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공기 서늘하던 어느 늦겨울의 저녁, 우리는 비밀의 정원에 숨어들었다. 물 머금은 초록 잎사귀 사이로 보이던 것은 다정한 너, 그리고 봄. ●당신에게 선물할, 봄봄 소식이 하염없이 늦어지는 것 같아 서운했다. 차창 밖으로 건조한 겨울의 색이 부서지듯 지나갔고, 임진강 위로 겨울 철새가 하늘을 배회했다. 겨울의 연천은 스산했다. 위도로 따지면 북한의 개성보다 북쪽, 아마도 봄은 아주 느지막이 이곳에 도착할 것이다. 겨울 허브빌리지에서 우리의 할 일은 봄의 열쇠를 찾아내는 것. 이곳에 숨어 있다는 계절의 정령을 만나는 것이었다. 허브
생화를 주렁주렁 걸어 놓은 꽃배를 타고 궁전에 도착했다. 순백색, 무희들이 꽃처럼 춤을 췄다.니르마할의 아름다운 것은 반짝이던 것들,원색의 것들, 그리고 검은 눈썹 아래서 매혹적으로 빛나던 눈빛. 꽃 같은 순간니르마할은 아가르탈라의 루드라사갈(Rudrasagar) 호수 한가운데 가로로 길게 놓인 수상궁전이다. 인도에는 총 세 개의 수상궁전이 있다. 우다이푸르와 자이푸르, 그리고 이곳 아가르탈라. 아가르탈라의 니르마할은 동인도 지역에서는 유일한, 그리고 인도 내에서는 두 번째 크기다. 1930년대 왕족의 여름 피서지로 만들어져 지금은
이만큼 소중한 것분홍색 교회를 지나자마자 코노마(Khonoma)였다. 집들이 옹기종기 발 아래 능선을 따라 이어졌다. 마을이 있는 산을 둘러싸고 다랭이논이 물결의 파장처럼 번지고 있었다. 코노마는 어쩐지 지도에서 찾을 수 없는 선경 같다. 그곳에서 경험한 것들은 모두 귀했고, 그윽했다. 코노마엔 겨우 450여 가구, 2,000여 명이 모여 산다. 걸어서 마을을 빙 둘러 산책해도 겨우 20~30분. 늦가을의 마른 풀이 옷에 달라붙었고, 볏짚을 태우는 구수한 냄새가 바람에 실려 왔다. 집마다 줄을 세워 꽃을 길렀고, 마당은 방금 쓸어
먹고자 하면 먹을 것이오가이드 에이프릴에게 ‘이왕이면 나갈랜드 현지 음식이 먹고 싶다’고 한 것이 내심 걱정이었다. 첫날 늦은 저녁, 코히마 우라호텔에 도착해 먹은 저녁이 완전 꽝이었던 것이다. 투박한 그릇 뚜껑을 열었더니 모양이 딱 닭볶음탕이었다. 맛있겠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진한 닭 비린내가 코를 때렸다. 닭의 고기와 껍질 사이에 코를 박고 있는 것처럼 구역질이 올라올 정도였다. 무려 다섯시간 동안 비포장 길을 달린 직후라 벼이삭을 줘도 쌀밥처럼 먹을 수 있었으나 이것만큼은. 먹는 게 영 시원찮아 보였는지 호텔 직원이 몇 번이나
멋진 궁전을 생각했지만 울창한 밀림이었다.짙은 쌍커풀 대신 외꺼풀의 갸름한 눈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밤이 되면 골짜기에 십자가가 빛났다.인도였지만, 인도가 아니었다. 자카마(Zakhama) 마을의 사람들.나갈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보았다.사람들은 공동 우물에서 머리를 감고,나무를 때서 요리하며 산다코노마를 돌보는 사내도비피 인(Dovipie Inn) 네이케돌리 헤카(Neikedolie Hiekha) 사장도비피 인은 이번 인도 여행에서 가장 오지에 있었던 숙소다. 그날, 코노마의 유일한 호텔이었던 도비피 인에는 단 세 명의
전세계의 온갖 미식 문화가 모인 홍콩은 거리 어디에서나 맛집을 찾을 수 있다.유명 셀럽과 방송국이 인증한 홍콩 맛집을 모았다. ●InstagramableHongKong사진으로 남긴 기억은 추억이 된다. 잠든 인스타그램을 깨우기 딱인 홍콩의 핫 스폿. 아무렇게나 찍어도 화보지만, 필터 입혀 감성 더해주면 폭죽처럼 터지는 ‘좋아요’를 받을 수 있다는 바로 거기다! 방송에서도 인정한 홍콩의 인스타그래머블 스폿을 찾았다.시간을 멈추고 싶어요홍콩 대관람차 HongKong Observation Wheel사랑의 기한이 만년이라면, 홍콩 대관람차
