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탐험 12탄 파리Ⅰ - Day 1 애니가 파리를 만났을 때

2006-09-04     트래비


ⓒ트래비

파리.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힘이 있는 도시.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여행자들의 로망. 왠지 영화 같은 로맨스가 생길 것만 같은 사랑의 도시. 수많은 수식어를 붙여도 왠지 부족한 듯한 도시가 바로 파리다.

트래비가 드디어 파리를 다녀왔다. 내일여행, 프랑스관광청과 함께 진행한 ‘도전자유여행 파리편’의 주인공은 여행과 사진을 사랑하는 밝고 쾌활한 애니. 이름뿐 아니라 성격에서도 빨강머리 앤을 떠오르게 하는 그녀는 특유의 밝은 미소와 유쾌한 성격으로 가는 곳 어디에서나 사랑을 받았다. 노천카페에서 차 한잔 시켜 놓고 거리의 냄새를 맡으며 사람 구경을 하고 파리 곳곳의 풍경들을 카메라 렌즈에 담아 오고 싶다던 애니. 

배낭 하나 달랑 메고 파리로 떠난 그녀의 여행을 따라가 본다. 

독자 소개

김애니(35세). 그 이름부터가 독특하다. 어린 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30여 년을 살다가 4년 전 한국으로 귀화한 그녀. 서류상에만 남아 있던 ‘김선희’란 이름이 너무 낯설어 몇 달 전 개명 신청을 했다. 미국 내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근무했던 그녀는 현재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활동하며 사진에 심취해 있다. 사진을 통해 ‘나를 느끼는 법’을 배운 후 사진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됐다는 그녀. 파리로 올 때도 배낭 하나에 카메라 장비만 가득 챙겨 왔다. 한국에 오기 전부터 한국에 대한 공부를 하고 지금도 하루에 대여섯 시간씩 한국어 공부를 한다는 애니는 만나 보면 누구나 흠뻑 빠져들 만큼 매력적인 사람이다.


‘파리 여행기’를 시작하기 전에

1. 실제 여행 기간은 5월29일에서 6월1일까지 3박4일. 독자는 이틀 전 파리에 와서 근교의 몽생미셸을 여행했고 사정상 6월1일부터 며칠 간 영국으로 갔다가 다시 파리로 돌아와 추가 여행을 했다. 이번 일정을 후원한 내일여행에서 판매하는 ‘파리 금까기’ 상품은 6박7일 기준 99만원부터.

2. 내일여행과 프랑스관광청에서 항공권과 숙박을 제공했고 파리비지트에서 파리 시내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파리비지트’ 패스 1-5존 3일권을 제공해 독자는 트래비와의 일정 중에는 일부 식비와 개인 경비만을 지불했다. 

3. 여행 일정은 독자가 계획한 대로 진행됐으며 상황에 따라 조정해 나갔다. 독자와 취재기자, 사진기자는 취재를 떠나 함께 여행하는 친구들처럼 서로 의견을 조율해 가며 여행을 즐겼다.

애니의 파리 탐험은 오페라 하우스로부터 시작됐다. 오페라를 볼 계획이 없던 애니에게 오페라 하우스는 목적지라기보다는 여행의 출발점이다. 오페라 하우스 앞 광장은 늘 여행자들과 파리지앵(파리 사람들)들로 붐빈다. 배낭 여행자들과 파리지앵들의 약속 장소로 널리 이용되는 오페라 하우스 앞 계단에는 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오페라 하우스 앞의 분주한 풍경을 카메라에 담은 애니, 지하철을 타고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한다.

애니, 벼룩시장의 대부(?)를 찾아가다


ⓒ트래비

애니의 첫 번째 목적지는 생 투앙 벼룩시장(Marche aux Puces de Paris St-Ouen). 벼룩시장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는 프랑스에서 벼룩시장을 가보지 않을 수는 없는 법. 벼룩시장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생 투앙 벼룩시장(일명 끌리냥꾸르 벼룩시장)은 파리는 물론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벼룩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생 투앙 벼룩시장이 토, 일, 월요일에만 문을 연다는 사실을 확인한 애니, 안도의 한숨을 쉰다. 하루만 늦었어도 벼룩시장을 구경하지 못할 뻔했기 때문이다.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종점인 포르트 드 끌리냥꾸르(Porte de Clignancourt) 역에 도착해 조금 걸어 내려가니 천막들이 서 있는 시장이 보인다. 갖가지 옷과 장신구를 파는 노점상들이 줄지어 서 있는 시장 초입의 느낌이 벼룩시장이라기보다는 남대문 시장에 가깝다. 

