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 은행나무의 전설말하는 은행나무경북 칠곡군 기산면 각산리 417, 커다란 은행나무 한 그루가 옛 이야기를 간직한 채 가을을 보내고 있다. 1018년에 심은 것으로 추정한다는 안내판의 문구대로면 1000년이 넘었지만, 보호수를 알리는 나무 앞 푯돌에는 1993년에 보호수로 지정됐고, 수령이 950년이라고 새겨져있으니, 보호수 지정년도에서 30년이 지난 지금으로 치면 980살 먹은 나무다. 1000년에 가까운 ‘1000년 은행나무’라고 할만하다.이 은행나무가 있는 곳은 옛 대흥사 터이기도 하다. 대흥사는 신라시대에 창건됐다고
백악산(북악산)의 중심 북악팔각정에서 도로(북악산로. 이른바 북악스카이웨이) 옆 숲길을 따라 하늘전망대가 있는 북동쪽으로 걷는다. 하늘전망대에 올라 전망을 보고 숲으로 들어가면 1968년 1.21 사태 당시 총알 흔적이 남아 있는 바위 ‘호경암’이 나온다. 가파른 내리막 계단이 골짜기의 깊이를 말해준다. 오르내리는 숲길을 따라 걷다 만난 성북천 발원지는 숲속의 평범한 작은 물줄기다. 갈림길에서 숙정문 방향으로 걷는다. 조선시대 한양도성의 북대문인 숙정문을 통과해서 삼청공원 쪽으로 걸어 숲을 빠져나온다. 삼청동 옛 마을 골목길은 푸근
낙엽 지는 계절,군위에 쌓인 여러 겹의 레트로를 들춰 봤다.레트로의 이름으로올해 7월1일, 경상북도 군위군은 대구광역시로 편입됐다. 군위는 넓다. 전체 면적이 대구의 약 41%를 차지할 만큼. 그런데 인구수는 대구 총인구의 1% 미만에 불과하다. 그 흔한 패스트푸드점 하나 찾아보기 어렵고, 프랜차이즈 업체도 드물다. 땅 넓고 산 많고, 드문드문 사람이 있으며 나머지 공간은 맑은 물과 공기가 채우는, 유독 여백이 많은 곳. 모두가 ‘변화’니 ‘성장’ 따위를 운운할 때, 세상의 소동에 한 발 떨어져 느리게 멈춰 있기로 결심한 모양새다.
지금 제주에서 가장 예술적인 장소 4곳을 소개한다. 본태박물관, 빛의 벙커,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 시네마, 김택화 미술관을 다녀왔다.1. 본연의 아름다움 본태박물관본태박물관은 도미니크 페로, 톰 메인과 더불어 세계 3대 건축가로 꼽히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다. 노출콘크리트에 빛과 물이라는 근원적 요소를 활용, 건축과 외부환경을 조화롭게 연결한다는 작가 고유의 건축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본태는 ‘본래의 모습’을 뜻한다. 건축가와 박물관의 지향성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일단 끌린다. 박물관은 크게 3개의 구역에 5개의 전시실로 나뉜
거문도는 마음만 먹으면 찾아갈 수 있는 섬이 아니다. 초봄부터 가을까지는 관광객이 집중적으로 몰려 배편 예약이 쉽지 않다. 동계에는 잦은 기상악화 탓에 결항률이 높아진다. 만만치 않은 계절의 틈새를 노리던 어느 가을날. 인파를 비집고 절정에 달한 계절을 찾아 거문도로 떠났다.●3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거문도거문도는 동도, 서도, 고도라는 이름을 가진 3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도와 서도는 삼호교로 서도와 동도는 거문대교로 이어져 있어 하나의 생활권역을 이룬다. 그럼에도 그중 행정과 생활 편의시설의 대부분은 고도에 집중되어 있다.
