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뱅이 vs 노가리 - 맥주 안주의 강자를 가린다.

2006-01-13     트래비


맥주 안주의 강자를 가린다

글 사진 = 박정배 (음식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을지로를 걷다 보면 시간의 흐름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조그만 골목 사이로 서민들의 삶의 현장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21세기이면서 20세기인 것들로 뒤섞여 있다. 그중에서도 음식들이 더욱 그러하다. 을지로를 을지로스럽게 하는 음식점, 아니 술집 두 군데를 소개하고자 한다. 눈치채셨겠지만 최강의 맥주 안주 집들이다. 여름이 가장 좋겠지만 사시사철 정겨운 가게 속으로 들어가면 술 익는 소리가 사람들의 소음 속에 배어 나온다.

 #1 골뱅이와 쥐포의 환상궁합 ´금호 골뱅이´ 

ⓒ 트래비

백병원에서 을지로 쪽으로 가다 보면 10여 개가 넘는 골뱅이 전문점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그 유명한 을지로 골뱅이 골목이다. 어느 집을 가야 할지 고민이 뒤따라온다. 그러나 기본적인 재료인 골뱅이는 모두 같은 것을 사용하기 때문에 어느 집이나 기본은 한다. 다른 지역과 달리 ‘동표’라는 상표가 붙은 골뱅이만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다. 개인에게는 판매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곳 골뱅이 가게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47년 전이다. 지금의 금호 골뱅이와 그 옆집이 처음 장사를 시작했다. 강구항에서 나는 천연 국산 백골뱅이만을 통조림으로 판매하는 동표 골뱅이를 가지고 장사를 시작한 것이다. 일반 골뱅이에 비해서 알이 굵고 부드럽고 찰진 것이 특징이다. 이 골뱅이에 쥐포와 파를 길게 썰어 넣고 이틀 동안 숙성시킨 마늘과 고춧가루 등을 비벼 내는 간단한 음식이 이 집의 메인 메뉴이다.


처음 시작한 집이 원조인 것은 기본에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골뱅이 다음에 중요한 재료인 쥐포는 이 집의 비밀병기 중 하나다. 대부분의 골뱅이 집들은 대구포를 사용한다. 쥐포는 달달하고 약간 비린 게 바닷내음이 짙게 배어 나온다. 이 쥐포만 따로 먹으로 오는 단골손님들도 적지 않다는 게 어머니에 이어 16년째 장사를 해오고 있는 주인의 설명이다. 다른 집에 비해 자극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맛도 이 집을 찾아가서 먹어 봐야 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이 집에는 소주를 팔지 않는다. 여러 가지가 이유가 있겠지만 골뱅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술은 맥주라는 소신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 맥주 집에서 먹는 골뱅이보다 양이 엄청나게 많으므로 2차로 맥주 집을 찾는 관행으로 가면 안 된다. 골뱅이 골목의 맨 끝에 위치한 이곳을 걷다 보면 70년대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맥주 한잔에 친구들과 옛날 이야기 하기 좋은 곳이다.

 

 

 

 

전화: 02-2268-8931
찾아가는 길: 을지로 3가역 12번 출구에서 백병원 방면으로 가다 골뱅이 골목 안 

 

ⓒ 트래비

 #2 노가리와 맥주가 만나면 ´만선호프´                                              

을지로 3가는 인쇄, 타일, 도기 전문상가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3가역 골목에서 청계천과 맞단 골목으로 들어가다 보면 길 안쪽에 조그만 광장 같은 곳이 나온다. 거기에 바로 만선호프가 있다. 이 골목을 설명하는 이유는 이렇다. 봄에서 초가을까지, 특히 여름에 이곳 골목을 지나다 보면 어두운 골목 사이로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골목을 돌아서면 수많은 사람들이 가로등 불빛 아래 맥주와 노가리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놀라움 그 자체다. 

그리고 자리를 잡고 앉으면, 앉자마자 주문도 없이 맥주와 노가리가 사람 수만큼 따라 나온다. ‘뭐 이런 게 다 있어’라는 생각은 노가리를 먹는 순간부터 사라진다. 보통 가게에서 파는 ‘노가리’라고 불리는 새끼 노가리가 아닌 진짜 노가리를 팔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몸통을 갈라서 포처럼 떠놓은 상태로 나온다. 야들야들, 구들구들한 노가리에 이 집만의 비밀소스인 희얀한 ‘매운 장’을 먹다 보면 맥주가 한없이 몸 속으로 들어간다.


이 집 안주는 서민적이고 맛있다. 이 독특한 노가리도 그렇고 수북이 나오는 강낭콩도 그렇고, 비린내가 더 정겨운 햇땅콩도 그렇다. 이 집은 거기에다가 낮술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는 집이다. 이곳의 특성상 인쇄업이나 타일업 등에 종사하는 이들이 일을 하는 중간에 간단히 맥주 한잔을 먹고 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문 없이 빠르게 나오는 맥주와 노가리도 시작된 것이다. 정겨운 이 집을 빼고 생맥주 맛을 논하지 말지어다.

 

주소: 서울시 중구 을지로 3가 95
찾아가는 길: 을지로 3가역 4번 출구에서 공구 골목 안으로 걸어서 2분
영업시간: 오후 12시-밤 1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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