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2045 - 그 남자♥그 여자의 싱가포르 여행기

2006-10-16     트래비


ⓒ트래비

프롤로그 

여행 전날은 언제나 야근이다. 이럴 땐 어쩜 부부가 똑같다. 필름이며 카메라며 챙길 거리도 많고, 짐도 아직 못 꾸렸고, 며칠간 집을 비우니 청소도 해야지…. 더군다나 싱가포르라는 나라도 초행길이므로 공부도 해야 한다. 극적으로 퇴근을 하고 헐레벌떡 집에 오니 늦은 밤. 꿈속부터 우리 부부는 벌써 싱가포르에 도착해 있었다.

2045란? 

하나투어(www.hanatour.com)의 신개념 여행상품인 2045는 정해진 일정이 있지만 그건 단지 '추천 일정'에 불과하다. 일정은 여행자 마음대로, 쇼핑과 옵션도 내키는 대로. 자유여행이나 다름이 없지만 2명 이상이 출발할 경우에 동반하는 가이드가 여행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현지에서 유명하다는 곳곳을 추천해 줌으로써 더욱 풍성한 여행이 가능하다. 

글+사진=김영우, 박근영
취재협조=하나투어 02-2127-1000 www.hanatour.com

6시간을 날아 드디어 싱가포르에 도착. 입국 심사대에 줄을 선 뒤, 여권에 도장이 쿵 하고 찍히는 순간, 벌써부터 싱가포르의 공기에 익숙해진 것만 같다. 짐을 찾고 입국장으로 나가니 가이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를 위해 준비된 폭스바겐 트랜스포터를 타고 가면서 싱가포르와 우리 세 사람의 공통 관심사인 ‘카메라’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호텔로 입성. 2045 상품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싱가포르라는 낯
선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으며 이동해서인지 30분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우리가 도착한 호텔은 그랜드 콥톤 워터프론트 호텔(Grand Copthorne Waterfront Hotel Singapore). 맛있는 조식과 분위기 좋은 호텔 바(Bar)가 유명하단다. 가이드가 리셉션에서 방긋 웃으며 허니문이라고 말하자 호텔측에서 ‘특별히’ 좋은 방을 내주었다. 가이드 덕에 제2의 허니문을 만끽하는 기분이다. 

조금은 늦은 저녁이지만 그냥 잘 수 있나. 싱가포르 슬링과 타이거 맥주 한잔 정도는 마셔 줘야 하지 않겠나 싶어 호텔 바로 내려갔다. 이곳의 바는 저녁 10~11시엔 라이브 음악을 연주해, 강가의 운치와 조명과 배경음악까지 ‘낭만’의 삼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다. 이제사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온 게 실감난다. 하얗고 폭신한 침대 속으로 파고들었다. ‘녹아 든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알록달록 예쁜 새들에 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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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첫 일정은 주롱 새 공원. 울창한 숲 속에 꾸며진 주롱 새 공원은 동양 최대의 새장이 있다는 곳이다. 펠리칸과 오리가 노니는 작은 정원을 지나 들어가니 화려한 분홍빛의 홍학 떼가 우리를 맞이했다. 그리고 무지개 빛의 앵무새들도 그곳에 있었다. 앵무새들은 사람을 전혀 피하지 않았고 만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에 있었다. 그 화려한 색상에 매료되어 나는 셔터를 누르기에 정신이 없었다. 

주롱 새 공원은 꽤 넓은 곳이라서 모노레일을 타고 숲 속을 이동하면서 새들을 볼 수 있다. 또 가벼운 산책과 산림욕도 즐길 수 있다. 시원한 인공 폭포, 희귀종 새나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새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나서 우리는 주롱 새 공원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원형극장 쇼를 보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새 분장을 한 광대들의 신나는 춤으로 쇼는 시작된다. 그리고 사육사들의 손짓과 신호에 따라 새들이 이리저리 관객 사이를 날아다닌다. 정해진 동선을 따라 우아하게 날아다니는 새들, 관객의 손에 들린 지폐를 집어갔다가 다시 돌려놓는 앵무새들, 관객의 어깨와 손 위로 정확히 착지하는 작은 새들을 바로 눈앞에서 보는 일은 매우 색다른 경험이었다. 원숭이나 개, 돌고래도 아니고 새들이 이런 우아하고 지능적인 쇼를 선보이다니 앞으로 머리가 나쁜 사람에게 ‘새머리’라는 표현을 해서는 안 되겠다. 공연이 끝난 후, 예쁜 앵무새들과 함께 기념촬영도 할 수 있다. 영리한 새들과의 멋진 경험. 또 하나의 추억거리가 남았다.

