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① 항구도시의 낭만이 출렁인다 - 까오슝

2007-10-10     트래비



타이완의 수도는 타이베이지만 볼 만한 여행지가 타이베이뿐인 건 아니다. 제2의 도시이자 타이완 가장 남쪽에 자리한 국제적인 항구도시 까오슝, 오랜 역사 도시 타이난, 평지가 많고 가장 살기 좋다는 타이중 같은 지방 도시들의 매력도
만만치 않다. 올해 초에 개통한 고속철도 덕분에 타이베이에서 까오슝까지 1시간36분이면 충분하니 지방 여행이 더욱 편리해졌다. 타이베이와는 다른 멋을 지닌 지방 도시들과 아리산 차밭, 르웨탄 호수, 양명산 온천, 마오콩 곤돌라까지…. 타이완 완전정복에 나선다.

취재협조 타이완관광청 서울사무소 02-732-2357~8 www.tourtaiwan.or.kr
글·사진 Travie writer 김숙현


ⓒ트래비

인천공항을 출발한 지 불과 2시간여, 기장의 안내방송이 나온다. 곧 까오슝(高雄)에 도착할 거란다. 창밖을 내려다보니 바다 쪽은 평평하고, 반대 쪽은 산맥이 길게 누운 땅이 보인다. 타이완이다. 길쭉한 고구마처럼 생긴 타이완은 서부 해안선을 따라 평지가 펼쳐지고, 산맥이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어 동부는 험준한 산악지형을 이룬다. 까오슝, 타이난, 타이중, 타이베이 등 주요 도시들이 대부분 해안지대에 분포한 것도 이런 지형 때문이다. 

이륙한 지 2시간30여 분 만에 활주로에 착륙. 비행시간이 짧아서 그런지 국내 어느 지방도시를 찾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하지만 공항 청사를 벗어나는 순간, 확 밀려오는 더운 공기가 이곳이 타이완 남부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까오슝은 타이완 남부에 자리한 항구도시. 타이베이 다음으로 큰 도시다. 까오슝 항구의 화물수송량이 세계 4위에 달한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타이베이 101빌딩 다음으로 높은 85층의 똥디스 빌딩과 50층 높이의 창국세계무역빌딩 등 즐비한 고층빌딩이 만들어내는 스카이라인도 볼 만하다. 

무엇보다 까오슝은 물이 있어 아름다운 곳이다. 바다가 있고, 다양한 국적의 배들이 드나드는 항구가 있으며, 바다와 연결된 운하까지 더해진다. 아이허(愛河), 사랑의 강이라는 이름에서 낭만적인 향기가 난다. 한때 강이 오염되어 악취가 심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지속적인 정비사업으로 냄새를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강변을 따라 아이허허삔공원을 조성해 두고 있어 시민들이며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다. 더위가 식은 늦은 오후부터 저녁까지 허삔공원을 산책하는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밤이라면 유람선을 타고 야경을 감상하기 좋다. 타이완 사람들은 정월대보름이 되면 전국에서 등불축제를 벌이는데 아이허는 해마다 등불축제가 열리는 주 무대가 되어 화려하게 변신하곤 한다. 또 단오절에 열리는 드래곤보트축제도 이곳에서 벌어진다. 

쇼핑에 관심이 있다면 신쿠쟝상권, 싼뚜어상권을 찾아가면 된다. 백화점과 주변 상가들이 한데 모인 번화가로 명품 브랜드에서부터 저렴한 짝퉁 의류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즐비하다. 리우허야시장, 신싱야시장 등은 길거리 음식을 맛보고 타이완 사람들의 밤문화를 엿볼 수 있어 재미있다.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찾아간 곳은 치진해산물거리(旗津 海鮮街). 바닷가에 위치한 덕분에 해산물이 풍부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이 거리에 해산물 요리가 지천인 건 당연한 일. 온갖 해산물로 다양한 요리를 해주는 식당들이 몰려 있는 곳이 바로 치진해산물거리다. 

