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란 무엇인가.2024년 유럽문화수도로 향했다.EUROPEAN CAPITAL OF CULTURE 2024 : AUSTRIABAD ISCHL / SALZKAMMERGUT ●Chapter 1.문화란 무엇인가?오스트리아에서 생각했다. 문화란 무엇인가. 우리에겐 예기치 않은 순간들이 종종 찾아온다. 느닷없는 경험은 아름답거나 찬란하거나 더럽거나 슬프다. 나타났다가 머물렀다가 사라지는 것을 반복하는 일생의 과정에서 우리는 배운다. 지식, 관심, 신념, 법, 도덕 같은 것들. 이 모든 배움의 평균적인 축적이 문화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부족
쇼핑의 덫에 걸렸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판도로프 아웃렛에서.문제는 절대, 절대로, 도망치고 싶지 않다는 점이다.●치즈를 좇는 생쥐처럼엄청난 인파다. 양손이 버거워 보이는 쇼퍼들이 우르르 또 어딘가로 향한다. 단체로 뭔가에 홀린 것 같기도 하고, 덫에 걸린 생쥐들 같기도 하다. 꼭 예쁘게 놓인 치즈 한 조각을 열렬히 좇는 몸짓이다. 오늘은 금요일. 불금을 맞은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판도로프 아웃렛은 불타는 쇼핑욕으로 들끓는 중이다.짐작했겠지만, 판도로프 아웃렛은 세월아 네월아 한가롭게 쇼핑할 만한 곳은 아니다. 오히려 적당한 긴장감이
늦가을의 비엔나에선 걷기보단 달려야 했다. 자전거 안장에 올랐다. 공원을 지나 궁전을 거쳐 구시가지까지 페달을 밟았다."계절 바뀌는 냄새가 난다. 식어 가는 땅에서. 야위어 가는 나무에서. 나뭇잎을 갈변시키는 햇빛에서. 바퀴 아래 까드득 깨어지는 솔방울에서. 바람에 올라타 멀리 퍼져 세상에 밴 여름 냄새를 조금씩 벗기는, 그런 냄새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오목한 자장 안에서 마음이 쉰다. 눈도 쉬고 손도 쉬고. 페달 밟던 발도 잠시 멈춘다. 기관들이 다 아는 것이다. 마침내, 비엔나에, 또다시 가을이 왔다고.”●신입의 자전거늦가을의
자전거로 구시가지를 달리고 선선한 날이면 아웃렛에서 후회 없는 쇼핑을 했다. 두 달치 월급이 순식간에 증발해도 마냥 설레기만 했던 날들. 비엔나가 알려 준, 사는 법.●길티 플레저의 시작남은 여비를 계산하고선 남몰래 기도했다. ‘신이시여, 저를 굽어살펴 주소서!’ 그러자 지름신이 응답했다. “구찌가 반값인데?” 지갑 사정은 사정없이 위태로워졌다. 말 그대로, ‘신들린’ 쇼핑이 시작된 거다. 판도르프 아웃렛(McArthurGlen Designer Outlet Parndorf)에서의 일이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니. 기껏해야
●혈관처럼 뻗은, 보석처럼 안긴 호에타우에른 국립공원(Hohe Tauern National Park)은 오스트리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잘츠부르크주와 티롤(Tirol)주, 케르텐(Karnten)주 3개 주에 걸쳐 있다. 해발 3000m급 고봉준령 30개가 서로 키를 재듯 굵고 높게 솟아올랐다. 오스트리아 최고봉인 그로스글로크너(3,798m)도 호에타우에른 산맥의 일부다. 면적 1,856km2로 오스트리아에서는 물론 중부 유럽을 통틀어서도 가장 큰 국립공원이라고 한다. 수 천 km에 달하는 하이킹 코스가 혈관처럼 흐르고 수 백 개의
●호수를 감싼 알프스 마을잠깐 잠든 사이 국경을 넘어 독일을 가로질러 왔다는 동행의 말보다 눈앞에 펼쳐진 호젓한 호변 마을의 풍경이 더 신기했다. ‘첼 호수를 감싼 마을’ 첼암제(Zell Am See)였다. 잘츠부르크 도심에서 자동차로 1시간여 만에 도시는 목가적인 알프스 마을로 변신했다.가장 먼저 슈미텐회에(Schmittenhohe)에 올랐다. 첼암제를 감싸고 있는 해발 2,000m의 산이다. 케이블카부터 시선을 끌었다. 자동차 회사 포르쉐가 디자인한 매끈한 케이블카다. 포르쉐 가문이 첼암제에 뿌리를 두고 있었구나, 처음 알았다.
