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① 테마 따라 떠나는 타이완 삼색탐험

2007-04-23     트래비


ⓒ트래비

    글  박정은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김봉수
    취재협조  대만관광청 www.tourtaiwan.or.kr

밤이 어둡기에 축제는 더욱 화려하다
타이완 등불축제

고대 중국인들은 음력 1월15일, 한국으로 치면 정월대보름인 원소절(元宵節)이 되면 등불을 들고 귀신을 찾아 나섰다. 정월보름의 밝은 달빛이 하늘에서 날아다니는 귀신의 모습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밤이 어둡기에 등불은 화려하고 여기저기서 터뜨리는 폭죽소리에 신명도 더한다. 타이완에서 등불축제가 시작되면 거리는 2주 동안 화려한 등불과 축제의 파도에 휩쓸린다. 타이완의 등불축제는 지역, 문화별로 특색이 있어 어느 한 곳 빼놓을 수가 없다. 올해 첫 운행을 시작한 타이완 고속철도를 이용하면 타이베이에서 남부 카오슝까지 1시간 반이면 도달할 수 있어, 시간 안배만 잘한다면 타이완 등불축제를 모두 섭렵할 수 있다. 자, 이제부터 철도를 따라 타이완의 다양한 등불축제 현장 속으로 빠져들어 보자.

화려하고 또 화려하다 지아이현 등불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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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1년에 한 번 산에서 내려와 마을 사람들을 잡아먹는 ‘년수’라는 괴물이 있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괴물이 내려오는 날 밤, 누군가 죽기 전에 가장 화려한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차려놓고 온 가족을 불러 모아 등불을 환히 켜 놓고 축제를 열었다. 빨간 옷을 입고 폭죽을 터뜨리며 축제를 하는 동안 괴물은 놀라 도망가기 시작했고 마을 사람 중 그 누구도 죽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부터 마을 사람들은 괴물이 무서워하는 빨간색 옷을 입고 폭죽을 퍼뜨리며 축제를 벌였고, 이를 ‘년을 지난다’고 했다.

지난 3월, 타이완 등불축제의 중심이었던 지아이(嘉義)현은 점등의식이 있던 첫날, 타이완의 천수이볜(陣水扁)총통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미디어와 관람객까지 약 500만 명으로 들썩거렸다. 타이완의 등불축제는 온 나라를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시킨 듯했다. 

등불축제를 관람하러 타이완에 들른다면 개막식을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축제장에는 타이완 국내외 저명한 예술단의 공연이 하루도 빠짐없이 열리지만, 개막공연이야말로 타이완 등불축제의 예술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다. 등불 점화에 앞서 열리는 용과 사자춤, 민속예술공연, 곡예공연, 사원의 제례의식 등은 도대체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화려하고 역동적이다. 더불어 사방으로 울려 퍼지는 ‘둥둥둥’ 북소리는 비로소 내가 축제의 현장에 서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3…2…1 점화! 일순간 숨죽였던 축제의 현장에 폭죽이 터지면서 거대한 멧돼지 형상이 정체를 밝힌다. 타이완 등불축제는 매년 그 해의 십이지신 형상을 본떠 메인 등불을 만드는데 올해는 특히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지아이현의 기상을 표현했다는 멧돼지 등불의 높이는 성인 10명의 키를 훌쩍 넘는다. 축제 담당자가 자랑스레 말하기를 멧돼지 등불에만 무려 4억원을 투자했다고 하니 올 축제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법하다.

지아이현 등불축제장은 메인 등불인 멧돼지를 중심으로 용과 봉황, 사자, 잉어 등의 테마 등불로 꾸며졌으며, 중화권에서 새해의 복과 평안, 부유함 등을 기원하는 동물들을 형상화 한 등불들도 나뉘어 전시됐다. 메인 등불을 기준으로 동쪽에는 축복을 기원하며 하늘에 주렁주렁 매달린 호박색 등불에 소원쪽지를 매다는 기복(祈福) 등불, 남쪽에는 각 종교별 특성을 살린 등불, 서쪽에는 타이완 전통등불과 놀이등불, 창작등불까지. 총 7개의 테마로 나뉘어 수천 개의 등불이 빛나는 축제의 장은 어느 곳 하나 열과 성을 들이지 않은 곳이 없다. 

귀신을 쫓는다는 폭죽과 불꽃도 빼놓을 수 없다. 축제기간 중에는 매일 2회, 주말에는 4~5회를 매일같이 색색의 불꽃으로 밤하늘을 수놓으며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화려한 등불과 어우러진 불꽃놀이와 음악이 신선하다. 거기에 괴물을 쫓는다는 의미로 대나무 폭죽을 터뜨리는데 터지는 폭죽 주변으로 두꺼운 옷을 입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줄줄이 폭죽을 연이어 터뜨리며 그 불꽃을 맞으면 행운이 온다고. 

축제라면 당연히 맛있는 냄새를 가득 풍기는 먹거리 장터가 생명이다. 축제장 가운데에는 두 곳의 간이 야시장이 열려 관람객들을 유혹한다. 대부분이 10~35타이완달러 정도로 지글지글 매콤한 연기를 뿜는 꼬치구이 노점부터 갖가지 해산물과 열대과일, 타이완에서 유래됐다는 쫀득쫀득 알맹이가 씹히는 버블티까지 없는 것이 없다. 매콤한 꼬치구이를 양손에 들고 등불을 구경하자니 이보다 더 즐거울 수는 없다. 