같은 장소, 다른 생각 '오차드 로드'

싱가포르의 가장 번화한 거리인 오차드 로드에 도착했다. 홍콩이나 일본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쇼핑의 거리와 비슷한 느낌이다. 대규모의 백화점들이 연이어 들어서 있는데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어서 쾌적하게 구경할 수 있다. 싱가포르의 깨끗한 거리를 달리는 포르셰나 람보르기니 같은 스포츠카와 최고급 차들을 볼 수 있었던 것도 흥미로웠다. 쇼핑을 좋아하는 여성분이라면 오차드 로드는 사랑스러운 거리가 될 것이다. 유명 브랜드의 매장들이 줄지어 있고 심지어 가격도 국내보다 싸다. ZARA 같은 국내에 없는 브랜드 매장도 많다. 아내도 좋아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몇 군데 쇼핑센터를 들렀다. 쇼핑하는 아내(또는 여자친구)를 따라다녀야 하는 남자들은 이상하게도 금세 피곤하고 지루하다.
드디어 쇼핑을 끝내고 ‘딘타이펑’이라는 대만식 중화요리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다. 몇 달 전 서울의 명동에도 매장을 열어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딘타이펑은 싱가포르에서도 상당히 인기 있는 레스토랑이라고 한다. 딘타이펑의 대표 메뉴는 뭐니 뭐니 해도 딤섬! 입 안에 넣을 때 육수가 향긋하게 ‘톡’ 터지는 샤오롱빠오(뜨거우므로 입을 데지 않도록 조심!)와 게살이 들어간 딤섬, 찹쌀밥이 들어간 딤섬 등 눈으로만 봐도 행복해지는 딤섬들과 샥스핀 스프, 비프 스프 누들에 청경채까지 곁들여 너무 거한 점심식사를 했다. 저녁까지도 배가 꺼지지 않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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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도 꺼뜨릴 겸 싱가포르의 과일시장으로 유명한 부기스 스트리트에 섰다. 인력거꾼들이 줄지어 앉아 손님을 기다리고 있고 열대 과일들이 여기저기서 독특한 향내를 풍기며 우리를 유혹하고 있었다. 이곳의 분위기는 오차드 로드나 클락키 등과는 또 다른 분위기. 싱가포르 재래시장의 떠들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망고스틴이나 람부탄부터 싱가포르의 명물인 ‘과일의 왕’ 두리안도 맛볼 수 있다. 당신이 진정한 미식가라면 두리안에 도전하라! 그러나 나는 두리안을 한입 물어 보고는 손을 내저은 반면 아내는 그 맛을 조금씩 음미하고 있었다. 이 맛에 중독되면 집을 팔아서라도 사 먹는다는 말이 있던데 난해한 만큼 그 깊은 맛에 빠져들게 되는 모양이다. 부기스 스트리트를 나오며 가이드의 센스로 인력거를 직접 몰며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고 과일가게 사장님이 우리를 위해 건네준 붉은색의 음료도 공짜로 맛보았다.

둘만의 범보트, 둘만의 클락키, 둘만의 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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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강변에 늘어선 멋진 레스토랑과 카페들. 마치 놀이공원처럼 파스텔 톤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건물들. 이곳이 바로 클락키이다. 선선한 강바람을 맞으며 노천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아기자기한 카페에서 맥주나 칵테일을 한잔 하는 것도 좋겠다. 

