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 동남아 3개국 11일 여행

2006-01-13     트래비

 


☆ 말레이시아

 

역동적인 비전으로 가득한 나라

지난 4월 멕시코에서 우연히 만난 헨리라는 친구는 보통 사람들보다 두 옥타브는 더 높은 고성으로 약간은 그로테스크하게 낄낄거리곤 하던 친구인데 말레이시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눈빛이 바뀌며 말레이시아를 사람 살기에 최고의 파라다이스라고 표현했다. 젊은 세대가 가지고 있는 국가에 대한 자부심, 자신감에 넘쳤다. 그때 헨리의 이야기는 쉽게 납득이 안 됐지만 그럼에도 그의 이야기를 듣고 처음으로 말레이시아라는 나라를 여행하고 싶어졌다.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로 가는 기차역은 싱가포르에 있지만 말레이시아 영토다. 싱가포르의 세련됨에 비한다면 말레이시아의 기차역은 특별하지 않다. 티켓 카운터도 한산하고 외국인 여행자들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여행 4일째 이른 아침, 닫혀 있는 철문 앞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출발시간을 기다렸다. 30분 정도가 지나자 마침내 철문이 열렸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국경을 기차로 넘는 날이다.   

쿠알라룸푸르 번화가 부킷빈땅에서 

출발시간이었던 8시 반을 한참을 지나 기차는 출발했다. KTM이란 이름을 가진 기차는 깨끗했지만 흔들림이 매우 심했다. 게다가 자리가 역방향인 탓에 멀미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이 자리가 많이 비어 있어 넉넉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탓에 별 불편함은 없었다. 객차와 객차를 잇는 공간으로 나가 바깥으로 몸을 내미니 더운 바람이 강하게 얼굴을 때린다. 기분이 상쾌하다. 6시간의 기차여행이 끝나갈 무렵 창밖으로 이슬람사원의 돔이 보인다. 지루할 틈 없이 어느 사이 쿠알라룸푸르 기차역에 도착했다. 1910년에 세워져 10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는 기차역은 여전히 아름답다.

쿠알라룸푸르의 상징이 되어 버린 452m 높이의 88층 빌딩 KLCC트윈타워가 대변하는 도시의 이미지가 아니더라도 거리에서 느껴지는 말레이시안들은 역동적이다. 싱가포르나 태국에서는 느낄 수 없는 다른 점이 분명 있다. 거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 쿠알라룸푸르 번화가 부킷빈땅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옷차림을 한 한 무리의 젊은 친구들을 만나 카메라를 들이대자 그중 한 친구가 불쑥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린다. 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씩 웃고 말았지만 이런 일은 동남아시아에서 외국인을 대하는 로컬들의 태도로는 드문 일이다. 

쿠알라룸푸르에서의 반나절은 트윈타워와 부킷빈땅, 푸드코트에서 한국의 빙수 같은 까장을  먹고 술탄 압둘 사마드 빌딩과 호수공원을 돌아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어둠이 내린 공원의 호수 위로 저 멀리서 불을 밝힌 트윈타워가 보인다.   

 

ⓒ 트래비

 

1. 페낭의 불교사원 왓 차아만 카라람

2.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로 가는 기차 창밖 풍경

3. 켄팅 하일랜드로 가는 케이블카

 

겐팅에서 페낭으로 향하다

 

여행 5일째, 아침 일찍 쿠알라룸푸르에서 70km를 달려 고원 휴양지 ´겐팅(Genting)´으로 출발했다. 겐팅 하일랜드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케이블카를 타야 한다. 케이블카로 안개와 구름이 뒤섞여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말 그대로 하일랜드 정상을 향해 한참을 오른다. 케이블카에서 내리자 차가운 바람이 몰려왔다. 싸늘한 공기, 긴 셔츠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말레이시안들에게 겐팅이 카지노와 함께 인기 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겐팅 하일랜드를 돌아보는데 세계에서 몇 곳 없다는 스카이다이빙 연습장을 발견했다. 단숨에 달려 계단을 올라갔지만 휴장 중이란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장대 같은 빗속에서 다시 페낭(Penang)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로 7~8시간을 달려 페낭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다 되어 간다. 말레이 반도와 페낭섬을 잇는 13.5km의 페낭 브릿지는 우리나라 현대건설에서 건설한 것이라고 한다. 여행 6일째, 페낭섬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버터플라이 팜은 섬의 북서쪽 텔룩 바항 비치에서 가깝다. 수천 마리가 넘는 100여 종의 나비가 서식하고 있다는데 그 어떤 나비들보다도 누에에서 껍질을 막 벗은 나비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페낭 힐을 오르는 한 칸짜리 조그만 레일웨이 스테이션은 조지타운에서 가깝다. 해발 821m의 정상까지 오르는 데 30분 정도 걸리는데 요금은 4링깃이다. 날씨가 맑은 날은 조지타운은 물론 인도네시아 본토까지 보인다고 한다. 바틱을 두른 채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젊은 여자가 활짝 웃고 있었다. 몸을 돌려 운전석을 바라보니 차장은 기차가 한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별로 할 일이 없는지 한가롭게 신문을 보고 있다. 신문 위로 한 줄기 태양빛이 떨어지고 있었다. 참 한가로운 풍경이다.


페낭 힐을 내려와 차이나타운과 인디언 스트릿을 인력거를 타고 돌아보았다. 건물 앞에서 기다란 총을 메고 있는 경비원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인디언 레스토랑에 들어가 짜이 한잔 마셨어야 했는데…
 
페낭의 밤은 나이트 마켓에서

 

나이트 마켓 거리를 거닐면서 잘게 썰어 비닐봉지에 담아 놓은 열대과일을 사먹는 것도 즐겁고 사탕수수를 갈아 마실 거리를 만들어주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에스까짱(Es Kacang)´은 얼음을 갈아 그 위에 시럽과 연유를 얹고 다시 그 위에 콩과 젤리를 얹은 것인데 음료수와 디저트가 반반씩 섞인 것 같다.


인도양과 남중국해 사이에 위치한 말레이시아에는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말레이시안, 중국인, 인디언 등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으며 그런 만큼 음식도 다양하다. 나이트 마켓에서는 많은 외국인들을 볼 수 있다. 노점마다 노작은 빠지지 않는 메뉴 같다. 꼬치 양, 닭, 쇠고기를 소스에 담가 두었다가 불에 구워 파는 사테도 흔하다. 양고기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잘게 썬 오이와 양파를 곁들여 먹으니 양고기 꼬치도 먹을 만하다. 음식을 파는 코너만큼이나 상점들도 즐비하다.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했던 몽블랑 가방이 눈에 띄었다. 처음 200링깃을 부르던 가격이 90링깃까지 떨어졌다. 이 정도면 조잡스런 몽블랑 상표를 떼어 놓고 써도 돈 값은 충분히 할 만하다. 마음에 드는 가방을 하나 골라 비닐이 아니냐고 물으니 가죽이라고 말한다. 장난기가 발동해 그럼 라이터 불로 한번 태워 보아도 되냐니까 다른 가방을 건네주며 실험해 보라고 한다. 웃으면서 발길을 돌렸다. 말레이시아에서의 마지막 밤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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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협조 : 싱가포르,말레이시아, 태국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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