유튜브는 언제 시작했나 1년 반 전부터다. 딱 1년 동안만 다른 무엇도 아닌 ‘나의 행복’을 생각해 보자라는 마음으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떠났다. 원래 여행 유튜브 영상을 보는 걸 좋아했었기 때문에 영상으로 기록을 남기게 됐다. 실제 여행에서 일어나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영상을 제작할 때 콘셉트는감성적인 여행에세이 같은 영상을 만들려고 한다. 영상을 보고 나면 서정적인 책 한 권을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들게끔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어떤 사건보다 현장에서 느낀 감정, 기쁘거나 즐겁거나 힘들거나 하는 감정
유튜브는 언제 시작했나3년 전부터다. 시작은 일상을 기록하는 ‘브이로그’로 시작했다. 유튜브 시작과 함께 우간다에서 1년, 이어 LA에서 1년을 생활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일상 기록이 여행 기록이 됐다. 우간다에 있는 동안 현지 아프리카 친구들과 유튜버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재미를 짜내거나 자극적으로 편집하는 것보다 최대한 나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 주는 게 콘셉트다. 구독자 성향은유튜브 구독자는 대체로 10대가 많지만, ‘원지의하루’ 구독자는 20대부터 60대를 아우른다. 10대는 거의 없고, 20대 중반에서 30대
홋카이도에서 먹는 재미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태평양, 오호츠크해, 일본해 등에 둘러싸인 덕에 사계절 해산물이 풍부하고, 육지에서는 깨끗한 자연을 거름 삼아 다양한 작물과 동물이 자라기 때문이다. 신선함은 은혜롭고 맛은 감격스럽다. 1. 털게느님 행차하신다, 내 입으로딱딱한 껍질 위로 억센 털이 숭숭 솟아 있는 털게는 홋카이도에서 손꼽히는 먹거리 중 하나다. 털게는 수온이 낮은 바다에서 서식하는데, 삿포로 인근 해역은 차가운 오호츠크 해류가 흘러들어 털게가 많이 난다고. 삿포로는 털게 산지이지만 그럼에도 가격은 높은 편에 속한다. 이
청풍호 앞에서 답답한 마음 ‘빵’ 뚫릴 때, 한방엑스포공원에서 든든하게 양기를 채우고 나왔을 때, 건강한 삶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좋은 것을 보고, 좋은 것으로 채우는 방법을 배우려면 제천으로 가면 된다. ●호수는 잔잔하고, 마음은 편안하네서울에서 차로 2시간. 충청북도의 서쪽 끄트머리, 강원도의 남쪽 경계선에 닿아있는 제천에 도착했다. 동쪽에 태백산맥을 두고 서쪽으로 올 수록 완만해지는 한반도의 지형으로 보자면 제천은 높은 산맥이 점점 부드러워지는 경계에 자리한 도시다. 봉우리가 어찌나 높은지 달이 뜨
타는 태양을 피하려 숨어든 곳엔 십자고상이 매달렸고 목을 축이러 고개를 숙인 자리엔 타스비흐*가 놓여 있었다. 모래 언덕 아래 잠들어 있는 것은 이 땅에서 수세기 동안 교차했던 영욕들. 무엇으로도 정의할 수 없으므로, 산 자들은 침묵하는 무덤 위를 헤매면서 조서를 꾸미는 수밖에 없다. *타스비흐 | 이슬람 묵주 ●Hatay 하타이 구명보트에 올라탄 이들에게불볕이란 게 이런 건가. 40도를 육박하는 온도와 타는 듯한 건조함이 하타이(Hatay)를 휘감고 있었다. 빙 둘러보아도 언덕이나 산의 능선은 보이지 않고 이글이글 타오르는 열기만
자고로 여행의 절반은 사진.예쁘고 아름다운 것을 보면 나누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그래서 홋카이도는 ‘인스타그래머블’하다.동화같은 풍경과 아기자기한 소품이 가득해 어디서 찍어도 감성 뿜뿜 인생사진이 나오기 때문.홋카이도 3개 도시의 인스타그래머블 스폿을 꼽았다. 하코다테 Hakodate청춘영화의 한 장면처럼홋카이도 섬 남부, 혼슈 섬을 마주보고 있는 항구도시다. 일본의 항구도시라 하면 서양과 동양의 근대 문화가 오묘하게 녹아든 특유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법. 하코다테도 마찬가지다. 개항과 함께 만들어진 오래된 서양식 건물 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