시장을 둘러보던 애니. 붉은색, 검은색 계열의 야한 옷들이 진열돼 있는 가게 앞에 발걸음을 멈추고 신기한 듯 이 옷 저 옷을 구경한다. 그러더니 대뜸 ‘야사시’한 빨간 드레스를 가리키며 주인아주머니에게 “이 옷 한번 입어 봐도 돼요?” 한다. 주인아주머니가 “물론”이라고 하자, 애니는 과감히 그 옷을 입고는 다양한 포즈까지 취해 본다. 그런 애니의 모습이 재미있는지 주인아주머니는 “이 옷이 더 잘 어울리겠다”며 다른 옷까지 가져와 입어 보라고 권한다. 이에 뒤질세라 애니 역시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이런 옷을 입어 보겠어요?”라며 다른 옷을 입고는 모델 같은 포즈까지 취해 본다. 가게는 어느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잠시나마 작은 패션쇼장으로 탈바꿈한다. 주인아주머니와 기념촬영도 하며 신나는 시간을 보낸 후 미안한 마음에 하나라도 사야 되는 게 아닌가 고민하고 있는데, 아주머니는 괜찮다고 한다. 본인도 즐거웠다며 오히려 고마움을 표시하는 아주머니를 보며 파리지앵의 따뜻함을 처음으로 경험한다.

info       19세기에 형성된 생 투앙 벼룩시장은 골동품, 옷, 장신구 구역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골동품 및 갤러리가 운집해 있는 ‘도핀느 시장(Marche Dauphine)’은 박물관을 방불케 할 정도로 볼거리가 많다. 매주 토, 일, 월요일과 공휴일에 문을 연다. 지하철 4호선 포르트 드 끌리냥꾸르 역 또는 지하철 13호선 가리발디(Garibaldi) 역 하차. www.parispuces.com, www.st-ouen-tourisme.com

파리지앵의 여유를 배우다


ⓒ트래비

벼룩시장에서 반나절을 보낸 후 다시 파리 중심으로 돌아왔다. 어디를 가볼까 고민하던 애니가 택한 코스는 튈르리 정원(Jardin des Tuileries)에서 샹젤리제(Champs Elysees)를 거쳐 개선문에 이르는 파리의 중심지.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꼽히는 튈르리 정원에 들어서자 발걸음이 분주해지는 애니. 푸르른 나무, 아기자기한 노천카페, 독특한 조형물들 그리고 정원 끝에 펼쳐지는 인공 연못까지…. 모든 풍경이 애니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특히 애니는 연못 주변에서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연못 주변을 빙 둘러 의자가 놓여 있고 사람들은 그곳에 앉아 책을 읽거나, 샌드위치를 먹거나, 담소를 나누거나 혹은 잠깐 동안의 낮잠을 즐긴다.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던 애니는 어느새 연못가로 달려가 가장 편하게 생긴 의자를 찾아 자리를 잡더니 잠시 휴식을 취한다.

애니의 달콤한 휴식이 샘이 났던지 어디선가 구름이 몰려와 보슬비를 뿌려대기 시작한다. 비를 피해 분주히 흩어져 갈 만도 한데 파리지앵들은 여전히 여유롭다.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던 한 파리지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더니 아무렇지 않게 우산을 펴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휴식을 이어 간다. “저 사람의 모습이 재미있으면서도 저렇게 여유로울 수 있음이 부럽네요.”

info   지하철 1호선 튈르리 역 또는 지하철 1호선, 8호선, 12호선 콩코르드(Concorde) 역 하차. 루브르 박물관 방문 계획이 있다면, 박물관을 둘러본 후 튈르리 정원까지 걸어와도 된다. 튈르리 정원 연못 앞 왼쪽 언덕 위로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는 모네의 수련 시리즈로 유명한 ‘오랑주리 미술관(Musee de l’Orangerie)’ 때문이다. 앙리 루소나 피카소의 초기 작품들도 만나 볼 수 있는 이곳은 많은 관람객들이 찾는 명소다.

‘오~ 샹젤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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튈르리 정원을 빠져나오면 높이 23m에 달하는 거대한 오벨리스크와 웅장한 분수대 2개가 보인다. 이곳이 바로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처형됐던 역사적인 콩코르드 광장(Place de la Concorde). 콩코르드 광장을 둘러보던 애니의 눈에 건너편 거리(Rue Royale) 끝 쪽에 있는 건물 하나가 포착된다.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을 연상케 하는 건물의 정체가 궁금해진 애니, 발걸음을 돌린다. 각종 명품 숍들이 아기자기하게 자리하고 있는 루아얄 거리를 걸어 건물 앞에 도착하니 섬세한 조각과 원기둥이 그야말로 그리스·로마 시대 신전 같다. 지도에서 이곳이 마들렌 사원(Eglise de La Madeleine)임을 확인하고 사원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후, 사원 앞 계단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다시 콩코르드 광장 쪽으로 걸어 나와 키 큰 나무들이 서 있는 거리를 걷는다. 시야를 가리던 나무들이 걷힌 거리에는 노천카페들과 자동차 전시관, 영화관, 명품 숍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그 길 끝으로 개선문이 보인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샹젤리제 거리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이 거리에 서면 왠지 ‘오~ 샹젤리제~, 오~ 샹젤리제’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사뿐사뿐 걸어 봐야 할 것만 같다. 넓은 차도 양쪽으로 대형 상점들과 아기자기한 노천카페들이 줄지어 서 있는 샹젤리제 거리에서 애니는 “이곳은 어찌 보면 파리 같지 않으면서 또 어찌 보면 가장 파리다운 곳 같아요” 한다.