우리는 여기서 범보트를 타고 강을 따라 멀라이언 상이 있는 곳까지 둘러보기로 했다. 범보트는 과거에 운반용으로 쓰던 것을 개조한 것으로 옛 멋이 풀풀 풍긴다. 현대적으로 만들어진 보트도 있지만 관광객에게는 이 오래된 목선이 더 인기라고 한다. 가이드의 센스로 우리 둘이서만 범보트를 타고 싱가포르 강을 따라 낭만적인 야경에 흠뻑 취할 수 있었다. 해는 점점 저물어 가며 다채로운 ‘푸르름’으로 멋진 그라데이션을 하늘에 만들고 있었고 강변 양쪽으로 펼쳐지는 유럽 스타일의 우아한 건물들과 초현대식의 마천루는 그야말로 멋진 광경을 연출했다. ‘이것이 싱가포르만의 멋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면서 우리 둘만의 보트에서 기념사진도 찍고 분위기도 잡으며 싱가포르 강변의 낭만을 만끽했다.
보트에서 내려 ‘점보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으나 너무 오래 기다려야만 했다. ‘점보가 유명하긴 유명하구나…’ 이때 싱가포르 생활만 16년이라는 가이드가 싱가포르에서 점보에 버금간다는 ‘노사인보드 레스토랑’을 추천해 줬다. 계획을 변경해서 몽골리안 바비큐를 먹기로 결심. 계획이 바뀐다 할지라도 가이드가 있어 우왕좌왕하지 않아 좋은 것이 2045의 장점이 아니겠는가. 

여기 몽골리안 바비큐 레스토랑에서도 가이드의 센스는 빛을 발했다. 우리는 직접 요리사의 묘기를 보며 함께 볶음국수를 직접 만들어 보는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가 있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는 자유롭게 쇼핑을 더 하고 싶어 가이드와는 헤어져 우리만의 자유일정을 즐겼다. 신나게 이것저것 쇼핑을 하고 나니 완전히 녹초가 되어 호텔로 돌아왔다. 시간상 효율적인 여행을 해서인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필름을 써 버렸다. 내일부터는 필름 파는 곳부터 찾아야겠다.

예쁜 핑크 돌고래와 춤추듯 헤엄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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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사전 예약한 '돌고래와 수영을'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센토사 섬의 언더워터월드로 향했다. 가이드가 설명하기로, 언더워터월드와 돌핀라군은 같은 회사라고 한다. 다만 운영하는 사람이 다를 뿐이며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수족관이란다. 돌핀라군으로 향하는 길. 가슴이 뛴다. 예약을 확인하고 지불하고 나서 준비해 간 수영복과 구명조끼를 착용했다. 앉아서 시간이 되길 기다리는 동안 앞에서 돌고래가 살포시 뛰어 노는 게 보인다. 이 녀석들, 장난꾸러기 같다. 

9시45분이 되자 11명 정도의 지원자가 모였다. 호주, 영국,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두루두루 앉아서 인사를 하고 조교에게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나자 쇼가 시작된다. 작게 3, 4명의 그룹으로 나누고 돌고래를 만나기 전 손을 깨끗하게 소독한다. 돌고래는 생각보다 굉장히 예민하고 감정적인 동물이다. 

우리는 먼저 친해지는 과정부터 시작한다. 돌고래와 처음 인사를 하고 몸을 쓰다듬는다. 그리고 한가운데로 가서 수신호에 따라 돌고래와 소통을 하고 먹이를 주면 돌고래가 붓을 물고 그림을 그려 준다. 뿐만 아니라 머리 위의 숨구멍을 우리가 휘파람 불듯이 오므리고 소리를 내며 노래도 들려 주고 근사한 점프 동작까지 보여 준다. 이게 이 수영의 첫 번째 코스다. 우리 팀은 잉글랜드에서 온 아가씨 두 명과 우리 부부 네 명이 한팀이 됐고 나이가 꽤 많은 핑크 돌고래 '점보'와 만나 이 코스를 돌았다. 

