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 - 강북 VS 강남 치킨 대전

2006-10-20     트래비


ⓒ트래비

글 사진 = 음식 컬럼니스트 박정배 whitesudal@naver.com

닭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점심에는 삼계탕을, 저녁에는 1차로 닭 한마리에 소주, 2차로 치킨에 생맥주를 먹고, 3차로 닭 꼬치에 청주를 먹는다. 그래도 닭이 먹고 싶다. 다소 엽기적이긴 하지만 필자 본인의 이야기이다. 닭은 단순한 고기이지만 맛은 빼어나다. 그래서 좋은 닭을 사용하는 집이 맛있는 집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고깃집 전통을 충실히 따르고 있기도 하다. 좋은 닭이란 여러 가지로 구분 방법이 있겠지만 본인의 경우에는 하얀 속살이 결대로 쪽쪽 찢어지면서 핏물이 뼈에 배어 있지 않는 닭을 1차적인 기준으로 삼는다. 이런 닭을 닭살과 껍질과 튀김가루 사이에 기름기가 배어 있지 않은 상태로 튀기거나 구워 내면 제대로 닭을 요리해 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최상의 상태는 닭의 은근한 향이 코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입 안에서 감도는 상태이다. 정말 맛있는 닭에서는 이런 향이 난다. 

우리가 보통 치킨이라는, 닭을 이르는 영어를 사용해서 닭 집을 부를 때는 튀기거나 굽거나 한 닭에 맥주를 먹을 수 있는 집을 지칭할 때 사용한다. 다른 이름을 붙임이 마땅하지만 관행으로 되어 있다. 80년대 이후 생맥주의 대중화가 이루어지면서 생맥주 최상의 안주로 닭이 안방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조합은 아마도 당분간은 깨지기 힘든 완전한 고리처럼 보인다. 생맥주는 선순환 구조를 지닌 음식이다. 많이 팔리는 집이 맛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번 사용한 생맥주 통은 곧바로 소비돼야 맛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맥주의 맛을 해치는 요소들이 들어갈 틈이 없기 때문에 소비가 많은 생맥주 집은 생맥주가 맛있다. 생맥주가 먼저인지 안주가 먼저인지는 몰라도 이런 집은 당연히 안주가 맛있다. 

고려대학교 이공대 로터리 부근에는 닭의 명가가 한 곳 있다(바로 위 역 부근에도 같은 집이 있지만 로터리 부근의 집을 이르는 말이다). ‘삼성통탉(02-922-0077)'이다. 이곳의 주 메뉴는 당연히 닭이다. 전기구이와 프라이드가 두 축을 이루고 있다. 전기구이 통탉부터 이야기하자면 기름기가 쫙 빠진 껍질은 베이징덕 같다. 얇고 바삭하며 기름지고 우아하다. 오랫동안 열을 받았지만 살은 퍽퍽하지 않다. 적당한 수분과 기름기를 머금고 있다. 그래서 두껍지 않은 껍질과 살은 가녀린 모습을 하고 있다가 입 안에서 강렬하게 퍼진다. 향기가 입 안에 퍼지는 순간, 시원한 생맥주를 추가하면 삶은 한순간 행복해진다. 포만감이 아니라 적당함이 느껴진다. 볼륨감을 조금 더 느끼고 싶다면 프라이드를 먹으면 된다. 닭 고유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하얗고 죽죽 찢어지는 좋은 닭의 향과 식감이 입 안과 뱃속을 든든하게 채워 준다. 닭 자체의 맛을 느끼는데 이 집만한 곳은 흔치 않다고 감히 장담할 수 있다. 

강남에는 반포 사거리 주변을 치킨사관학교라고 부른다. 이곳의 대형 치킨집들 중 몇 곳은 전국적인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명성을 이어 온 곳이 있다. 지금은 닭과는 거리가 먼 봉은사 근처로 옮겼다. '동호치킨(전화번호)'이라는 곳이다. 동호치킨은 여러 곳에 많다. 사실 주로 이곳 주인과 관계된 사람들이 곳곳에서 하고 있다. 맛도 비슷하다. 사실 일반인들보다 이곳은 치킨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더 유명한 곳이다. 치킨집 주인들 사이에서 최고의 고수로 꼽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삼성통닭과 달리 주종은 숯불 바비큐 치킨이다. 80년대 후반부터 치킨업계를 강타한 메뉴의 진원지이다. 치킨이 나오기 전에 계란으로 만든 계란말이와 샐러드가 먼저 나오는 것도 강북과는 조금 다르다. 기름기 쪽 빠진 숯불 바비큐를 고기 맛대로 즐기고 싶다면 소금구이를, 조금 달게 먹고 싶다면 양념으로 먹으면 된다. 맥주 맛 역시 일정한 수준이다. 치우치지 않은 고수의 맛을 느껴 보시길.

-주간여행정보매거진 트래비(www.travie.com) 저작권자 ⓒ트래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