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항으로 명성을 날린 엘베Elbe강 하구 하펜시티(Harpen City)와 햄버거의 발상지. 함부르크(Hamburg)가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이유에는 이 밖에도 하나가 더 있다. 마니아들의 성지, 미니어처 원더랜드(Miniatur Wunderland)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작은 세상오전 일찍 매표소에는 이미 긴 줄이 있었다. “학생들 방학과 휴가 시즌이 막 지나서 그나마 이 정도예요.” 안내를 맡은 미니어처 원더랜드 세바스티안 마케팅 총괄 담당자가 반갑게 맞아 주며 말했다. 함부르크 ‘대표 명소’라는 수식어를 익히 들어 왔었다
Martin Luther’s Road루터의 길을 따라여행을 하다 보니 자꾸 같은 얼굴이 눈에 띈다. 박물관에도, 심지어 맥주 라벨에도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정체는 바로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년). 알고 보니 올해 2017년은 그가 종교개혁을 한 지 50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란다. 학창시절 세계사 시간의 기억을 새록새록 소환하며, 그의 자취가 담긴 바이에른주의 도시 3곳을 둘러봤다. 아우구스부르크의 등불. 낮에 켜진 불도 나름 빛난다 마틴 루터는15~16세기를 살았던 독일의 종교개혁가
맥주가 독일의 다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독일에서 맥주를 빼놓을 순 없는 노릇이다. 가벼운 에일부터 스모크 향이 진하게 풍기는 흑맥주까지. 맘만 먹으면 맛볼 수 있는 독일 맥주 종류는 그야말로 무궁하다.여기까진 익히 알고 있었는데 독일에 ‘와인’이라니? 가까운 프랑스나 이탈리아 산 와인을 들여오겠거니 짐작했건만, 그동안 독일 사람들은 이토록 푸른 와인 밭에서 직접 포도를 키워 내고 있었다. 결과물은 놀라웠다. 향긋하고 산뜻한 게 달지도 않고 쓰지도 않은 화이트 와인의 향과 맛을 처음 경험한 순간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충격적이라 해도
헤맨다는 말의 어감이 그리 좋진 않다. 늘 갈팡질팡, 평소 극심한 결정 장애에다가 길치에 방향치 내공까지 야무지게 겸비한 나로선 더욱이나 그랬다. 그래서 이번 독일 여행은 획기적이었다. 길을 잃는다는 것의 아주 긍정적인 의미를 발견했으니 말이다. 어디까지나 대도시가 아닌 소도시들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지나온 길을 까맣게 잊어도 결국엔 다시 그 길로 되돌아오곤 했다. 정처 없이 다녔기에 나무와 구름과 건물, 사람들을 보다 찬찬히 보고 담을 수 있었다.존재하는 것들을 작음과 큼으로 나눈다면 독일은 두말할 것 없이 후자였다. 맥주잔과 소
순백의 검은 숲 (Black Forest Highland)슈바르츠발트(Hoch Schwarzwald)맑디맑아 시린, 옆으로는 프랑스, 아래로는 스위스와 만나는 경계의 땅 독일 남서부, 그곳에서 푸르다 못해 끝내 검게 보인다는 ‘검은 숲’ 슈바르츠발트(Schwarzwald)는 넓고 깊었다. 높은 곳을 찾아 오르니, 눈 덮인 순백의 검은 숲은 맑고 또 맑았다. 호흐 슈바르츠발트의 검은 숲은 맑디맑아 시렸다. 하얀 눈을 인 전나무와 가문비나무로 푸르스름하게 빛났고, 아침이면 어김없이 청아한 상고대가 피어올랐다 아침저녁이면 호수 위로 물안
Jumeirah Frankfurt in Germany 주메이라 프랑크푸르트 프랑크푸르트에서 뭔가 다른 럭셔리를 ‘묵고, 먹다’. 화려한 크리스탈로 장식된 호텔 로비 테크놀로지를 흡수한 럭셔리솔직히, 럭셔리 호텔은 다 좋다. 입구부터 환한 미소로 맞이하는 도어맨들과 말 한마디도 예쁘게 건네는 프런트데스크 직원들, 구름에 누운 듯 편안한 침구, 고급스런 어메니티와 보송보송한 샤워가운까지 완벽하다. ‘역시 5성급이군’이라는 혼잣말이 절로 나온다.독일 여행의 관문 도시인 프랑크푸르트 시티센터에 자리한 주메이라 프랑크푸르트(Jumeirah
●Berliner Philharmoniker베를린 필하모닉 두 손으로 하는 가장 멋진 일 베를린에 가면 꼭 한 번 보고 싶었던 공연이 베를린 필하모닉의 공연이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티켓은 33유로에서 94유로까지 다양한데 모든 티켓이 매진이었다. 공연 전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무작정 베를린 필하모닉을 찾아가니 다행히 ‘라스트 티켓’을 팔고 있었다. 운 좋게 구한 자리는 포디엄Podium 블록이었다. 지휘자를 바로 마주보는 오케스트라석 바로 뒷자리. 아마 여러 등급의 티켓 중 가장 싼 자리일 게다. 소리만 들으면 되지 하는 마음