★ 사랑의 강 아이허

카오슝 최대의 운하 아이허(愛河)는 이름 그대로 ‘사랑의 강’이다. 아이허는 낮에도 아름답지만, 밤이 되면 주변 마천루에서 뿜어내는 빛으로 한층 빛나는 장소다. 등불축제가 시작되는 기간이면 운하를 따라 길게 늘어선 가로수길에도 등불이 걸려 그 운치를 뽐낸다. 타이완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라는 이곳에서는 누구나가 사진 작가가 되는 모양이다. 연인의 모습을 아름답게 담아 보려는 시도가 여기저기서 한창이다. 3년 전부터는 유람선도 운행해 50타이완달러면 배를 타고 아이허를 유람할 수 있다. 아이허는 원소절 등불축제 때뿐만 아니라 단오절 드래곤 보트축제 때도 주요 무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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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오슝 아이허 강가에 내걸린 아기자기한 등불
2. 지아이현 등불축제의 개막을 알리는 등불 점등식
3.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지아이현의 메인 등불
4. 축제의 장에서 빠질 수 없는 먹거리 장터. '하나 드셔 보실라우?' 
5. 당연 최고의 인기는 꼬치구이 노점

아기자기한 사랑의 등불 카오슝 등불출제

지아이현의 화려함을 봤다면, 이제는 카오슝의 아기자기한 멋을 느낄 차례. 지아이역에서 고속철도를 타면 카오슝 주오잉(左營)역까지 약 36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 티켓은 410타이완달러로 마음만 먹는다면 타이완 전 도시의 등불축제를 즐길 수 있다.

지아이현과는 또 다른 등불축제가 열리는 이곳은 아이허(愛河)가 흐르는 곳이다. 카오슝을 가로지르는 아이허 연안의 허삔(河濱)공원 안에서 아기자기한 등불들이 강변을 비춘다. 카오슝의 등불들은 아기자기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올 해가 돼지의 해라 그런지 돼지 모양 등불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지아이현보다 크기는 작지만, 더 섬세하고 앙증맞다. 아이허 주변의 마천루는 저녁마다 찬란한 조명으로 낭만적인 야경을 만들어내고, 물 레이저 쇼와 불꽃놀이, 음악공연은 시민들에게도, 관광객에게도 편안함을 안겨 준다. 강변에 늘어선 등불들도 낭만적이기 그지없다. 항구의 낭만을 그대로 간직한 이곳의 등불축제는 화려하기보다는 사랑스러운 축제라고 할 수 있다. 하삔공원 주변에는 예쁜 노천카페들도 즐비하니 연인과 함께라면 이곳에 꼭 들러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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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오슝 등불축제의 캐릭터 등불
2. 핑시 전등축제의 하이라이트 '등불 띄우기'

염원으로 하늘을 붉게 물들이다 핑시 천등축제

핑시의 천등축제는 타이완에서도 가장 이색적인 등불축제로 손꼽힌다. 산악지대에서 일하던 타이완의 옛사람들이 등불을 하늘로 띄어 올려 가족에게 안전을 알리는 데서 기원한 핑시 천등축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소원을 빌수록 대단한 볼거리를 연출해 낸다. 핑시 천등축제에서는 사람들이 대형 등불에 소원을 쓰고 불을 올려 하늘로 띄우며 그 해의 평화와 행운을 기원한다. 사람들의 소원을 담은 천등이 밤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타들어 가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 장관 

★ 축제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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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28), 크래리그 스미스(30), 손유디(22)

수많은 인파 속에서 우뚝 솟은 큰 키와 길게 땋은 레게머리를 자랑하고 있는 멋쟁이 캐내디언 크래리그 스미스(Cralig Smith)씨를 만났다. 기자를 타이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너무도 유창한 중국어로 말을 걸어 온 그는 영어보다 중국어가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함께 유학 중인 친구들과 축제를 보러 나왔다고. 스미스씨의 동행은 한국에서 교환학생을 간 김희경씨와 손유디씨. <트래비>를 알아보고 “어머~ 그럼 우리, 잡지에 나오는 거예요?”라며 박수까지 치며 좋아하던 그녀들. 그들은 마침 교환학생으로 온 이곳에서 가장 큰 등불축제가 열린 것이 행운이라며 열정 넘치는 축제를 진심으로 즐기는 듯했다.

미첼(28)과 친구들

삼각대를 세워 놓고 축제장에서 받은 돼지등불과 사진 찍기에 열중인 친구들에게 사진을 찍어 주겠다며 접근한 기자. 타이난에서 왔다는 미첼(왼쪽)은 친구들의 포즈까지 잡아 주며 일명‘튀는’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동갑내기 친구사이인 이들은 불꽃놀이만 시작되면 삼각대도 내팽개치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목이 빠져라 하늘에 그려진 불꽃 그림을 감상했다. 미첼은 이곳 등불축제는 처음 와봤다며 불꽃놀이와 음악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고, 잡지에 자신들이 나오면 꼭 보내 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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