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투어 2탄 ① 천안 - 가슴 뭉클한 독립운동의 현장을 가다

2007-07-02     트래비

‘버스 타고 떠나는 전국 일주 프로젝트’ 2탄! 이번 호에는 천안과 수원, 예산으로 떠납니다. 수도권 전철이 다니면서 1일 나들이 투어 코스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천안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자랑스런 ‘화성’이 자리한 수원, ‘의좋은 형제’의 본고장인 예산에서 만나는 생생한 농촌문화 체험까지 풍성한 볼거리, 놀거리, 먹을거리들이 가득합니다. 7월 첫 주말, 시티투어 버스에 몸을 싣고 온가족이 함께 신나는 추억 여행을 다녀오는 건 어떨까요?

수도권 전철이 들어서면서 근교 도시로의 여정도 가뿐해졌다. 그간의 무거운 교통편에서 벗어나 전철에 몸을 싣고 천안으로 향한다. 한 시간 반 정도면 닿는 그곳에는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몸부림치던 치열한 독립항쟁의 열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천안 시티투어버스는 아이와 어른 할 것 없이, 모두의 가슴에 잠재된 애국심을 확인하는 교훈적인 여정이 되기 충분하다.   

글/사진 박나리 기자

 
 

모두가 기억하는 그날의 만세 삼창 아우내장터

어느새 출출한 배를 달래기 위해 점심식사 장소로 이동한다. 천안시를 관통하는 용현저수지를 끼고 달리려니 멀리 강태공들의 자태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버스가 장터를 향해 내달릴 때면 어디선가 진한 먼지가 피어 오르는 듯하다. “대한독립만세!”의 가슴 뻐근한 함성이 들려올 참이면, 어느새 버스는 아우내장터의 한가운데 멈추어 선다. ‘물이 어우러져 흐른다’는 순 우리말의 아우내는 기실 ‘병천장터’이기도 하다. 

“참 운도 좋습니다! 1일과 6일로 끝나는 날엔 5일장이 드는데, 어찌들 잘 알고 찾아오셨을까?” 아닌 게 아니라, 장터에는 5일장을 맞아 풍성한 먹거리가 한창이었다. 장터 주변으로 40여 개에 달하는 순대집들이 저마다 ‘원조’ 간판을 내걸고 구수한 냄새를 피워내고 있었다. “병천 순대가 유명한 이유는 요 장터에 있어요. 한시라도 물건을 내다 팔아야 하는 상인들에겐 한 끼 뚝딱 해치울 만한 음식이 필요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근처 도축장에서 나온 부산물로 순대를 만들어 먹었던 것에 그 맛이 유래됐죠.” 

해설사분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속이 꽉 찬 순대를 한 입 베어 문다. 이 사소한 즐거움마저 행복이라 느낄 수 있는 건 그 옛날 나라를 되찾기 위해 자신을 내던졌던 수많은 사람들의 울림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4,000원짜리 순대국밥 한 그릇에도 감사하는 점심시간이 흐른다. 

꽃다운 열여덟의 얼굴을 되찾다 유관순열사기념관

아우내장터에서 약 5분여 거리에 유관순열사기념관이 자리한다. 그 아래로 일본군에 의해 불타 버린 그녀의 생가가 복원돼 있어 한눈에도 그날의 숨 막히던 동선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유관순열사기념관 추모관에는 최근 20년 만에 교체된 그녀의 영정이 걸려 있다. 옥고에 시달리던 기존의 모습을 거두고 방년 꽃다운 열여덟 소녀의 형상을 단아하게 그려 내었다. 

기념관 입구에서 때 아닌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에 태극기를 움켜쥔 그녀의 동상이 더욱 처연해 보인다. 유품 한 점 제대로 보관되어 있지 않은 박물관 내부는 그녀가 손수 보여 준 운동이 얼마나 대단했던지를 실감케 한다. 쓸쓸하고 초라한 박물관이기에, 그 업적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볼 수밖에 없는 엄숙한 시간들이 흐른다. 일찍이 딸의 학업을 장려해 서울로 유학까지 보냈던 그녀의 부모, 만세 운동 뒤 바로 불타 없어져 버린 집안, 일본인들이 자신을 심판할 권리가 없다며 항소를 거부했던 옥중생활, 그리고 죽어 가는 그 순간까지 조국의 독립을 갈망했던 그 어린 소녀의 눈부신 삶이 해설사의 입을 통해 덤덤히 토해진다. 기념관 앞에서의 만세삼창은 그래서 더욱 목놓아 부를 수밖에 없는 체험이 된다. 입장료 무료. 041-564-1223/ www.yugwansun.com

 

 

태조산에서 불어오는 달달한 아침 공기 각원사

국철이 도심의 노선과 멀어질수록 차창 밖 풍경도 완만한 수평을 그린다. 덜컹대는 천안행 국철은 마치 그 옛날 완행열차가 그러하듯 느림의 여정을 다독인다. 네모반듯하게 구획된 푸른 평야를 지나 촉촉하게 잠긴 논과 밭을 지나니 어느새 천안이란다. 여행자를 반기는 천안 시티투어버스의 새파란 모습이 멀리서도 눈에 띈다. 

