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소리와 그 소리의 여백이 카메라타의 공기를 가득 채운다. 팽팽하게 조여져 있던 내 머릿속 긴장감은 이내 사라진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아나운서 황인용. 이제 여든이 된 그는 방송국이 아니라, 그가 운영하는 뮤직 스페이스 카메라타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다. 그가 고향 파주 헤이리에 카메라타를 연 건 2004년 무렵. 복고를 지향하는 레트로 문화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해외에서 공수해 온 1930년대 고가 음향장비와 2만장의 LP판을 소장한 음악감상실이 15년간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또 감사하
찬 공기 서늘하던 어느 늦겨울의 저녁, 우리는 비밀의 정원에 숨어들었다. 물 머금은 초록 잎사귀 사이로 보이던 것은 다정한 너, 그리고 봄. ●당신에게 선물할, 봄봄 소식이 하염없이 늦어지는 것 같아 서운했다. 차창 밖으로 건조한 겨울의 색이 부서지듯 지나갔고, 임진강 위로 겨울 철새가 하늘을 배회했다. 겨울의 연천은 스산했다. 위도로 따지면 북한의 개성보다 북쪽, 아마도 봄은 아주 느지막이 이곳에 도착할 것이다. 겨울 허브빌리지에서 우리의 할 일은 봄의 열쇠를 찾아내는 것. 이곳에 숨어 있다는 계절의 정령을 만나는 것이었다. 허브
방랑시인 김삿갓은 양주의 풍광을 곁에 두고 자랐다.절로 시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버들고을, 양주경기 북부의 중심인 양주는 수려한 자연과 풍부한 역사와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매력을 발산한다.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온 감악산·칠봉산·불곡산 줄기가 도시를 휘감고, 중랑천·신천·공릉천이 본류인 북한강으로 흘러든다. 양주는 삼국시대 때 고구려·백제·신라가 돌아가며 차지했던 지역이기도 한데, 따라서 600여 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땅에 스며들었다.고려 왕조 때부터 양주로 불리기 시작했고, 조선시대에는 한양의 요충지로 굳게 자리를 지켰
그날 오후는 대체로 보라색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강물처럼 흐르던 가을이 향기롭기만 했다.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냥 꽃말에 홀려 ‘급’ 감행한 가을 여행이었다. 난생 처음 경기도 연천이라는 곳엘 갔다. 우선 연천이 어디냐 하면 경기도에 있다(사실 처음 들었을 땐 충청북도 어디쯤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중에서도 남한의 끝, 그러니까 북한 땅과 가까운 최전방의 ‘군’이다. 서울에서 차를 타고 2시간 정도 꼬박 달렸더니 논밭 사이사이 꽤 굽이진 길이 이어졌다. 내비게이션의 안내가 의심쩍을 정도로 조용한 시골마을을 지나자,
요즘 뜬다는 경기 서부권 맥주들을 두루 맛보았다.맥주 한 잔 한 잔,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거품 위로 떠올랐다. ●SEONGNAM도심 속 마이크로 브루어리더 부스 판교 브루어리(THE BOOTH PANGYO BREWERY)2012년 11월, ‘한국 맥주가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는 기사를 썼던 서울 특파원 다니엘 튜더(Daniel Tudor). 이후 그는 서울 녹사평에 ‘더 부스(The Booth)’라는 수제맥주 집을 차렸고, 뒤이어 경기도 판교에 브루어리가 생겼다. 더 부스 판교 브루어리는 국내에서 가장 작은 도
끊어진 국토의 허리는 우리 민족이 50년 넘게 앓고 있는 요통이다. 그러나 욱신거릴수록 주무르고 두들기며 관심을 쏟아야 하는 법. 철원 백마고지역으로 향하는 DMZ 트레인이 치유의 몸짓인 이유다. DMZ 트레인의 창문에 새겨진 두루미. 겨울마다 철원 일대는 두루미의 천국이 된다 시간을 달리는 기차 기차가 ‘현재’를 출발했다. 2014년 여름, 도심의 고층빌딩숲과 아파트촌을 지나 북으로, 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기차가 철로를 휘감으며 질주하자 시간의 태엽도 뒤로 감기기 시작했다. 경원선의 시간은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