●도시 위를 걷는 낭만뜻밖의 잘츠부르크 도심 숲속 탐험은 순전히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됐다. 도대체 어디에서 찍었을까? 고풍스런 고성이 도도한 자태로 산꼭대기에 앉아 고색창연한 잘츠부르크를 내려다보았다. 아늑하고 평화로운 풍경, 금세라도 고성 위로 붉은 노을이 쌓이고 성당 종소리가 은은하게 도시를 감쌀 것만 같았다. 삼삼오오 도시를 즐기는 사람들…. 사진을 찍은 그 자리에서 두 눈으로 같은 풍경을 마주하고 싶었다. 먼저 사진 속 도도한 고성으로 향했다. 호엔잘츠부르크 성(Hohensalzburg Castle)이다. 제법 높은 곳에 있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케른텐주로 넘어오면 사뭇 공기가 달라진다. 일조시간이 가장 긴 따뜻한 남녘이자 식수의 수질을 갖춘 호수만 해도 200여 개나 된다. 풍부한 물만큼이나 사람들의 인정이 넘치기로 유명한 곳이다. 라틴어 이름인 카린티아(Carinthia)라고 불리기도 한다. ●맑고 빛나는 것들의 향연호에타우에른 국립공원을 남하하면 케른텐주에 도착한 것이다. 밀슈타트 호수(Millstatter See)를 바라보며 달팽이처럼 느린 트레킹을 해 보기로 했다. 미르노크산 들판을 천천히 걷는 슬로우 트레일 미르노크 (Slow T
●명예의 전당에 오른 길 일명 ‘고산 도로계의 전설’, 이 도로를 한 번 주행했다는 것이 바이커들 사이에서는 큰 자랑거리가 되는 ‘길 중의 길’, 바로 그로스글로크너 하이 알파인 로드(Grossglockner High Alpine Road)다. 1935년에 개통된 이 도로는 구름을 뚫고 해발 2,500m의 알프스를 구불구불 넘어 국립공원 호에타우에른의 한가운데를 관통해 알프스에서 가장 긴 빙하인 파스테르체에서 끝난다. 통행이 가능한 시기는 5월부터 10월까지, 일 년의 절반뿐이다. 겨울에는 8m가 넘는 눈으로 길이 막혀 버리기 때문
풍부한 소금 광산에서 캐어 낸 부를 등에 업은 로마 가톨릭 대주교들의 지배를 받았던 잘츠부르커란트는 천년 가까이 독자적인 길을 걸어왔다. 모차르트의 고향이자 영화 의 배경지인 주도 잘츠부르크시 외에도 알프스 산악지형과 호수 등 아름다운 자연이 널리 알려지면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촉촉하고 달콤한 시작 비행기가 잘츠부르크 공황 활주로에 내리는 동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호엔잘츠부르크성(Hohensalzburg Castle)이었다. 성은 잘츠부르커란트의 주도인 잘츠부르크시에 있으므로
이 산이 좋을까, 저 산이 좋을까, 아니면 호수가 어떨까? 그렇게 일주일을 다녀도 추려 낼 수 없을 만큼 좋은 곳이 많았다. 한 달도 부족할 것 같은 오스트리아 알프스 여행. 그 여운은 평생 갈지도. 오스트리아 알프스(Austria Alps)오스트리아는 국토의 3분의 2가 알프스 산악지형이다. 동부 지역이 합스부르크 왕가의 비엔나를 중심으로 예술의 꽃을 피웠다면, 서부 오스트리아는 알프스의 아름다움과 라이프스타일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번 여행은 오스트리아 9개 연방주 중에서 알프스의 보석으로 꼽히는 3개의 주(티롤, 케른텐,
1 1736년 완성된 오스트리아 린쯔 근교의 멜크 수도원.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오스트리아로 간 두 예술가. 함께 길을 걷는 동안 사진가는 음악을 카메라에 담았고, 음악가는 모퉁이를 돌 때마다 모차르트와 마주쳤다고 했다. 에디터 트래비 글 경북대학교 김호정 교수 사진 Travie photographer 지성진 2 멜크 수도원 안의 나선형 계단은 소라 고동을 닮았다. 빨려 올라갈 것 같은 그 느낌이 수도자의 마음을 한곳으로 집중시키는 듯했다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 오스트리아를 거쳐 간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