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기차여행 ④ Part Ⅱ - 아테나의 도시 Athens

2007-06-25     트래비



제우스와 헤라 부부 사이의 슬하에는 사연 많은 자녀로 넘쳐난다. '바람기' 다분한 제우스는 아름다운 여성(여신, 요정, 인간까지)을 유혹하기 위해서라면 온갖 술수를 다 동원했다. 알크메네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남편으로 둔갑해 알크메네의 침실로 들어갔고,아름다운 처녀인 에우로페에게는 수소로 변신해 그녀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학자들은 이런 이야기에 자신들의 혈통을 제우스와 연관지어 권위를 부여하고 싶어하던 그리스 각지의 호족들의 열망의 발현이라는 그럴듯한 부석을 덧붙인다. 하지만 단편적으로만 본다면 '신'이라는 신성한 존재의 이야기는 마치 세속의 극치를 다루는 드라마 <사랑과 전쟁> 마냥 속되고 경박하다. 하지만 감정적이고, 사랑에 더없이 나약해지며 실수와 싸움을 반복하는 그 존재들은 정녕 '인간적'이지 아니한가. 

게다가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은 ‘캐릭터의 단순 명료함’이라는 면에서 시트콤 주인공들과 많이 닮았다. 지혜의 신 아테나, 태양과 음악의 신 아폴론,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전쟁의 신 아레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시트콤으로 치자면 식신 준하, 꽈당 민정, 야동 순재 등과 같이 신화 속 신들은 각기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며 각 신들끼리 얽히고설킨 관계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창조해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너무도 ‘인간적인 신들’의 원초적이고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끊임없이 계속되는 이야기의 향연 속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트래비/ 아크로폴리스가 뒤로 보이는 플라카의 모습, 그 앞으로 그리스 정교의 신부가 걸어온다.


헤라를 아내로 맞이하기 전, 제우스의 조부모인 가이아와 우라노스가 말하길 “너와 지혜의 신 메티스(Metis)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무용과 지략이 뛰어나 너를 패배시킬 것이다.” 그 예언이 두려워 제우스는 메티스를 통째로 삼켜 버렸다. 시간이 흘러, 심한 두통을 호소하던 제우스의 머리를 도끼로 갈랐더니 무장한 아테나가 태어났다고 한다. ‘지혜의 여신’이자 ‘전쟁과 평화의 여신’으로 불리는 아테나다운 탄생 배경이다. 

‘아테네’가 ‘아테네’라고 불리게 된 사연 또한 재밌다. 아테나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지금은 ‘아테네’로 불리는 한 도시를 놓고 다투었다. 이에 신들은 인간에게 가장 유용한 것을 선사하는 쪽에 도시를 넘기겠노라고 선언했다. 그래서 포세이돈은 인간에게 말(馬)을 주었고 아테나는 올리브나무를 준다. 말보다는 올리브 나무가 인간에게 더 유용하다는 판단을 내린 신들은 그 도시를 아테나에게 주었고 도시의 이름도 ‘아테네(Athens)’가 되었다.

아테네, 그 양면성의 아우라 


ⓒ트래비

(왼) 아크로 폴리스는 폴리스의 가장 꼭대기라는 뜻이다. 꼭대기에는 전망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린다
(오) 디오니소스 극장

현재의 아테네는 ‘현대’와 ‘고대’의 양면성을 동시에 보여 준다. 파네피스티미오(Panepistimiou) 거리 도처에는 혼도스 센터(Hondos Center), 아티카(attica) 등의 대형 백화점을 비롯한 현대적 고층건물이 지금 서 있는 곳의 정체성을 헛갈리게 만들지만, 도시 곳곳에 있는 아크로폴리스와 제우스 신전, 올림픽 경기장이 이곳이 아테네임을 실감하게 해준다.   