●Reichstag 라이히 슈타크연방의회, 유리돔에 눕다 라이히 슈타크Reichstag, 독일연방의회 건물은 베를린에서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이자 독일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이다. 지난 45년간 동서로 분단되어 있던 동서독은 1990년 10월3일 새벽 0시를 기해 통일을 이루고 독일연방공화국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10월4일 오후 첫 통독의회가 소집되어 통일 독일의 첫 모습을 전 세계에 선보인 곳이 바로 여기다. 라이히 슈타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군과 나치에 의해 훼손됐다. 1961년에서 71년 사이에 단순한 형태로 재건되었
‘아름 아버 섹시’ 베를린Berlin ist arm, aber sexy ‘아름 아버 섹시arm, aber sexy, 가난하지만 섹시하다.’ 베를린을 말하는 가장 유명한 수식이다. 하지만 틀렸다. 베를린은 섹시하지만 가난하지 않다. 베를린을 여행하는 동안 나는 그 어느 도시에서보다 몸과 마음이 풍요로웠다. 파리가 예쁘고, 뉴욕은 뜨거웠으며, 방콕이 편안했다면, 베를린은 멋진데다 정겹다. 이제 나는 베를린을 가장 편애한다. 이 세상 최고의 도시라고. 베를린의 그래피티는 뉴욕이나 파리의 그래피티보다 다양하고 거대하다. 통독 후 어둡고 칙
남은 방? 남겨 둔 방! 베를린 숙소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구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구한 것은 지난해 12월 파리에 이어 두 번째다. 파리에서는 퐁피두센터 바로 앞의 아파트를 빌렸다. 아파트 문을 나서면 왼편으로 손이 닿을 듯 가까운 퐁피두센터와 마주쳤다. 그때마다 내가 파리에 왔음을 실감했다. 퐁피두 아파트 전에는 1박에 170유로 정도 하는 호텔에서 지냈는데 좁고, 욕조는 없었다. 반면 퐁피두 아파트에는 욕조, 세탁기, 넓은 주방이 있었다. 높은 사면의 벽에 둘러싸인 아파트 중정은 한껏 이국적이었고, 집주인 덕분에 파리
2차 대전 당시 완전히 파괴된 도시 드레스덴과 2차 대전 이후 냉전의 상징이 된 도시 베를린. 전쟁으로 상처 입은 두 도시는 어제와 다른 오늘을, 오늘과 다를 내일을 살아간다. 발가락에 물집이 잡혔지만 두 도시를 걸으며 행복했다. 작센주를 통치한 35명 군주가 행렬하는 ‘군주의 행렬’ 벽화 젬퍼오퍼 앞에 자리한 작센 왕 요한Johann의 기마상 젬퍼오퍼 전경 츠빙거 궁전의 정원 브륄의 테라스에서 바라본 아우구스투스 다리 아침 시간의 프라우엔 교회. 낮에는 이 일대가 관광객들로 가득하다●Dresden드레스덴 구시가를 걷다이른 아침
친구들과 함께 베를린에서 집을 한 채 빌렸다고.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그 도시에서 1년쯤 살아 보겠다고. 그렇게 훌쩍 떠난 트래비스트 이미화씨가 소식을 전해 왔다. 베를린에 불시착한 청춘들의 이야기. 베를린의 아침은 창문을 열고 새소리를 들으며 햇살을 맞이하는 것으로 시작된다안녕 베를린, 안녕 누나 “언젠가 말했었지.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고. 먼 훗날에 같은 사람들이랑 같은 장소에서 만나도 그때 그 순간이 돌아오진 않는다고. 내가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고맙고 즐거웠어. 잘 지내, 베를린에서, 투닥투닥. 다시 오지 않을 날
냉전의 흔적이 베를린을 예술 도시로 회생시킨 것은 필연이었다. 낡고 허물어져 가는 건물은 가난한 아티스트에게 훌륭한 아틀리에가 되었고, 일부 남아 있는 베를린 장벽은 세상에서 가장 긴 갤러리로 탈바꿈했다. 베를린에서는 어느 곳에 머물러도 도시를 가득 메운 예술의 혼을 느낄 수 있다. 이비스 스타일 베를린 미테의 5층 코너룸에서 내려다본 전경 체크인 데스크 겸 바로 이용되는 로비의 모습 그래피티로 벽면이 가득 채워진 레스토랑 코너룸의 더블베드룸 전경. 세면대는 침실 옆에 만들어져 욕실과 분리되어 있다 로젠탈러 플라츠역 바로 앞에 위치