바야흐로 가을, 제주에 억새의 계절이 찾아왔다.●용눈이오름우아미의 귀환공식적으로 제주도에 위치한 오름의 수는 368개다. 실은 400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오름이란 무엇일까. 아주 쉽게 정리하면 제주도에 있는 200m 이하의 봉우리와 산은 죄다 오름이라고 간주하면 된다. 많이들 오름을 한라산 주변의 기생화산이라고 알고 있는데, ‘오름’이란 낱말 자체가 제주에서 통용되는 순우리말이다. ‘오름’은 우리말로 ‘산봉우리’를 뜻한다.제주 성산읍 수산에서 구좌읍 송당까지 이어지는 11km 구간을 차로 달리다 보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되바
새잎이 피어나는 봄에 낙엽이 떨어지고 흰 눈이 내리는 겨울에 새빨간 딸기가 열리는 숲이 있다. 신비로운 이 숲의 이름은 ‘환상숲 곶자왈’. 눈에 보이는 모습보다 더 아름다운 이야기를 품은 환상숲에서는 모든 순간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제주 웰니스 관광지 중 하나인 이곳에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힐링 시간을 보내고 왔다. 척박한 땅에서 ‘환상숲’이 되기까지환상숲은 이름 뒤에 따로 ‘곶자왈’이란 단어가 붙어 있다. 제주만의 독특한 생태 지형인 곶자왈은 화산 활동으로 생긴 돌투성이 지대에 형성된 숲으로 흙 한 줌 없는 환경에 나무들과 수풀이
깊어가는 가을, 내 몸에도 휴식이 필요한 때이다. 잠시 일상을 벗어나 한 템포 쉬어가 보자. 낙엽이 지는 계절이지만 제주의 숲은 여전히 푸르고 싱그럽다. 숲길을 걷고, 해먹에 누워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힐링은 절로 찾아든다. ●한라산 아래 온전한 쉼의 공간한라산이 듬직하게 받치고 있는 중산간 지대에 깊고 너른 숲이 펼쳐져 있다. 제주도를 대표하는 웰니스 여행지 서귀포치유의숲이다. 사람이 가장 쾌적함을 느낀다는 해발 320~760m 고지대에 형성된 숲은 사계절 언제 찾아도 고요하고 온전한 쉼을 선사한다. 코로나 시국에도 숲을
●삼일천하 갑신정변의 현장, 우정총국 터사람들로 분주한 도심 속 절, 조계사. 종각역 네거리와 안국동 네거리 사이 차들로 분주한 우정국로 도로. 그 분주함 속에 도심 속 절보다 한갓진 곳이 있으니, 수백 년 묵은 회화나무 고목이 마당을 지키고 있는 우정총국 터가 그곳이다. 절을 오가는 사람들의 눈은 절만 바라보고 길을 지나는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바쁘다. 회화나무 고목 옆 의자에 앉은 노인 몇 명의 눈길은 허공을 향한 것인지 회화나무 고목을 보는 것인지... 핸드폰에 연결 된 이어폰을 귀에 꽂고 공중에 뜬 눈길은 하염없다. 찻소리에
국토의 서남단 끝 섬 가거도. 목포에서 직선거리 136km, 뱃길로는 무려 약 230km나 떨어진, 그야말로 멀고 먼 섬이다. 그런 가거도를 4년 만에 다시 찾은 이유가 있다.●거쳐 가는 섬마다 추억이 주렁주렁쾌속선의 단점 중 하나는 운항 중 갑판으로의 출입이 통제된다는 점이다. 객실 창 너머 쏜살같이 달리는 바다 풍경만이 유일한 벗이다. 그러다 배가 중간 기착지에 기항할 때는 하선객들 틈에 끼어 잠시 밖으로 나갈 수 있다. 그 짧은 시간에 수많은 기억이 소환된다. 다물도는 목포항에서 가거도항까지 가는 길의 첫 번째 기항지다. 바다
한여름 무더위가 물러난 자리를 선선해진 바람이 채우고 있다. 온 들녘이 황금빛으로 물들기 전에 부지런히 초록빛을 채집해두어야 할 때다. 경남 고성에는 자연의 품 안에서 힐링하는 푸른 공간들이 많다. 자연은 결코 한 순간에 가꿔지지 않는다. 30~40년 세월 동안 설립자가 애정을 듬뿍 담아 만든 고성의 숲과 정원, 수목원을 소개한다. ●자연 안에서 숲멍 오두산치유숲고성은 이른바‘멍’여행지다. 캠핑장에선 불멍을, 바다에선 물멍을, 오두산치유숲에선 숲멍을 누릴 수 있다. 숲길을 둘러싼 짙푸른 빛깔에 몸을 맡기면 힐링 에너지가 구석구석 부
골프는 스윙하고 걷고, 스윙하고 걷는 스포츠다. 시간으로 따지면 스윙은 순간이고 걷는 게 대부분이건만 한국은 유독 스윙에만 빠져 있다. 그 비싼 그린피를 받는 골프장도 걷는 여유를 잘 허락하지 않는다. 때문에 18홀을 걸어서 플레이해 본 경험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사실, 티박스부터 그린까지 필드에는 걸어야 비로소 보이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사계절이 분명한 우리나라는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가 늘 새롭다. 골프장과 체력만 허락한다면 이 아름다운 코스를 걷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가.●해남 파인비치 “걷는 즐거움까지 돌려드립니다”해
“야 어디어디로 몇 시까지 모여” 한 마디면 충분했다. 잇속 따지는 사람 하나 없고 배려와 준비의 마음이 가득한 사람들이 그렇게 뭉쳐 세상을 떠돈 이력이 내공으로 쌓이는 건 당연한 일. 오대산 노인봉도 그렇게 다녀왔다. ‘새벽 5시20분 서울 모처에서 봅시다.’ 사정이 있는 사람은 다음 기회에 보면 그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모이는 거다. 일행 모두 아침을 못 먹어서, 가는 길에 아침을 먹기로 하고 출발. 곤지암 국밥집 중 ‘골목집’을 선택, ‘국밥’ 한 뚝배기로 든든하게 아침을 먹었다. 오대산 노인봉 산행 출발지점인 진고개정상휴
우이도는 휴가철에도 북적이는 섬이 아니다. 더구나 비켜선 계절에는 더욱 한적하다. 비교적 먼바다에 있는 데다 섬으로 가는 길마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이도를 한 번이라도 여행했던 사람들은 그 불편함을 오히려 다행이라 한다. 인위적인 치장 없는 산과 해안, 정겨운 마을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이도 여행의 시작풍성사구우이도는 비금, 도초도를 넘어 흑산 바다가 시작되는 경계에 있는 섬이다. 목포에서 하루 한 번 떠나는 배가 우이1구 진리마을을 기항한 후, 2구 돈목마을에 도착하기까지는 무려 3시간 40분이 걸린다.