어쩐지 변방으로만 느껴지는 의정부를 ‘근교’로 다시 보게 한 것은 어느 늦은 가을날의 소풍이었다.그 소풍에서 빠진 것은 김밥, 더해진 것은 의정부의 대표 맛집이었다. 가능동 주택가의 장승경전철 타고 소풍 가는 길소풍의 기분은 이미 의정부시청 경전철 역에서 시작되었다. 처음 타 본 의정부 경전철은 앙증맞기도 하고 한산하기도 해서 마치 꼬마열차를 전세 낸 기분이었다. 2번 출구를 통과해 지상으로 내려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소풍길 안내판이 다가왔다.이쯤에서 던지고 싶은 질문 하나는 ‘의정부 어디까지 가봤니?’다. 외지인들에게 의정부 여행
매일 아침, 삶이 전쟁이라 느끼고 있는가. 하는 일도 없는데 늘 바쁘기만 한가. 조금만 다가가도 으르렁대는 굶주린 짐승이 바로 자신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여유를 주자. 단순한 휴식이 아닌 참된 삶의 가치를 위해. 28번 울어 세상을 깨우는 새벽 타종3,000배의 깨달음 양평 용문사그 남자, 하심下心하다 헐레벌떡, 산사에 불시착했다. 적막감과 막막함이 급습했다. 내 눈에 포착된 것은 뜰에 드리워진 두 남자의 긴 그림자. 3,000배의 도반이 된 그들이 내 템플스테이의 주인공으로 포착됐다. 길이 어지럽다. 용문역에서 급
포천 체험여행 5선주말에 가뿐하게 떠나 볼까‘포천’하면 떠올렸던 이미지는 지극히 단편적이었다. 산과 호수, 군부대, 막걸리 정도가 생각날 뿐이었다. 그러나 웬걸, 포천은 예상보다 훨씬 다채로운 표정을 가진 여행지였다. 때묻지 않은 자연과 전통 문화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체험여행을 할 수 있는 곳, 이번 주말엔 포천으로 떠나 보자. 글·사진 김영미 기자 취재협조 현대PLZ관광 www.plztour.com 02-3669-3992 체험 1 한과한가원맛있는 전통 한과 체험 우리의 전통 과자 한과는 예부터 생일, 혼례, 제사 때면 단골로 올
1 물의 양이 적을 때 커다란 바위를 빠져나가는 건 난코스다 트래비와 떠나는 우리나라 기차여행 ④ 한탄강 래프팅열차 타고 떠나는 한탄강 래프팅‘열차를 타고 래프팅을 하러 간다’니 처음엔 적잖이 의아했다. 수도권 전철 노선이 아무리 널리 뻗쳐 있다고 해도, 한탄강에 당일치기로 래프팅을 하러 가는데 전철을 이용한다는 건 좀 어색하지 않은가. 어느 화창한 일요일, 전철, 통근열차, 연결버스를 타고 체험한 한탄강 당일치기 래프팅은 그래서 더 이색적이었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 버리는 당일치기 래프팅 여행 체험기다.글 김영미 기자
story-안성 입추의 계절에 만난 안성 서울에서 한 시간이면 닿는 곳에 위치한 안성은 그 가까운 거리가 무색할 만큼 도시와는 전혀 다른 운치를 선사하는 곳이다. 수많은 호수와 하천, 넓게 펼쳐진 들판과 목장 풍경은 해가 질 무렵에는 이국적이기까지 하다. 그냥 걸어도 좋을 이곳에 예술과 문화의 향기까지 물씬 풍기니 더위가 한풀 꺾이는 이 계절 더욱 생각나는 곳일 수밖에. 가벼운 마음과 차림새로 주말 나들이에 나섰다.에디터 이민희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김명희 취재협조 데모스미디어 02-395-3933 story 1안
야외 잔디정원의 오페라 향연 - 미운오리펜션서울과 인접해 많은 이들이 주말이나 연휴가 되면 제일 먼저 찾는 양평에서도 때묻지 않은 자연환경과 중미산 천문대, 두물머리, 용문사 등과 가까이 붙어 있어 볼거리, 먹을거리가 풍부한 곳이 서종면이다. 서종면에서도 그림 같은 풍경은 물론 로맨틱한 객실로 입소문이 난 ‘미운오리펜션’을 소개한다. 벽돌의 따스한 흙빛이 감도는 외관과 넓은 나무데크가 한데 어우러져 나무가 그늘이 되고 곧 쉼터가 되는 곳. 입구에 들어서면 밉지 않은 오리 석상이 반겨 주고 아이들이 맘껏 뛰어 놀 수 있도록 잘 정돈된
전통과 향기가 있는 서울근교 여행양주에서 파주까지 ‘잘’ 돌아보기서울의 바쁜 일상을 하루만이라도 벗어날 꿈을 꾸는 이들에게 경기도는 최상의 여행지다. 굳이 먼 곳이 아니더라도 초록이 넘실대고 넉넉한 시골 인심이 반겨 주는 그곳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 양주를 거쳐 파주로 넘어가는 길목마다에는 자연과 전통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장소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이세미 취재협조 (주)세계투어 02-6900-9267 싱그러운 허브와 함께하는