그때 나는 베를린에 머물러 있는 중이었다. 머무름. 도중에 멈추거나 일시적으로 어떤 곳에 묵는 행위. 여행자에게 ‘머무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많은 도시 중 그곳이 베를린이어야만 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우리는 모두 머무른다’라는 문구가 들어 있는 엽서 베딩, 일상의 회복 자전거 탄 신사가 바람에 흘린 모자를 주워 주고 맥주를 홀짝이던 남자가 보내 온 훈훈한 미소에 답을 해 줄 수 있을 만큼 여백이 있는 일상이 가능한 곳. 베를린은 화려하진 않지만 일상적인 모습이 매력적이고 분위기에 껌뻑 죽지만 요란하지 않은 취향의 여행자들이
Station 2BerlinGermany 경계 뒤, 장벽 너머 베를린 시티 나이트 라인CNL 야간열차가 암스테르담 중앙역을 출발하자 어둠이 내린다. 기차는 우주를 유영하듯 적막의 밤을 가르며 전진한다. 침대는 좁지만 아늑하고 흔들려도 규칙적이어서 리드미컬하다. 언제 국경을 넘어 독일로 진입했는지는 꿈처럼 희미하다. 새벽 여명 속에서 승무원이 아침 도시락과 커피 향을 건네며 베를린 도착 임박을 알린다. 그렇게 낮과 밤, 어제와 오늘, 나라와 나라의 경계를 넘어 베를린에 닿는다. 기다란 야외 미술관으로 재탄생한 베를린 장벽. 이스트 사
어떻게 공업단지가 세계의 관심을 끄는 ‘문화예술 스폿’으로 바뀔 수 있단 말인가? 철을 생산하고, 석탄을 캐고 가공하는 코크스 공장의 굉음이 끊이지 않았을 철광도시, 탄광도시가 어떻게 ‘유럽의 문화 수도’가 되었단 말인가? 몽환적인 빅 에어 패키지의 내부 prologue전세계 38개국 기자가 참가하는 독일여행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됐다. 이번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두 가지 투어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 두 가지 모두 테마는 독일 유네스코 유산인데 첫 번째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면, 두 번째는 유네스코 ‘산업’유산이다. 우리
플라츠에서 만난 루터의 동상. 왼손은 독일어 번역본 성서를 쥐고 있고 오른손으로는 교황청이 발부한 면죄부를 구기고 있다마틴 루터 Martin Luther독일의 성직자, 교수. 르네상스와 모더니즘의 방아쇠를 당겼다. 학자들은 그를 두고 마지막 중세를 살았던 인물로 평가한다. 당시 그는 절대 권력을 가졌던 교황청의 면죄부 판매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스타 종교인이었다. 루터가 비텐베르크 성교회에 95개조 반박문을 붙인 지 500년이 되는 2017년까지 루터도시 곳곳에서는 그의 정신을 기리는 축제를 만날 수 있다. 신에서 인간으로 관점의 변
글·사진 구명주 기자 취재협조 독일관광청 www.germany.travel 루프트한자항공 www.lufthansa.com 물보다 흔한 Beer 슈투트가르트 & 뮌헨 독일을 여행한다고 하니 지인들이 똑같이 한마디씩 했다. “맥주 많이 먹고 와.” 그들의 조언대로 나는 ‘하루라도 맥주를 마시지 않으면 입에 가시라도 돋을’ 기세로 독일 맥주를 흡입했다. 맥주를 제대로 즐기려면 독일 맥주 축제의 본고장인 뮌헨과 슈투트가르트로 달려가야 한다. 뮌헨 호프브로이하우스에서 독일 맥주의 맛에 흠뻑 젖었으며 슈투트가르트의 민속축제에서 맥주와 함께 춤
GERMANY 어느 날, 독일이 말을 걸었다 반복된 여행이 준 큰 교훈 하나. “편견은 무지無知보다 무섭다.” 유럽을 늘 동경해 왔지만, 유독 독일만은 가고 싶지 않았다. 야만과 폭력의 시대를 이겨낸 나라, 후회로 얼룩진 과거를 재건설하기 위해 절치부심한 나라. 여행이란 것이 일상을 도피하기 위해 시작되는 것인데, 독일여행에서는 현실보다 더 아픈 현실을 마주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완벽한 반전이었다. 그곳에는 눈을 의심하게 하는 아름다운 성들과 맥주 한 잔으로 소통하는 유쾌한 사람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독일의 남부 곳곳에는 재미난
글·사진 김영미 기자 취재협조 월드레일 www.worldrail.co.kr 1644-5453 Leipzig풍요로운 음악과 자유의 도시라이프치히를 빛낸 바흐, 멘델스존, 슈만고백하자면, 라이프치히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대 프랑스전을 치렀던 도시’ 정도밖에 없었다. 그런 무지한 기자에게 라이프치히가 보여 준 면면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다채로운 문화·예술 유산과 품격있고 자유분방한 도시 분위기를 보유한 유럽의 라이프치히는 놓치기엔 너무 아까운 보물같은 도시였다.라이프치히는 예부터 독일의 정치, 음악, 예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