해가 저물 무렵에 치진에 도착했다. 아직 식사를 하기에는 이른 시간, 해변에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치진해수욕장 주변은 풍경구역으로 정해질 정도로 풍광이 일품이다. 검은 모래로 뒤덮인 해변이 길게 펼쳐지고, 서쪽에는 바위절벽이 우뚝 솟아 있다. 바지를 걷고 물에서 첨벙거리는 즐거운 젊은이들이며 모래밭에 앉아 마냥 바다를 바라보는 노년 커플 등 바다를 즐기는 모습은 어디를 가든 비슷해 보인다. 


ⓒ트래비

야경에 즐겁고 유람선에 흥겹다

해산물거리에서는 간단한 꼬치구이에서 랍스터나 회 같은 고급 요리까지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자신의 주머니 사정에 맞춰 음식을 선택하면 된다. 식당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싶다면 먼저 여러 식당 가운데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다음에는 식당 입구에 펼쳐 놓은 갖가지 해산물 재료들 가운데 원하는 것을 고른다. 요리 찜, 구이, 볶음, 튀김, 회 등인데 재료가 워낙 신선해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 

치진해산물거리에서 까오슝 시내로 돌아올 때는 페리를 이용했다. 도로는 많이 돌아가는 데 반해 물길이 훨씬 빠르기 때문에 시민들도 주로 페리를 이용한다. 2층 페리에 1층은 스쿠터와 운전자용, 2층은 일반인용으로 나눠진다. 그만큼 스쿠터 이용자들이 많다는 의미다. 타이완은 전국적으로 오토바이를 많이 타는데 대형 오토바이보다는 스쿠터가 주를 이룬다. 어디를 가든지 스쿠터 주차장은 만원을 이루고, 도로에서도 가장 바깥 차선은 오토바이 전용으로 지정돼 있다.
치진에서 출발해 15분 정도면 시쯔완(西子灣)의 구샨터미널에 도착한다. 페리에서 내리니 타려고 기다리는 스쿠터들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늘어서 있다. 터미널에서 2~3분만 걸어 나오면 까오슝 명물로 알려진 왕팥빙수 가게가 보인다. 연중 더운 날씨이기 때문에 팥빙수는 타이완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간식거리다. ‘다완궁(大碗公)’이라는 간판을 단 이 집이 유명한 이유는 12인분용, 30인분용 대형 메뉴가 존재하기 때문. 우리 일행은 11명이라서 12인분을 주문했다. 

대형 팥빙수는 만드는 과정부터 재미있다. 얼음을 갈고, 갈고, 또 갈아 그릇에 봉긋하게 올라올 만큼 쌓고, 그 위에 토핑을 얹기 시작한다. 팥, 떡, 각종 열대과일, 흑설탕, 연유 등 들어가는 양도 엄청나다. 색깔 고운 과일을 무너지지 않게 조심조심 장식하면 드디어 완성. 양이 워낙에 많다 보니 섞어 먹는 일도 만만치 않다. 먹어도 먹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반 이상은 남겼다. 나오면서 보니 젊은 친구들 7명이 12인분 그릇을 가운데 놓고 있는데 먹는 분위기로 봐서는 금세 바닥을 보일 것 같았다. 근처에도 빙수가게는 많지만 이곳만 문전성시를 이룬다.

야경을 즐기기 위해 마지막 코스로 남겨둔 아이허유람선 탑승 시간. 정원 20명의 자그마한 유람선이다. 아련한 불빛이 물살에 반사돼 더욱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그래선지 유람선엔 연인들이 많다. 조명을 알록달록 밝힌 다리들, 강변에 우뚝 선 고층빌딩들, 허삔공원 모습 등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20여 분이 훌쩍 지난다. 낮은 다리를 지날 때는 유람선 지붕이 내려오므로 각별히 머리를 조심할 것. 

▒ 까오슝 교통 유니항공에서 인천~까오슝 직항편을 매일 운항하고 있다. 비행시간 2시간30분. 02-756-0015 www.uniairkorea.co.kr 

▒ 치진페리 편도 이용요금 1명 10NT$, 스쿠터 10NT$.

▒ 다완궁 토핑의 종류에 따라 메뉴가 무척 다양하다. 보통 1인분에 30NT$ 정도. 12인분 300NT$. 07-533-3228 www.icebig.com.tw 

▒ 아이허유람선 오후 6시부터 운행 시작. 탑승료는 어른 50NT$, 어린이 25NT$. 소요시간 20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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