두 번째 코스는 직접 물속으로 들어가는 코스이다. 좀더 어린 돌고래와 함께 수영을 한다며 한가운데로 와서 다시 그룹을 나눴다. 이번에는 꽤 깊은 물 속에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들어가게 된다. 숙련된 조교 한 명과 3명의 체험자는 물속에 들어가서 말 그대로 돌고래와 수영을 한다. 우리는 돌고래의 귀와 배꼽의 모양까지도 상세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손과 같은 지느러미를 맞잡고 함께 춤을 추듯 헤엄치기도 하고 등 뒤에 올라타서 커다랗게 원을 그리고 수영을 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은 영어로 진행된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작은 꼬마아이도 혼자서 용감하게 돌고래와의 수영에 도전했으니 신장이 120cm만 넘는다면 한번쯤 도전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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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와 수영을’ 코스는 수영복을 착용해야 한다. 수영복은 꼭 본인이 준비해 가야 한다. 그리고 수건과 비누 정도는 챙겨 가는 게 좋다. 수건을 팔긴 하지만 SGD6.8 정도로 꽤 비싸다. 또한 방수 카메라를 가져가서 직원에게 건네주면 바깥에서 계속 찍어 준다. 방수 카메라가 아니면 안전상의 이유로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돌고래와 수영을’ 코스는 기본 선물로 언더워터월드 티셔츠와 돌고래와 함께 찍은 사진 두 장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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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골라 즐기는 센토사 섬


돌고래와 만난 기쁨에 흥분해서 점심도 잊은 채 언더워터월드에 먼저 들어갔다. 언더워터월드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지어진 수족관이라고 한다. 이곳에도 여러 가지 이벤트가 있는데 바로 ‘상어와 수영하기’와 ‘듀공에게 먹이 주기’ 코스다. 사전 예약은 필수. 

언더워터월드에서 나오면 바로 앞에 실로소 비치가 펼쳐진다. 하얀 백사장이 한없이 펼쳐져 있는 이곳은 휴양지 그대로의 모습이다. 비치발리볼을 하는 아이들과 원두막 그늘 아래서 책을 읽는 사람들. 해변에는 깨끗한 물이 아닌 줄로만 알았는데 맑고 파란 물결이 그대로 밀려들어왔다. 서양인 부부가 물속에서 어린 아이를 데리고 수영을 하고 있고 우리는 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한낮의 여유로움을 맘껏 즐겼다.  

이미지 오브 싱가포르(Image of Singapore) 안에 있는 테이스트 오브 싱가포르(Taste of Singapore)에 들어갔다. 이곳에서는 레스토랑 이름과 같은 ‘Taste of Singapore’라는 메뉴를 시켜 보자.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맛 4가지를 보여 주는데 이것이 바로 중국 음식, 인도 음식, 말레이시아 음식 등 다민족 국가인 싱가포르를 음식으로 표현한 메뉴다. 

점심을 먹고 나서 센토사 섬을 둘러보기 위해 전망대에 올랐다. 360도로 돌아
가는 전망대에서는 센토사 섬뿐 아니라 저 멀리 싱가포르의 모습까지도 내려다보인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간 곳은 바로 센토사 루지(Luge)! 안전모를 쓰고 시속 50km는 훨씬 넘는 속도로 내려오는 루지를 즐겨 보자! 시간만 있었다면 10번도 넘게 탓을 텐데. 마치 눈썰매처럼 경사를 타고 내려오는 이 놀이기구는 센토사 섬의 명물이 될 것이 분명하다. 루지를 타러 다시 올라갈 때는 리프트를 탄다. 식은땀이 날 정도의 높이를 리프트를 타고 올라갔다 내려간다. 최고 경사가 아니면 안전 그물도 없다. 물론 안전 바가 있지만 나름 리프트를 타고도 스릴을 즐길 수 있었다. 아침부터 흥분하며 수영을 해서인지 꽤나 피곤했다. 저녁 스케줄을 위해 잠시 휴식을 취하고자 호텔로 돌아가 달콤한 낮잠을 즐겼다. 2045의 장점이 바로 내 마음대로 잡을 수 있는 스케줄이 아니던가.

