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통 명품 맛보기 - 박제된 전통이 아닌, 생활과 패션으로서의 전통"

2006-01-13     트래비



 

박제된 전통이 아닌, 생활과 패션으로서의 전통

 

“전통 기념품은 외국관광객만 사는 것이 아니랍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존의 관광 기념품점과는 거리가 멀다. 면세점 한켠에 형식적으로 배치된 전통 기념품 코너가 아니다. ‘장인’의 정성스러운 손맛이 현대적인 ‘패션’과의 퓨전을 거쳐 외국관광객뿐 아니라 내국인이 소장하고 싶은 소품으로서의 기능까지 톡톡히 할 만한 야무진 상품들이 모여 있다. 인사동 덕원 빌딩 1, 2층에 마련된 한국 관광 명품점이 바로 그 곳이다.


한국 관광 명품점은 2003년 인사동 덕원빌딩에 오픈했다. 한국관광협회 중앙회가 관리하고 엄선된 업체만이 입점할 수 있는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제품의 품질에 대한 신뢰가 한층 높다. 전체 1, 2층에는 도자액세서리, 은제품, 자수정 등 귀금속, 칠보나 누빔 그리고 자수 등의 전통 기법으로 만든 다양한 패션용품까지 다양한 종류의 기념품이 외국 관광객과 인사동을 찾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통 기념품의 편견을 깬다


☆ ‘전통적’이라는 획일적인 디자인이 지루하다


‘전통적’으로 ‘한국 전통 기념품’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태극문양, 색동, 수묵화로 그려진 그림, 그 정도다. 총천연색을 자랑하는 촌스럽기 그지없는 지루한 디자인은 내국인은 물론이고 외국인의 지갑을 열게 만들지 못했다. 명품관에 모여 있는 제품은 달랐다. 그 자체가 실용적이면서도 때로는 톡톡 튀는, 또 때로는 품위 있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수려한 기념품이 그득했다. 가령 이번 서울시 문화상품 공모전에 대상을 수상한 수림재 공방의 칠보로 장식된 무당벌레 목걸이는 컬러풀하고 귀여운 모양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고 발길을 잡는다. 은갤러리의 김은숙 사장이 직접 디자인한 패션 액세서리들 역시 최신유행에 뒤쳐지지 않을 만큼 감각적인 디자인 속에서도 전통문양이나 전통장식과의 퓨전을 잊지 않은 센스 있는 제품을 선보인다. 도자기  액세서리를 전문으로 하는 ‘토우’의 심플하고 미적 감각이 돋보이는 다양한 품목도 눈에 띈다. 심지어 카톨릭의 ‘성물’을 파는 서현아트는 색색이 예쁜 원석을 사용해 만든 묵주를 선보여 국내외의 카톨릭 신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 합리적이지 않은 가격 때문에 손이 가지 않는다


당신이 어느 면세점이나 백화점의 전통기념품 코너에 있다고 가정해보자. 복잡한 다른 매장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한산한 기념품 매장. 장구 모양의 열쇠고리, 태극무늬가 있는 연필은 작은 몸뚱이에 황당한 가격표를 붙이고 ‘방치’돼 있다. 그렇다면 인사동의 어느 거리를 떠올려보자. 어느 새인가 인사동 거리의 많은 기념품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산’ 기념품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한국 관광 명품점은 비록 명품관이라는 타이틀을 걸고는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명품=고가품’의 인식은 버려도 좋다. 생산자가 직접 판매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터무니 없는 가격을 제시하지 않는다. 핸드폰 줄이나 귀고리, 목걸이 등의 작은 기념품이나 장신구들은 5,000원부터 구매할 수 있고 전문가가 직접 만든 벽시계는 28,000원부터다. 그렇다고 저가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품이 많이 든 정성스러운 아이템도 중간 유통 과정을 생략해 생산자가 곧 판매자라서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 단순히 한국적 문양만 들어있고 아무짝에 쓸모없다