‘꿈카’를 타고 나만의 해남 여행을 완성했다.●세계가 인정한 천년고찰‘꿈카’와 함께한 첫 번째 목적지는 산사(山寺)다. 산사는 한반도 남쪽 지방에 있는 통도사부터 부석사, 봉정사, 법주사, 마곡사, 선암사, 대흥사까지 총 7개의 산지승원을 일컫는다. 7~9세기에 창건된 7개 사찰은 한국 불교의 발전사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다. 유네스코도 그 가치를 인정해 2018년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을 세계유산으로 등록했다. 7개 사찰 중 해남에는 대흥사가 있다. 9세기 후반 선종 사원으로 시작된 사찰로, 두륜산의 빼어난 절경 속에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부면은 여행하기 꽤 좋은 지역이다. 오대산국립공원(월정사, 상원사 등)이라는 확실한 랜드마크가 있고, 청량한 오대천 주변으로도 걷기 좋은 환경이 조성돼 있다. 게다가 평창군내에서 제일 넓고, 인구도 제일 많은 지역이라 사람이 모일 만한 공간도 있다. 특히, 3, 8일에 장이 열리는 진부면 재래시장은 사람들의 활기로 가득하고, 볼 것도, 먹을 것도 다양하다. 둘러보는 맛이 있는 시장이다. 수도권의 화려함은 없지만, 한없이 따뜻하고 정겨운 진부면을 한나절 동안 돌아다녔다.●정겨운 재래시장 속으로진부전통시장이 있는 하
유교의 도시 ‘논산’. 선비들의 정서를 지닌 유교 문화 자원이 풍부하고, 충청도의 상징인 양반문화도 확인할 수 있다. 선비와 유교의 흔적이 남은 공간을 거닐며 사색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유교의 정서가 응축된 공간돈암서원조선 시대의 문화적 전통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서원이다. 유네스코도 한국의 서원(총 9개 서원)이 지닌 문화적 우수성을 인정해 2019년 7월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했는데, 논산 돈암서원도 그중 한 곳이다. 1634년에 건립된 돈암서원은 성리학의 실천 이론인 예학 논의의 산실이자 기호학파를 대표하는 사계
●휘파람을 불며 걷는 옛 고갯길상당산성옛길 고갯길 아래 시작시점부터 구불거리는 고갯길 따라 고갯마루까지 약 1.7km 정도, 직선거리로는 약 850m 정도, 고갯길이 끝나는 곳까지 합쳐서 총 거리 약 2km 정도, 충북 청주시 상당구 명암동 옛 명암약수터와 산성동 산성교차로를 연결하는 옛 고갯길 이야기다.고갯길 아래 시작지점인 옛 명암약수터 입구에서 고갯마루까지 해발고도 차이가 약 200m, 그 고도차의 직전거리가 약 850m 정도다. 구불거리는 길의 거리는 약 1.7km, 이 수치만으로도 고갯길 경사도와 구불거리는 정도를 가늠할
산 높고 물 맑은 산청은 어디를 둘러봐도 푸른 기운이 가득하다. 한여름 더위를 식혀줄 청량한 여행지를 찾는다면 물소리와 새소리, 바람소리가 하모니를 이룬 대원사 계곡길이 제격이다. 지리산 골짜기에서 이어진 물길을 따라 숲길과 도로를 넘나드는 탐방로가 잘 닦여 있다.●흐르는 물에 마음을 씻고, 대원사 계곡길 바위 사이를 에둘러 흘러가는 물소리가 마치 다람쥐가 폴짝거리는 경쾌한 발걸음처럼 들린다. 돌돌거리는 장단에 맞춰 걷는 걸음이 덩달아 가벼워진다. 지리산국립공원 동쪽 자락에 있는 대원사 계곡은 짙푸른 숲과 굽이치는 계곡이 숨은 절경
진주 여행에서 가 봐야 할 곳이 늘었다. 폐역을 재단장한 철도문화공원에서 추억 여행을 떠나고 남강에서 뱃놀이를 즐겨보자. 숲 위를 달리는 에코라이더는 모험심을 샘솟게 한다. ●추억 속을 달리는 열차, 철도문화공원100년 역사를 품은 구 진주역이 오랜 추억을 담은 철도문화공원으로 새로 태어났다. 1920년대에 삼랑진과 진주 사이에 철길이 놓이면서 인적, 물적 중심지가 되어온 구 진주역은 2012년 역사가 이전되기 전까지 서부 경남의 교통 요충지 역할을 담당해 왔다. 십여 년 간 다른 용도로 쓰였던 역사 건물은 리모델링을 거쳐 기억 속