도시를 의미하는 폴리스(Polis)의 가장 높은 위치에 저마다 ‘천연 요새’이자 ‘신성한 장소’로 여겨지는 아크로폴리스(Acropolis)가 자리하고 있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는 파르테논신전을 비롯해 에렉티온신전, 니케신전 등의 신전과 시민의 광장 역할을 하던 아고라, 디오니소스 극장 등의 고대 건축물들이 2,5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채 서 있다.

웅장한 파르테논 신전, 우아한 에렉티온 신전


ⓒ트래비

(왼) 플라카의 밤
(오 1) 에렉티온 신전
(오 2) 아크로폴리스는 그리스 학생들에게는 수학여행 장소이기도 하다.


결혼도, 연애도 하지 않았던 아테나 여신을 ‘처녀 아테나’ 즉, ‘아테나 파르테노스(Athena Parthenos)’라고 부르며 경배하기 위해 지어진 파르테논신전은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최고의 신전이자 지금까지도 도리아식 건축물의 최고봉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또 신전이 지어질 당시에도 거장 페이디아스(Pheidias)에 의해 디자인된 아테나의 조각상(Athena of the City)이 파르테논 신전 중앙에 위치하고 있었을 정도로 ‘공들여’ 만든 화려하고 아름다운 신전이었다. 하지만 아크로폴리스는 험난한 세월을 겪으며 훼손되었고 아테나의 조각상은 콘스탄틴노플로 옮겨진 뒤 소실됐다. 현재는 로만 카피(Roman Copy)만이 국립고고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파르테논신전과 더불어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서 중요한 신전은 실제 신전의 역할을 했던 에렉티온신전이다. 신화 속 포세이돈이 그의 삼지창을 던져 꽂혔던 곳이자 아테나가 올리브나무를 심은 장소로 아크로폴리스에서 가장 신성시되는 곳이다. 파르테논 신전에 비해 규모는 다소 작지만 세심하고 아름다운 6명의 여신상과 도리아식이 가미된 이오니아 양식의 우아한 건축풍이 여신 아테나의 면모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신전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사람이 살기 시작했던 기원전 6세기 이후, 전쟁과 자연재해, 방문객들의 훼손과 절도 등으로 아크로폴리스는 수세기 동안 고통을 겪었다. 특히 1687년의 이탈리아의 터키 공격으로 아크로폴리스 사상 최악의 재난을 맞았다. 1822년 터키로부터 독립한 그리스 제 1순위의 과제는 전 건물이 소실되다시피 한 아크로폴리스의 복원작업이며 그 지난한 퍼즐 맞추기는 오늘날에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제 1호’라는 이름을 얻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 아크로폴리스 입장료 12유로 ㅣ 개장시간 월11:00~16:30, 화~일 08:00~16:30 ㅣ 문의 30-210-321-4172


ⓒ트래비

★ 여행자의 거리, 플라카 

아테네에서 ‘식사’, ‘나이트 라이프’, ‘쇼핑’ 등 여행자의 기본 욕망을 해소하는 곳은 단연 플라카(Plaka) 거리. 이 곳은 신타그마 광장(Syntagma Square)과 아크로폴리스, 고대 아고라에 둘러싸인 구시가지로 좁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뻗어 있고 빨간 지붕의 예스러운 집들로 가득 찬 곳이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인사동’쯤 되겠다. 여유 공간이 넉넉한 길마다 들어서 있는 작은 레스토랑인 타베르나(Taverna)에서는 푸짐한 그리스 정찬으로 혹은 시끌벅적한 술자리로 밤을 즐기는 여행자와 그리스 사람들이 뒤섞여 푸릇한 밤의 아크로폴리스를 환하게 비추는 달과 어울려 독특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 추천 유명 맛집, 비잔티노 


플라카 거리의 비잔티노(Byzantino)는 그리스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 언제나 많은 손님들로 북적인다. 그리스에 왔다면 싱싱한 양파와 토마토 오이를 페타치즈, 올리브 등과 곁들여 먹는 담백한 그리스식 샐러드(Greek Salad), 무사카(Musakka)와 파스티치오(Pastitsio)는 반드시 맛보자. 30-210-322-7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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