마음으로 임하라는 크메르인의 의도인 것만 같다.


자연과 문명의 치열한 싸움터, 타프롬

타프롬(Ta Prohm)은 거칠고 삭막해 보이는 무성하고도 거대한 나무와 폐허를 방불케 하는 건축물의 잔해 속에서 크메르인 고유의 예술혼을 실은 섬세한 부조와 무수한 압사라 조각들이 어울리지 않는 듯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어 앙코르 유적의 절정을 보여준다. 이곳은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것만 같은 신비하고 기이한 장관으로 앙코르왓보다 더 여행자들에게 사랑받는 유적지이다.

타프롬이라는 이름은 ‘브라만(Brahman)의 조상’이라는 뜻으로, 자야바르만 7세가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세운 불교사원이다. 타프롬에는 승려가 5천명, 압사라(무희)가 615명, 그 외에도 1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살았다고 기록돼 있다. 이 기록을 통해 타프롬 사원의 규모를 알 수 있다.


 자연의 생명력 앞에 무력한 인간

새들의 분뇨를 통해 운반된 나무의 씨앗이 건물의 틈 사이를 뚫고 거대하고 무성한 고목으로 자라 사원을 침식시켰다. 열대 기후인 캄보디아의 작렬하는 태양 속에서 거대한 고목의 무성한 줄기와 커다란 몸통이 만들어놓은 그림자 때문에 사원 전체의 분위기는 음산하기 이를 데가 없다. 

인적이 드문 시간에 사원을 찾으면 오싹함까지 느껴질 정도지만 사원 전체를 뒤덮어버릴 듯한 기세로 자란 거대한 나무들과 석조건물이 뒤엉켜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복원하지 않았다. 따라서 방문객들은 사원을 처음 탐험한 사람들과 똑같은 감흥을 느낄 수 있다. 열대 무화과나무들과 보리수과의 케이폭(kapok)나무의 뿌리와 줄기가 인간이 애써 만든 사원을 덮고 있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어 자연의 생명력 앞에 무력해지는 인간을 절실히 느낄 수 있는 곳이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아름다운 폐허

사원의 중심은 통로로 연결되는 연속된 탑들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배치는 사원의 심장부로 가는 길을 성스럽고 엄숙한 길로 표현하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이러한 엄숙한 분위기는 건축물의 배치보다는 자연과 어우러진 무너진 폐허에서 더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원들은 배치가 대칭이므로 한쪽만 보면 다른 쪽은 무엇이 있는지 대충 알 수 있고, 시간이 없으면 그냥 나올 수도 있지만, 이 사원은 사원 전체가 거대한 나무들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어서 구석구석을 보아야 그런 폐허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타프롬에서는 여러 가지 심경이 교차한다. 흡사 사람이 자연을 극복하여 만들어놓은 거대한 문화와, 대자연간의 치열한 전쟁을 지켜보는 것만 같다. 거대한 나무가 석조건물을 집어삼키는 듯한 느낌은 한편으로는 오싹하면서도 자연의 신비를 절감하게 만든다. 

또 인간이 만들어놓은 문명을 가차 없이 집어삼킨 자연의 위력에서 폐허의 절정을 느끼는 동시에 커다란 석조건물에 뒤엉켜 사원의 건물을 균열시키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지지대가 되어 지탱해주는 역할까지 하는 나무의 모습에서는 문명과 자연의 공존까지도 느낄 수 있다. 단순히 밀림도 유적지도 아닌 이곳은 ‘아름다운 폐허’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영화에서 만나는 그곳


● 앙코르왓 in <화양연화>

영화 <화양연화> 마지막 장면에서 차우(양조위)는 앙코르왓으로 떠난다. 그리고 그 폐허의 돌더미들을 헤치며 그는 작은 구멍을 발견한다. 두 손을 입 주위에 모아 작은 구멍에 대고 중얼거린다. 관객에게는 들리지 않지만 우리는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가 떠난 후 사원의 작은 구멍은 진흙으로 봉해져 있었다.
숲을 향해 나 있는 앙코르왓의 긴 회랑은 <화양연화>에서 차우가 거닐었던 그 복도를 연상케 한다. 앙코르왓에서 차우의 발걸음을 따라 걸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어떻게 거기 존재하는지, 어떤 이유로 크메르인들이 사라졌는지, 많은 비밀을 안고 있으면서 천년을 가로질러 여전히 건재한 앙코르왓처럼 감독은 두 사람의 비밀스럽고도 영원히 간직될 사랑을 앙코르왓이라는 상징을 통해 보여주려는 것은 아닐까.


●타프롬 in <툼레이더>

타프롬은 유네스코조차 복원작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폐허 같은 사원이다. 기둥은 쓰러질 것같이 기울었고 조각상들은 부서지고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게다가 케이폭나무와 스펑이라는 나무가 뿌리로 유적지를 휘감아 버렸다. 그래서 사원에 들어서면 마치 전투가 막 끝난 파괴된 신전에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이런 신비한 분위기 때문에 영화 <툼레이더>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안젤리나 졸리가 꼬마를 따라 쟈스민 꽃을 찾아 사원으로 들어갔다가 여러 팔이 달린 불상이 덤벼들어 지하로 추락하다가 땅속으로 길게 뻗은 나무뿌리를 잡고 살아난 장면의 촬영지가 바로 이곳이다. 또한 <인디아나 존스>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을 것만 같은 신비하고 특이한 사원의 모습 때문에 SF영화나 폐허의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한 탐험 영화의 주 배경이 되곤 했다.


 
1000년 전 무희의 부활 ‘압사라 전통무용’ 

앙코르 유적 여행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일정. 앙코르 사원의 부조에서 볼 수 있는 압사라 무희들의 동작과 손 모양을 최근에 춤으로 복원한 것으로 문화의 꽃을 피웠던 앙코르의 신비에 푹 빠져들 것이다. 유적지 곳곳에 조각된 무희 압사라는 오묘한 미소와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진 몸매와 특이하면서도 다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씨엠립에서 압사라 전통무용을 보면서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은 꽤 많다.

공연은 공연장을 겸비한 레스토랑에서 이루어지며 대부분 7시30분에 시작해 1시간 동안 공연된다. 뷔페 식사를 포함한 관람 요금은 10달러. 전문 식당이나 호텔 야외에서 하기도 한다. 화려하고 독특한 전통무용과 의상을 볼 수 있는 기회.

★환전=US달러 소액권으로 준비한 다음 현지에서 캄보디아 화폐로 재환전 한다. 현지에서도 리엘(캄보디아 화폐)보다 US달러의 사용률이 더 높다.

★준비물=자외선 차단제, 모자, 얇은 긴소매 셔츠와 모기약 등을 가져가면 좋다.

★앙코르유적의 입장료=1일권 20달러, 3일권 40달러, 4~7일권 60달러. 1일권 외에는 사진을 새겨 넣는다.

★관광객들을 위한 호텔로는 2성급의 노코르 프놈호텔부터 3성급의 캐마라앙코르호텔, 4성급의 압사라 앙코르호텔, 5성급의 소피텔 로얄 앙코르 등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다. 작년 9월 문을 연 르메르디앙 앙코르는 앙코르 사원의 모습을 본따 만든 호텔로 앙코르왓과 공항에서 5분 내 거리에 위치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