마지막 밤, Honeymoon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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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놓쳤던 클락키의 점보식당에 도착. 오늘은 가이드가 미리 예약해 준 덕분에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점보 시푸드 레스토랑에서는 칠리크랩과 페퍼크랩이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사전에 하도 많이 들어서 꽤나 들뜬 마음으로 도착. 칠리크랩과 페퍼크랩을 모두 주문하고 프라이드 번과 해물볶음밥까지 추가로 주문했다. 싱가포르의 강은 강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지점이라서 그런지 강 바람을 맞는데도 마치 바다에 온 듯한 느낌이다. 더운 낮에 비해 선선한 저녁을 클락키의 야경과 함께 즐겼다. 

식사를 마치고 또다시 쇼핑과 거리 구경을 위해 오차드 로드로 향했다. 오차드 로드는 저녁이면 공연과 낮에는 없는 노천 숍 등 볼거리가 많다는 가이드의 말에 쇼핑센터 중 다카시마야에 내려 달라고 부탁했다. 역시나 다카시마야 호텔 앞에서는 일종의 ‘묘기 대행진’이 진행 중이었고 꽤 많은 군중들이 모여 있어 우리도 함께 거리 공연을 구경하며 낄낄댔다. 거리 공연 구경과 쇼핑에 지쳐서 서점에 앉아 싱가포르의 책 구경까지 하니 어느덧 밤이 늦었다. 싱가포르에선 택시가 가장 편하지만 너무 늦어지면 택시를 잡는 것 자체가 힘들다. 택시를 잡기 힘들 때는 근처 호텔에 들어가 콜택시를 불러 달라고 부탁하자. SGD4 정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지만 시간과 노력에 있어서는 큰 절감 효과가 있다. 

호텔로 돌아와서 마시는 맥주 한잔, 감미로운 음악, 우리 둘만의 정말 행복한 시간. 다시 한번 신혼여행을 하는 듯했다.

아침 산책과 티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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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처음으로 우리가 도착한 곳은 싱가포르의 식물원인 보타닉 가든(Botanic Garden). 식물원이라고 해서 남산식물원처럼 작은 공간에 집중적으로 식물들이 전시된 그런 공간은 아니고, 꽤 널찍한 부지에 정원처럼 편안하게 꾸며진 공간이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이곳에서 조깅을 하기도 하고 개들과 산책을 하기도 한다. 제법 울창한 숲 속 길을 걷고 있으니 깨끗한 공기가 몸 안으로 들어오는 느낌이 든다. 산림욕을 하기에 좋은 장소 같다. 예쁘게 꾸며진 아기자기한 공간도 많아 사진 찍기에도 좋다. 

산책을 마치고 한적해 보이는 마을 앞을 밴을 타고 지나게 되었다. 네덜란드계 이주민들이 사는 마을인 홀랜드 빌리지(Holland Village). 관광 책자에는 이국적인 분위기와 쇼핑이 특색 있는 곳이라는 설명을 읽었지만 우리는 마을의 분위기를 느끼며 잠시 동안 티타임을 가졌다. 

싱가포르의 ‘거리’ 대탐험

다시 밴을 타고 조금 이동하여 내린 곳은 차이나타운(Chinatown). 말 그대로 중국인들의 거리이다. 중국계는 싱가포르을 구성하는 4대 민족 중 하나인데,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싱가포르 사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마치 우리네 장날을 연상케 하는 하늘에 나부끼는 붉은 등들과 많은 노점들과 상인들로 북적대는 차이나타운은 아주 활기찬 곳이었다. 재래시장이지만 질서정연하게 잘 정비된, 사람 냄새 나는 시장 거리였다. 무엇보다 우리가 차이나타운에서 사고 싶었던 건 바로 육포! 이곳의 육포가 백화점에서 파는 것보다 싸고 맛있다고 해서 일부러 이곳에 오기를 기다렸다. 주문을 하면 바로 앞에서 구워 주는데 역시나 그 맛이 일품이었다. 