2003년부터 시행된 ‘천안시티투어’는 충청권에서도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채 왕복 4,000원이 되지 않는 저렴한 교통비에다 이동 시간 또한 길지 않아 평일이면 노인층, 주말이면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단위 여행객들로 이용 열기가 뜨겁다. 40여 명 정원으로 운행되는 탓에 주말 프로그램은 미리미리 바지런을 떨어야 이용이 가능하다. 

“충절의 도시 천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곳을 중심으로 많은 애국지사들이 생활해 그와 관련된 볼거리들이 많지요” 김정희 가이드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첫 번째 코스인 ‘각원사’로 향한다. 태조산 초입에 위치한 이곳은 남북통일 기원을 위해 지어진 사찰로 동양 최대의 청동불상을 모시고 있다. 산자락에서 불어오는 향긋한 아침 공기에 머릿속이 한껏 맑아진다. 천천히 절 주변을 산책하며 도심과는 사뭇 다른 충만한 기운을 맛본다. 천안으로의 여행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041-561-3545/ www.gakwonsa.or.kr

편지가 사라지는 시대라 더욱 애틋하다, 우정박물관

가볍게 산책하듯 각원사에서의 관광을 마치면 이제 본격적인 학습의 장이 시작된다. ‘우정박물관’은 1884년 우정총국의 설치로 시작된 우리나라 우정(郵政)의 발자취와 사료를 전시해 놓은 학습 공간. 박물관 내 상주하는 전문 해설자의 안내 아래 꼼꼼하게 둘러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우표는 얼마일까요?” “세계 최초의 우표가 어느 나라에서 발행됐는지 아세요?” 해설자는 자칫 지루하게 흐를 수 있는 견학 가운데 흥미를 돋울 만한 질문들로 관람객들의 주위를 환기시킨다. 우표 한 장에 36억이라는 답에 침묵하던 무리가 술렁이기 시작한다. 

“요새 아이들은 편지 쓰는 법을 전혀 몰라요. 우편 번호란에는 각자의 휴대폰 번호를 쓰는 일이 다반사랍니다” 농담처럼 던진 해설사의 질문에 관람객들은 헛웃음을 짓는다. 문명의 발달은 생활의 편리함을 낳았지만, 그만큼 잊혀져 가는 추억들도 존재하고 있었다. 다행히 매달 2, 4째주 주말에는 직접 편지를 쓰고 부쳐 보는 ‘편지쓰기 체험’이 진행된다. 이메일과 문자에 익숙해진, 참을성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기다림의 수단’을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관람료 무료. 041-560-5600~5603/ www.postmuseum.go.kr

‘대한 독립 만세!’ 독립기념관

투어 마지막 코스는 올해로 개관 20주년을 맞는 독립기념관이다. 총 120만평이 넘는 방대한 부지 위에 지어진 이곳은 우리나라 개화기에서부터 일제침략, 독립운동 전 과정은 물론 해방 이후까지 총 6개의 전시실에 그 내용물을 담은 산 증인과 다름없는 곳. “이곳을 1시간20여 분 만에 둘러본다는 건 사실 무리죠. 다음의 심도 있는 관람을 위한 가벼운 답사 정도로 생각하시는 게 좋답니다” 해설사의 부연설명으로 미루어 이곳이 지닌 이야기가 얼마나 깊고 방대한지를 알 수 있다.

독립기념관의 상징이자 중심 기념홀인 ‘겨레의 집’을 넘으면, ‘겨레의 큰마당’이라 불리는 널따란 광장이 펼쳐진다. 광장을 마주하고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크게 아치형을 그리며 6개의 전시관이 순서대로 배치되어 있다. 국내외에서 독립운동을 펼친 단체들의 활동내역, 잔혹했던 고문내역 등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던 선열들의 자취를 더듬어 본다.

모든 일정을 마친 버스는 다시 천안 역에 닿는다. 4시38분발 서울행 급행전철을 타기 위해 서두르던 찰나, 어디선가 고소한 호두과자 향이 풍긴다. 뜨끈뜨끈한 호두과자 한 뭉치를 가슴에 안고 덜컹이는 국철에 몸을 싣는다. 뜨겁게 달궈진 목구멍으로 꾸역꾸역 과자 한 알을 집어 삼킨다. 소소한 삶의 여유마저도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는 건, 충절의 도시 ‘천안’이 주는 궁극의 선물일 테다. 입장료 어른 2,000원, 청소년 1,100원, 어린이 700원. 041-560-0114/ www.i815.or.kr

★ 천안 시티투어버스 이용 Tip

*운행 정보: 천안 시티투어 버스는 매주 화, 목, 토, 일요일 오전 10시 천안 역 주차장을 출발해 약 7시간 정도 운행된다. 올해는 11월25일까지 이용 가능하며, 요금은 어른 4,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단, 점심 식비는 개인 부담. 기자가 참가한 코스는 화, 목요일 평일 코스로, 매월 2, 4째 주말에는 가족 단위 여행객을 위한 우정박물관의 ‘편지쓰기’가 포함된다. 포도가 제철을 맺는 8월에는 한 달간 ‘포도 따기 프로그램’도 이용 가능하다.

*예약 문의: 인터넷 및 전화 접수로 40명 정원일 시 마감된다. 한 팀당 10명 이하까지 가능. 신청 접수 후 24시간 이내에 개인 휴대폰으로 등록 확정 통보한다. 041-521-2038/ www.cheona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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