한국 지형이 그려져 있는 손수건, 장구를 치는 듯 정지된 모양의 한국인형 혹은 신랑 각시 인형 아니면 골동품들. ‘기념품’이라는 이름을 달지 않았으면 처치 곤란한 유용하지 못한 기념품들이 수두룩하다. 또 부담스러운 부피와 무게에 운반이 꽤나 걱정되어 외국 관광객들은 눈길도 두지 않는다는 편견도 있었다. 하지만 똑똑해진 소비자들. 단순히 그 물건 안에서 ‘역사’와 ‘전통’을 추구하기도 하지만 일단 당장 실생활에서 쓸 수도 있는 기념품을 찾기 시작했다. 전통 문양을 활용한 다양한 지갑, 귀이개, 황토를 이용한 침구류, 전통적이며 멋스러운 기분을 낼 수 있는 패션제품들까지 장식해 놓고 보기만 하는 기념품에서 벗어나 당장 착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명품점 2층에 마련된 유일한 식품매장인 ‘푸름’에서는 전세계적으로 건강에 좋아 웰빙상품으로 각광을 받는 홍삼 제품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다. 판매원 성미선씨는 외국인에게는 홍삼절편이 가장 잘 팔리고 인사동을 찾은 국내 관광객들에게는 홍삼 초콜릿과 홍삼으로 만든 건빵이 가장 잘 팔린다고 한다.

 

 


미니인터뷰


한땀 한땀 ‘정성’과 ‘솜씨’를 담아...


국제 자수원의 장정숙 원장은 10년간 자수 학원을 운영하다 인사동에서 ‘국제자수원’이라는 이름으로 개업한지도 벌써 24년째다. 바느질 솜씨 뛰어난 어머니의 영향도 있었지만 그녀의 ‘자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다름 아닌 외숙모였다. 전문적으로 자수를 공부한 외숙모를 지켜보며 바느질 하는 여인의 모습이 천사처럼 아릅답다는 막연한 어린이의 감성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장원장의 아버지는 여자가 바느질 같은 일을 하면 고생만한다고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뜻을 굽히지 않고 20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자수를 했다. 작은 장신구에서부터 가방 의복 침구류 등 생활 곳곳에 쓰이는 다양한 아이템들을 자수와 접목시킨 상품들은 주로 예단용이나 일본에서 온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아기자기하고 정성스러운 것을 좋아하는 일본인 관광객이 특히 많이 찾고 예단으로도 많이 팔린다. 유명 국악인들이 이 가게의 단골이고 드라마 왕꽃 선녀님에서 김혜선의 소품도 이곳에서 공수한 목련꽃 모양의 브로치였다고. 한마디로 ‘자수갤러리’같은, 기계는 감히 표현할 수 없는 섬세한 솜씨를 구경하는 것만도 흥미로운 이 곳에서 장인의 정성과 솜씨를 소중한 사람에게 선사한다면 뜻 깊은 선물이 될 것이다.

 

 

“뭐든지 예뻐야 돼요”


수림재 공방의 곽장순씨는 한마디로 재활용 작가다. 15년 동안 인사동에 깡통 미술품으로 화랑을 하다 공예품을 판매하는 상점을 겸한지 약 10년째 접어든다. 무엇보다 그는 얼마 전 서울시 문화상품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색색의 유리가루인 칠보를 이용해 은으로 만들어진 무당벌레의 모형을  섬세하게 색칠해 불가마에 구워내 각종 장신구에 이용한 아이템이 대상을 수상했다. 친환경적이고 컬러풀한 색상을 자랑하기 때문에 무당벌레를 이용해 다양한 기념품으로 활용했단다. 곽장순씨는 앞으로도 컬러풀하고 단순한 모양으로 형상화할 수 있는 파충류나 나비 등을 작품에 응용하겠다고 말한다. 칠보는 순도 90%이상의 금, 은, 동에만 색칠이 되기 때문에 은으로 만들어진 귀이개, 머리빗, 목걸이 팬던트 및 각종 장식에 세심하게 얇은 붓을 이용해 색색의 칠보로 색을 칠해 가마에 넣고 자동온도계가 760도에 달하면 꺼내서 식힌다. 곽장순씨는 한국 전통 기법인 칠보 장식을 세계에 알릴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