이어서 도착한 곳은 민족색이 뚜렷한 리틀 인디아(Little India). 이곳의 분위기는 지금까지 우리가 싱가포르에서 봤던 곳들과는 사뭇 달랐다. BMW와 포르셰가 길을 달리는 깔끔한 현대식 건물들의 거리와는 다른, 정말 인도의 한 마을을 찾은 것 같은 분위기가 펼쳐져 있었다. 그 색다른 풍경에 매료되어 우리는 계속해서 셔터를 눌렀다. 이곳 사람들은 친근하게 우리의 멋진 피사체가 되어 주었다. 조금은 몽환적인 분위기의 거리로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면 이 거리는 꼭 들러 봐야 할 곳이다. 

아랍 스트리트(Arab Street)는 차이나타운이나 리틀 인디아보다는 조금 작은 규모의 거리다. 그리고 거리 대부분이 카페트나 공예품을 파는 가게들로 이루어져 있다. 형형색색의 카페트들을 구경하고 있자니 매장 점원이 나와서 자신들의 카페트가 얼마나 우수한지를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정말 좋아 보였지만 카페트를 짊어지고 다닐 수는 없었기에 우리는 멋진 카페트를 배경으로 점원의 사진을 찍어 주었다. 

우리 표현으로 하자면 벼룩시장인 ‘개미시장’. 사람들이 쓰지 않는 물건들을 가지고 나와서 거래하는 곳인데 얼핏 그 분위기는 우리나라의 황학동 시장과 비슷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물건을 팔기보다는 자기들끼리 수다 떨기에 더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이색적인 물건들과 사람들을 이리저리 구경하다 보니 제법 쓸 만하다 싶은 물건들도 눈에 띈다. 그러던 중, 칼 자이스(Carl Zeiss) 렌즈가 장착된 카메라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주인과 약간의 흥정을 해서 나는 단돈 SGD10에 그 카메라를 내 것으로 만들었다. 우리 돈으로 약 6,500원. 이렇게 개미시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보물을 발견할 수도 있다. 

싱가포르에서 보내는 마지막 일정인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는 말하자면 일종의 누드 댄스 쇼인데 약간의 예술성을 더하여 화려한 시각 이미지와 음악으로 장식한 것이다. 퇴폐적인 느낌이라기보다는 예술적인 느낌을 주고자 하는 의도가 강하다. 그래서인지 남자들만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여자들끼리 온 테이블도 눈에 띄었다. 짤막하게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된 쇼가 1시간 반 정도 이어진다. 

싱가포르에서의 마지막 하루도 이제 저물어 간다. 싱가포르 마천루의 야경을 카메라에 담고자 우리는 보트키(Boat Quay)에서 내렸다. 보트키의 강변에는 많은 연인들이 야경과 함께 분위기를 즐기고자 거닐고 있었다. 삼각대를 펴고 카메라를 올려 놓고, 노출을 바꿔 가면서 여러 장을 찍었다. ‘이게 싱가포르의 마지막 모습이구나~’

에필로그 l Leaving Singapore

싱가포르에서의 모든 여정을 끝내고 창이공항에서 수속을 밟았다. 몸은 무척 피곤하지만 그렇게 부지런히 다녀서 많은 곳을 볼 수 있었던 것에 감사했다. 싱가포르를 너무나 잘 아는 가이드 덕분에 정말 편안하게 포인트만 콕콕 짚은 알찬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날씨가 덥고 좁지만 볼 것이 많은 나라 싱가포르에서 2045 상품은 여행자로 하여금 더 자유롭고, 더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게끔 빛을 발했다. 

이제 곧 인천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현실로 다시 돌아가는 길은 늘 시원섭섭하다. 하지만 여행이란 결국 돌아가기 위해 떠나는 것. 싱가포르에서의 즐거운 기억들을 안고 다시 용감하게 현실로 진입해야겠다. 그리고 또 다음의 떠남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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