그런 날이 있다. 최고급 안심 스테이크보다 뚝배기에 얼큰하게 끓여낸 청국장과 갓 지은 고봉밥이 땡기는(?)… 모란민속장은 그런 날 찾아야 제 맛이다. 억척스럽고 투박해도 에누리와 덤이 있어 반갑고 이제는 흔히 볼 수 없는 뻥튀기 기계의 우렁찬 폭발음이 재밌는, 생각만 해도 흐뭇하고 입에 침이 고이는 풍경이 아니던가.글·사진 이민희 기자 1 봄을 기다리게 하는 화사한 색감의 옷이 즐비하다 2, 3 어렸을 적 즐겨먹던 생과자와 각종 사탕의 유혹은 뿌리치기 힘들 정도다 4 팔도에서 올라온 각종 약초 5, 6 장터에 나온 귀여운 아기 고양
쌀 익는 마을로의 초대마른 나무에 불이 붙자 금세 뜨거운 열기가 사방에 퍼지고 타닥타닥, 불길을 맞추는 손놀림이 분주하다. 불그스레 열을 올린 화덕의 불사위에 땀이 흥건해질 무렵, 모락모락 김과 함께 퍼지는 구수한 밥 냄새. 가을은 그렇게 눈이 아닌 입으로 먼저 다가왔다.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이민희 취재협조 이천쌀문화축제 추진위원회 www.ricefestival.or.kr 농부들은 5월과 6월에 일을 하느라 땀을 쏟곤 하지만 풍년이 들면 8월엔 그 누구도 부럽지 않다는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는 말이
헤이리 예술마을 & 영어마을 체험기 “웰컴투 헤이리!”이제 곧 본격적인 여름휴가가 시작된다. 아름다운 금수강산 어딘가로 떠날 계획을 세웠다면, 1년에 한 번뿐인 휴가 무조건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뜨기로 했다면 들뜬 마음을 주체할 수 없을 터. 즐거운 휴가에 빠지기 전에 맛보기로 잠시 이국적인 정취를 느껴 보는 것은 어떨까. 더욱이 일주일 동안의 여름휴가를 포기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면 가까운 곳에서 짧지만 이색적인 휴가의 기분을 누리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서울 근교 경기도 파주에 자리한 예술마을 ‘헤이리 아트 벨리’와 한국
글 황정일 기자 사진 Travie writer 서동철 취재협조 헤이리 예술마을 사무국 031-946-8551~3 www.heyri.net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 031-956-2624 www.english-village.co.krTravie 추천 공간 ★ 식물감각 스파게티, 스테이크, 바다가재 요리 등을 주 메뉴로 하는 고급 레스토랑. 갤러리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레스토랑과 갤러리, 정원과 숲, 작은 산 등이 역동적으로 연결된 공간이다. 식물과 식물성을 매개로 아름다운 볼거리와 건강한 먹거리를 선사한다.위치 갈대광장 남쪽 운영시간
ⓒ트래비수원을 거닐다사극의 시대다. 을 필두로 내달려온 사극의 인기는 좀처럼 식을 줄을 모른다. 그 열풍의 한 축을 담당하며 오늘날 우리를 사로잡은 200여 년 전의 인물, 정조대왕을 보러 수원을 찾았다.에디터 김수진 기자 글·사진 Travie photographer 신성식 ⓒ트래비 수원행 직통 전철을 타고 구로역에서 20여 분 만에 ‘44회 수원화성문화제’가 열리는 수원에 도착했다. 새삼스럽지만 축제의 공기는 일상의 그것과 다르다. 은근한 흥분이 섞인 그 공기는 이방인을 관조의 눈으로 한 발짝 떨어져 보는 것을 쉬 허락하지
‘버스 타고 떠나는 전국 일주 프로젝트’ 2탄! 이번 호에는 천안과 수원, 예산으로 떠납니다. 수도권 전철이 다니면서 1일 나들이 투어 코스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천안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자랑스런 ‘화성’이 자리한 수원, ‘의좋은 형제’의 본고장인 예산에서 만나는 생생한 농촌문화 체험까지 풍성한 볼거리, 놀거리, 먹을거리들이 가득합니다. 7월 첫 주말, 시티투어 버스에 몸을 싣고 온가족이 함께 신나는 추억 여행을 다녀오는 건 어떨까요? 수도권 전철이 들어서면서 근교 도시로의 여정도 가뿐해졌다. 그간의 무거운 교통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