info        마들렌 사원은 지하철 8호선, 14호선 마들렌 역 하차. 콩코르드 광장에서 도보로 얼마 걸리지 않는다. 샹젤리제 거리로 가고자 한다면 지하철 1호선, 13호선 샹젤리제 끌레망소(Champs Elysees Clemenceau) 역에서 하차하거나 지하철 1호선, 8호선, 12호선 콩코르드 역에서 하차 후 도보 이동 가능.


몽마르트르로 가는 행복한 길

몽마르트르 언덕(Butte de Montmartre)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탄 애니, 어느 역에서 내릴까 고민하다 지도상 몽마르트르와 가장 가까워 보이는 ‘샤또 루즈(Chateau Rouge)’ 역을 찍는다. 지도에서 봤을 때 그리 멀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만만하게 샤또 루즈 역에서 하차. 하지만 유명한 몽마르트르 언덕 치고는 사람들이 별로 보이질 않는다. 애니는 ‘유명한 관광지인데 사람들이 왜 이리 없지?’ 다소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몽마르트르를 가리키는 이정표만 보며 열심히 걷기 시작한다. 하지만 몽마르트르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도 애니는 거리 곳곳에서 마주치는 파리의 아기자기한 풍경 덕분에, 지치고 피곤하기보다는 즐겁기만 하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을 택한 덕(?)에 관광지가 아닌 파리의 일반 주거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동네의 작은 카페에서 저녁식사를 즐기는 사람들과 그들을 위해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가의 모습, 가파른 계단을 따라 집들이 모여 있는 파리 어느 동네의 모습, 알록달록 야채와 과일들이 놓여 있는 작은 슈퍼마켓에서 저녁거리를 준비하는 파리지앵들의 모습…. 특정 목적지가 아니라 여행의 과정을 즐긴다는 애니에게 몽마르트르로 가는 그 길은 즐거움 그 자체였다. 몽마르트르로 가는 길에 우연히 마주친 물랑 루즈 공연장도 그래서 더 반갑게 느껴졌다. 원래보다 훨씬 길어진 몽마르트르까지의 여정이 애니에게는 후회가 아니라 고마움의 여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언덕길을 올라 하늘로 길게 뻗어 있는 계단을 오르면 아름다운 사크르쾨르 대성당(Basilique du Sacre-Coeur)이 모습을 나타낸다. 어두운 밤 조명을 밝힌 사크르쾨르 대성당의 모습은 신비롭기 그지없다. 아름다운 야경에 애니는 “삼각대까지 메고 여기까지 오른 수고가 아깝지가 않네요”라며 즐거워한다. 어둠이 내려앉은 몽마르트르는 파리의 야경과 사크르쾨르의 야경을 즐기는 사람들로 아름다웠다. 파리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몽마르트르에서 바라보는 야경 또한 아름답다. 마천루가 만들어 내는 화려한 야경은 아니지만 파리만의 은은한 야경은 그만의 맛이 있다. 애니가 몽마르트르에서 에펠탑이 어우러진 파리의 야경을 감상하는 사이, 파리의 밤은 저물어 가고 있었다.

info     지하철 2호선 앙베르(Anvers) 역에서 하차. 높은 언덕길을 오르기 힘든 사람은 케이블카를 이용해도 된다. 케이블카로 이동하는 시간은 5분도 채 되지 않는다. 앙베르 지하철역이 있는 거리에서 조금 내려가면 물랑 루즈 공연장이 있다. 꼭 공연을 보지 않더라도 한번쯤 들러 볼 만하다.


맛있는 홍합 요리 전문점 레옹 드 브뤼셀   Leon De Bruxelles


냄비에 홍합이 그득한 모습이 한국의 포장마차에서 나오는 홍합탕을 연상케 한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위치한 레옹 드 브뤼셀.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브뤼셀에서 시작한 이 식당은 현재는 파리에도 몇 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파리는 지리상으로 벨기에와 인접해 있어 벨기에 음식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레옹 드 브뤼셀의 홍합 요리는 모양으로 보면 한국의 홍합탕과 비슷해 보이지만 그 맛은 사뭇 다르다. 크림, 치즈 등 소스별로 그 맛이 다르며 국물은 한국인들에게는 조금 짜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함께 나오는 바게트 빵을 소스에 찍어 먹는 것도 괜찮다. 도톰하게 잘 튀겨진 맛있는 프렌치프라이는 무한정 리필 가능!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지점이 특히 유명한데 개선문을 바라보며 걸어가다가 왼쪽 편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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